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융(勞融) 시장 활성화가 답이다
노융(勞融) 시장 활성화가 답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09.1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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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제기] 근본적인 노동개혁 위한 대안

알선·파견·용역 등 노동중개기관 중심으로 노동의 공급자와 수요자 연결하는 노융시장 통해 양질의 노동력 공급해야

 

▲ 박기성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몽펠르랭 소사이어티 회원

생산의 2대 요소는 자본과 노동이다. 기계 설비 등의 실물자본과 근로자의 노동 서비스가 결합하여 생산이 이뤄진다. 실물자본을 구입하거나 이용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므로 자본은 생산에 투입된 자본액수로 측정된다.

자본과 관련해서는 금융시장이 발달되어 있어 그 수요와 공급을 통해 자본이 조달된다. 금융시장은 개방 경제에서는 세계화의 거친 파도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과 통합되지 않을 수 없고 국제 기준에 따라 상대적으로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노동부문은 세계화로부터 격리되어 왔고 도처에 ‘지대 추구적(rent-seeking)’ 암초들이 산재한다. 노동시장이라는 용어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 있을 정도이므로 국제 기준에서 많이 벗어나 있으며 비효율적이고 불공정하다.

이런 상태로 노동부문이 방치되면 아무리 자본이 풍부해도 노동이 병목(bottleneck)으로 작용하여 생산이 원활하게 되지 않으며 경제성장은커녕 경제가 퇴보할 것이다. 노동부문의 효율성(efficiency)과 공정성(fairness)을 제고하는 노동개혁은 우리가 지구상에 번듯한 국가(decent nation)로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시대적 명령이다. 

노동 개혁의 가장 큰 암초는 노조 

근로자는 본인의 생산성을 과다계상하고 사용자는 과소평가하므로 당사자인 근로자와 사용자에게 맡길 수 없다. 근로자와 사용자가 자유롭게 구직 구인을 할 수 있으면 시장에서 생산성만큼 임금이 지급되어 자원배분이 효율적이 된다. 생산성만큼 임금이 지급되면 공정한 자원배분이 이뤄지는 것이므로 효율성은 공정성도 보장한다. 

이런 근로자와 사용자의 자유로운 구직 구인을 방해하는 것이 노동조합이다.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에 대해 사용자는 고용조정으로 대응하고 싶지만, 이는 노조의 압력과 노동법에 의해 거의 불가능하므로 임금은 어쩔 수 없이 생산성을 초과하게 되어 자원배분의 효율성 및 공정성이 훼손된다. 즉 노동부문의 가장 큰 암초는 과도한 힘을 발휘하는 노조다. 

2013년 4월 고령자법이 국회에서 개정되어 권고조항이었던 60세 이상 정년이 강제조항이 되었다. 개정 전에는 정년이 없어도 적법했고, 정년이 있는 경우에도 60세 정년은 사용자가 노력해야 하는 권고조항이었다. 그러나 법 개정으로 60세 정년이 의무조항이 되었다. 이 법 개정이 청년 고용절벽을 초래할 것이 뻔한 데도 통과시킨 국회 환경노동위원들에게 우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임금피크제로 이 엎질러진 물을 담을 수 있을까? 60세 정년강제화로 고용이 연장된 근로자에게 임금을 그의 생산성보다 더 낮게 줘야 인건비가 절약되어 청년을 채용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40세 정도에 임금과 생산성이 일치하고 그 후 임금이 생산성을 훨씬 상회하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정년 직전의 높아진 임금을 임금피크제로 아무리 깎아도 생산성 아래로 줄일 수는 없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26조 원의 인건비가 절약되어 31만 명의 청년을 채용을 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임금피크제로 인건비를 절약하여 청년 신규채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임금피크제와 일반 해고 

정부는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저성과자에 대한 일반 해고를 인정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결국 무늬만 남은 조항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것과 임금피크제를 가능하게 하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대해 한국노총 위원장은 노사정위원회에 다시 들어가면서 절대 불가라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근로계약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두 의제는 논의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명확한 근로계약에 의해 저성과자는 계약해지가 되는 것이고, 생산성에 근거한 임금이 지급되므로 임금피크제는 근로계약에 포함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근본적인 노동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시장경제에서는 모든 거래가 자발적인 계약에 의해서 이뤄진다. 이런 거래는 적어도 사전적으로 쌍방에게 이득을 준다. 우리나라 노동부문은 근로기준법이 자발적인 계약을 우선한다. 이 법에는 근로와 관련된 기준들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규정되어 있다. 최소한의 기준만을 남기고 근로계약과 관련된 조항으로 바뀌어야 한다. 

▲ 임금피크제, 고용 유연화 등 노동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은 노조의 반대다. 사진은 지난 7월 4일 ‘양대노총 공공·금융노동자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노조원들의 모습.

근로기준법 최소화하고 근로계약이 우선돼야 

자유계약 원칙에 따라 근로 제공과 사용이 이뤄져야 노동부문이 생산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근로계약에 의하면 소위 비정규직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고용형태 및 근로조건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계약을 체결하므로 비정규직이라서 차별 받는 일은 생길 수 없다.

기간제근로자보호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등 각종 보호법들은 있을 필요가 없으며 단지 근로계약법의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하면 된다. 일반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통상임금 범위, 근로시간단축, 정규직-비정규직 격차해소(기간연장 등), 파견업종 확대, 직무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 임금피크제, 다양한 퇴직급여 등 지금 논의되고 있는 모든 노동 관련 의제들이 근로계약에 의하면 문제가 되지 않고 인정된다. 

자본은 공급자와 수요자를 중개하는 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이 있고 금융시장이 잘 발달되어 있다. 반면에 노동은 자본보다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더 심각하나, 수요자(기업)와 공급자(근로자)를 중개하는 노동중개기관이 매우 적고, 노동에 대해서는 시장이라는 개념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다. 

노동을 자본과 유사하게 취급하여 노융(勞融)시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자본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총칭하여 금융시장이라고 하듯이, 알선, 파견, 용역, 등 노동중개기관을 중심으로 노동의 공급자와 수요자를 총칭하여 노융시장이라고 명명한다. 

이 시장이 발전하면 일하고자 하는 모든 국민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하여 경제성장을 견인할 것이며,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만 집착하는 것을 완화하여 노사관계의 안정에 기여할 것이다. 또한 성장동력산업으로 아시아 및 선진국에 진출하여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청년들에게 이 시장을 통해 많은 일자리가 제공될 것이고, 이 시장 자체도 일자리를 제공할 것이다. 

근로자·기업·중개기관이 합쳐진 노융(勞融)시장의 발전 필요 

노동중개업무에는 취업알선, 정보제공, 상담, 준비, 교육훈련, 헤드헌팅, 인력파견, 용역, 전직지원, 기업의 인사관리 대행 등이 포함된다. 미국에는 인사업무를 대행하는 회사 PEO(professsional employer organization)가 700여 개 존재하며, 고용 임대 회사(employee leasing), 임시고용서비스 회사(temporary help service) 등이 다수 존재한다. 노융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런 민간부문의 활발한 참여가 필수적이다. 

금융기관과 유사하게 노동의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서 적절한 교육훈련, 정보, 상담, 취업알선, 취업 후 노사의 고충처리뿐만 아니라 직접 파견, 용역 근로자를 제공하는 종합적인 민간 인력회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민간 노동중개기관의 설립과 운영이 가능하도록 법적 제도적 정비를 하고 발전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근로기준법 제9조(중간 착취의 배제)의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득하지 못 한다”라는 규정도 전향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위의 과제는 근본적인 개혁과제로 현 정권이 추진하기에는 역량도 부족하고 시기도 놓쳤다.  정부와 여당은 우리나라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에 파급효과가 가장 크고 상대적으로 용이한 다음의 세 가지 개정(three point amendment)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현실적 제언 - 美·日·獨 등 선진국, 파업 중 대체근로 인정 

우리나라에서 모든 개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노조의 막강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이런 비대칭적 기형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우리나라의 노동법에 기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용자가 쟁의행위(파업) 기간 중 그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수행을 위해 당해 사업과 관계없는 자를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없고, 그 중단된 업무를 도급 또는 하도급 줄 수 없다. 

그러나 쟁의행위 기간 중 대체근로나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의 도급을 금지하는 규정을 가지고 있는 주요 선진국은 없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에 의하면 미국은 파업 시 일시적으로 외부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임금인상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경제적 파업(economic strike)의 경우 파업 참가자가 복귀를 거절하면 영구적으로 대체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파업 시 무기계약근로자를 채용하여 대체하거나 그 업무를 도급 주는 것이 인정되고 있고, 실제로 도급을 통한 대체근로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독일에서도 파업 기간 중 신규채용, (하)도급 등의 방법으로 대체근로가 자유롭게 인정되고 있고, 다만 파견근로자로 대체하는 것은 금지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신규채용, (하)도급, 파견근로 등 다양한 방법으로 대체근로가 인정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파견근로자에 의한 대체근로가 인정되고 있으며, 영국 정부가 최근 발의한 노동개혁안에는 파견근로자에 의한 대체근로와 관련된 제한을 철폐하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선진국에서는 근로자의 단체행동권(파업권)과 사용자의 영업권(경영권)을 대등하게 보장해 주기 위해 쟁의행위 기간 중 그 참가자에 대한 대체근로가 자유롭게 인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노사관계에 있어 사용자와 노조가 대등한 지위에서 교섭함으로써 임금을 생산성 수준으로 유지시키기 위해서는 수도·전기·병원 등 필수공익사업장(50% 내 대체가능)뿐만 아니라 모든 사업장에서 쟁의행위기간 중 외부 인력을 채용 또는 대체할 수 있고 그 업무를 (하)도급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노사관계가 시장기제에 의해 견제되고 균형될 것이다. 

현실적 제언 - 제조업무 등 파견근로 자유화

기업의 본질은 관련 업무의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업무 수행을 위해 정규직을 채용하든 다른 기업에 도급을 주든, 도급받은 기업의 종업원이 이 기업에 들어와서 일을 하든(사내도급), 기간제 근로자를 채용하든,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채택해야 기업의 경쟁력이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법원은 파견법에 근거하여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협력업체 근로자를 불법파견 근로자로 판결하는 등 사내(社內) 도급을 불법파견으로 판결함으로써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제조업체의 파견과 사내 도급은 일본,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생산방식이다. 일본은 1999년에 파견 금지 업무만을 열거한 네거티브 방식(negative system)으로 파견법을 개정했으며, 2003년에 다시 개정하여 제조 업무에도 파견을 허용했다. 

이에 따라 파견근로자가 2003년 50만 명에서 2013년 127만 명으로 급증했다. 독일은 하르츠 개혁의 일환으로 2003년 파견근로가 자유화되면서 파견근로자가 32만 명에서 2013년 81만 명으로 증가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파견근로자는 2014년 13만 명 수준으로 파견법 제정 직전인 1997년 22만5000명 수준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일본과 독일의 사례에 비춰 볼 때, 제조 업무를 포함한 거의 모든 업무에 파견을 허용하고 일부 업무에만 파견을 금지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파견법을 개정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생산직 근로자만을 상정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주 40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에 대한 초과근로급여다. 근로기준법 56조는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하여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일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은 일하는 시간에 비례해서 산출물이 나오지만 관리·사무·연구·영업직 근로자들은 근로강도를 본인이 조절할 수 있는 재량권이 있고 성과에 따라 보상이 이뤄질 수 있다. 

현실적 제언-사무직 면제(white collar exemption) 

그러나 이들에게도 초과근로시간을 계산하여 50% 할증된 급여가 지급되거나 매월 일정 시간의 초과근로시간에 대한 초과근로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이들은 업무의 속도를 조절하여 부당하게 초과근로급여를 받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미국의 공정근로기준법(Fair Labor Standards Act)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미국의 근로자는 초과근로급여를 받을 수 없는 자와 받을 수 있는 자로 대별된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초과근로가 인정되어 그에 따른 급여를 받을 수 있으나(비면제 근로자, nonexempt employees), 일부 근로자는 초과근로가 인정되지 않는다(면제 근로자, exempt employees).

구체적으로 (a)연봉이 2만3600달러 이상, (b)봉급 베이스(salary basis)로 급여를 받고, (c)경영·전문·관리적 직무(executive, professional, or administrative job duties)를 수행하는 자나 비육체적 노동을 하는 연봉 10만 달러 이상인 자에게 초과근로가 인정되지 않는다. (b)의 대표적인 특징은 결근을 해도 급여가 줄지 않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근로자를 초과근로 면제 근로자와 인정 근로자로 대별하여 인정 근로자는 초과근로와 관련된 권리와 급여를 보장해 주고 면제 근로자는 초과근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체적으로 모든 관리·감독·사무·영업·연구 개발직은 연봉액에 관계없이 면제 근로자로 하고 기타 직종 중에서는 연봉 상위 20%의 근로자를 면제 근로자로 할 것을 제안한다. 이렇게 되면 면제 근로자의 근로시간이 대폭 단축되어 전체 근로자의 평균근로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고 저녁이 있는 삶을 되돌려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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