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사망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 사망
  •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5.06.09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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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의 현대사 파일] 1926년 6월 10일

1926년 6월 10일 저녁 5시 30분.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코르테스 거리에서 남루한 차림의 한 노인이 길을 건너던 중 전차에 치었다.

환자는 응급처치 후 가까스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나 상태가 심각하여 사흘 후 사망했다. 죽기 직전에야 이 환자가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자신의 최대 걸작인 ‘성 가족 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을 짓던 중 잠시 짬을 내어 저녁 기도를 하러 가던 중 변을 당한 것이다.

그가 사망한 병원은 자신이 모든 정열을 기울여 건축하던 ‘성 가족 성당’이 한 눈에 들어오는 산타 크레우 이 산트 파우 병원(Hospital de la Santa Creu i Sant Pau)이었다. 그의 유해는 성 가족 성당 안에 묻혔다.

한 평생을 기인(奇人)처럼 살다 간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정식 이름은 안토니 플라시드 기옘 가우디 이 코르넷(Antoni Plàcid Guillem Gaudí i Cornet)이다.

▲ 가우디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건축물 사그라다 파밀리아(바르셀로나 성 가족 성당)

가우디는 1852년 스페인의 지중해 연안 카탈루냐의 작은 마을에서 구리 세공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태어난 마을은 주위에 돌과 벽돌로 만들어진 로마식 아치와 다리, 수로, 그리고 초기 고딕 양식의 성당 등이 있었다. 말하자면 그의 건축의 스승은 1600~1800년 전 로마인들이었던 셈이다.

그의 집안은 주물 제조, 구리 세공업자였는데, 어릴 때부터 가우디는 아버지가 일하는 대장간에서 쇠망치를 두드리기도 했다.

어린 시절부터 건축에 흥미를 갖기 시작한 가우디는 건축을 공부하기 위해 바르셀로나 건축학교에 입학했다.

건축에 대한 재능은 번득였지만, 그는 학창 시절 디자인 경연대회에서 번번이 낙선했다.


후원자 구엘과의 만남

그가 1878년 바르셀로나 건축학교를 졸업할 때 이 대학 학장은 가우디에게 “우리가 지금 건축사 칭호를 천재에게 주는 것인지 아니면 미친놈에게 주는 것인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남기고는 최하위 점수로 건축사 학위를 주었다.

가우디를 비롯하여 아인슈타인 등 인류를 대표하는 천재들의 사례를 보면 천재성과 학창 시절 학교 성적과는 인연이 없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가우디는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고 바르셀로나에서 개업을 했지만 이름도 없는 신참내기 건축사에게 에게 일감을 주는 고객은 없었다.

사무실에서 파리를 날리며 시간을 죽이기에는 그의 정렬이 너무 뜨거웠던 것 같다.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 어깨너머로 배운 솜씨로 독창적인 진열대를 만들어 만국박람회에 출품했는데, 이것이 센세이션을 일으킬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만국박람회에 출품한 이 진열대가 질긴 인연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 가우디가 출품한 기발한 작품을 본 스페인의 유명 섬유회사 회장이자 백작이며 바르셀로나 시의원과 에스파냐 국회의원을 지낸 재력가 에우세비오 구엘(1846~1918)이 가우디를 주목한 것이다.

가우디가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후원자 에우세비오 구엘을 만났기 때문이다. 구엘은 말하자면 스페인의 메디치 가문이나 다름없었다.

가우디는 자신의 후원자 구엘을 위해 구엘 저택을 설계했고, 이 저택은 1886년에 착공하여 1889년에 완공되었다.

가우디가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건축가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구엘 공원의 설계를 통해서다.

환상적이면서도 정확한 구조, 기이한 듯 하면서도 약간은 그로테스크한 그의 특성이 이 작품에서 적나라하게 표출되어 구엘 공원은 198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평생 결혼하지 않았고 채식주의자였으며, 연로한 아버지와 조카딸과 함께 살았던 가우디는 괴짜로 통했다.

건축물에서 관능미가 느껴지기도 했고, 과도한 신앙심에 푹 절은 괴퍅한 성격 등은 당대의 문화계 코드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미친 사람의 정신 착란’, ‘술 취한 사람의 작품’, ‘건축계의 이단아’ 혹은 ‘건축의 광인(狂人)’이라는 혹평이 난무하는 한편에선 ‘건축 분야의 시인’, 혹은 ‘금세기 최고의 건축가’, ‘20세기의 가장 빛나는 천재’라는 극찬을 들었다.

그만큼 그의 작품세계는 평범하지 않았다. 그는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는 성당을 지었고, 부자들을 위해서는 대저택을 설계했다. 그는 건축가로서 이런 말을 남겼다.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독창적이다”

 

인류사의 걸작,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우디의 나라 스페인은 오랜 역사가 켜켜이 쌓인 박물관 같은 곳이다. 초기에는 로마가 문명의 금자탑을 쌓았고, 로마 쇠망 후에는 게르만족의 일파인 서고트족의 활동무대가 되었다.

8세기 초에는 이슬람교도들이 반도의 대부분을 점령하고 500년을 이슬람 문명을 구가했다.

그후 그리스도교 세력인 카스티야 왕국과 아라곤 왕국이 재정복을 시도해 13세기말에는 이슬람교도들이 통치했던 대부분의 지역을 탈환했다.

이러한 문명의 궤적들이 쌓아올렸던 문화의 양태들이 가우디의 설계를 통해 위대한 작품으로 형상화된 것이다.

그가 활동하던 19세기 말~20세기 초는 세기말 사상, 혹은 새로운 세기의 사상으로 충만한 시대였다.

문화적으로는 신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실주의가 질풍노도처럼 내달았고, 정치으로는 스페인 제국의 패망(1898), 무정부주의자와 사회주의자들의 폭동 등 혼란했던 스페인의 역사 한복판을 살면서 그는 자신의 생각을 건물에 담았다.

그는 19세기 말 유행했던 모데르니스모(아르누보) 양식, 즉 예술 부흥운동 양식의 대표 건축가다.

그의 작품은 주로 바르셀로나 지역에 많이 남아 있는데 밀라 주택, 바트요 주택, 구엘 저택, 구엘 공원,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등이 그가 설계한 작품들이다. 그 중 7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 빛에 따라 내부의 유리 무늬가 달라 보이는 까사 바뜨요 주택, 바다와 미역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까사밀라 아파트, 달팽이 모양을 한 계단 등을 보면 자유분방한 형태, 풍부한 색채와 질감, 유기적 통일성이 특징인 독특한 양식을 만들어냈다. 

그의 작품은 외벽면을 포함한 전체가 자연의 법칙과 완전히 일치한 자연물의 형상을 하고 있다.

정신 착란의 건축가에서부터 20세기의 천재에 이르기까지 극과 극의 평을 받은 가우디였고, 작품 세계도 당시 입장에선 파격과 혁신의 대표였다.

스페인 출신의 피카소는 청년 시절 가우디를 비판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가우디의 천재성이 유감없이 발휘되는 계기가 찾아온다. 

1883년 독실한 가톨릭 단체가 성당 건축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 설계는 교구 건축가가 맡았는데, 그가 1년 만에 사임하고 가우디에게 그 일이 맡겨진 것이다.

당시 가우디의 나이 31세였다. 이것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르셀로나의 걸작 ‘성가족 대성당’(사그라다 파밀리아)이다.

가우디는 성당의 설계를 바꾸고 자신의 독창적 아이디어를 접목시키기 시작했다. 옥수수 모양의 첨탑, 직선을 배제하고 곡선만 사용한 독특한 조형 등 난해한 설계로 인해 시간이 필요했다. 그는 생각했다.

“작품은 긴 시간의 결과여야 한다. 따라서 건축하는 기간이 길수록 좋다”

가우디는 성당 옆에 숙소를 만들고, 그곳에서 살면서 성당 건축에 전력투구했다. 1920년대에 120m 높이의 탑이 완성되었을 때 이 탑은 바르셀로나의 마천루가 되었다. 가우디는 74세에 사망할 때까지 40여 년 간 성당 건축 작업에 올인했다.

그가 사망할 때까지 성당 건축은 완성되지 못했고, 그의 사후(死後) 다른 건축가들에 의해 작업이 진행되다가 1936년 스페인 내란으로 중단되었다.

1952년 건축이 재개되어 지금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앞으로도 얼마나 더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희대의 건축물에 대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종교 건축물 중 하나’ 혹은 ‘인간이 만든 최고의 조형물’, ‘신이 머물 지상의 유일한 공간’이라는 평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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