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한국형 미래 학교가 뜬다
[2025년 한국] 한국형 미래 학교가 뜬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06.17 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00호 특집] 10년 후의 한국의 교육
▲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미래한국 편집고문

한국 교육의 규모는 대충 이렇다. 매년 2만여 개의 유·초·중·고등학교에서 650여만 명의 학생들이 50만 명의 교원들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고, 432개의 고등교육기관에서 370여만 명의 대학생들이 8만5000여 명의 교수들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

이 일을 하는데, 약 53조 원 가량의 예산을 쓰고 있다. 국가 총 예산(2015년 376조 원)의 14.1%를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

복지·고용분야의 30%를 제외하곤 가장 많은 돈을 쓴다. 국방비(10%)보다 15.4조 원이나 더 많다.

한국 교육은 커다란 항공모함과 같다. 그냥 물에 띄우기만 하는데도 엄청난 비용이 드는 항공모함처럼 우리 교육은 그냥 제자리걸음만 하는 데 책정된 예산의 80% 이상을 써야 한다.

고정비용이 엄청나게 큰데, 무상급식과 누리과정 예산의 급증으로 고정비용의 비중은 점점 더 커져 가고 있다.


예산은 줄고, 고정비는 늘고… 

10년 후의 한국 교육을 전망하는 데, 이런 교육예산을 에워싼 압박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 교육은 지난 50여 년을 미뤄온 강의 중심 교육으로부터 탈피해서 창의인성(人性) 중심의 체험교육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해야 하고, 거기에는 엄청난 재정이 소요되는데, 안팎으로부터 예산 축소의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예산 당국자는 학생 인구가 감소하므로, 그에 상응해서 교육 예산도 줄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원칙을 강하게 내세우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는 무상급식, 누리과정 및 비(非)교원 일반 행정직의 기하급수적 증가로 인해 불가피한 고정비용은 확대일로에 있다.

항공모함이 항로를 바꿔 새 길로 가려고 하는데, 엔진을 가속할 연료가 부족하여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형국이다.

향후 10년 내에 발등에 불처럼 떨어질 급한 문제부터 몇 가지 지적해 보자. 지난 5월 22일 인천 송도에서 개최된 세계교육포럼이 외양으론 멋있게 마무리 되었다.

교육 분야의 올림픽이라 불리는 이번 인천 세계교육포럼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유니세프,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 대표,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의 교육 리더 1500여 명이 참석해 국제사회의 교육 성과를 점검하고 향후 15년을 이끌 세계 교육의 발전 방향을 설정했다.

포럼의 개최국이자 인천교육선언의 주축국으로서 한국 교육의 위상을 높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우리는 OECD 표준으로 보면 교육 후진국이다.

초등학교 학급당 학생수를 보면 OECD 평균이 21.2명인데, 우리는 26.3명이다. 이 수치를 평균으로 낮추는 데 필요한 뚜렷한 계획을 못 세우고 있다.

그저 시간이 가면 해결될 문제로 치부하면서 바라보고만 있다. 학급당 학생 수는 교육의 전반적 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바로미터다. 향후 10년 사이에 이 수치를 낮추려는 노력이 무시되지 않기를 바란다. 


노후한 학교 건물, 어찌할 것인가 

외국에 대한 교육 원조도 좋지만, 우리 교육의 허술한 점을 먼저 고치는 일이 더 중요하다.

10년 앞을 내다보면서 우선 시급히 투자해야 할 일 중의 하나인데, 예산 당국과의 시선 차이가 커서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아파트가 일정 연수가 경과하면 헐고 다시 지어야 하는 것처럼, 학교도 노후화되면 다시 지어야 한다.

지금 현재 우리나라 학교 건물 중 1980년대 이전에 지어 30년 이상 경과한 노후 시설의 비중이 21%에 이른다.

사립학교 비중이 큰 대도시, 그 중에서도 특히 서울의 경우 위험 시설로 간주되기 직전의 학교 시설이 향후 10년 사이에 크게 늘어날 것이다.

1970년 고교 평준화 정책 이래 사립 중고등학교의 학교 건물 개보수나 신축 여력이 극히 낮아졌다.

위험 건물로 판정되면 즉시 학생들을 소개하고 건물을 다시 지어야 하는데, 그렇게 예상되는 학교 건물이 향후 10년 내에 부지기수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 분야에 매년 약 1조 원 이상의 예산이 추가되어야 하는데, 이런 예산의 확보 가능성은 무척 낮다.

노후화 된 건물에서 예상되는 긴급 현안 중의 하나는 석면이다. 건물의 노후화로 인해 지금까지 감춰져 있던 석면이 노출되기 시작하고 있다. 석면은 암 유발 물질로 판정됐기 때문에 학부모의 항의가 거세질 것이다. 


줄어드는 예산,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 

전국적으로 석면 문제를 안고 있는 노후 학교시설이 조사되어 단계적인 개보수가 시작되고 있지만, 예산 문제로 추진 속도가 너무 느리다.

언제 어디서 석면 문제가 폭탄처럼 터질지 담당자들은 조마조마한 심정이다. 10년 내에 불거질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다. 이런 것 모두가 예산과 관련된다.

예산 부족을 둘러싼 갈등이 향후 10년 사이에 거세질 것이다. 2014년 누리과정(만 3~5세 어린이들의 공평한 교육과 보육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2012년부터 국가가 공통으로 시행하는 표준적인 교육 내용. 공립유치원은 1인당 11만 원,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운영지원비 22만 원과 방과 후 활동비 7만 원 등 1인당 29만 원 지급) 투입 예산이 2.6조 원이었다.

이 예산을 놓고 지자체(地自體), 교육감, 정부 간의 대립이 첨예했는데, 2년 후인 2017년에는 누리과정 예산이 두 배(약 5조 원)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무상급식도 누리과정 예산과 거의 맞먹는 액수다.

▲ 우리나라는 2014년부터 수업에 빅데이터 개념을 도입했고, 창의적인 사고와 표현능력을 강조하는 미래형 학교를 연구하고 있다. 사진은 스마트교실 시범 수업 장면.

무상급식은 지자체가 추진한 사업이고, 누리과정은 교육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다. 예산 부족의 압박 속에서도 지자체는 무상급식을 우선적으로 시행하기를 원하나, 교육부는 누리과정의 우선 시행을 원한다.

특히 소위 진보 색채의 교육감들은 무상급식에 강한 열정을 보이나, 정부는 누리과정이 국책사업임을 내세워 우선 시행을 요구한다. 

누리과정 예산은 100% 정부 예산으로 추진하게 되어 있지만, 무상급식은 교육감의 교육예산과 시도지사의 지자체 예산 지원을 받아 추진토록 되어 있다.
 
올해 초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비 지원을 중단한 사례는 17개 지자체 어디에서도 재발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갈등은 예산 부족 차원만이 아니라, 진보-보수의 이념대립까지 결부되어 있어 향후 10년 사이에 우리 교육계에 뜨거운 감자로 번질 우려가 크다.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방과 후 학습 예산이 2년 후에는 1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처럼 엄청난 예산을 교육감이 별도로 확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 사업은 교육격차 해소라는 명분과 저소득층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해 온 성과가 있는 사업이었기 때문에 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예산이 결코 만만치 않다. 현재의 증가 추세로 보면 곧 1조 원 규모의 사업으로 확대될 것이 분명한데, 고정비용의 과다로 이 예산의 확보도 불투명하다. 앞으로 10년, 교육감들과 정부(교육부)의 힘겨운 대립과 긴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대학들도 물먹는 하마이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약 10조 원의 예산이 대학에 지원되었다. 입학 자원의 급격한 저하로 대도시의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유지 자체가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학들이 부지기수다. 

교육부는 구조조정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도록 종용도 하고, 예산 지원도 하고 있다. 예산 지원 없이 대학구조 개혁은 거의 불가능한데, 여기에 쓸 돈은 점차 줄어드는 형편이다.
 
향후 10년 사이 대학은 입학 자원의 감소, 반값 등록금 정책, 예산 압박, 이로 인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물적, 인적 구조조정 등으로 한바탕 소란이 일게 될 가능성이 크다. 대학 당사자들이 자구 노력을 펼치겠지만, 교육부에 대한 원망도 함께 거세질 것이다.


교육 개혁의 성공작들 

최근 10년 사이 한국 교육은 나름대로 변화를 시도해 성과를 거둔 정책들이 몇 가지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네 가지 사업이 그것이다. 

실업계고 활성화에 성공한 마이스터고 지원, 대학 전형의 다양화를 이끈 입학사정관제, 고교 다양화와 특성화의 시발이 된 자립형 사립고 정책, 그리고 숨 막히는 교과 교육에 숨통을 틔우게 한 창의인성 교육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사업들은 일부의 저항은 있을지 모르나 이미 많은 성과가 입증되어 지지를 받고 있으므로 향후 10년 간 더 공고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진행형인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 중에서도 벌써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정책들이 나타나고 있다.

▲초·중·고교 시절 24개 학기 중 적어도 한 학기만이라도 자유롭게 자기 탐색을 할 시간을 주자는 자유학기제 ▲학력 중심 사회를 능력 중심 사회로 이끌 견인차로 시도된 국가능력인증제(NCS: National Competence Standard) ▲행복한 교실에서 행복한 학습이 가능하도록 교육 풍토를 조성하려는 행복교육 정책 ▲등록금 부담을 덜어 대학생들을 학업에 전념토록 유도하는 반값 등록금 정책 등 네 가지가 돋보인다.

이런 정책들은 한국이 당면한 고질적 병폐를 정확하게 겨냥한 것으로 진보-보수의 색깔에 상관없이 일관성 있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10년 간 교육계를 뜨겁게 달굴 문젯거리 이슈도 있다.  그 중 하나가 국사 교과서의 위상 문제다. 현재와 같은 검정체제를 유지해서 다양한 교과서 형태로 갈 것인지, 아니면 국정체제를 도입해서 단일 형태로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데, 논란이 예상된다. 교과서 제작의 일반론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진보와 보수의 첨예한 시각 차이를 해소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전교조의 노동조합 위상 문제다. 법적 합리성으로만 풀릴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향후 10년 사이에 교육계를 긴장 시킬 대형 지뢰다.
 
향후 10년, 즉 2025년까지 우리는 예상되는 문제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항로 앞의 장애물 제거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눈을 돌려 새로운 항로를 찾아가야 한다.

이른바 블루오션(Blue Ocean)을 찾아서 대한민국 교육이라는 거대한 함대의 진로를 바꿀 준비도 해야 한다.

이번 세계교육포럼에서도 나타났듯이 세계의 교육은 이제 IT 테크놀로지와 연계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해 간다. 교실 수업의 혁신을 통해서 수업 효율을 올려야 하는데, IT 기술의 도입은 절대적 가치를 지닌다.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 거꾸로 수업(Flipped Learning)의 경우 IT 기술의 도입은 필수적이다. 많은 양의 지식을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효과적으로 인지시키는 데 IT 기술이 필요하고, 학생 내면의 사고, 감정, 이미지, 창의적 아이디어, 의견을 가장 손쉽게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도구도 IT 기술이다.

미래 교육은 ‘학생 내면의 무한한 잠재력을 최고의 IT 기술을 교육적으로 활용하여 어떻게 최대한 끄집어 낼 것인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미래 교육을 세계적으로 선도할 가장 적절한 위치에 서 있다.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이미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대한민국의 어떤 벽촌 산골 학교에도 광케이블이 깔려 있고, 전 국민의 스마트폰 소지율이 가장 높다. 세계 최고의 IT 비즈니스가 대한민국에 무수히 많다.

어디 그 뿐인가? IT 기술에 익숙하고 유능하고 열정적인 젊은 교사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고 좋은 교육, 새로운 교육을 애타게 찾는 젊은 엄마 아빠가 얼마든지 많다.

기러기 아빠와 가족이란 결국 더 좋은 교육에 대한 열망의 한 표현이 아닌가? 이제는 이런 우수 자원들이 세계 교육을 선도할 미래형 교육, 미래형 학교 만들기에 협업체제를 갖춰야 한다. 


한국형 미래 학교의 꿈 

미국의 IT 기업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미래형 학교를 출시했다. 여러 곳에서 새로운 형태의 미래 학교 모습을 구체화 시켜나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4년부터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 서울시 교육청이 협업하여 미래 학교 연구를 가동 시켰다. 50여 명의 교사들이 집중 투입되어 중학교 레벨에서 미래형 학교의 꿈을 그리고 있다.

빅데이터 개념이 도입되어 평가 없는 학교, 완전학습이 이뤄져 숙제가 없는 학교, 수업 시간이 단축되어 자유시간이 확대된 학교, 암기 활동이 필요 없이 창의적 사고와 표현능력이 강조되는 수업, 좋아하고 잘하는 쪽으로 진로를 찾도록 하는 진로 체험이 풍부한 학교 활동 등이 미래 학교의 필수품목들이다. 이런 교육을 실현할 미래 학교는 세계인 모두가 꿈꾸는 교육이고 학교다.

만약 이런 미래 학교가 한국에서 생겨나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면, 이런 학교는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하고 자랑스러운 수출품이 될 것이다. 학교라는 시스템 자체가 하나의 공장 플랜트처럼 수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교사 훈련은 별도로 해 줘야 한다. 앞으로 10년이 고비다. 이 기간 중에 한국형 미래 학교를 탄생시켜야 한다. 그래서 이 미래 학교로 한국 교육의 고질적 병폐를 일소하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교육으로 명성을 회복해야 한다.

그런 후에 한국형 미래 학교는 전 세계로 퍼져 나가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2015 세계교육포럼에서 2030년까지 성취하기로 선언된 ‘모두를 위한 양질의 교육 보장’이라는 약속도 실천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