해경 해체는 정당했나?
해경 해체는 정당했나?
  •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5.06.08 16:47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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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해경 해체 1년, 그 후

“해경의 구조는 성공적이었다. 속죄양을 만들어 흥분한 유가족을 달래려 한 권력과 언론이 문제”

기자와 해경과의 인연은 19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자는 해군 수병으로 입대하여 최정예 전투함정인 충무함(DD-911)의 전탐수병으로 근무했는데, 전탐 부서에서 함께 근무했던 베테랑 중사·상사가 해양경찰로 가게 되었다.

두 분 중에서도 중사는 기자가 함정 근무 초기에 배 멀미를 심하게 할 때마다 “못 먹으면 더 힘들어” 하면서 간식거리를 챙겨주고, 레이더 작동법을 비롯해서 거리 측정, 해도(海圖) 보는 법 등을 가르쳐 준 스승이었다.

고별 회식 자리에서 해경으로 떠나는 두 선배에게 “제대하고 외항선을 타면 월급도 많이 받는데 왜 하필 해경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 선배들 말이 이랬다.

“나라 위해 일하던 사람이 돈 몇 푼 더 받겠다고 아무 곳이나 함부로 움직여선 안 돼. 우리가 해경에 가지 않으면 누가 이 넓은 바다를 지키겠나.”

정 들었던 선배 두 분은 해경으로 떠났다. 워낙 레이더에 도통한 최고 전문가들이어서 두 분이 떠난 빈 자리가 너무 컸던 기억이 난다. 
세월이 흘러 2014년이 되었고, 4월 16일 아침 TV 속보를 통해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기울어가는 세월호의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천천히 기울고 있으니 승객들은 충분히 대피할 시간이 있었겠구나” 싶었다.

기자는 해군에서 함정 근무를 하면서 출동을 나가면 거의 매일 이함(離艦) 훈련을 했다. 때문에 당연히 선실 안에는 아무도 없을 것으로 믿었다.

선박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물에 뜰 수 있도록 구명동의를 착용해야 한다. 그리고 재빨리 선실 밖으로 나가야 한다.

배가 기울면 선실 밖으로 탈출이 어려워지고, 실내로 물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수압 때문에 사람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선실 밖으로 나와 승무원의 지시에 의해 탈출용 보트를 타든지, 그럴 시간이 없으면 바닷물로 뛰어들어야 한다. 이것은 선박 운용자들에게는 상식 중의 상식이다.

세월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선장이 마이크를 잡고 “지금 즉시 선실 내에 있는 승객과 승무원들은 구명동의를 착용하고 갑판으로 나가라”고 한 마디만 했어도 승객 전원이 생존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명령을 내려야 할 선장과 주요 승무원들이 먼저 탈출해 버린 것이 비극이었다.


대통령 지시로 해경 해체 
  
더 충격적인 것은 사고를 수습하는 정부의 태도였다. 온 국민이 국상(國喪)을 당한 것처럼 애도 분위기가 자욱한 가운데 사고 수습이 한창이던 5월 19일, 박근혜 대통령은 눈물까지 흘리며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서 겪으신 고통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에 이어 박 대통령은 “사고 직후에 적극적이고 즉각적으로 인명 구조 활동을 펼쳤다면 희생을 크게 줄일 수도 있었을 겁니다.

해경의 구조가 사실상 실패한 것입니다”라면서 해경을 질타했다. 이어 박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그냥 놔두고서는 앞으로도 또 다른 대형 사고를 막을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고심 끝에 해경을 해체하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박 대통령의 논리는 해경이 수사와 외형적 성장에 집중해서 구조와 구난업무는 등한시했고, 해양 안전에 대한 인력과 예산은 제대로 확보하지 않았으며, 인명구조 훈련도 매우 부족했다.

따라서 초기에 해경이 사고 현장에서 구조할 수 있었던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무태만, 임무수행이 미숙하여 엄청난 인명이 희생되었으니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의 이날 담화로 인해 61년 역사의 대한민국 해양경찰은 ‘관피아의 대명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채 해체되어 국민안전처 소속의 해양경비안전본부로 문패를 바꿔달아야 했다.

대통령의 지시로 하루아침에 해경이 해체되는 것으로 결정되자 정치권은 물론 사회 곳곳에서 찬반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해경은 해체되고 해경의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해양 구조·구난·경비 분야는 신설되는 국가안전처로 이관하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문제는 해양경찰 폐지와 국가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검토하는 과정에서 제기됐다.

수사·정보 기능은 경찰청으로, 해양 구조·구난과 해양경비 분야는 국가안전처로 넘겨서 해양안전의 전문성과 책임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 해경 해체의 주목적이다.

그런데 해양 관련 사건·사고는 바다에서 일어난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의 현장 확인과 수사를 위해 육지에서 활동하는 경찰이 바다까지 접근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해상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초동 단계에서 신병이나 증거 확보를 위해서는 반드시 수사권이 필요하다.

따라서 법 집행과 수사 업무 분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박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해경에 문제가 있으니 일단 해체하고,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해경 업무는 바다를 구경조차 해보지 못한 육지 경찰에게 맡겨 전문성과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이것은 마치 해군이 안전사고를 냈으니 해군을 해체한 다음 육군에 흡수시키는 행위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한 시간 만에 선실 밖으로 나온 전원 구조 

우리 언론은 사고 당일 해경이 구조와 구난업무를 등한시하여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잃게 만들었다면서 해경을 마치 악마처럼 만들어버렸다.

그런데 ‘그토록 무능한’ 해경은 침몰신고를 받은 지 30분 만에 해경정 123호(정장 김경일)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를 낸 세월호 선장은 달아나고, 배는 절벽처럼 기우는 가운데 한 시간 만에 선실 바깥으로 나온 승객 전원(172명)을 구조한 해경이 과연 영웅인가, 아니면 역적이고 악마인가?

▲ 해경은 침몰신고를 받은 지 30분 만에 해경정 123호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세월호가 절벽처럼 기우는 가운데 해경정 123호는 한시간 만에 선실 바깥으로 나온 승객 전원(172)을 구조했다.

세월호 사고 때는 제 실력 발휘를 못했다 해서 몰매를 맞았지만, 해경은 2010년 3월 26일 밤 서해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초계중이던 해군 초계함 천안함(PCC-772)이 폭침되었을 때 사건 발생 직후 현장에 출동한 인천해양경찰서 소속 경비정이 승조원 104명중 58명을 구조하는 등 임무를 120% 완수한 경력도 있다.
 
어쨌거나 해경은 해체되고 조직은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전환되었다. 해체 전의 떠들썩한 여론과 비교하면 기이할 정도로 조용하다.

그런데 그 조용함이 또 무슨 문제를 야기할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과거와 비교할 때 인력은 변화가 거의 없으나, 조직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본부 소속 인원은 당초 426명에서 257명으로 40% 가까이 축소됐다. 반면에 업무량은 과거와 동일하다.

게다가 해양경비안전본부로 전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해경 소속 조직원들은 경찰관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조직 명칭에서 경찰이라는 용어가 사라졌지만, 신분은 여전히 경찰공무원인 희한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신분은 경찰이면서 ‘경찰’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는 조직의 운영이나 사기, 정신력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 결코 정상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한마디로 이빨과 발톱을 뺀 호랑이에게 가죽만 걸치게 한 꼴이다. 그리고 사냥은 하던 대로 계속 하란다.

지금 해경은 심각하게 조직이 와해되고 있다고 한다. 경찰공무원으로서의 명분도 없고, 대외적으로는 자기 가족들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있다고 한다. 과연 이 조직은 사설 경비업체마냥 연안에서 구조업무만 해야 하는 것일까?

세월호 사건을 8개월 동안 심층 취재한 후 ‘연속변침’이라는 저서를 발간한 이동욱 씨는 기자의 언론사(월간조선) 후배다.

그는 세월호 사건 전 과정을 현미경 들여다보듯 복기한 후 “해경의 구조는 성공적이었다. 속죄양을 만들어 흥분한 유가족을 달래려 한 권력과 언론이 문제였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구조에 실패한 과오를 물어 해경이라는 국가기관을 해체한 것은 온당한 일인가? 해체된 지 1년이 지나는 동안 아무도 이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지력(知力)은 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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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ㅎㅈ 2017-02-22 20:02:14
나쁜 대통령
나라 망한다

2016-05-07 13:06:25
정당했다.

해경해체 2015-08-31 09:45:46
박근혜대통령께서 세월호사고의 구조상문제점의 책임을 물러 해경이 해체되고 수사와 정보인력이 경찰청에 이관되었는데 이는 대통령께서 잘하셨다고 보여집니다, 현재 경찰청에서 수사와 정보 인력을 해경으로부터 이관 받아 밀수,해상 마약, 중국산굴비 밀수입, 해수욕장 각종 사건사고 모두 잘처리 되고 있습니다 경찰청 수사인력을 믿고 지켜봐주세요 해양 경찰을사용못하지요

해경해체 2015-08-31 09:44:49
박근혜대통령께서 세월호사고의 구조상문제점의 책임을 물러 해경이 해체되고 수사와 정보인력이 경찰청에 이관되었는데 이는 대통령께서 잘하셨다고 보여집니다, 현재 경찰청에서 수사와 정보 인력을 해경으로부터 이관 받아 밀수,해상 마약, 중국산굴비 밀수입, 해수욕장 각종 사건사고 모두 잘처리 되고 있습니다 경찰청 수사인력을 믿고 지켜봐주세요 해양 경찰을사용못하지요

쎄라복 2015-06-14 18:45:16
해경해체는 청와대의 민심을다독이기위한 말장난에 불과하다 해경이 해체되면 그역할이 없어져야겠지만 그럴수는없다 그래서 해경이란 이름만 지우고 국가안전처란 이름을 덧칠한것뿐이다 무능마녀의 웃기는 말장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