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특별사면 천태만상
대통령 특별사면 천태만상
  • 미래한국
  • 승인 2015.08.04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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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환의 법과 세상] 광복 70주년과 대통령 특별사면

김대중 정부 2892명, 노무현 정부 646명의 국가보안법 위반 등 공안사범 대거 사면 복권

올해는 일제 식민지배로부터 해방된 지 70주년 되는 해다.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국민 통합을 위해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단행할 사면의 범위에 관해 기대 반, 걱정 반의 의견들이 여기저기서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건국 헌법 시절부터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현행 헌법 제79조). 그런데 사면권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상의 권력분립의 원칙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사면권의 행사가 사법부의 권한을 침해하여 재판을 무의미하게 만든다든지, 그 결과를 손쉽게 뒤집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되고 사면권 행사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김영삼 정부 이후 사면 대상자 폭발적으로 증가

역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살펴보자.

이승만 전(前) 대통령은 재임 12년 간 총 18차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재임 18년간 모두 22차례, 전두환 전 대통령은 8년간 18차례, 노태우 전 대통령은 7차례(9643명), 김영삼 전 대통령은 9차례(704만3805명), 김대중 전 대통령은 8차례(1037만8589명), 노무현 전 대통령은 8차례(437만7888명), 이명박 전 대통령은 7차례(470만45명), 박근혜 대통령은 1차례 (288만 명) 사면권을 행사했다. 

1987년 현행 헌법을 제정한 이후, 특히 김영삼 정부 이후 사면 대상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는 사면권을 행사하면서 음주운전 등 행정단속법규에 위반한 사람들을 생계형 전과로 판단하고 사면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단순한 행정법규 위반으로 생계에 지장을 받고 있는 서민들을 사면 대상으로 포함시킨 것은 결코 비난할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사면권을 행사할 대상으로 만들기에 앞서 단순한 행정단속법규 위반에 불과한 가벼운 위법행위를 벌금을 부과하여 전과자로 만드는 것이 옳은 것인지 심각하게 재고해야 한다. 

벌금형을 남발한 결과 15세 이상 국민의 26%, 1100만 명이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전과자가 된 실정이다. 가벼운 위법행위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을 두 차례 사면했고, 정치적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정치적 동료라 할 수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신계륜 전 의원, 최도술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을 사면했고, 이명박 정부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을 사면했다. 사면권이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대통령이 불법행위를 저지르거나 비리로 처벌받은 자신의 정치적 측근, 또는 재계 총수를 사면시켜 왔기 때문이다.

▲ 노무현 정부 시절 공안사범 사면 복권 대상에 포함됐던 김재연(左), 오병윤(中), 이석기(右). 이들은 이후 종북 혐의로 해산된 통진당의 핵심 멤버가 됐다.

특이한 것은 김대중 정부는 2892명, 노무현 정부는 646명의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공안사범을 대거 사면시켰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 사면, 복권의 특혜를 받은 이석기 전 의원, 통진당의 비례대표후보 황선, 오병윤, 김재연 전 의원, 새민련의 임수경 의원 등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석기, 민경우 같은 자에 대한 사면권 행사는 반체제 사범들을 사면시켜 줘 국가 체제를 공격하게 만든 사례로서, 사면권을 남용한 사례에 해당한다.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 민경우는 김영삼 정부 시절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3년 6월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김대중 대통령이 1999년 8월 사면시켜 줬으나 다시 통일연대 사무처장으로 옮긴 후 조총련 대남공작원의 지령을 받아 활동한 죄로 2005년 5월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3개월 후인 2005년 8월 사면 복권시켜 줬다. 

재계 총수 사면 문제 신중해야

대통령이 자신들의 측근들에 대한 사면권 남용이 문제가 되어 2008년 사면법을 개정하여 법무부 장관이 사면을 상신(上申)할 때 사면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개정했고, 2011년 사면심사위원회의 위원 명단 및 경력사항은 임명 또는 위촉한 즉시, 심의서는 특별사면 등을 행한 즉시, 회의록은 특별사면 등을 행한 후 5년이 경과한 때부터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특별사면 등 행사에 있어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여 사면심사위원회가 대통령 사면권에 대한 실질적 견제장치가 될 수 있도록 하게 되었다. 비리 정치인에 대한 사면은 이러한 제도적 장치, 부정적인 국민 여론에 비춰 없으리라 기대한다.

재계 총수에 대한 사면은 당해 인사에 대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행 상법은 기업 대주주들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매우 미비하고, 대기업 소유주들의 지분율은 외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한국은 외국처럼 포이즌 필(poison pill), 차등의결권 제도 등 경영권 방어조항이 없는 상태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저질러진 일이라면 참작할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유용하기 위해 회사 재산을 빼돌린 사례들이라면 좀 더 신중히 판단해야 할 것이다. 재계 총수들에 대한 사면을 단행하고 투자 활성화를 기대한다면, 재계 인사들이 자신들의 경영권 방어에 염려하지 않고 투자를 단행할 수 있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한 후 기대해야 할 것이다.

차기환 변호사·미래한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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