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포퓰리즘이 빚은 참극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빚은 참극
  • 최승노 편집위원
  • 승인 2015.07.3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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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노의 자유경제의 窓] 세계 경제의 문제아 그리스 사태의 교훈

집권세력이 좌파정당으로부터 급진좌파정당으로 넘어가면서 몰락의 정도 심해져

‘민주주의의 발상지’ 서양 철학과 문학, 서양 문명의 발상지로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샀던 그리스가 말썽이다.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국가채무를 만기일까지 갚지 못한 형편에 채권단이 제안한 긴축재정안도 못마땅해 한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는 채권단에 대한 대답을 국민투표로 대신했고, 개표 결과 국민들의 61%가 긴축재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주의를 핑계 삼은 정부의 무능력과 국민들의 ‘배째라’식 태도로 해결책이 쉬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차례 유로존 탈퇴의 갈림길에 섰기에 ‘양치기 소년’으로 비유되던 그리스였지만 이번에는 심각성의 정도가 다르다. 

그리스가 IMF에 지난 6월 30일까지 상환하기로 했던 16억 유로(한화 약 2조 원)를 채무기한 내에 상환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사실상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진 것과 다름없다. 이 상황에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그리스 디폴트가 세계 경제 침체의 방아쇠가 될 위험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리스처럼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은 아니더라도 경제위기에 직면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여럿이다. 그리스가 채무를 이행하지 않고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 나머지 국가들의 잇따른 탈퇴가 없을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세금 제대로 내면 바보 

그리스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가장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 바로 사회주의 방식으로 운영되어온 경제시스템 때문이다. 정부의 간섭주의 경제정책과 온정주의 복지정책이 부실한 부채경제를 만든 이유다. 그리스 국민들은 세금을 온전히 내는 것을 바보 같은 짓으로 여겼다. 극히 일부 국민만 내야 할 만큼의 세금을 냈으며, 그러다보니 부유층은 자신이 가진 것들을 가리고 숨기기에 바빴다. 

국가를 운영할 예산이 부족해지자 그리스 정부는 국민에게 열심히 일하기를 요구하기보다 이웃 나라로부터 돈을 빌려왔다. 유로존에서 그렇게 한 해 두 해 빚으로 연명하던 그리스는 이제 원금은 커녕 이자 갚을 돈마저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국제 채권단은 오래 전부터 그리스 경제가 부실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치적인 핑계를 대며 계속해서 돈을 빌려줬다. 빚은 결국 16억 유로나 되는 어마어마한 금액으로 불어났고 그리스는 이를 하루아침에 갚을 능력을 상실했다.

그리스가 이대로 유로존을 탈퇴하면 원금 회수가 불가능한 상황이니, 채권단은 지난 6월 25일 그리스에 협상안을 제시한다. 기한을 연장해 줄 테니 긴축재정을 실시해서라도 외국 빚 갚을 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파국 위기에서 무책임함이 드러난 것일까. 치프라스 총리는 제안의 수락 여부를 국민투표를 통해 결정하기로 한다. 빚을 졌으면 갚아야 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의무라는 것은 너무나도 자명한데, 그야말로 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지도자의 무능력을 교묘히 감췄다고 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다. 

그리스 지도층의 형편없는 리더십은 그리스의 국가부채가 늘어나던 시점부터 계속돼왔다. 특히 집권세력이 좌파정당으로부터 급진좌파정당으로 넘어가면서 몰락의 정도가 심해졌다.

부채는 계속해서 무거워졌지만 포퓰리즘 정책은 이어졌고, 이미 방만해진 복지 시혜는 그칠 수 없었다. 국민들은 계속 퍼주겠다는 공약에 환호했다. 썩은 물이 고일대로 고였지만 정치세력은 국민들을 선동하기 위해 방만한 재정 운영을 멈추지 않았다. 

채권단의 1차 제안이 거부된 것도 이와 같은 선동의 결과다. 7월 5일 발표된 투표 결과는 반대표가 61%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비율이었다. 그리스 국민들은 정부의 재정긴축으로 이전의 풍요로운 삶을 포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것도 달갑지 않다는 입장이다. 아무런 희생 없이 계속 누리겠다는 몰염치다. 

▲ 과잉 복지 정책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한 그리스 사태는 포퓰리즘 입법이 양산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경종을 울리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12일 유로존 정상회의에 참석한 치프리스 그리스 총리(왼쪽), 융커 EU 집행위원장(중앙),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이다.

우리를 돌아봐야 할 때 

우리나라가 1997년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을 당시 우리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금 모으기 운동을 벌였던 것과는 크게 대조되는 모습이다. 약 350만 명이 참여하여 227톤의 금을 모은 이 운동은 경제위기 탈출의 출발이 되었다.

사실 227톤의 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경제위기를 적극적으로 극복해내겠다는 정신이 문제를 해결하는 바탕이 된다. 그러나 지금 그리스 국민들은 손에 쥐고 있는 편안한 삶을 놓치지 않는 것에 급급해 하고 있다. 

대출로 인해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을 때, 그 대출은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가 경제개발 시기에 외채를 들여와 공장을 짓고 사회 인프라를 확충했던 것처럼 말이다. 다시 말해 대출의 주목적은 소비가 아닌 투자에 있다. 

하지만 그리스는 타국에서 빌려온 자금을 복지 예산으로 써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복지의 맛을 알아버린 국민들이 더 큰 복지를 요구하며 점점 더 많은 빚을 내고 소비하기를 반복했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일본이다. 일본은 국가부채의 양이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다.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여 지출하면 국민들이 정부 채권을 사들이는 식으로 자금이 순환하는 구조다. 그리스와 달리 일본 내부에서 채권이 돌기 때문에 국제위기를 초래하지 않을 뿐이다. 

우리나라도 그리스와 같은 사태를 피해갈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몇 분기 째 이어지고 있는 내수 부진에 메르스 사태까지 강타하면서 디플레의 징조를 더했다. 정부는 추경 편성을 통해 사태를 잠재우려 하지만, 이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단기적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눈가리개식의 정책이 계속될 경우 제2의 그리스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나라도 정부 적자의 대부분이 복지 지출을 위한 것이며, 정부 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현명한 지도자라면 정부 빚을 늘려 복지를 늘리는 무책임한 정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치인들의 각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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