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신 씨 공개 검증이 의혹 해소의 지름길
박주신 씨 공개 검증이 의혹 해소의 지름길
  • 정재욱 기자
  • 승인 2015.08.21 16: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제제기]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 박주신 씨의 兵役 의혹 미스터리

의혹의 당사자가 나와서 요추 MRI 촬영을 하고 치아 검사를 하면 모든 오해 한순간에 불식될 것

박원순 서울시장의 아들 박주신 씨의 병역(兵役) 문제를 둘러싼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2012년 2월 22일 낮 2시 박주신 씨가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 신체검사를 받아 병무청에 제출한 자생한방병원 MRI 사진의 피사체와 세브란스병원에서 촬영했다고 하는 MRI의 피사체가 동일인 임을 입증함으로써 논란이 일단락된 이후 3년여 만이다.

앞서 박주신 씨의 병역 관련 의혹을 강도 높게 제기했던 같은 병원의 소아외과 한석주 박사는 이 공개검증 이후 곧바로 사과했고, 강용석 전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했다.

그런데 의외의 곳에서 박주신 씨 병역을 둘러싼 의혹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2014년 6·4 지방선거 직전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가 아들 박주신 씨의 병역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서 영상의학 전문가 양승오 박사와 치과의사 김우현 씨 등 7명을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 고발함으로써 시작된 재판이 논란의 단초를 제공했다.

박원순 시장은 당선된 후 고발을 취하했으나 양승오, 김우현 등 피의자들이 기소유예나 벌금을 거부하고, 자신들을 기소해 정식 공판절차로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기소해 같은 해 12월 8일 시작된 재판은 현재 5차례의 공판준비기일과 3차례의 증인심문 공판이 진행됐다. 피고인들은 박주신 씨의 병역비리 의혹에 대한 발언을 했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런 발언이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 주장의 핵심은 박주신 씨가 병역처분 변경을 위해 병무청에 제출한 자생한방병원에서 찍은 MRI 사진, 병무청 신체검사에서 촬영한 CT 사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공개검증 MRI 사진 등의 주인공이 모두 박주신 씨 본인의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다.

박주신, 세 차례 입영연기 끝에 병역처분 변경

1985년생인 박주신 씨는 현역 입영 대상으로 2004년, 2006년, 2010년 등 세 차례 입영을 연기하다가 2011년 8월 29일 공군교육사령부에 입영했지만 다음날인 8월 30일 1차 신체검사, 나흘만인 9월 1일 정밀신체검사를 받고 당일 귀가조치 됐다. 우측 대퇴부 통증을 이유로 2개월 후 재입소 판정을 받았다.

2개월여가 지난 2011년 12월 9일 병무청에 병역처분변경처분 신청원을 접수한 박주신 씨는 같은 날 자생한방병원에서 MRI 및 엑스레이 사진을 촬영하고 혜민병원에서 병사용 진단서를 발급받았다. 그리고 병역처분변경을 위한 병무청에서의 신체검사 CT 촬영은 2011년 12월 27일 진행했다.

박주신 씨의 병역 의혹 논란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이전부터 시작됐다. 공군교육사령부에서의 귀가조치가 특혜였고 불법적 병역 면탈을 위한 시도라는 의혹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선거 이후에도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강용석 의원, 세브란스병원 한석주 교수의 발언이나 글로 인하여 오히려 증폭되자 2012년 2월 22일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공개검증을 시행했다.

현재 박주신 씨 본인이 아니라 대리 검사자가 존재했다는 의심을 받는 사진들이 바로 당시 세브란스병원에서 찍은 MRI를 비롯한 자생한방병원 MRI·엑스레이 사진, 병무청 CT 사진들이다.

“MRI 사진의 주인공은 박주신일 수가 없다”는 주장

 -골수강도를 볼 때 MRI 사진 주인공은 40대 이상
 -아말감 14개 등 비전문가 수준의 치과 치료 흔적
 -일반 사진과는 확연히 다른 귓불 모양

최근의 2차 논란은 영상의학 전문가 양승오 박사가 2012년 세브란스병원 공개검증에서 촬영한 MRI 사진에 대해 “이 사진의 주인공은 20대 청년일 수 없다”고 SNS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공개검증한 MRI 사진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였다.

자생한방병원이나 세브란스병원에서 찍은 박주신 씨 MRI 사진에 나타나는 골수신호강도가 40대 이상, 최소 35세 이상의 것으로 보인다는 게 양 박사의 분석이다. 촬영 당시 박주신 씨의 나이는 27세였다.

양승오 박사는 서울대 의대에서 학사·석사·박사를 마친 후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을지대학교 영상의학부 교수와 영상의학센터 소장을 역임하고 현재 서울대에서 영상의학 겸임교수로 근무하고 있는 국내 및 아시아 영상의학계의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 세브란스병원 공개검증 MRI에 대해 최초 의혹을 제기한 영상의학전문가 양승오 박사.

의학계에서의 의혹 제기는 계속 이어졌다. 병무청에 제출된 자생한방병원 엑스레이 사진에 나타난 치아의 치료 상태를 볼 때 도저히 박주신 씨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논란에 더해졌다.

1990년대 이후 거의 사용하지 않는 ‘아말감’(수은과 다른 금속의 합금)으로 치료한 치아가 14개나 되는 데다, 상식적인 의학 수준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치의학 교과서상 사실상 금기시되는 캔틸레버 브릿지 시술을 받았다는 게 박주신 씨 치아 관련 의문의 핵심이다.

이때 “강남 중산층의 자녀가 2005년 이후 이런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는 의혹을 제기한 치과의사 김우현 씨도 양승오 박사와 함께 피고인으로서 재판 중이다.

이밖에도 전문가들은 자생한방병원의 엑스레이 사진에서 드러나는 귓불 모양이 박주신 씨의 다른 일반 사진에서 보이는 귀 모양과 확연하게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주신 씨는 귓불이 없는 ‘칼귀’인데 반해 엑스레이 사진의 주인공은 두툼한 귓불인 일명 ‘복귀’ 형태라는 것이다.

“박주신이 맞다”는 주장들

 -병무청에서 본인 확인 CT 촬영
 -박주신 치료했다는 치과의사 등장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한 반론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2011년 12월 27일 병무청 신체검사 CT 촬영을 하면서 박주신 씨 신분 확인을 했다는 주장이다. 병무청 CT 사진의 피사체는 자생한방병원 및 세브란스병원 MRI 사진과 동일인임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에 병무청에서 박주신 씨 본인 확인을 했다는 절차만 입증돼도 더 이상 ‘사진의 주인공이 박주신이 아니다’라는 논란이 제기될 이유가 없다.

검찰 조사에서 병무청 직원은 박주신 씨의 신체검사 시에 임시 신분확인 카드를 발급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고, 신체검사의 절차마다 임시 신분확인 카드를 신분식별 단말기에 접촉시켜 사진과 얼굴의 대조 작업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둘째는 박주신 씨 치아의 치료 상태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등장한 치과의사 문모 씨다. 문 씨는 박주신 씨의 치과 치료 관련 의혹이 점증하자 지난해 6월 검찰에 나와 박주신 씨의 치아를 2005년 7월부터 2014년 3월까지 치료했다고 진술했다. 아말감 사용 등 자생한방병원 엑스레이에 나타난 치아 상태대로 본인이 치료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입증할 치과 진료기록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제출한 보험급여심사청구 내역 등의 자료도 제출했다. 검찰은 심평원을 압수수색하여 문 씨에게 지급한 요양 급여비용 명세서 등의 자료를 확보했다.

병무청 CT 촬영 절차의 허점
- 심사위원회 거치지 않고 징병관 단독 처리
- 병역비리 연루 의사의 병사용 진단서 접수

2011년 12월 27일 박주신 씨를 CT 촬영한 병무청 방사선사 배모 씨는 임시 신분확인 카드와 신분증을 제출받아 신분식별 단말기 모니터에 나타난 사진을 보고 본인 확인을 했다고 진술하고 있다. 하지만 이 본인 확인 과정이 진술처럼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지 않다는 게 피고인 측 변호인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검찰 수사관이 2014년 10월 14일 병무청 방문조사를 하면서 방사선사 배모 씨가 징병검사를 위해 방문한 신체검사자에 대해 ‘신분확인 카드(나라사랑 카드)를 제출받아 신분식별 단말기에 접촉하고 모니터에 사진을 띄운 후 수검자 얼굴과 확인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은 사례를 확인한 바 있다.

▲ 서울지방병무청 CT층의 출입문과 화장실이 바로 붙어 있어 신체검사자의 바꿔치기도 가능한 구조다.

피고인들의 변호인 측은 CT 촬영을 하는 방사선사가 신분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있어 왔다고 설명하고 있다. 2012년 3월 28일 모니터에 띄우는 사진의 크기를 종전(가로 세로 약 3㎝)보다 확대한 조치도 이런 폐단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박주신 씨가 병무청 CT 촬영을 한 때는 이보다 이전인 2011년 12월이었다.

또 서울지방병무청 징병검사장 CT 촬영실이 있는 2층의 구조 자체가 외부인의 출입문과 화장실이 바로 붙어 있어 신체 검사자의 바꿔치기도 가능한 구조다. 제3의 인물인 대리 신검자가 화장실에 대기하다가 촬영실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공직선거법위반 재판에서 피고인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차기환 변호사는 “신체검사자 바꿔치기 같은 비리 사례는 과거 보험사기 등에도 있었다”고 말했다.

더욱이 박주신 씨의 경우, 병무청은 ‘병역처분변경처분을 하기 위해선 병역처분변경심사위원회의 심사를 거치도록 한’ 내용의 병역처분변경업무규정 제9조 1항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사위원회의 심사 없이 징병관 단독으로 박주신 씨의 병역처분변경을 처리한 것이다.

심사위원회의 심사를 제외 받는 대상이 별도로 있긴 하지만, 박주신 씨는 ‘2회 이상 병역처분변경원 또는 입영기일 연기원 제출자, 연예인, 프로 운동선수, 사회지도층의 자 등으로 확인된 자는 제외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병역처분변경 심사제외대상자 선정 기준’에 두 가지나 해당되기 때문에 징병관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다.

박주신 씨는 이미 세 차례 입영기일 연기원을 제출했고, 병역처분변경원을 제출했던 2011년 12월 9일 그의 부친 박원순 씨는 서울시장 신분이었다.

특히 병무청은 병역면탈 범죄와 관련된 의료기관 또는 의사가 발행한 병사용 진단서는 변경처분 시 참고할 수 없도록 한 규정(병역처분변경업무규정 제5조 1항, 징병검사규정 제33조 4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마저도 준수하지 않았다.

박주신 씨가 제출했던 병사용 진단서가 병역비리에 연루된 전력이 있는 혜민병원 의사 김모 씨가 작성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병무청이 이런 사실을 몰랐다면 무능을 자인하는 것이고, 알았다면 조직적 병역 비리 의혹도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치과의사 문모 원장이 사용한 유령 보험증

자생병원 엑스레이에 나타난 치아 치료 상태는 이 사진이 박주신 씨를 찍은 것이 아니라는 의혹의 중요한 근거였다. 하지만 치과의사 문모 원장이 아말감 치료 등 자신이 박주신 씨를 치료했다고 나서자 다시 미궁에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문 원장이 근거로 제출한 보험급여신청 자료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 문모 원장 치과에서 검찰에 제출한 보험급여청구 내역.

치과의사 문모 원장이 보험급여를 신청하면서 적용했다는 보험증 번호는 그가 보험급여를 심평원에 청구할 때에는 존재하지도 않은 번호이거나, 박주신 씨가 취득하지 않은 이른바 ‘유령 보험증’ 번호였다.

문 원장이 2005년 8월 10일부터 2008년 12월 3일까지 심평원에 보험급여를 신청하며 기재한 보험증 번호는 ‘80×××××××××’이다. 그런데 이 건강보험증 번호는 박주신 씨가 부친인 박원순 씨의 직장인 ‘희망제작소’를 사업자로 해서 2009년 3월 1일 취득한 번호다.

치과의사 문 원장은 박주신 씨가 건강보험증(번호 ‘80×××××××××’)을 취득하기 4년 전에 존재하지도 않는 그 번호를 사용(8차례)하여 보험급여를 신청한 셈이다. 게다가 문 원장은 희망제작소라는 사업자가 설립(2006년 3월 27일)되기도 전에 해당 사업자의 건강보험증 번호를 사용하여 박주신 씨를 5차례(2005년 8월10일~8월17일) 치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다가 문 원장이 법원의 공판절차에서 검찰 수사과정에서 누락된 치료일자에 대해 제출한 보험급여 청구내역에서도 문제가 드러났다. 그 내역을 보면 2005년 7월 치료에 대해 ‘21×××××××××’의 보험증 번호를 적용해 보험급여를 청구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런데 이 보험증 번호는 박주신 씨의 부친인 박원순 씨가 2011년 9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각종 회사를 사직하면서 직장의료보험에서 지역의료보험 가입자로 신분이 전환되면서 취득한 번호이고 박주신 씨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박주신의 고교 시절 골반 부상, 생활기록부에는 없다

박주신 씨를 치료했다는 치과의사 문 원장의 주장을 변호인들이 믿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승오 씨 등 피고인 4명은 지난 2015년 3월 문 원장을 모해증거위조죄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문 씨는 박원순 시장의 경기고 선배이자, 박원순 시장이 사무처장으로서 활동을 주도했던 참여연대의 운영위 부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자생한방병원 엑스레이 사진의 주인공은 우측 골반 뼈에 견열골절 병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견열골절이란 인대에 과도한 힘이 가해져 인대가 붙은 뼈의 성장판 일부분이 떨어져 나가는 것인데, 사춘기 때 과도한 근육 운동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최소 10일 정도는 아파서 책상에 앉지도 못하며, 통상 4~6주 동안 목발을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박주신 씨는 이와 관련, 2011년 11월 3일 서울대학병원 검진에서 2000년이나 2001년 우측 골반 뼈에 부상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박주신 씨가 고등학생일 때다.

문제는 박주신 씨가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학년 별로 1일 이상 결석한 사례가 없다는 데 있다. 박주신 씨 생활기록부에 따르면 고1이었던 2000년 결석 1일, 2001년 개근, 2002년 1일 결석이 전부다.

박주신 씨가 견열골절 부상을 당했다면 10일 이상의 장기 결석이 불가피하다는 게 변호인들의 주장이다. 게다가 2000년 5월에는 3일 간 오대산 극기 훈련, 7월에는 8일 간 울진- 주문진 구간의 국토순례행진에 참가했다. 2001년 5월에는 3일 간 지리산 등반에 참가했다.

“자생병원·세브란스병원 사진은 박주신이 아니다”
진짜 박주신 엑스레이 사진 등장

흥미로운 점은 박주신 씨가 2011년 8월 30일 공군교육사령부에 입영해 받은 신체검사 문진에서 ‘골절, 탈구, 허리통증, 관절운동 제한 등 정형외과 질환이 없다’고 진술한 것이다.

박주신 씨는 2011년 11월경 서울대학병원에서는 자신이 엉치뼈에 부상을 입어 깁스를 했다고 하고 있다. 수시로 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2011년 12월 9일 병역처분변경신청을 하는 날은 하루에만 4차례 말을 바꿨다.

박주신 씨 스스로 언제 어떤 경위로 어디에 부상을 입었는지 알지 못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또 박원순 서울시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주신 씨가 고교 시절 축구를 하다가 부상을 당했고 공군교육사령부에 입영해 훈련으로 통증이 심해져 귀가했다고 주장한 바 있으나, 박주신 씨가 입대했다가 귀가할 때까지 해당 부대에는 일정상 특별한 훈련은 없고 단지 신체검사 및 심리테스트가 있었을 뿐이다.

이제껏 의혹 제기는 주로 자생한방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의 엑스레이 사진이나 MRI 사진을 근거로 ‘이 피사체의 주인공은 박주신이 아니다’라는 주장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지난 5월 6일 1차 증인심문 공판에서 결정적 증거가 제시됐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박주신 씨의 엑스레이 사진이다. 이 박주신 씨 엑스레이 사진과 기존 대리 신검 의혹을 받고 있는 사진들이 동일인인지 여부만 확인하면 논란을 끝낼 수 있다.

문제의 엑스레이 사진은 2011년 8월 29일 공군에 입영한 박주신 씨가 다음날인 8월 30일 촬영한 흉부 엑스레이 사진이다. 박주신 씨가 공군에 입영한 후 신병대대 내에서 찍은 것이기 때문에 대리 신검 가능성이 없는 핵심 증거 사진으로 지목돼 왔다. 차기환 변호사가 공군에 자료 제출을 요청해 받아냈다.

전문가들은 이 사진과 기존 자생한방병원·세브란스병원의 사진을 비교해 피사체가 동일인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군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우측 제1늑골에 석회화 현상이 없고 제1흉추 극상돌기가 오른쪽으로 휘어져 있는 반면, 기존 자생한방병원 사진의 주인공은 우측 제1늑골에 석회화 현상이 있고, 극상돌기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시·세브란스병원 공개검증 통제, 적절했나?

2015년 7월 21일 공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이승구 세브란스병원 신경영상의학과 교수도 이 두 사진을 비교하며 “자생한방병원의 엑스레이와 공군 및 세브란스병원 엑스레이에는 석화화, 극상돌기 부분의 소견에 차이가 분명히 있다”고 증언했다. 이승구 교수는 2012년 세브란스병원 공개검증에서 MRI 사진을 판독해 “자생한방병원의 MRI와 세브란스병원 MRI의 피사체는 동일인이다”라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사실 이번 논란은 2012년 세브란스병원 공개검증에서 촬영하기 전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인 강용석 전 의원을 출석시켜 박주신 씨의 신체 부위에 임의로 마커(marker)를 부착하고 촬영하는 신분 확인 절차만 제대로 했으면 문제의 소지가 없었을 일이다(실제 이완구 전 총리는 아들의 병역의혹 해소를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

본인 확인을 철저히 하고 다른 제3의 인물의 출입을 통제하며 MRI 간 영상 전송 및 바꿔치기 가능성을 막는 작업도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 공개검증은 촬영 시작 직전에 언론에 공개돼 사건에 관심이 있던 언론사 기자는 물론이고, 의혹을 제기했던 강용석 전 의원도 참관하지 못했다. 사실상 공개검증이라고 말하기가 어려운 수준의 신체검사였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검증이 국민들에게 인정받았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설령 공개검증 과정을 주도했던 손명세 당시 세브란스병원 의사(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가 박원순 시장과 경기고 선후배 사이로 박 시장과 개인적 친분이 있다 하더라도, 공신력 있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속 직원들이 ‘설마 국민적 관심이 쏠린 신체검사를 허술하게 관리했겠느냐’라는 믿음이다.

MRI 기기 간 영상 전송,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세브란스병원 공개검증에 관련된 의혹의 핵심은 박주신 씨의 MRI가 ▲세브란스 의학영상정보시스템(PACS) 서버에 미리 저장된 대리 신검자의 MRI를 불러온 것일 수 있고 ▲박주신 씨가 입장한 74번 MRI실이 아닌 또 다른 MRI실에서 대리 신검자가 촬영하는 영상을 불러온 영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MRI 촬영기기 간 영상 전송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은 변호인들이 실험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이상한 점은 더 있다. 2011년 12월 9일 찍은 것으로 알려졌던 자생한방병원 MRI와 엑스레이 사진이 4달 전인 같은 해 8월 25일에 이미 세브란스병원 의학영상정보시스템(PACS) 서버에 입력이 돼 있었다는 것이다.

자생한방병원의 박주신 씨 사진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찍은 사진과 비교해 동일인임을 확인하기 위해 2012년 2월 22일 세브란스병원 공개 신검 당시에 세브란스병원 PACS 서버에 입력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피고인 양승오 박사는 세브란스병원 PACS 서버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사진은 2011년 8월 25일에 입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실은 자생병원 사진의 세브란스병원 PACS 서버 입력시간을 알려주는 EXAM UID(Unique Idintifier)가 ‘20110825’라는 점에서 알 수 있다. 즉, 2011년 12월 9일 촬영했다는 자생병원 영상이 실제로는 이보다 앞서 같은 해 8월 25일에 이미 만들어져 세브란스병원 PACS 서버에 들어가 있었다는 의미다. 2011년 8월 25일은 박주신 씨가 공군교육사령부에 8월 29일 입영하기 4일 전이다.

왜 그랬을까? 피고인들은 이에 대해 누군가가 박주신 씨 대리 신검자의 MRI 사진을 미리 확인해 병역처분변경이 가능한지를 알아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는가를 의심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실은 무엇일까. 피고인들과 변호인이 주장하는 2012년 2월 2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공개검증의 미스테리는 다음과 같다.

공개검증을 둘러싼 수수께끼들

첫째, MRI실에 들어간 의문의 제3의 남성의 존재다. 서울시가 박주신 씨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서울시 직원들과 함께 MRI실 유리 정문으로 입장하는 모습은 한 종편 TV 카메라에 잡혀 확인됐다. 그런데 또 다른 인물이 지하 주차장으로부터 연결된 비상구를 통해 MRI실 후문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목격됐다. 목격자는 이 병원의 영상의학과 이모 조교수였다.

이상한 점은 박주신 씨가 촬영을 한 시각은 오후 2시부터 약 40분간 정도인데, 그날 오후 2시부터 3시 30분 사이에 세브란스병원 MRI실 4개 룸에서 촬영한 환자들은 박주신과 60대 남성 1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여자라는 점이다.

유리 정문을 통해 들어간 자와 후문으로 들어간 자 가운데 1명은 왜 들어갔을까? 수행원까지 대동하고 말이다.

▲ 박주신 씨는 공개검증을 하기 전 2012년 2월 22일 오전 일산 명지병원에서 목과 허리의 MRI 촬영을 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에 대해 '증거를 하나 더 확인해 두고 싶어서'였다고 밝혔다.

둘째, 사전 준비 의혹이다. 피고인 양승오 박사 등은 공개검증을 하기 약 11시간 전인 2012년 2월 22일 새벽 3시경 일산의 명지명원에서 박주신 씨는 목과 허리의 MRI 촬영을 시행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반면 서울시는 오전 7시경 촬영했다고 주장한다). 공개검증 전 사전 확인이었던 셈이다.

피고인들은 이 대목에서 의문을 제기한다. 본인이 맞다면 과연 새벽에 별도로 MRI 촬영을 할 이유가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더욱이 일산 명지병원에서 법원에 제출한 박주신이라는 이름의 MRI 요추 및 경추 영상에 영문이름과 생년월일이 각각 다르다. 통상 30분 간격으로 촬영한 영상에 이름과 생년월일이 다를 수가 없다(그 중 하나는 생년월일이 20120222로 되어 있다).

누군가 법원에 제출하기 전 이를 변경하다가 오류를 일으킨 것일 가능성이 있다. 연세대 의대의 모 교수는 자신이 양승오 박사 등이 기소되기 전 명지병원의 지인을 찾아가 그 영상을 확인했을 때에는 3시경 촬영한 것으로 되어 있었다고 한다.

왜 이런 오류가 생겼을까? 양 박사 측은 대리 신검자가 박주신이라는 이름으로 새벽 3시경 촬영을 한 후 법원에서 영상을 제출하라는 명령이 오자 급하게 오전 7시로 수정하다가 이런 오류를 일으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셋째, 공개검증 당일 박주신 씨를 촬영한 동영상의 편집 의혹이다. 박주신 씨가 74번 MRI실에서 신체검사를 받는 과정을 서울시 직원이 촬영한 동영상은 재판 과정에서 중요한 증거로 작용했다. 서울시는 이 동영상이 편집되지 않은 원본 그대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변호인들의 분석 결과 5장면 이상이 편집된 것으로 드러났다.
피고인 측은 박주신이 어떤 옷을 입고 왔는지 알 수 있는 부분(예컨대 세브란스 윤도흠 교수가 박주신을 눕혀 놓고 문진을 한 후 박주신이 환자복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는 장면)이 잘려져 나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판에 출석한 윤도흠 교수나 세브란스 홍보팀 직원도 그 부분의 영상은 이상이 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양승오·김우현 씨 등 7명이 기소된 이번 공직선거법위반 재판은 현재 중요 국면을 맞고 있다. 지난 5월 6일 첫 증인심문 공판부터 재판부는 박주신 씨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증인 출석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작된 공판준비기일에서 박주신 씨의 증인 출석에 대해 소극적이던 태도와는 바뀐 모습이다. 애초 피고인들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시작된 재판이었지만, 현재는 박주신 씨의 병역처분변경처분 과정의 모순점을 파헤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변호인들은 이와 더불어 박주신 씨를 병역비리 혐의로 정식으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검찰 고발 때문만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박주신 씨가 당당하게 나와 좀 더 엄격한 조건에서 2차 공개검증을 받아야 할 때다. 의혹의 당사자가 나와 요추 MRI 촬영을 하고 치아 검사를 하면 모든 오해가 한순간에 불식될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