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지도층 자제들은 왜 그렇게 몸이 허약할까?
사회 지도층 자제들은 왜 그렇게 몸이 허약할까?
  • 미래한국
  • 승인 2015.08.2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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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우파 발언대] 청년이 바라본 사회 지도층의 兵役 회피

“난 서해 최전선에서 군 복무를 하며 국가관을 얻었다”

▲ 정인갑 국회 정책비서

병역(兵役) 기피를 위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했던 한 가수가 최근 13년 만에 다시 국적 회복 의사를 표시하자 찬반 여론이 뜨겁게 달궈진 바 있다.

한때 병역 논란이 있기 전까지 국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던 가수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대다수 우리 국민들은 한때 좋아했던 가수였던 그의 잘못을 이해하기보다는 용서하기 힘들다는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우리 국민들은 왜 이토록 병역기피 문제에 대해서는 미온적 태도를 넘어 냉랭하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지금 우리가 자유를 누리면서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 하루아침에 일궈진 것이 아니라, 이름 없이 생명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의해 지켜져 온 나라이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에게 국방의 의무, 병역의 의무는 대한민국 최상위법인 헌법에 명시되어 있을 정도로 중요한 가치라는 의미다. 또 다수의 국민들은 주권자로서 외침(外侵)으로부터 국토를 보전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여기고 있다. 

인생의 밑그림을 그렸던 20代 청년의 軍 경험

대학을 졸업하고 학사장교로 입대하여 군 복무를 마친 지 3년 남짓 흘렀지만, 지금도 나에게 한창 피가 끓던 20대 초반 시절 인생에 대한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가장 소중한 경험을 꼽으라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3년 4개월의 군복무 경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수차례의 국가적 위기 속에서 ‘위국헌신(衛國獻身)’을 가슴에 새길 수 있었던 계기도 군 생활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나의 군 생활은 결코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2010년 3월 북한 어뢰에 의한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생했을 때는 육군 수도포병여단 작전처 상황장교로 임무를 수행했고, 2010년 11월 23일 북한의 무자비한 연평도 포격 도발 직후에는 포병대대 정보장교로 작전 최전선에 투입됐다.

▲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우리 장병들은 포탄이 비오듯 쏟아지는 와중에도 목숨을 걸고 뛰어나가 응사를 했다. 사회지도층 자제들의 벼역 회피는 이 나라의 기둥을 허무는 행위다.

남북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체감 온도 영하 20도의 강추위 속에서 서북방 최전선에서 지킴이 임무를 수행한 것이다. 언제라도 포격이 재개될 수 있는 위험 지역이었지만, 당시 나를 포함한 전우들은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영토를 지킨다는 일념으로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물론 인생에서 어느 때도 소중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지만, 3년간의 군 복무기간은 가장 명예롭고 보람된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 또 나를 희생하여 조국과 가족을 지킨 값진 경험이었다. 

사실 평범한 대한민국의 청년 가운데 한 사람인 내 경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주위 선후배들이 겉으로는 “군대 힘들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군에 입대하면 불평 한마디 없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하고 국가관을 몸에 익히게 된다. 대한민국 건강한 남성으로서 당연히 국방의 의무를 실천하고 또 그로 인한 자긍심을 가져온 것이다.

병역의 의무를 회피하는 사회 지도층 

그러나 앞서 언급했던 유명 가수의 사례 이외에도 매년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회 때마다 후보자의 병역이나 아들 병역 문제로 방송, 신문 등 언론이 소란스럽다. 소위 사회 지도층이라고 일컬어지는 사람들에게 도대체 왜 이런 꼬리표가 따라다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내 주변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병역 면제된 사람을 찾기 어려운데, 유독 사회 지도층 자제들은 왜 그렇게 몸이 허약한 것일까. 심지어 병역 면제자는 ‘신(神)의 아들’, 공익 근무자는 ‘장군의 아들’이라는 웃지 못 할 조어(造語)가 생기기도 했다. 이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우리는 본래 역사적으로 고구려의 ‘조의선인(衣先人)’, 신라의 ‘화랑도’ 등 귀족과 권력층이 먼저 전선으로 나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통을 가져왔던 나라다. ‘고결한 의무’를 의미하는 이 단어는 사회 지도층이 국가적인 역할에 있어서 마땅히 책임을 다하고 솔선수범함을 의미한다. 이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과거 계급사회에서는 귀족계급과 권력층에게 적용되는 가치었다면, 민주주의 사회인 지금은 국민 모두에게 적용돼야 한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의 해리 트루먼 대통령은 시력 문제로 사관학교 입학이 어려워지자 시력검사 판을 암기해 군에 입대하여 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또 영국 왕실 인사들은 모두 군에 복무하거나 위험한 전투의 참전에 앞장서 왔다. 이들이 병역에 이토록 엄격한 이유는 지도층으로서 국민들에게 귀감이 되기 위함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현재 종전(終戰)이 아닌 휴전(休戰) 국가로서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중이다.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병역 의무에는 차별이 있을 수 없다. 유명인이거나 특정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또 권력을 쥐고 있다고 해서 병역의 의무를 등한시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지금은 종전(終戰)이 아닌 휴전 상황 

소위 사회 지도층들이 희생하지 않고 특권만 누린다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잃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만섭 전(前) 국회의장은 “병역 면제자를 고위직에 임명해 얻는 득보다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으로 잃는 게 너무 커졌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계층 간 갈등, 세대 간 갈등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렇게 서로간의 신뢰가 상실되어 가는 상황에서 병역기피와 같은 갈등요소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구성원들이 공공의 이익을 생각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노력할 가능성은 점점 더 희미해질 것이다. 

우리나라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고위공무원을 비롯한 정치인, 기업인, 전문직 종사자 등 사회 지도층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국가와 국민 앞에 당당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병역의 의무 역시 가장 기본적인 지도층의 책무 중 하나다. 더불어 젊은이는 병역 의무 수행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여 헌신할 수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최근 사회통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정답은 가까운 곳에 있다. 사회 지도층이 사회에서 누리는 혜택과 특권에 비례하여 희생정신과 도덕성 그리고 솔선수범하는 희생정신을 갖는다면 갈등의 벽은 자연스럽게 허물어질 것이다. 

사회통합을 위하여 지도층 스스로 국민의 기본의무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자기 반성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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