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국가전략이 있는가?①
대한민국은 국가전략이 있는가?①
  • 미래한국
  • 승인 2015.09.05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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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과 빼닮은 동북아 정세

영국을 미국으로, 러시아를 중국으로 바꾸면 19세기 말의 동북아와 유사한 국제정치 판도

● 미국이 전쟁에 지지도 않은 채 중국에 밀려 2위가 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
● 일본의 꿈은 미국 편을 들어 중국을 견제함으로써 아시아의 패자 자리 되찾는 것
● 미국은 하와이, 캘리포니아 등에 일본군을 데려다 상륙작전 훈련을 시킬 정도
●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과 함께 한다는 安美經中은 국제정치의 기본 무시한 황당한 개념

중국의 도전 
중국은 자본주의적 발전을 통해 경제적 강대국이 됨과 동시에 정치, 군사적 강대국의 길도 함께 추구하고 있다.

▲ 이춘근 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2010년 경제력 총량에서 일본을 앞서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본격적으로, 노골적으로 미국이 현재 차지하고 있는 국제적 지위, 즉 패권적 지위를 치지하겠다는 의도를 보이고 행동에 나섰다. 

중국이 말하는 신형 대국 관계란 미국에게 중국의 지위를 인정하라는 소리와 다를 바 없으며, 중국 해군력의 증강과 남지나해에서 중국이 보이는 패권적 행동은 중국이 야망을 실천하기 위한 과정에 반드시 있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다.  

바다를 제패하지 않은 채 세계 패권국이 될 수 없음을 잘 아는 중국은 남지나해를 중국의 내해(內海)로 만드는 노력에 열심이다. 중국이 이처럼 노력하는 것은 중국이 잘못 돼먹은 나라여서가 아니다. 정상적인 강대국의 행로를 밟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당연히 중국의 이 같은 행보를 막으려 한다. 미국이 그러는 것 역시 미국이 잘못된 나라여서가 아니라, 패권국으로서 정상적으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역사상 어떤 패권국도 도전자에게 자신의 패권적 지위를 평화적으로, 양보한 경우는 없었다. 

어느 날 미국이 패권국 지위를 잃고 중국이 패권국으로 등극하는 날이 오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일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대전쟁(大戰爭)이다. 미중(美中) 대전쟁에서 중국이 승리하지 못하는 한 중국은 결코 패권국이 될 수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지만, 미국이란 나라가 전쟁에 지지도 않은 채 중국에 밀려 2위가 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

이처럼 미중 패권 경쟁이 노골화 되고 있는 와중에 국가전략을 꾸려나가야 하는 두 나라가 있는데 일본과 한국이다. 국가전략이란 국가의 목표를 설정해 놓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고안된 제반 방책(方策)들을 의미한다.

좋은 국가전략이 있는 나라는 국가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는 국가목표를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지리멸렬(支離滅裂)의 나락으로 빠져들게 된다. 국가들이 게임을 벌이는 영역이 그만큼 처절한 곳이기 때문이다. 힘없고 전략도 없는 나라는 쇠망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 한국이 중국에 구애를 하는 사이 일본은 미국과의 결속을 확고하게 다지며 아시아의 패권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상륙 훈련 중인 일본 해상자위대.

기회를 포착한 일본 
중국이 미국에게 도전하는 기회를 타서 일본은 야무진 꿈을 실현하고 있다. 일본의 꿈은  지난 70년의 비정상(非正常)에서 벗어나 다시 정상국가, 혹은 그들이 말하는 보통국가가 되는 일이다. 일본의 꿈은 세계의 패자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아시아의 패자가 되는 것이다. 평범한 용어를 사용하자면 일본은 세계 모든 나라의 꿈인 ‘강대국’이 되는 것이다.  

일본은 현재 비정상 국가다. 세계 모든 나라가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다 가지고 있는 상비군(standing army)도 없는 나라이며, 자국(自國)의 군사력을 국군(國軍)이라고도 부르지 못하는 나라다. 수단으로서의 전쟁마저 포기한 나라다. 

이 모든 것은 일본이 스스로 원해서가 아니라 미국이 강요한 것이다. 일본 좌파들이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놀라운 일이 야기되고 있지만, 사실 일본의 평화 헌법은 미군 점령군 사령관 맥아더 원수가 강요했던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목적은 일본을 허약한 농업국가, 비(非)군사국가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절대로 다시 전쟁할 수 없는 나라가 되게 하는 것이었다. 

물론 국군이라고 불리지도 못하는 일본의 자위대는 실제로는 대단히 막강하다. 특히 일본의 해상자위대는 미국 해군에 이어 세계 2위 정도라고 봐도 될 정도로 강하다.

그동안 침략전쟁의 원흉으로서, 그리고 전쟁에 패배했기 때문에 기 죽이고 살았던 일본은 미국이 일본에게 전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다시 가질 수 있게 해줘야 하는 세월을 만났다. 일본은 드디어 정상적인 보통국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만난 것이다. 

우리는 일본이 제멋대로 제국주의의 길을 다시 시작한다고 우려하고 있지만, 2012년 아베 2기 내각 출범 이후 일본의 군국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의 지원과 관리 하에 이뤄지고 있는 일이다. 일본의 군사화를 필요로 하는 미국은 최근 하와이, 캘리포니아 등에 일본군을 데려다 상륙작전 훈련을 시킬 정도가 되었다.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상황에서 미국은 일본의 힘을 활용할 필요가 생겼고, 일본은 기회를 포착했다. 미국은 세계에서 전략이 가장 유연한 나라다. 적과 친구를 필요에 따라, 아무 때나 바꿀 수 있는 나라다. 

미국은 1970년대 초반, 중공(현 중국)을 친구로 맞이하기 위해 대만을 내동댕이쳐 버린 후 새로운 친구 중공을 소련과의 패권전쟁에 활용, 승자가 되었다. 당시 중공은 소련이 두려워 미국과 전략적 제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대만은 유엔 안보리에서 축출되었을 뿐 아니라 나라의 격마저 잃어 버렸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중국은 미국이 만든 국제질서에 순응했고, 미국의 대(對)소련 전략의 동맹이 되었던 대가로 막강한 경제력을 갖춘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미국은 이제 중국의 도전을 제어해야 하는 판국이 된 것이다. 

미국은 이제 중국의 도전에 맞서야 하는데, 함께 할 딱 좋은 파트너가 생겼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한국과 달리 일본이 적극 나섰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가 말한 것처럼 ‘천년 동안 중국과 친구인 적이 없었던 일본’은 미국이 중국의 패권 도전을 저지 하는 데는 자신이 적격이라며 미국을 구슬린다.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바는, 일본이 다시 아시아의 최강자가 될 수 있도록 배려 받는 것이다.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일본의 정책을 ‘감정적’으로 비판하고 있지만, 나는 일본의 전략은 국제정치의 교과서적 원칙을 정말 잘 따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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