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 외교 大전략 시급하다
위기의 한국 외교 大전략 시급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09.0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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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시욱의 정론직필]

튼튼한 한미동맹 기초 위에서

연미(聯美) 화중(和中) 협일(協日) 전략이 가장 바람직

▲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미래한국 고문

박근혜 대통령이 9월 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국내에서는 그의 방중(訪中)을 둘러싸고 전례 없이 치열한 찬반(贊反) 논쟁이 일어났었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대통령의 외국 방문 문제가 이처럼 뜨거운 논란거리가 된 적은 최근에는 별로 없었던 일이다. 

그의 방중을 찬성한 측은 무엇보다도 북핵(北核) 문제 해결을 비롯한 한반도의 평화 구축을 위해 한중(韓中)관계의 강화가 시급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반대한 측은 그의 중국 방문이 우리에게 긴요한 한미동맹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이 상반된 입장은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방중 계획을 결정, 발표한 후에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찬성 측은 한국 수출의 25%를 차지하는 중국과의 교역뿐만 아니라 대북(對北)전략에서도 중국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의 방중 결정은 불가피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반대 측은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주석 옆에서 옛 사회주의 국가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함으로써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이 경제는 물론 안보도 중국 쪽으로 기울었음을 세계에 각인시킨다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대 측은 더 나아가 박 대통령이 한미동맹에 금이 갈 수도 있는 모험을 해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이번 결정이 한국 외교사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상당히 격렬하게 비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앞으로 박 대통령의 방중 성과 여하에 따라서는 방중 결정 자체에 대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박 대통령 訪中과 눈치 외교, 줄타기 외교 논란 

청와대 역시 이 같은 찬반 양론의 틈바구니에서 그 동안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고 고심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전승절 행사 때 과거 6·25 전쟁에 개입했던 중국 인민해방군을 사열하는 문제로 딜레마에 빠졌다. 한 때는 박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더라도 인민해방군 사열만은 안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그러나 그가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열병식에 불참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현명하지 못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방중으로 기왕 미국의 불만을 산 데다, 열병식에 불참하면 중국 측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므로 자칫하다가는 미중 두 나라 양측의 불만을 동시에 사는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태는 우리 정부가 미중(美中) 두 초강대국 사이에 끼어 눈치 외교,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일게 했다. 

눈치 외교, 줄타기 외교라는 표현은 머지않아 ‘30-50 클럽’에 7번째 회원으로 들어갈 세계 중견국가인 대한민국으로서는 상당히 자존심 상하는 용어가 아닌가. 그렇기는 하나 우리는 사실을 사실대로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세계 제2의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 사이에 낀 한국의 딜레마는 시일이 지날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이 같은 상황은 한국의 지정학적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안보를 위해 미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다시 말하면 군사적으로 미국의 세력권에 들어 있는--우리는 그 경쟁 국가이자 잠재적인 적대국가인 중국과 긴밀한 경제관계를 맺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과 앞으로의 통일을 위해 중국과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될 숙명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통일하려는 대상인 북한은 현재 중국의 안보를 위해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중국 두 나라와의 적절한 관계 설정 문제는 한국 외교가 당면한 최대 과제로 등장했다. 

물론 당면한 한반도의 긴장상태를 감안하면 이번 휴전선 지뢰사건과, 이로 인한 남북 간의 군사적 대치상황의 전개과정에서 잘 나타났듯이 미국과의 동맹관계 이상 우리에게 중요한 것이 없다.

이번 8·25 남북 합의 배경에는 미국의 막강한 군사력 뿐 아니라 사실상 북한을 견제한 중국의 움직임도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의 외교정책기조는 우선 한미동맹의 강화유지라는 기조에 맞춰야 할 것이다. 

그렇기는 하나 우리에게는 통일이라는 중대한 국가적 과업이 있다. 미국은 우리의 동맹국으로서 장차 여건이 성숙되는 경우 한국 주도의 통일을 도우리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렇다고 미국에만 우리의 통일을 의존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우리가 안보와 함께 통일을 또 다른 최고의 국정지표로 삼는다면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가 대단히 긴요하다. 중국의 협력 없이는 한국 주도의 통일은 불가능하다. 여기서 우리는 안보와 통일 정책의 상충관계라는 외교적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우리는 이 같은 당면한 외교적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그것은 자주적 실리외교 이외는 방법이 없다. 많은 내외 전문가들은 튼튼한 한미동맹의 기초 위에서 주변 국가들과의 균형 있는 외교를 권장하고 있다. 중국문제 전문가인 김흥규 아주대 교수도 그 중 한 사람으로 매우 주목할 대외정책노선을 제시했다. 그는 연미(聯美), 화중(和中), 협일(協日) 정책을 제안했다. 

‘슈퍼 코리아’를 위한 백년대계를 …

이 방안은 흥미롭게도 19세기 말 청국측이 조선 측에 제시한 ‘조선책략’(朝鮮策略)의 내용과 닮은 데가 있다. 조선이 일본의 무력에 굴복해 일본과 수교한 뒤인 1880년 제2차 수신사로 일본을 방문한 김홍집에게 주일 청국공사관의 참찬관(參贊官) 황준헌은 장차 조선의 나아갈 길은 친중(親中), 결일(結日), 연미(聯美) 밖에는 없다고 권유했다. 당시는 러시아가 맹렬한 기세로 극동아시아로 진출해와 한반도를 노리고 있을 때였다. 

황준헌의 권고가 있은 2년 후 조선정부는 청국의 반(半)강압적인 알선으로 조미(朝美)우호통상조약을 체결하고 미국과 수교했다. 결국 한반도에 미국을 끌어들인 나라는 중국이었는데, 시대가 바뀌어 6·25 전쟁을 계기로 미중 두 나라가 한반도에서 대결을 하고 있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밖에 없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외교가 요구된다. 21세기 한국의 안보 외교 통일정책을 위한 대전략(grand strategy)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우선 우리가 한국 주도의 통일한국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를 가능케 하는 국제환경이 조성되느냐 여부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위상과 이들의 상호관계 및 우리와의 관계는 어떤 모습이 될 것이며, 어떻게 되어야 할까. 그리고 이런 복잡한 국제환경에서 우리가 도모해야 할 한국의 국가이익은 과연 무엇인가. 또한 이를 어떤 방법으로 실현할 것인가 등등 중요한 전제조건과 변수들에 대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우리에게 가장 바람직한 상황은 현재 으르렁거리고 있는 미중 두 패권국가 간에 우호관계가 조성되어 안정적인 G2 관계가 이룩되는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태평양지역, 특히 동북아에 평화가 정착할 것이다. 이 경우 한국은 두 나라와 정치 경제적으로 자유롭고 친밀한 관계를 설정할 수 있다. 

그 당연한 결과로 한국은 두 나라와 왕성한 무역관계를 이룩해 경제적으로 더 번영하고, 정치적으로는 보다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슈퍼 코리아’로 발돋움할 것이다. 이런 바람직한 국제환경은 우리에게는 민족적 축복이 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 미 국무부의 존 커비 대변인이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방중 계획을 발표한 직후 정례 브리핑에서 “행사 참여 문제는 각국의 주권적 결정사항”이라면서 “우리는 한국 정부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힌 것은 전향적인 조치로 평가할 만하다. 

통일한국 위한 외교 대전략 수립하라 

이와 반대되는 상황은 미중 두 나라의 관계가 악화되어 우리가 어느 한 편을 들지 않을 수 없도록 강요되는 상태이다. 최악의 경우는 미중 관계가 적대관계로 발전해서 남중국해나 동중국해에서 무력 충돌을 벌여 한반도도 여기에 휩쓸리는 상황이다.

그것은 한국에게는 일대 재앙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자체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도 동북아에서 평화의 챔피언 국가가 되고, 외교정책 역시 그에 상응하는 평화지향 노선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국가의 안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한미동맹 체제도 현재의 방어동맹 성격의 동맹에서 통일 이후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평화지향적인 동맹체제로 그레이드 업 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미국이 동북아에서 수행하던 본연의 역할을 일본에 하청을 줘 미국-일본-한국의 3각 군사협력 관계를 만들어 중국과 대립시키려 하거나, 중국과 패권 다툼을 하려는 일본이 그런 구도를 원한다면 그것은 결코 한국에 도움이 될 수 없다. 

통일한국을 위한 바람직한 대전략의 수립이 긴요하다. 다시 말하면 앞으로 우리의 주변국 외교는 결코 그때그때 눈치 외교나 줄타기 외교가 아닌, 우리의 자주적인 실리외교라는 대전략에 바탕을 둔 외교 전략의 일환이어야 한다.

이 점을 명료하게 하기 위해 한국 외교의 로드맵의 수립 과정에서부터 우리 국민이 알고 국제사회도 알 수 있도록 공론화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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