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對中 무역흑자 지속은 불가능
막대한 對中 무역흑자 지속은 불가능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5.08.24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긴급특집] 중국 경제 쇼크가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

올해 6월 말까지 한국의 對中 수출 10대 품목 중 7개가 마이너스 성장

중국 경제의 불안과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상하이 증시 폭락과 함께 중국의 외환보유고 하락추세가 주목을 끌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지난해 8월 4조 달러에서 현재 8% 감소한 3조700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분기 7%대를 힘겹게 맞춘 것으로 발표되었지만, 이 수치를 신뢰하는 전문가들은 많지 않다. 중국의 GDP 집계 공신력에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경기불황은 한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올 들어 6월 말까지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10대(大) 품목 중 7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 수출 총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대중(對中) 수출 전선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8월 11일 위안화 환율을 달러당 6.2298위안으로 높여(위안화 가치 절하) 고시했다. 이는 전거래일 고시환율인 6.1162위안 대비 위안화 가치가 무려 1.8% 하락한 것으로, 위안화 사상 최대 낙폭이자 2013년 4월 25일 이후 최저치(가치)다. 

이어서 다음날인 8월 12에도 전날보다 인민은행이 1.62% 올린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위안화 가치가 이틀 만에 3.48%나 절하됨으로써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신창타이로 대변되는 구조 변화는 중국 경제가 수출 중심에서 내수 중심으로 변화됨을 의미한다’며 ‘교역방식도 가공무역에서 탈피하고 소비재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따라서 우리의 대중 수출은 자본재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상당 기간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한국의 대중(對中) 수출 10대 품목 중 7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 기업에 타격 우려

일단 중국 증시의 위험이 직접적으로 한국이나 다른 서방국가로 전이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상하이 증시는 아직 본격적으로 외국인에게 투자 개방이 되지 않았고, 투자자 비중도 개인이 90%에 달하기 때문이다.

2007년 상하이 증시가 대폭락으로 고점 대비 60%가 하락했었어도 글로벌 증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일단 중국 증시와 세계 증시 간에는 방화벽이 존재하는 셈이다. 

문제는 중국 내 ‘그림자 금융’이라고 불리는 부동자금들의 향배다. 과거 이 자금은 부동산 시장에서 주택 과열 투기 현상을 빚은 후 증시로 넘어왔다. 그리고 현재 증시에서 나와 온라인금융과 같은 투자처를 찾고 있다고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지난 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중국 경제 구조 변화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3년 현재 중국의 투자 비중은 중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47.3%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40.8%)보다 6.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민간부채는 GDP 대비 100% 내외에서 2013년에는 140%까지 늘어났다. 

이런 상태에서 중국이 투자를 줄이면 대중 무역 의존도가 큰 우리 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상품의 비중은 71%며, 특히 중간재 형태로 수출돼 가공된 후 다시 중국 내수시장에 판매되는 상품은 55%에 달한다. 중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한국 경제는 어떤 형태로든 직접 영향권 안에 들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문제는 중국이 수출경제에서 내수경제로 전환함에 따라 우리 기업들이 대(對)중국 전략을 현지화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자칫 국내 산업의 공동화(空洞化)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중국 경제의 위기가 깊어지면 중국의 내수투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어 심각할 정도는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중국 경제의 불황이 꼭 우리에게 독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불황에는 오히려 혁신이 일어나는 동기가 크다. 물론 이러한 과제는 전적으로 기업의 몫이며, 그렇기에 정부는 불황기에 기업들의 투자와 기술혁신을 장려하고 세제(稅制) 지원과 규제를 풀어줘야 한다. 하지만 국내 정치 상황은 이와는 반대로 재벌 소유 문제와 국내 투자 강요로 치닫는 것 같아 우려를 자아낸다. 

중국은 불황을 극복하고자 해외 투자를 늘리는 방안도 적극 추진 중이다. 최근 대전시가 중국 칭다오(靑島)시로부터 300억 원의 산업단지 투자를 이끌어 낸 점, 그리고 경북 포항시가 중국 유젠물류그룹으로부터 3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 낸 점 등은 중국이 본격적으로 해외 투자에 나섰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중국의 해외 투자에서 가장 유혹적인 부분은 바로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투자사업이다. 우리 정부는 고민 끝에 AIIB에 가입했다. 이렇듯 중국은 한국에 시장과 투자의 배후처로서 그 위상이 막대하다. 우리의 딜레마는 바로 그러한 점에 놓여 있다. 

한쪽에선 손잡고, 다른 쪽에선 칼 내밀고…

공식적으로 사회주의를 통치이념으로 하는 중국과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간에 경제 교류는 분명 좋은 것이다. 민간끼리의 교역이 높으면 높을수록 체제의 상이성은 오히려 긴장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교역 가운데 많은 부분이 우리 민간기업과 중국 국영기업과의 거래라는 점에서 체제의 상이성과 국제관계로부터 오는 위험성은 상존한다. 

중국은 엄연한 사회주의 국가이자, 공산당이 제1당으로 유일한 국가라는 점에서다. 과연 중국이 자국의 위험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태도가 어떨 것이냐 하는 문제는 쉽게 예단하기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국가 간에는 자국의 이익이 최우선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경제 불황이 심화되면 중국이 한국에 통상 압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한국에 대해 지난해 542억8000만 달러의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과연 이런 기조가 중국의 경제난 심화 과정에서도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된다. 

무엇보다 한중 간에 무역수지 격차로 인해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의 고조도 예상할 수 있다. 이 문제는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둘러싼 마찰과 함께 우리로서는 매우 달갑지 않은 문제가 된다. 따라서 중국과는 불황이 깊어질수록 민간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글로벌 체제는 과거와 달리 다극화, 다원화되면서 신냉전의 기류와 함께 무역개방과 글로벌 경제협력이라는 상황을 맞고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손을 내밀면서도 한 손에는 칼을 쥐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 전통적 국제정치이론으로는 설명되기 어려운 이런 상황은 적과 동지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그럴수록 필요한 것이 ‘패러다임’의 발견과 확립이다. 냉전의 자유주의자 이사야 벌린은 이를 여우와 고슴도치의 이론으로 설명했다. 우리가 중국에 대해 어떨 때 고슴도치가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어느 때 여우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패러다임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