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장마당 영향 받아 당원보다 부자 선호
[2025년 한국] 장마당 영향 받아 당원보다 부자 선호
  • 미래한국
  • 승인 2015.06.1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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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호 특집] 10년 후의 북한
▲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원장· 미래한국 편집위원

북한에서는 일기예보가 너무 맞지 않아 일기예보를 ‘공개적으로 하는 거짓말’이라고 한다. 

오히려 자연 현상인 노을, 구름의 모양, 새와 곤충 등의 행동을 통해 주민들 스스로 날씨를 예측한다.

김정일 마저 “북한에서 나에게 공개적으로 마음 놓고 거짓말하는 곳은 기상관측소 일기예보”라고 말한 적도 있다.

미래예측은 참으로 어렵다. 특히 통일 한국을 예측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북한에서 태어나 33년을 지낸 후 남한에 와 18년 동안 생활하면서 겪은 일을 돌아보며 풍요롭고 평화로우며 자유로운 통일 한국의 길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의의가 있다고 하겠다. 10년 후 북한은 어떤 모습일지 3가지 항목으로 나눠 살펴보려 한다.

1945년 일제의 패망과 함께 해방이 찾아왔다. 남과 북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건국 철학에 따른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와 소련군을 등에 업고 나타난 김일성의 사회주의 체제로 각기 다른 체제가 수립됐다.

북한은 노동자, 농민을 위한다는 사회주의 일반적인 논리를 내세워 유산자와 인텔리, 종교인들을 숙청하고 실제로는 배급제 왕조사회를 건설했다.

북한 주민들은 조선시대와 다름없는, 어쩌면 조선시대보다 더 심한 계급사회에서 출신 성분에 따라 차별을 당하고 있다. 인간으로서 향유해야 할 모든 자유와 권리를 빼앗긴 채 노예로 전락했다.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기보다는 정권의 요구에 순응하여 살아가는 국가의존적인 가치관과 의식구조가 고착되었다.

1994년 김일성 사망과 함께 배급제도가 붕괴되자 갑자기 살길을 잃은 북한 주민들은 굶어죽어도 밭머리에 나와 일하고 사회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최고지도자의 지시만을 믿고 앉아 있다가 300만 명이 굶어죽었다.

수백만 명이 굶어죽는 처참한 상황을 지켜보면서도 정권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배급 제도를 부활시켜 밥을 먹여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십 수 년을 버텨냈다.

그러나 일부 주민들은 살아남기 위해 체제에 반하는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살기 위해 시작한 장사는 냉혹했고, 그 과정에서 파산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도 나타나 혼란기를 이용해 북한판 신흥 갑부가 출현하기도 했다.

현재 북한에서 조선노동당원이라는 타이틀은 생계를 유지하고 돈을 버는 데 별로 큰 도움이 되지 않아 조선노동당에 입당하려는 사람들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의 껍데기를 쓴 지하 시장경제에 의해 운영되는 불법 시장 국가다. 

모든 상거래를 포함하여 복잡한 인간관계와 거래관계는 일정한 룰이 있어 이를 지키도록 강제하는 법치(法治)가 필요하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밥 먹고 인간답게 사는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30년 가까이 지하 시장경제에 의존해 살아가면서 눈치와 뇌물과 불법 등에 익숙해 있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지하 시장경제는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한탕주의로 몰아가고 있고, 도덕적으로 살려는 사람을 바보 취급할 정도로 윤리의식이 추락하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는 법을 잘 지켜 굶어죽은 사람이 더 애국자인가, 아니면 불법이라며 철저하게 통제하는 장사를 해서라도 밥을 먹고 살아남아 사회주의 제도의 일원이 된 사람이 더 애국자인가 하는 논쟁이 유행한다고 한다.

지금 북한에 가장 필요한 정책이 있다면 지하 시장경제를 양성화시켜 주민들을 불법의 구덩이에서 구해주고 공정한 법과 질서, 원칙을 세우고 개인들이 노력한 대가에 대해 사적(私的) 소유권을 보장해주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 지금처럼 불법 지하 시장경제 체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뇌물과 아부와 권력의 강도에 따라 아무 때나 주민들의 개인 재산을 빼앗고 불법을 이유로 공개 처형이 난무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한국 정부와 국민은 북한 주민들의 자유와 인권 해방에 관심을 가져 이들이 하루빨리 인간다운 삶을 살도록 도와줘야 한다.


배급제 붕괴가 가져온 충격 : 장마당

북한은 1958년 사회주의 협동화와 개인상공업 및 개인기업의 국유화를 통해서 장마당이 완전히 사라지고 사회주의 계획경제 배급제도로 전락했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일한 것에 대한 권리를 전혀 행사할 수 없고 나라에서 나눠주는 대로만 먹고 입고 쓰고 살아야 했다.

모든 생필품은 국영 상점에서만 취급되고, 이곳에서는 늘 상품이 부족해 소비자는 대접받지 못하고 공급자들은 기득권을 누리며 ‘슈퍼 갑’처럼 행동했다.

그러다 보니 북한의 생필품과 식량배급 등 생존에 필요한 물자를 다루는 모든 영역은 소위 빨치산 줄기들, 로열 패밀리, 권력층의 전용물이 되었고 노동자, 농민들은 팬티 한 장도 마음대로 구입할 수 없는 물건의 노예로 되었다.

그러다가 무려 300만이 굶어죽는 참사를 빚음에 따라 배급제가 붕괴되고 고난의 행군은 북한 주민들에게 장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목숨 걸고 지하 시장경제에 뛰어든 북한 주민들은 목숨을 부지하여 사회주의를 지키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배급제 시대 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돈맛도 톡톡히 보게 되었다.

지하 시장경제가 활성화되면서 북한 주민들은 처음으로 물건을 사면서 세도를 부리게 되었고 지하 시장경제의 대표적인 영역인 장마당에서 북한 주민들은 소비자가 대우를 받는 시대를 체험하게 되었다.

출신 성분에 의해 나뉜 계급에 의해 출세가 결정되고 출세해 권력을 가지게 되면 그것이 곧 풍요로운 생활을 의미했던 배급제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또 하늘이 내려주는 운에 따라 벼락부자가 되거나 떼돈을 번 사람들이 나타나게 됐다.

북한에서 장마당은 전에는 노인들의 소일거리 장소에서 북한 주민의 생명선을 떠받치는 생명줄로 급부상한 것이다.

그 결과 북한의 장마당에는 권력자들이 몰려들게 되었고, 장마당을 통제할 시스템이 미비했던 당국은 시도 때도 없이 장마당 폐쇄령을 내려 북한의 사법부와 행정부는 장마당 통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신흥부자는 로열패밀리, 혹은 권력층

자유를 기반으로 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시장경제의 가장 기초영역인 북한의 장마당에서는 소유권이 보호되지 않는다.

모든 거래와 경제활동은 불법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돈을 많이 만지고 많이 벌수록 이를 지키기 위해 권력자들과 밀착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북한의 지하경제는 오프라인과 은폐라인이 있는데, 오프라인은 주로 생계형이고 은폐라인일수록 떼돈을 벌고 권력 밀착형이며 거래량도 대규모다. 따라서 북한의 신흥 부자를 형성하는 라인은 실제로 은폐라인들이다.

이러한 은폐라인들은 주로 로열 패밀리들과 권력층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 사회주의 배급제도가 무너지고 지하 시장경제로 전환되었다고 해도 새로운 부유층으로 떠오르는 세력은 또다시 권력층이거나 권력층을 등에 업은 자들이자 김정은의 측근들이다. 

어떤 권력층이 돈을 벌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소유권의 보호가 없는 불법으로 취득한 자산에 속한다. 따라서 언제든지 김정은의 마음먹기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김정은의 통치 권력은 바로 이러한 재산권을 눈감고 봐주는가, 아니면 불법으로 인정하여 언제든지 공개처형을 하든가, 아니면 부정부패로 몰아 재산을 몰수하고 숙청을 하는가 하는 데서 나온다고 봐야 할 것이다. 

▲ 지난 5월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 전역의 '장마당'이 396개에 이르며 이는 5년 전보다 배로 늘어난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9월 평안남도 개천시를 촬영한 위성사진(위)을 보면, '장마당'으로 예상되는 하얀색 지붕이 보인다. 이는 2013년 촬영한 위성사진(아래)에는 등장하지 않아 새로 생긴 장마당으로 추정된다.

한 가지 명백한 것은 장마당에서 돈의 맛을 보고, 배급이 아닌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이밥(쌀밥)을 먹어본 북한 주민들은 다시는 배급제를 원하지 않는다.

북한 주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안정된 상태에서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장사도 하고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경제활동의 결과물을 법적으로 보호받고 싶어 하는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이 10년 내에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지하 시장경제를 양성화하고 소유권을 보호해 줘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은 북한을 산업화하고 현대화하는 일에 한국의 중소기업들을 대거 참여시켜 남북한의 균형적인 발전을 이뤄낼 수 있도록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기 폭락하는 북한 노동당 

배급제 시절에는 조선노동당의 위세가 하늘을 찔렀고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당의 지도와 역할이 최우선이었다.

조선노동당에 입당하여 당원이 되는 것이 북한 주민들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었고, 조선노동당에 입당하는 것은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조선노동당원증을 어깨에 메고 다녀야만 사람값을 한다고 생각했고, 비당원과 당원은 하늘과 땅의 차이었다.

특히 남자로서 나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입당하지 못하면 사람들은 뒤에서 비당원이라고 수군수군 대면서 출신 성분이 나쁘거나 본인 자체가 심각한 정치적인 과오가 있다고 판단하여 업신여김을 당하기도 했으며, 아이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러나 배급제도가 붕괴되어 나라에서 공급해주는 물자가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지고 출세가 생존과 상관관계가 적어지자 사람들은 노동당원이 되는 것에 대한 관심이 크게 줄어들었다. 노인들은 조선노동당원인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기까지 했다.

젊은 세대는 조선노동당에 입당하는 것보다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많이 버는 데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

현재는 공장이나 기업소에서도 조선노동당원을 간부로 임명하기 보다는 돈을 잘 벌어들이는 사람들을 간부로 임명하고, 돈을 많이 벌어서 국가에 많이 바치는 사람을 더 인정해준다고도 한다.

조선노동당에 대한 인기가 많이 추락했다는 것이 대부분 탈북민들의 증언이다. 물론 최고위층에서는 조선노동당원이 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계층에서는 조선노동당에 입당하는 것보다는 외화벌이를 잘해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최고라고 여기고 있다.

그러다보니 최근에는 북한에서 고위 간부에 오르는 것도 돈을 내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도당 책임비서 운전수직에 취업하는 데도 5000달러 이상의 비용을 내야 하고, 어떤 직업이나 간부직들의 거래비용이 정해져 있어 당원이 되기보다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더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민에게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고 기와집에서 비단옷을 입고 살게 해주겠다면서 수십 년 동안을 가난하고 배고프게 하다가 결국에는 수백만 명을 굶어죽게 한 조선노동당을 신뢰하는 북한 주민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어 김정은 노동당이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노동당처럼 대우받기는 아주 어려울 것으로 사료된다. 

독재자를 위한, 독재자에 의한, 독재자의 독재 실현 도구인 조선노동당은 향후 10년 이내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 남북한 주민들을 위해 가장 절실한 일이다. 

‘장마당’이 북한을 시장경제로 체질 개선 중 
북한에 시장경제의 원리를 심어주는 ‘장마당’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400개 정도까지 늘어난 장마당이 ‘풀뿌리 시장경제’의 진원지로서 북한 경제 전체에 활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커티스 멜빈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한미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5월 21일 구글 위성사진을 분석해 “북한 내 장마당이 약 396개로 2010년의 200여개에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멜빈 연구원에 따르면 396개의 장마당 중 옥외나 길거리에 형성된 장마당이 77개로 전체의 약 20% 정도다.

그는 북한 주민의 생계 수단으로 시작한 장마당이 이제는 북한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개별 장마당의 위성사진을 과거 사진과 비교했을 때 새로 생기거나 개보수를 한 것으로 보이는 곳들도 있어 북한 당국도 장마당의 역할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을 전문으로 취재하는 일본 매체 ‘아시아프레스’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장마당의 모습도 북한 경제가 장마당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북한 취재 팀장은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게 배급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장마당에서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쌀을 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 대기근 이후 태동한 장마당이 20여 년 가량 발전하면서 단순한 생계 활동을 넘어 북한 전체의 경제 활동 모습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계획·배급 경제가 무너지고 시장화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원거리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배송·결제를 하는 북한식 물품 매매 시스템이 생겨나고, 무상 의료가 아닌 사적 약국도 성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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