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왜 6·25를 막지 못했나?
미국은 왜 6·25를 막지 못했나?
  • 정재욱 미래한국 기자
  • 승인 2015.06.1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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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소개]<6·25전쟁과 미국> (남시욱 著, 청 미디어)

트루먼·애치슨·맥아더의 역할 

동아일보 기자이자 문화일보 사장 출신 원로 언론인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가 신간 <6·25전쟁과 미국>을 출간했다. 

이 책은 6·25전쟁을 스탈린의 공산진영 국제공산주의와 트루먼이 이끈 서방 진영 간에 벌어진 이념적 십자군 전쟁으로 규정했다. 

브루스 커밍스로 대표되는 수정주의적 시각의 남북한 간 ‘내전설’을 배격하는 것이다.

물론 전쟁의 책임은 스탈린에게 있음을 명확히 밝혀냈다. 스탈린과 김일성 사이에 오간 문건이나 소련과 북한의 작전 계획 서류 등을 통해 6·25전쟁이 스탈린과 김일성의 합작품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스탈린의 역할에 더 방점을 둔 것이다. 

스탈린이 전쟁의 전 과정에 걸쳐 일일이 전략 전술을 지시하고, 미 공군의 폭격에 견디다 못한 김일성의 조기 휴전 건의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이런 규정은 1991년 말 소련이 붕괴된 후 방대한 분량의 비밀문서들이 공개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저자는 구 소련 기밀문서가 공개된 시기를 6·25전쟁 연구의 분수령이라고 밝히며, 이 책의 연구가 새롭게 공개된 소련의 비밀문서들의 연구를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6·25전쟁의 전 과정에서 미국의 역할에 주목했다. 그 중에서도 저자는 당시 국제 정세와 더불어 미국의 세 주역인 트루먼 대통령-애치슨 국무장관-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의 개인적 성향과 이들 사이의 협력과 갈등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전쟁 이전의 강대국 간의 회담들과 6·25전쟁의 발발, 미국의 참전과 북진, 중국 참전 과정 등을 자세하게 소개한 이 책은 후반부의 많은 부분을 ‘미국은 왜 6·25전쟁을 막지 못했는가?’라는 전략적 성찰에 할애하고 있다. 

1945년 9월 38선 이남에 진주했던 미군이 철군하고 애치슨 미 국무장관이 발표한 태평양 방어선에서 한국을 제외한 장면이 결정적이었다.

미국은 북한을 과소 평가했을 뿐만 아니라, 소련의 북한군 전력 강화에도 무관심했다. 저자는 이를 미국의 ‘정보 실패’라고 설명했다.

▲ '6·25 전쟁과 미국'을 펴낸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

저자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참전, 특히 남침 개시 5일 만에 미군 지상군 파병이 결정된 것은 미소(美蘇) 냉전의 산물이라고 분석했다. 

남침 전쟁의 개시와 더불어 대한민국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기사회생한 것도 국제정치의 역학 관계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트루먼 대통령이 공산혁명을 전 세계로 퍼뜨리려는 스탈린의 야심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긴급히 참전을 결정했고, 맥아더 사령관의 강력한 건의를 받아들여 지상군을 파견했다고 밝혔다.

유엔군의 목표가 대한민국 통일로 가닥이 잡혀 유엔군이 평양 이북을 넘어 중국과의 국경선 인근까지 진격한 상황에서 중공의 개입을 막지도, 예상하지도 못했던 장면도 미국의 결정적 실수였다. 

저자에 따르면 중공의 개입은 트루먼 대통령과 애치슨 미 국무장관이 맥아더 사령관의 경고대로 중국을 군사력으로 막겠다는 단호한 경고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후 트루먼과 애치슨은 미국의 국가전략적 입장에서 거의 가치가 없고, 중요하지도 않은 한국에서 중공과 대결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맥아더의 확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현상 유지 차원에서 휴전을 모색했다.

이런 장면에서 볼 수 있듯이 6·25전쟁은 미국 국내에서는 ‘유럽 중심주의’ 트루먼 행정부와 ‘아시아 중심’ 맥아더의 대결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현재 중국이 미국과의 긴장관계를 조성하는 동북아 정세에서 우리 외교의 방향을 되새겨볼 수 있는 교훈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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