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과 통일성이 인도의 저력”
“다양성과 통일성이 인도의 저력”
  • 정재욱 기자
  • 승인 2015.06.30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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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비크람 도라이스와미 주한 인도대사

“인도는 多종교, 多언어, 多정체성 바탕으로 세계 민주 사회 강력하게 이끌 것”

 

지난 5월 14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비크람 도라이스와미(Vikram Doraiswami)  주한 인도대사로부터 신임장을 받았다. 이날 신임장 제정식 참석자는 주한 인도 대사 1명뿐이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한 국가 대사에게만 신임장을 받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 신임장 제정식은 대통령의 바쁜 일정을 고려해 대상자가 3명 이상이 될 때 한꺼번에 모아 행사를 진행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도 지난해 11월 르완다, 파나마 대사 등과 함께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했다.

▲ 바크람 도라이스와미 신임 주한 인도 대사.

이러한 주한 인도 대사의 단독 신임장 제정식은 모디 총리의 방한에 앞서 주한 대사 챙기기 위한 행사였으며, 인도와의 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외교적 신호로 해석되었다. 신임 비크람 도라이스와미 대사는 전임자인 비쉬누 프라카쉬 대사에 이어 4월 13일 부임했다.

신임 비크람 도라이스와미 대사는 델리대학교에서 역사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기자로 활동하다가 인도 외무부에 들어가 1994년 5월 주(駐) 홍콩 인도 대사관의 3등 서기관으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인도 외무부 부의전장, 주유엔 인도 대표부 정치부 참사,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인도 총영사, 인도 외무부 북미국장, 주우즈베키스탄 대사에 이어 올 4월 13일 주한 인도대사로 부임했다.

비크람 도라이스와미 대사는 중국어가 유창하며 불어와 우르드어로 소통이 가능하다. 독서와 스포츠, 스쿼시, 등산, 여행, 재즈를 즐긴다. 부인 산기타 도라스와미 여사는 방갈로르대학교에서 심리학 석사를 수료했으며 15년간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했다. 슬하에 아들(15살)이 1명 있다.

 

-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과학, 군사적 측면에서 인도의 국력과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인도는 국제사회와 융화하고 협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는 인도가 빈곤한 수백만 명의 국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것이 국제사회에도 기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경제 발전을 촉진해 상호 이익을 도모할 파트너를 찾고 있습니다. 인도가 풍요로운 나라가 되면 지금까지 세계 평화와 안정,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것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특히 과학 기술 분야에서 인류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선진국이 되면 세계가 더 살기 좋고 안전하고 풍요로우며 민주적이 되는 데 일조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인도는 동쪽을 향해 움직인다


- 아시아에서는 인도와 더불어 중국의 부상이 주목됩니다.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과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 설정은 어떠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중국은 강대국입니다. 인도처럼 아시아를 초월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나라입니다. 중국은 인도의 가장 중요한 이웃 국가 중의 하나이고 인도와는 수천 년 동안 문명적 유대관계를 형성해왔습니다.

인도와 중국의 우호 협력이 증진되면 양국은 물론 아시아 지역과 전 세계에 유익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인도 정부와 국민들은 인도와 중국이 경제와 무역, 안보와 군사, 다자(多者) 협력, 정치적 유대 등 모든 면에서 양국의 공통 관심사와 이익을 위해 평등하고 상호 존중의 기반에서 관계를 증진하기를 기대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지난 5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한국을 방문하기 직전 중국을 방문하여 양국의 견해 차이를 좁히고 긍정적으로 협력하는 차원에서 성공적인 논의를 했습니다. 인도 정부는 중국 지도부가 호의를 보인 데 점을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 최근 동북아는 미중 간의 패권 다툼이 치열합니다. ‘미·일 대 중·러’로 재편되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 대한 판단과 인도의 의미와 역할, 방향은 무엇입니까?

동북아의 상황이 ‘미·일 대 중·러’라는 구도로 갈 것인지에 대해 확신하지 않습니다. 인도는 어떤 경우에도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 안정, 공동 번영에 입각하여 ‘동쪽을 향해 움직이는 정책(Act East) 정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동북아를 제로섬 게임 개념으로 이해하는 부정적인 동향에 편승하지 않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모든 국가들이 활발한 무역 투자, 국민들 간의 교류, 철저한 안보와 정치적 협력을 해나가기를 바랍니다. 인도는 동북아 지역 국가들과 우의를 다지는 것은 물론 미국, 러시아와도 전략적으로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 인도에는 세계적인 수학자, IT 분야 학자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인도가 최근 발전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인도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교육에 투자해왔습니다. 특히 수학과 과학 분야에 각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역동성을 지닌 IT 산업과 IT기반 서비스 산업이 형성돼 인도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IT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창조성과 공정한 경쟁이 발전의 요인입니다. 한국과도 IT 부문에서 좋은 파트너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국이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하여 세계 IT산업을 함께 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한국인이 잘 모르는 인도 문화의 특징과 장점, 예를 들어 과거 카스트 제도의 현재의 모습이나, 영화 산업 등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인도는 언어, 종교, 인종이 다양합니다. 그러면서도 통일성을 이루는 것이 인도의 저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인도 사람들이 국가적 신념이 투철하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도는 다(多)종교, 다(多)언어, 다(多)정체성이면서도 잘 어우러져 살아가기 때문에 민주주의 기본 가치를 신뢰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인도가 앞으로 세계 민주 사회를 강력하게 이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과 인도는 오랜 교류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 2000년 전 인도 공주가 한반도에 와서 가야의 김수로왕과 결혼해 허황옥 왕비가 됐습니다. 김해 김 씨와 김해 허 씨는 모두 인도와 관계가 있는 것입니다. 한국과 인도의 역사적 교류와 의미에 대해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국과 인도는 거리가 멀지만 몇 세기에 걸친 문화 교류로 양국 국민들의 우호를 증진시켜왔습니다. 양국 관계가 아요디아(Ayodhya) 인도 공주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었을지 모르지만, 보다 깊은 유대관계는 불교 사상과 문화를 통해, 두 국가가 오랜 세월 경험한 식민지 지배를 통해, 그리고 한국전쟁 기간 양국 국민들의 교류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는 토대가 됐습니다. 오늘날 양국 관계를 진척시키는 원동력은 정치적, 경제적 유대 관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강력한 親성장, 親개발이 인도의 매력


- 현재 한국과 인도의 교류 현황에 대해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양국 기업들의 상호 투자 및 진출은 활발합니까? 최근에는 군사적 교류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한국과 인도의 무역과 경제 관계는 1990년대 초반 인도 경제가 개방하면서 발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 현대, LG, 삼성과 같은 한국 기업들이 인도에서 널리 회자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최근 몇 년간 인도 회사들이 한국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몇몇 인도의 대기업은 쌍용(Mahindra motors)과 대우 상용차(Tata)와 같은 주요 한국 기업에 상당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기도 합니다.

또한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처음으로 2009년에 인도와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을 맺은 나라입니다. 양국 간 무역은 2010년을 시작으로 급격히 성장했고, 2012년에는 210억 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이후 다소 떨어지긴 했습니다.

인도 사람들이 인도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 특히 전자, 조선, 방위산업 분야의 한국 기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다면 양국이 앞으로 발전시킬 영역이 많을 것입니다. 반면에 한국에는 인도의 제약, IT 서비스와 농작물 부문 등이 많이 진출하게 될 것입니다.

국방은 성장 잠재력이 큰 협력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4월에 인도 국방부 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과 인도의 국방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합의했습니다. 해군부터 시작해 양국 국방부과 외무부 차원의 교류 나아가서는 방위산업 부문에 있어서도 확대해 나가게 될 것입니다.

- 인도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이나 기업인에 도움이 될 사항을 말씀해주신다면, 그리고 인도 시장의 장점에 대해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한국 기업들은 인도의 기회 요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작년 선거 때 안정적인 원내 다수당이 들어섰고 강력한 친(親)성장, 친(親)개발 아젠다를 내세운 인도 정권이 집권했습니다.

인도의 사업 파트너들은 한국의 기술과 브랜드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정책과 정치적 환경이 개선돼 제조업 부문에서 다시 해외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방향으로 기울었다고 생각합니다.

인도는 청년 인구가 많고 기술력이 우수하며 값싼 노동력, 경제특구에서의 단일창구 통관 수속, 그리고 제조업에 투자할 때 조세 감면을 많이 해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방한 중 임기 내에 한국 기업을 위한 코리아 플러스 센터를 설립해 모든 한국 투자자와 기업들에게 전 정부 기관에서 조직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인도에서는 자동차(자동차 부품), 조선과 물류, 도로, 철도, 상하수도, 항만, 공항 등을 포함한 기반시설 분야 진출이 유망합니다. 전자제품, 호텔과 리조트, 식품 가공, 대체에너지와 방위산업과 철강 산업도 인도 기업과 파트너십을 추진하면 좋은 성과를 얻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번역 탁승희 미래한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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