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대체 어디로 가나?
중국 경제, 대체 어디로 가나?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5.08.2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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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특집] 휘청거리는 중국 경제

거품 붕괴에 대비해 더 큰 거품을 만들겠다는 중국 정부의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해는 저무는데 갈 길은 멀다(日暮途遠)’ 

춘추시대의 풍운아, 오자서(伍子胥)는 자신의 처지를 그렇게 말했다. 잃어버린 옛 중화(中華)의 꿈을 되찾으려는 중국의 엘리트라면 오자서의 심정을 한 번 쯤은 느껴보지 않았을까. 중국의 경제 앞날이 한 치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가 폭락 이후 불안정한 급등락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고점을 찍었던 지난 6월과 비교해 한 달도 채 안 되는 사이 32.1%나 빠졌다. 이후 급등과 급락을 거듭하며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를 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중국의 자산 거품이 붕괴하는 신호탄이라 보는 것과, 다른 하나는 신용거래 팽창에 따른 수급 불균형에 따른 조정이라는 시각이다. 

중국 증시와 관련해 높은 적중률로 유명한 모건스탠리의 조나단 가너는 중국 상하이지수가 당분간 3250~4600 범위에서 움직이는 박스권 전망을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근거는 ‘주가의 단기적 인기투표가 장기적으로는 내재가치에 수렴한다’는 가치투자론.

과거 중국 주식의 가치분석을 해보면 4600선이 상하이지수의 상한선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중국 증시가 지나치게 과열되어 왔다는 지적도 기술적 변동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깡통이 깡통을 부르는’상황이 된 중국 증시

올 4월 중국 당국은 1인당 1개였던 증권계좌 제한을 20개까지 풀면서 투자자들은 매주 약 400만 개의 계좌를 개설해 왔다. 신용거래가 폭증하면서 주가와 거래량이급등했지만, 과열을 우려한 정부의 신용규제로 물량이 터지면서 속칭 ‘깡통이 깡통을 부르는’ 상황이 중국 증시를 끌어 내렸다는 해석이다. 

아울러 중국의 증권시장은 여전히 개인투자자가 90%를 차지하고 있고, 외국인 투자에 아직 전면 개방되지 않은 이유로 급등락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중국 증시는 지난 2007년에도 버블 붕괴를 겪었다.

2007년 10월 16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6124.04로 최고점을 찍었지만 이후 딱 1년 만에 1909.94로 추락하면서 4214포인트, 68.88%를 까먹었다. 이 기간에 상하이 증시에는 15조 2200억 위안(약 3440조 원)이 증발했다. 이런 과거의 사례를 보면 이번 증시 폭락은 대수로운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이번 중국 증시 폭락은 과거 중국이 연평균 10%대 성장을 하던 때가 아니라는 점이 주목된다. 중국 증시의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는 입장들은 이 점에 의견이 모아진다. 중국 경제성장이 연착륙이 아닌 경착륙을 넘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태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은 그래서 나온다. 

2007년 뉴욕대학의 누리엘 로비니 교수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중국은 아마도 2013년 이후 급격한 경기 하강을 겪게 될 것이며, 이후로부터는 고정투자와 성장 을 견인하기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문제는 중국 고위관리들 사이에서도 일찌감치 논의된 것이었다. 

2007년 원자바오(溫家寶) 전(前)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지금과 같은 불균형과 수출주도 방식의 경제로는 조정도, 조화도 실패하고 결국 지속 가능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앞서 2003년에는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똑같은 내용으로 중국 경제의 가파른 성장세를 우려했다. 

이러한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생각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금과 같은 중국 경제의 행로를 중국 공산당이 전혀 컨트롤하지 못해 왔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다시 말해 중국 공산당 엘리트들은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으로 현재에 이르렀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상황은 의외로 심각할 수도 있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 경제가 시장경제 중심으로 흘러가는 동안 이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개혁과 변화를 추진해 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관치(官治)로 시장경제의 폭발적인 상황들을 막거나,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부분은 마지못해 허용하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다는 의문을 갖게 한다.

즉, 시장은 시장대로, 정부의 사회주의식 계획경제는 계획대로 추진하면서 중국 경제 전반에 모순이 깊어져 온 것이 이번 증시 패닉으로 나타난 것이 아닌가 라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러한 의문은 미국의 세계적인 시장경제 연구소 CATO에서 지난 6월, 난징(南京)대학을 비롯 중국 현지 경제학자들과 미국 뉴욕대를 비롯 미국 경제학자들이 공동연구를 통해 발표한 논문(국가자본주의 vs 민간기업)에서 자세하게 지적된 바 있다.

이들의 현장 실사연구에 의하면 중국 민간기업들의 경우 자원의 사용이 합리적이고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되게 하려 노력하는 반면, 국영기업들은 자원의 배분과 사용에 정치적 결정들이 많아 비효율이 누적되어 왔다는 것이다. 

▲ 중국 증시가 폭락 이후 여전히 불안정한 급등락을 보이는 가운데, 중국 경제 성장세가 경착륙을 넘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림자 금융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영기업들은 정부 국책은행으로부터 저리의 이자를 받아 사용하는 반면, 민간기업들은 국영기업들에 비해 3~5배나 비싼 이자로 돈을 빌려야 하기에 사실상 그 이윤을 국영기업들에게 빼앗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중국에는 ‘그림자 금융’이라 불리는 제도가 있는데, 국영은행들로부터 연리 8%이자의 돈을 빌려 민간에 15~30%로 자금을 대여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 돈놀이의 주체는 국영기업들이었고, 이들은 사모펀드 같은 곳에 출자하는 방식이었다.

당연히 그림자 금융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이들은 공산당과 내밀한 관계가 있는 자들이 아니고는 불가능했으며, 이러한 이중구조의 금융차익으로 해외로 빼돌려진 금액은 천문학 숫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7월 미국의 소리(VOA) 방송 중문판은 중국의 불법 자금은 투자 이민, 주식 투자, 부동산 투기, 미술·골동품 투기 등 전통적인 방법 이외에 투자 자금 모집, 횡령 수단이 더해져 그 규모가 1조 위안(180조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렇듯 중국 내 그림자 금융 문제가 심각해지자 시진핑(習近平) 정부는 이를 규제하는 통제안을 내놓았지만, 그 효력은 의문시되어 왔다. 이번 중국 증시 급락의 여파 역시 과거 부동산 투기 붐으로 이익을 실현한 그림자 금융의 뭉칫돈들이 증시로 흘러들어와 그 차익을 실현한 후 다시 부동자금화 되거나 해외 투자로 나가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중국 내부의 불건전한 금융 문제는 중국 공산당의 국영기업과 은행들의 운영이해 관계와 맞물려 있어 그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기관 골드만 삭스가 최근 발표한 중국 보고서는 중국 국책 금융기관들과 채권자들은 ‘암묵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는 분야나 기업에 돈을 빌려주려는 경향으로 인해 시장 왜곡을 만들어내고, 효율적인 신용 할당을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 국가위원회가 작년 10월 중국 지방정부의 대출과 관련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새 기준을 발표했지만 지방정부의 경제적 요구가 중앙의 목표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그 실효성을 의심받고 있다. 

중국 자산 거품 위기는 최근 5년 사이 과잉 투자 규모가 무려 80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호에서 ‘중국 곳곳에서 유령도시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베이징 외곽 지역은 물론 수도권, 해안도시, 북한 접경 단둥(丹東) 등지에는 건물만 있고 입주자가 없는 텅 빈 아파트들로 넘쳐난다. FT도 텅 빈 아파트와 버려진 고속도로, 폐쇄된 철강공장 등으로 중국 도시들이 ‘유령도시’로 변해 버렸다고 묘사했다.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의 생산 인프라는 이미 ‘투자 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의 악성 부채나 숨겨진 부채 문제는 중국 경제 버블 붕괴의 시한폭탄이다. 

거품 커지면 반드시 터진다

컨설팅 회사인 이머징 어드바이저스 그룹의 발표에 의하면 중국 정부의 부실한 감독 하에서 과잉투자 붐이 일면서 지난 5년간 중국에서 약 1조 달러가 사라졌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FT는 중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정부의 부양 정책과 건설 과잉으로 2009년 이후 아무 성과 없이 투자된 금액이 6조 8000억 달러(약 7530조 원)에 이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런 문제들은 중국 경제가 앞으로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산 거품의 형성은 반드시 일정한 시점에 이르면 시장의 자기조정기능에 의해 터지기 마련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현대 경제학에서 그 가치를 재조명받는 오스트리아 경제학이 이뤄낸 경기 사이클론이 잘 설명한다. 

미제스를 비롯 하이에크와 같은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경기 과열은 반드시 ‘통화의 팽창’이 전제가 된다. 즉, 통화란 실물경제의 결제를 위해 수반되는 ‘청구권’이기에 실물경제 수준과 맞아 떨어져 통화의 수급도 시장 안에서 이뤄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불경기에 중앙정부가 인위적인 이자율 조작이나 유동성 공급으로 시중에 통화량을 늘리면 통화는 생산에 필요한 자금이 아니라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으로 흘러들어가고, 이는 자산가격의 상승을 불러온다. 이러한 자산가격 상승은 경기회복이라는 착시현상을 만들게 되고, 일시적인 투자와 고용을 촉진한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형성된 자산가격의 상승은 조정보다는 투기성을 띠면서 거품은 커진다. 이러한 자산 거품을 막기 위해 정부가 통화량을 줄이면 자산 거품이 터지면서 본격적인 디플레가 시작된다. 

이렇듯 거품의 발생과 붕괴를 거듭하는 것을 ‘붐 앤 버스트(Boom & Burst) 경기론’이라고 하는데, 오스트리아 학파의 이러한 경기 사이클론은 1929년 미국의 대공황과 2008년 서브 프라임 위기를 정확하게 예측해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관치적 시장개입과 통화량 초과공급의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는 점은 정치권에서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게 만든다. 만일 이러한 시장경제론을 중국 경제에 적용해 본다면 우리는 어떤 예상을 얻게 될까. 

먼저 우리는 중국 경제가 지난 30년간 초고속 성장을 해오는 과정에서 시장경제와 관치경제의 이중적 불균형이 산업과 경제 전반에 심각한 왜곡을 초래했을 것이라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그림자 금융’이다.

아울러 사회주의 가치 실현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국영기업들이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리를 추종하는 민간기업들의 자원 획득 과정을 막으면서 경제 내부에 갈등과 모순이 점점 더 깊어져 갈 것이라는 예상도 타당하다. 

이에 시진핑 정부가 국영기업을 개혁하거나, 지방정부에서 시행하는 관치사업의 효율성을 문제 삼는다면 그의 정치적 리더십에 저항이 오리라는 점도 예상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고, 중국이 내수 위주의 발전을 도모하면 계획통제의 사회주의적 성향이 더 심화될 거라는 점도 조심스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시장경제 실패하면 ‘죽(竹)의 장막’으로 돌아갈 수도

종합해보면 중국의 경제개혁이나 구조조정은 예상 밖으로 부진할 것이며, 심지어 중국 공산당 내 엘리트들에게는 그러한 개혁을 할 마인드나 지식도 부족하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그것은 중국 공산당 엘리트들의 국가통치 노선이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아니라, 사회주의 이념의 영도 하에 ‘국가 자본주의’적 노선에 있었다는 점, 그리고 시장경제를 부흥, 발전시키기보다는 통제를 막지 못해 허용하는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의 역습으로부터 중국 엘리트들의 문제 해결과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 공산당은 최악의 사태에 이르도록 내버려 둘 것인가. 일단 시진핑 주석과 중국 공산당은 중국 경제성장률의 둔화를 용인하는 ‘신창타이(新常態)’로 상황을 정리하면서 한편으로는 거품이 붕괴되지 않도록 공격적으로 자산을 공급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 육상·해상 실크로드)와 베이징과 상하이 등을 개발 확대 중심으로 하는 메가 시티 전략을 10년간의 경제정책으로 제시했다. 

거품 붕괴에 대비해 더 큰 거품을 만들겠다는 이 전략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관건은 그렇게 해서 얻게 되는 생산성과 부(富)의 결과다. 그러한 결과가 보장되지 못한다면 중국의 자산 거품 도박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 해도 중국 공산당은 크게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7000만의 공산청년당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본주의 실험의 실패를 천명하고 중국을 다시 ‘죽(竹)의 장막’으로 되돌릴 수도 있는 세력이다. 이 와중에 1989년 천안문 사태와 같은 중국 민주화 요구가 등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중국인들이 얼마가 희생되든 문제로 여기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공산당과 공산주의라는 것이 원래 그렇다. 그들은 13억 인구를 대표하는 유일한 정치세력이고 지배계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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