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韓流)에 스토리텔링을 입혀라
한류(韓流)에 스토리텔링을 입혀라
  • 이성은 미래한국 객원기자
  • 승인 2015.08.2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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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韓流의 산업화

드라마, K-팝의 인기를 산업화로 연결해야 韓流 열기 지속된다

한류(韓流)의 시초는 1990년대 후반, 중국에서 시작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한류라는 용어 자체도 1999년 무렵 중국 언론에서 처음 언급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우리나라는 1992년 중국과 수교한 후부터 드라마를 수출하기 시작했다.

중국 내 한류가 고무적인 반응을 나타난 것은 1997년 중국에서 방영된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였다.  국내에서도 60%에 가까운 평균 시청률을 기록한 후 중국으로 수출된 이 드라마는 중국에서도 외국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인기를 끌었다. 

한류가 개별적인 문화 콘텐츠의 인기가 아닌,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신드롬 현상으로 확장된 것은 2000년대 이후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가 방영되면서부터다. 2003년 일본에서 방영된 <겨울연가>는 한류 신드롬의 포문을 열었다 있다. 일본에서 겨울연가 시리즈는 2015년 현재까지 총 34회 재방송되었다.

2012년에는 10주년 기념 버전이 방송되었을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겨울연가>의 남자 주인공 배용준은 ‘욘사마’로 등극하여 한류 스타의 대명사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일본에서 드라마 <겨울연가>로 인해 발생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3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일본 내 한류 열풍을 개막한 드라마가 겨울연가라면, 한류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1등 공신은 드라마 <대장금>이었다. 대장금은 세계 91개국에 수출되었고, 중화권은 물론 중동에서도 인기를 끌어 이란에서는 90%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국내에서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는 수출 길에 올랐는데, 최근에는 지난해 방영된 <별에서 온 그대>가 중화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류를 이끄는 K-팝 

드라마가 한류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면, 현재 한류를 이끌고 있는 동력은 K-팝이다. 한국 가수들의 해외 진출은 1999년 클론과 HOT가 중국에 진출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K-팝이 한류의 아이콘이 된 시초는 2001년 일본에 진출한 가수 보아다. 

보아의 앨범은 일본에서 수백만 장이 팔렸고, 2002년에 낸 보아의 첫 일본어 앨범은 일본레코드협회가 밀리언셀러로 공식 인정했다.

2004년에는 중국으로 진출한 장나라가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했다. 일본 언론이 배용준에게 욘사마라는 칭호를 부여한 것처럼, 중국 언론은 장나라에게 여자 연예인 최초로 ‘천후(天候)’라는 호칭을 선사했다. 

한국은 2007년 걸 그룹 원더걸스 데뷔 이후 ‘아이돌 시장’으로 가요계의 판도가 바뀌었고, 해외 시장 진출이 가속화 되었다. 아시아권에서는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부터 신생 아이돌 그룹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아이돌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일례로 슈퍼주니어는 대만 최대 온라인 음악 사이트인 KKBOX에서 121주 연속 1위를 차지, 사상 최장 기간 1위 신기록을 수립했다. 하루에도 음악 차트의 추이가 급변하는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기록이다. 

2012년에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치면서 한류의 세계화를 공식 선포했다. ‘강남스타일’은 미국 빌보드차트에서 7주 연속 2위, 영국 UK차트 1위, 아이튠즈 차트에서는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네덜란드, 뉴질랜드, 홍콩 등 18개 국가에서 1위를 휩쓸었다.

유튜브에 업로드 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역대 최고 조회 수 동영상 기록을 실시간으로 갱신하고 있다. 

지난해 종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2010년대 이후 수출된 한국 드라마 중 가장 뜨거운 한류 열풍을 이끌었다. 특히 중국에서의 인기는 대단했다.

2014년 7월,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함께 한국을 국빈 방문한 영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당시 조윤선 정무수석에게 “남편이 별에서 온 그대였으면 좋겠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되었다.

▲ 지난해 7월 한국을 국빈 방문한 펑리위안 여사가 당시 정무수석 이었던 조윤선 전 장관과 창덕궁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펑리위안 여사는 공식 일정 이외에도 자유롭게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시간들을 보내며 한류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나타냈다.

펑 여사는 평소에도 한류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방한 기간 중 공식 일정이 끝난 늦은 밤, 편안한 복장을 하고 동대문 거리에 나타나 쇼핑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펑 여사의 한류에 대한 관심처럼 한류 열풍은 외국인 관광객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9년 이후부터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매년 10% 이상 증가하여 2012년부터는 한 해 방문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1000만 명 고지를 돌파했다. 

그 중 일등 공신은 요우커로 불리는 중국인 관광객이다. 2013년부터 일본을 제치고, 외국인 관광객 비중 1위로 올라선 요우커들은 매년 무서운 유입률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요우커는 2012년 283만6892명, 2013년 432만6869명, 2014년 612만6865명을 기록,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과반수가 요우커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은 내수 활성화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일부 산업은 매출의 상당한 부분을 외국인들이 올려주고 있는데, 가장 큰 수혜 업종은 화장품 업계다. 

이 밖에도 성형 관광을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도 증가하고 있다. 한국의 예쁜 연예인들을 동경하는 것을 넘어, 그들의 외모를 모방하여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움직임까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한류 열풍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장기화 된 경기 침체 속에서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은 내수 활성화에 적지 않은 호재를 가져다주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한류 산업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현재의 흐름을 마냥 기쁘게만 바라보기는 어렵다. 

▲ 현재 한류 열풍은 k-팝이 주도하고 있다. 한류의 엄청난 인기는 관련 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도 한류가 장밋빛 미래를 기약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심각하게 저조하다는 점이다. 국내의 한 외국인 전문 여행사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의 한류 여행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답변이 무려 79%를 차지했다. 

불만족스러운 이유는 K-팝 콘서트나 한류 스타를 보기 힘들다는 것(35%)이 1위, 드라마 촬영장 등 한류 관광지가 특색이 없다(21%), 다양한 한국 음식을 접하기 어려웠다(17%) 등이 뒤를 이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데, 그들을 만족시키는 한류 상품이 부족한 상황에 닥친 것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면서 가장 많은 소비를 하는 요우커들의 만족도는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이 지난해 한국을 찾은 16개국의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여행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요우커들은 “한국 여행이 만족스럽다”는 분야가 14위, “한국을 다시 오겠다”는 재방문 의사도 14위, “다른 사람에게 한국 여행을 권장하겠다”는 13위, “한국 여행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꼴찌인 16위였다. 

요우커들은 한국 체류 중 2014년 기준 1인당 약 2279달러를 지출, 국내 외국인 관광객 평균 소비 지출액보다 38%나 높았다. 하지만 이러한 추세라면 한국 유통업계의 ‘큰 손’ 요우커들이 언제 한국을 떠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류의 향후 10년을 위한 청사진 

운 좋게도 한류 열풍은 현재 정점을 찍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들이 좋은 TV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고도의 전략을 바탕으로 실행한 해외 진출 플랜이 성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을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제공할 만한 한류 산업이 부재하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현재 추세라면, 한류를 타고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유입 증가는 4년 정도 유지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한류 열풍이 든든한 캐시 카우가 될 수 있도록 한류를 산업화할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우선 다양한 한류 문화 콘텐츠를 부각시킬 수 있는 센터 조성이 시급하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 중 하나는 영화 촬영장과 드라마 세트장이다. 하지만 대다수가 실망하는 이유는 막상 방문하면 거의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원하는 것은 특정한 건물이나 세트 같은 것이 아니라, 한류에 대한 다양한 니즈를 종합적으로 체험, 충족,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해 강남에 조성된 ‘한류 스타거리’는 훌륭한 성공 사례다.

한류 스타거리는 압구정동의 고급 백화점을 비롯한 각종 패션매장, 대형 연예기획사, 강남 지역의 명소들을 결합하여 탄생했다. 외국인들 입장에서 쇼핑 매장과 유명 연예인들이 소속된 연예기획사들을 실제로 볼 수 있고, ‘강남스타일’의 중심지를 관광할 수 있다는 것은 큰 매력이다. 

다음은 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시장의 개발이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은 화장품이다. 요우커들의 쇼핑 품목 중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73.1%나 된다. 

한류 스타들의 매끈한 피부와 순수한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메이크업은 외국인들을 매료시켰다. 이에 편승하여 화장품 회사들은 한류 스타들을 광고 모델로 기용했고, 이는 완벽하게 적중했다. 한류스타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회사의 화장품을 쓰면, 마치 그들의 ‘꿀피부’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은 환상 같은 스토리를 심어준 것이다. 

그러나 화장품 구입 비중이 73.1%란 뜻은 화장품을 제외하면 달리 살 것이 마땅치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한류를 국내 산업 전반으로 확산 시킬 수 있는 마케팅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각 산업 분야 전반에 스토리텔링을 입히는 것이다. 화장품의 경우는 한류 열풍에 간단하게 탑승한 격이니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각 산업에 스토리텔링을 입힐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한 가지 예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 진출한 이후 젊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는 ‘치맥 문화’가 생겨났다고 한다.

▲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치맥 열풍을 태동시킨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여자 주인공인 전지현이 치킨과 맥주를 먹는 장면 하나가 중국 내의 치킨 매출이 급증하는 현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처럼 한류의 영향력은 산업에 생각보다 간단하게 접목될 수 있다. 

이제는 한류의 산업화를 위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한류는 더 이상 문화콘텐츠 제작자들이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게만 맡길 수 없는 분야가 되었다. 그들의 노력으로 한류를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이 조성되었다면, 앞으로의 몫은 각 산업 분야가 담당할 일이다.  

우리나라의 각 산업 분야에서 자유시장경제 시스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혁신적인 아이템들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내고, 시장의 개선과 발전을 이룩한다면 앞으로도 한류 산업의 전망은 밝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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