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복 입은 아름다운 그녀’의 이름은 여경(女警)
‘제복 입은 아름다운 그녀’의 이름은 여경(女警)
  •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5.06.30 1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커스] 여경 1만 명 시대

여경이라고 범죄자들이 무시하고, 아이 돌보랴 범인 잡으랴 동분서주

7월 1일은 제69주년 여경(女警)의 날이다. 하지만 ‘여경의 날’을 맞아 경찰 수뇌부가 여경들에게 포상을 하고 기념식을 하는 데 대해 남성 경찰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에는 이 문제로 온라인상에서 남성 경찰과 여성 경찰이 서로 격렬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일반적인 상상으로는 어린이 보호나 민원 처리, 업무 보조를 맡기 때문에 별 다른 어려움이 없어 보이는 여경. 하지만 그 속내는 일반인들의 상상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 여경의 후원자를 자임한 황인자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의 설명이다. 

1946년 7월 1일 경무부 공안국에 신설된 여자경찰과가 한국 여경의 시초다. 여경들은 6‧25 전쟁 당시에도 활약이 컸다. 1954년 3월 지리산 빨치산을 토벌하던 서남지구 전투경찰대에 여경 1개 소대가 생겼다. 빨치산들에게 투항을 권유하는 등의 심리전 활동과 토벌 작전을 병행하는 최일선의 전사(戰士)들이었다. 

여경 공채는 1970년부터 시작됐다. 공채 4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경의 비율은 전체 경찰의 9% 내외(1만348명)에 불과하다. 여권(女權) 신장과 함께 여경들의 권리도 날로 높아졌다.  

1988년 10월에는 경찰대 입학이 허용됐고, 1991년 9월에는 서울경찰청에 여성 형사기동대가 생겼다. 하지만 ‘경찰의 핵심’이라는 총경은 1998년 7월 충북 옥천경찰서를 맡은 김강자 서장이 처음이었다. 2005년 1월에는 여경 최초의 경무관이 탄생했다. 제주지방경찰청장을 맡은 김인옥 경무관이었다. 

최근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연평해전’에서 보듯 우리 사회에서는 ‘MIU(Man In Uniform, 군인, 경찰, 소방관 같은 제복 근무자들)’를 존경하고 예우해야 한다는 정서가 강해지고 있다. 하지만 MIU 안에서도 여경들은 유독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인간 방패’로 나선 여경들 

국회의원 가운데 여경들의 처우 개선과 권리 향상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황인자 의원은 지난 3월부터 18개 경찰서, 22개 지구대를 돌며 일선 여경들과 만나 그들의 고충과 현실을 들었다.

황 의원에 따르면, 현재 여경들은 단순 사무나 업무 보조를 맡던 과거와는 달리 성폭력 범죄나 청소년 범죄 수사뿐만 아니라 불법 폭력 시위를 막는 최선봉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시위 대응 과정에서 시위대의 불법 폭력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되다시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예고 없이 일어나는 시위대의 폭력을 막기 위해 ‘질서유지선’을 들고 인간 방패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여경들이 이처럼 위험한 업무를 맡게 된 것은 ‘자칭 인권단체’ 등 시민사회단체들의 주장 때문이다. 15년 전부터 시위대들은 경찰이 여성 시위자를 진압하려 할 때마다 ‘성폭력 의혹’을 제기했고, 경찰은 고육지책으로 여경들로 시위대응부대를 만들었다. 

여경들이 주로 수사를 맡은 성폭력 범죄 또한 만만치 않다. 피해자 여성을 정서적으로 최대한 안정시켜주는 것은 물론, 여성을 ‘물건’처럼 보는 범죄자들과 치열한 심리전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황 의원은 여경들과 수십 차례 간담회를 통해 어려운 임무를 수행하는 여경들이 많은 고충을 안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우선 조직 내에서의 무시, 심지어 성폭력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젊은 여경들의 경우 경찰 내 성폭력이 일어나도 상관인 가해자에게 내려지는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성에 대한 차별, 경력 단절 등 일명 ‘유리 천장’ 문제였다. 조직 특성상 경찰이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여경들에 대한 배려나 여경 인력의 활용에 대한 이해가 모자란다는 것이다. 

아이와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엄마 경찰들’ 

‘엄마가 된 여경들’은 더 심각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육아와 업무의 병행은 모든 일하는 엄마들의 숙명적 고민이지만, 경찰의 경우 교대근무, 불규칙적인 지원업무, 당직 등으로 인해 다른 직업보다 아이와 떨어져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많다. 

게다가 ‘엄마 경찰’들을 위한 육아시설도 대기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최근 들어 경찰청에서 22개 지역에 ‘엄마 경찰’을 위한 직장 어린이집 설치 계획을 세웠지만, 주로 지방경찰청 산하에 짓기로 해 여경이 가장 많이 근무하는 수도권에는 별다른 혜택이 없는 실정이다. 

여경들이 업무 상 겪는 힘든 일 중에는 피의자들의 태도로 인한 문제도 있다. 성폭력이나 청소년 범죄 등을 수사할 때도 피의자들로부터 무시 당하는 사례가 있지만, 가장 심한 경우는 주취자(酒臭者)다. 술에 취해 온갖 폭력을 저지르는 주취자들은 여경들을 공권력으로 바라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황인자 의원은 여경들과의 간담회를 가진 뒤 “여경들의 단점에 집착하지 말고, 이들의 특성을 장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경찰 수뇌부에 충고했다. 여경들의 특성을 활용한 업무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탈북자 보호였다. 

한국에 온 탈북자들은 대부분 경찰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혹은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 여경들에 대해서는 그런 감정을 상당히 적게 느끼는 것을 장점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었다.

황 의원은 “현재 경찰 관리 하에 있는 탈북자 2만6723명 가운데 여성이 1만9074명으로 71%나 되지만, 탈북자를 관리‧지원하는 경찰관 810명 중 여경은 146명(18%) 밖에 안 된다”면서 탈북자 지원 관리 같은 분야에 여경 인력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인자 의원실은 7월 1일부터 3일까지 국회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제69주년 여경의 날 기념 특별사진전’을 갖는다. 이번 사진전의 주제는 ‘따뜻하고, 세심하고, 강인한, 그 이름 여경’이다. 

황 의원은 “이번 국회 사진전은 여경들에게 조금이나마 고마움을 표시하고 앞으로 의정활동을 통해 보답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성으로서 경찰 업무를 수행하는 그들의 치열한 삶을 들여다보면서 앞으로 점점 늘어나는 여경의 수요에 맞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