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잃어버린 20년’ 될 수도
[2025년 한국] ‘잃어버린 20년’ 될 수도
  •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5.06.15 09:56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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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호 특집] 10년 후의 한국 경제

1962년부터 시작된 경제개발 5개년계획은 1996년 제7차 계획(1992~1996)을 마지막으로 하여 종료되었다.

이듬해인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고, 그 이후부터는 ‘한국의 상징’이나 다름없던 경제개발계획 자체가 폐기되었다.

민간 경제활동의 자유 보장과 시장경제질서 확립, 그리고 재정 안정화를 이유로 국가 차원의 경제개발계획 무용론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우리는 국가발전계획이 없는 나라, 미래 예측이 불가능한 나라가 되었다. 

노무현 정부시절 ‘비전 2030’이란 계획을 야심차게 준비했다.이명박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08년 8월 노무현 정부가 수립한  ‘비전 2030’을 공식 폐기하고 2010년 6월 ‘미래비전 2040’을 발표했다.

2040년 1인당 GDP 6만 달러 달성과 세계 10대 경제대국 도약이 핵심이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는 이런 정책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관심조차 없다.

지난 20세기 100년을 놓고 볼 때 1950년을 기점으로 그 전반부 50년의 한국은 쇄국(鎖國), 망국(亡國),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 남의 힘에 의한 해방, 분단, 전쟁 등 실패국가의 전형이었다. 반면 경제개발계획이 성장 엔진이 되어 질주해 온 후반부 50년은 성공국가의 전형이었다.

성장엔진이 꺼져가고 있다 

건국 당시 1인당 35달러에 불과했던 국민소득이 2014년에는 2만8739달러로 3만 달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고, 2012년에는 선진국의 상징인 20-50클럽에도 가입했다.

지구상에서 20-50클럽(인구 5000만 명 이상의 나라 중 1인당 소득 2만 달러가 넘는 나라)에 가입한 나라는 일본, 프랑스, 미국, 영국, 이탈리아, 독일, 한국 등 7개국에 불과하다.

경제개발계획이 추진되던 30여 년 동안 연평균 7~8%의 고성장을 구가했고, 외환위기 이후인 2001부터 2005년 사이에도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4.5%를 이어온 나라가 한국이었다. 

그러나 2011년에는 3.6%, 2012년 2%로 내리막을 탔다. 2014년에는 상황이 약간 호전되어 3.6~3.7%를 유지했지만, 어느 누구도 한국의 성장을 낙관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0년대 한국의 연평균 잠재성장률을 2.6~2.8%, 2030년대는 1.6~2.2%로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경영학의 석학(碩學) 피터 드러커는 전 세계에서 기업가 정신이 가장 왕성한 나라로 한국을 꼽았다.

그런데 드높은 애국심과 투철한 국가관, 사업보국(事業報國)의 정열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해 온 대한민국의 기업가들은 언제부터인가 모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구촌 곳곳을 누비며 ‘캔 두 스피릿(Can do spirit)’을 외치던 한국인들의 기가 꺾이고, 성장 엔진이 제자리에서 헛돌고 있다.

2013년 초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50여 개 산업의 대표 제품과 서비스의 2012년 시장점유율을 조사했다. 

그 결과 세계 1위는 미국이 19개, 일본 12개, 한국은 8개를 차지했다. 흥미로운 것은 한국의 1위 품목 8개 중 7개가 삼성 제품이었다. 한국경제는 삼성이라는 단일 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30대 그룹의 순수익 총액에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 두 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00대 기업의 이익에서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의 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7년 19%에서 2009년에는 35%, 2012년에는 51%로 높아졌다. 2013년 6월에는 한국 무역수지 흑자의 절반을 삼성전자 한 회사가 기록했다.

현재도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곧 한국의 경쟁력이나 다름없다. 삼성전자가 승승장구하면 한국경제도 덩달아 활황이고, 그 반대가 되면 한국경제는 추락한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국제경쟁력은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한국판 ‘잃어버린 20년’ 될 수도 

3세 경영체제로 이행한 삼성전자는 IT와 모바일이 전체 매출의 62%, 전체 영업이익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삼성그룹 전체, 그리고 한국경제의 절반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스마트폰 경쟁력은 2~3년 안에 ‘성장의 한계’를 맞아 2020년 이후에는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6~2018년이 되면 중국 전자기업의 기술력이 삼성을 추월할 것이며, 2020년이 되면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무인자동차, 로봇산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ICT 산업의 경계를 무너뜨려 삼성전자의 설 땅이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2030 대담한 미래>의 저자인 미래학자 최윤식의 전망에 의하면 전자산업은 5년 안에 중국에 추월당하고, 이동통신 3사(SKT, KT, LG)중 하나는 망한다.

그 동안 한국을 먹여 살리는 데 기여해 온 효자 업종이었던 조선업은 2010년 상반기에 사상 처음으로 조선업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3대 지표(수주량, 수주잔량, 건조량) 모두 중국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이런 결과는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5년 정도 빠른 추세다.

▲ 우리나라는 7차에 걸친 경제개발계획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성취했다. 그러나 그 후 리더십 부재로 성장동력을 확보하지 못해 '잃어버린 20년'을 맞게 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3년 조선·해운이 주축이었던 STX그룹이 해체되었고, 한국 조선업의 대표주자인 현대중공업은 2010년 5조5318억 원이던 영업이익이 2012년 1조9932억 원, 2013년 8019억 원으로 크게 줄었으며, 급기야 2014년에는 3조2495억 원의 대규모 적자로 반전되었다. 한국의 조선기업들은 5~10년 안에 상당수가 구조조정 될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철강 산업도 2012년에 이미 전 세계에서 25% 정도 공급과잉 상태고, 석유화학산업도 후발국과 산유국들이 자체 설비를 확장하고 있어 전망이 지극히 불투명하다.

건설사는 추가로 10~20개 정도가 파산할 것이고, ‘한국의 희망’ 중의 하나인 자동차산업도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현실 앞에서 위기를 맞고 있다.

자동차의 주력인 휘발유차는 중국, 인도가 잠식해 오고 하이브리드나 전기자동차 등 미래형 자동차는 일본, 유럽, 미국이 앞서가고 있다.

전기자동차 기술이 ICT산업과 결합되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무인자동차가 5년 내에 상용화 되면 기존의 자동차 산업은 업(業)의 개념 자체가 혁명적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런 지각변동의 혁명적 상황에서 한국의 전통 제조업의  설 땅이 어느 정도나 될 것인지 예측 불가능이다.

최윤식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한국이 선방을 하면 저성장 국면일 것이고, 리더십이 실종되어 현 상황이 그대로 이어지면 한국은 15년 내에 두 차례에 걸쳐 1997년에 버금가거나, 그때보다 더 심각한 외환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국판 ‘잃어버린 20년’을 경고하고 있다.

중국, 미국 기업들의 대약진 

중국이 경제성장을 하는 동안 그 과실을 가장 많이 따 먹고,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는 한국이었다.

우리 경제의 원동력인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25.4%로, 미국·유럽연합(EU)·일본으로의 수출을 합친 26.9%와 비슷하다. 

2005년부터 한국의 무역흑자 중 대중(對中) 흑자가 전체 무역수지 흑자를 넘어서고 있다. 예를 들면, 2013년 한국의 전체 무역 흑자는 441억 달러였으나 대중 무역 흑자는 그보다 187억 달러가 많은 628억 달러였다. 우리는 중국에서 돈을 벌어 일본에 가져다주는 무역 형태를 반복해 왔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회 저변에서는 중국이 미국보다 얻을 것이 더 많으며, 동맹국 미국보다 중국 편에 서는 것이 국익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착각들이 독감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 경제가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은 더 이상 한국을 위한 ‘현찰 두둑한 지갑’이 아니라, 이제부터는 한국 기업들에게 최대의 적이자 대재앙이 될 것이 분명하다.

중국도 인건비가 만만치 않게 올랐기 때문에 한계에 다다른 노동집약적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중국의 산업 발전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중간재 공급기지다. 그런데 한국이 장악하고 있는 중간재 시장을 중국 기업들이 빼앗기 위해 한·중 간에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전망은 지극히 어둡다.

중국 기업들이 전통산업, 미래산업을 막론하고 한국을 기술력이나 연구개발, 마케팅, 자금동원 면에서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한동안 주춤거렸던 미국의 제조업도 획기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0년 1월 27일 “5년 간 수출을 2배로 늘려 미국 내에서 2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다.

차입과 소비의 시대를, 국내에선 덜 소비하고 나라 밖으로 더 수출하는 시대로 바꾸는 새로운 성장과 토대를 놓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미국은 지금 이 전략을 착실히 수행 중이다. 

미국의 제조업은 한국이나 중국의 제조업과는 비교할 수 없는 기술적 우위가 강점이다. 첨단기술로 무장한 미국 기업들은 이제 3D 프린터, 무인자동차, 소프트웨어, 바이오산업, 인공지능, 나노산업, 우주산업 등 미래형 신산업으로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천연가스의 6분의 1 가격에 불과한 셰일 가스와 셰일 오일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자국에서 생산되는 값싼 셰일 가스와 셰일 오일 덕분에 미국 기업들의 에너지 비용은 다른 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아져 더더욱 경쟁력이 강해질 것이다.

제3, 제4의 산업혁명 대비하라 

서로 다른 기술과 기술의 결합과 융합, 업(業)의 경계 파괴, 기술과 문화·예술·사회제도 등 유무형의 지적(知的) 산물들이 융합되고 복합되어(이런 현상을 케빈 켈리는 ‘테크늄·Technium’이라고 명명했다) 나타날 무시무시한 제3, 제4의 혁명이 3D 프린터와 무인자동차,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을 매개로 일어날 것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D 프린터 산업을 미국의 미래라고 선언했으며,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과 로봇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미군은 공상과학 영화에나 등장했던 드론 전투병, 웨어러블 컴퓨터와 입는 로봇으로 무장한 휴머노이드 군인을 곧 실전 배치한다.

애플의 아이폰을 생산하는 중국 기업 폭스콘은 아이폰6를 제조하기 위해 폭스봇이라는 로봇 1만 대를 투입했다.

2030년 이전에 기존의 제조업은 인간의 일자리를 3D 프린터와 로봇에게 넘겨주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제3세계의 저임 노동력을 활용하던 공장들은 존재가치가 사라진다.

문제는 제3, 제4의 산업혁명과 관련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의 거의 대부분을 미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10년 후 한국은 이러한 강력한 경쟁자들에 둘러싸여 있을 것이다. 우리의 기업들은 이러한 경쟁자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고 살아남아야 한국의 미래가 담보된다.

과연 우리의 기업, 한국의 시스템이 이러한 경쟁력을 담보해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낙관보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가 아직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한국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통해 제2의 성장을 이룩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수한 인적 자원이 그렇고, 한국이 취득한 삼극 특허(triadic patent: 미국특허청, 일본특허청, 유럽특허청 등 전 세계 특허를 주도하는 3개국의 특허청에 모두 등록된 특허) 수는 2010년 현재 OECD 국가 가운데 일본 미국, 독일, 프랑스에 이어 5위다.

2011년 한국의 IT 기술경쟁력은 미국, 일본에 이어 전체 3위를 기록했다.

또 한국의 과학 인프라는 미국, 일본, 독일,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5위, 기업 차원의 기술 흡수력 부문 세계 9위, 한국 기업들의 GDP 대비 연구개발비 지출은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다.

우리에게 미래는 있는가? 

한국은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이뤄졌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7~8%의 높은 경제성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생산연령 인구가 감소기로 돌아서고 있고, 2030년 이후부터는 절대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되면 경제성장률과 자산시장 성장률이 하락하게 된다. 저성장이 지속되면 가까스로 선진국 문턱에 도달한 한국경제가 선진국 하위권에서 맴돌거나, 잘못하면 선진국 대열에서 탈락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저성장 구조에서 벗어나려면 기업들, 특히 기업가들이 고통과 위험부담을 감수하면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2~3세 오너 경영자들은 고통과 위험부담을 감수하기보다는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을 통해 손쉽게 경쟁력을 유지하려 하고 있다.

한계에 다다른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경제민주화 관련 법규들, 강성 노조의 활동으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국내 투자 비용은 급감하고 있고, 반면에 해외 투자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2005년 97억 달러였으나 2011년에는 445억 달러로 4.5배나 늘었다.

최근 10년간 우리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는 직접투자의 약 4배 규모다.

우리 기업들은 매년 평균 400억 달러 이상을 해외에 투자하고 있다. 이 돈을 국내 투자로 돌릴 경우 우리나라는 현재보다 3% 정도 더 성장할 수 있고, 매년 양질의 일자리 40만 개씩을 더 만들어낼 수 있다.

다른 어떤 노력보다도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업들을 국내에 붙잡아두거나, 해외 진출한 기업을 국내로 유턴시키는 것이 성장률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첩경이다.

우리는 기업을 옥죄는 갖가지 규제와 법률을 제정하여 기업들을 해외로 내쫓다시피 하고는, 일자리 창출을 한답시고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사회적 기업 육성이니, 시간제 일자리니 하면서 저급한 일자리를 양산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기업이 국내에 투자하도록 하려면 외국 기업을 한국에 유치하는 만큼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여 모든 규제와 법률을 정비하고, 수단 방법을 다 동원해 반(反)기업 정서를 친(親)기업 정서로 돌려놓아야 한다.

이것이 10년 후의 한국을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나라로 돌려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키워드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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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현 2016-07-03 11:19:36
좋은 기사네요.

최지혜 2015-06-23 14:39:42
간만에 기사다운 기사를 읽었네요. 블로그로 출처 밝히고 퍼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심현보 2015-06-17 11:07:52
기사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