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와 경협(經協)으로 평화통일?
독재자와 경협(經協)으로 평화통일?
  • 미래한국
  • 승인 2015.09.03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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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해방 70돌, 대한민국 통일환경

北은 교류와 경협을 정권 유지 위해 사용하는 나라

대한민국 현대사는 기적의 역사다. 전후 140여 개 신생 독립국 중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잡은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 박상봉 통일정보연구소 대표·미래한국 편집위원

현대사의 기적과 달리 해방 70돌을 맞는 우리의 통일 환경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불과 2주 전이다. 북한의 지뢰 도발이 또 다시 대한민국 군인 2명의 발목을 앗아갔다. 이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북(對北) 화해의 메시지가 난무한다.

그 중심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있다. 그는 8월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법적 근거도 없는 5·24 조치를 즉각 해제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해 남북 경제교류를 확대하라”며 경제통일과 2+2회담(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을 주장했다. 

문제는 이런 레토릭이 먹혀든다는 데 있다. 하기야 대한민국 사법부가 종북(從北) 콘서트로 추방했던 신은미에게 한 언론이 통일문화상을 수여할 정도다. 진보 단체들이 주관했던 8·15 행사에서는 성조기가 화형 당했다. 이석기 전(前) 통진당 의원을 석방하라는 플래카드도 날린다. 

5·24 조치는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으로 전사한 46명의 해군 장병의 목숨 값이다. 연평해전에서 산화한 6명의 장병, 북한의 도발로 희생된 많은 양민들에 대한 조국의 최소한의 양심이다. 

이렇게 생긴 5·24 조치를 한마디 사과도 받지 않고 해제하라고? 문 대표는 아직도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믿는 것은 아닐까. 이번 지뢰 도발도 내심 북한의 주장대로 우리의 자작극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아하다. 경제통일? 내 아들이 죽었는데 억만금이 무슨 소용인가? 

일기예보보다 못한 경제전문가들의 예측

더 우려스럽고 심각한 문제는 문재인 대표의 유아적 발상이다. 그는 진정 5·24 조치를 해제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며, 남북 경제교류를 확대하면 평화통일을 이루고 대박이 난다고 믿는 것일까?

순진한 것인지, 어리숙한 것인지, 할 말이 없다. 친구와 동업을 하고, 형제 간 사업을 해도 싸움이 나고 소송을 불사하는 일이 다반사인데 천하의 독재자와 경협을 통해 평화 통일을 이룬다니, 개도 소도 웃을 일이다. 

더욱이 2+2 회담은 코미디 중 코미디다. 한미동맹이 무엇인가? 한미동맹은 62년 세월을 거치며 안보동맹을 넘어 경제동맹체에 버금간다. 한미동맹이 없었다면 대한민국의 기적도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 문 대표의 북미 대화 제의는 동맹국 미국의 이익을 전혀 고려치 않은 북한식 주장의 반복이다. 

요즘 통일정책에 경제전문가들의 입김이 거세다. 문재인 식 경제통일론의 범주다. 남과 북이 비정치적 분야부터 통합을 이루고 점진적으로 정치적 통합을 이뤄 통일을 완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번 보면 그럴 듯하지만 두 번 보면 허점 투성이다. 

이런 기능주의적 접근은 마법처럼 들리지만 서로 다른 체제의 국가에는 적용할 수 없다. 유럽연합(EU) 통합 과정은 산 넘어 산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거부하는 나라는 회원 자격도 안 된다. 하지만 EU의 미래는 순탄치만은 않다. 서로의 이해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이런 마법에 빠져 있다. 야당은 그러려니 해도 여당마저 흔들린다. 세상에 어느 누가 남과 북이 대화하고 경제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가며 점진적으로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을 반대한단 말인가? 단지 이 구상이 궤변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북한은 교류와 경협을 정권 유지를 위해 사용할 수밖에 없는 나라다. 핵과 미사일 개발이 그 증거다. 

흔히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일기예보보다 못하다고 한다. 폴 새뮤얼슨은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대표적인 경제학자다. 그의 경제원론은 웬만한 지식인이면 서재에 꽂혀 있을 정도다. 이런 경제학의 대가(大家)가 1961년과 1980년에 소련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하지만 소련은 경제 침체로 1980년대 중반 체제 전환을 택한 데 이어 1991년에는 해체되고 말았다. 

▲ ‘통일 대박론’을 포함한 최근의 통일 논의는 ‘남북대화’, ‘교류협력’ ‘흡수통일 반대’라는 프레임에 갇혀 버렸다. 사진은 박근혜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통일준비위원회의 회의 장면.

통일은 현실이다 

국내의 중국 예찬론도 마찬가지다.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2020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능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 현재 이런 예측을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오히려 중국의 경착륙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처럼 경제적 판단만으로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통일 환경을 읽어내기는 역부족이다. 경제학자들의 시각에서는 독일식 통일은 재앙이다. 하지만 국제정치학자들은 예멘식 통일이나 중국·홍콩식 모델의 적용이 ‘빛 좋은 개살구’임을 감각적으로 인지한다. 

남북대화도 그렇다. 여야 대표가 영수회담을 하고 나도 서로 다른 주장으로 한바탕 난린데 김정은과 대화로 문제를 풀자고 한다. 친노(親盧)와 비노(非盧)도 대화를 못해 탈당 운운하는데 체제와 사상이 다른 상대와 대화라니, 그런 주장에서 신념도 애국도 통일의 절박함도 읽히지 않는다. 대통령 병(病) 환자의 모습이다. 

이렇듯 우리 통일정책은 말의 향연이요 유희의 경연장 같다. 누가 더 아름다운 광고 카피를 만들어 박수를 받느냐 경쟁이다. 이런 허구는 비단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친미(親美)와 종북(從北)이 화해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통일 방안을 내놓겠다”. 말만 들으면 백점 만점, 나무랄 데가 없다. 

하지만 통일은 현실이다. 말로 이룰 사안이 아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발해도 남한 사회가 반목과 갈등으로 제대로 된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제시하는 여러 정책적 대안-통일 대박,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DMZ 평화공원 등-과 같은 대북·통일정책들도 말의 유희로 머물다 사라질까 걱정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김정은의 동의나 재가가 불필요한 정책적 대안이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되돌아보면 우리는 ‘남북대화’, ‘교류협력’, ‘흡수통일 반대’이라는 3가지 프레임을 만들고 거기에 갇혀 버렸다. 학생들에게 공부를 열심히 해 서울대에 입학하고 대기업에 입사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진리에 누가 이의를 달겠는가? 다만 그 레토릭에 갇히는 순간 청년의 미래는 고행길이다. 대학 진학을 포기해도 지방대학을 졸업해도 성공할 수 있다는 프레임을 만들어야 한다. 

한반도 통일도 마찬가지다. 레토릭에 불과한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대한민국의 미래는 청년처럼 암울하다. 연평해전에서 전사(戰死)한 6명의 장병들은 ‘절대로 먼저 쏘지 말라’는 훈령에 갇혀 순직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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