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혁, 이번에는 제대로
KBS 개혁, 이번에는 제대로
  • 미래한국
  • 승인 2015.09.1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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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초점] KBS 개혁의 화두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우리 국민이 언제까지 혈세를 투입해 KBS 귀족노조의 정치놀음을 보장해야 하는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9월 1일 11명의 KBS 신임 이사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이사회가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2일 첫 회의에선 이인호 이사장이 유임됐다.

그동안 우파 시민사회, 소위 애국진영에서 활동해온 ‘검증된 인물’들이 KBS 이사회에 여러 명 진입했고, 이인호 이사장을 포함해 KBS 개혁을 위한 기본 인적 구성은 마련된 것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KBS의 주요 정책을 심의 의결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로서 막중한 임무를 안고 있는 이사회의 신임 이사진은 오보와 편파보도로 얼룩진 KBS가 공정한 언론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관리와 감독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뚝심 있는 우파 인사들이 이사회에 여럿 들어갔다곤 하나 KBS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갈 길이 멀다. 여당 측 이사들이 다수임에도 KBS의 문제를 바로 시정조치하지도 못하는 현실 아닌가. 

지난 이사회가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설 오보 안건을 상정하려다 소수 야당 이사들의 반대에 막혀 무산된 일이 현실을 말해준다. 숫자가 많다고 해서 힘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반대를 설득하고 또 뚫을 수 있는 여론의 지지를 이끌어낼 능력과 의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KBS 신임 이사들이 KBS 개혁을 위해 해야 할 첫 번째 임무는 무엇보다 제대로 된 인물을 차기 사장으로 선출하는 일이다. KBS 개혁의 성공에서 8할을 차지하는 건 사장의 능력이다. 어떤 사장이 KBS의 수장(首長)으로 오느냐에 따라 KBS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연임 도전이 확실해 보이는 조대현 사장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심지어 KBS 내부 구성원들조차 조대현 체제를 받치던 본부장 5인에 대해 불신임 투표로 퇴짜를 놓았다.

민족주의자인 총리 후보자를 친일파로 둔갑시켰던 악마의 편집 사건 이후에도 반미(反美)·반(反)대한민국적 비틀린 사관이 담긴 광복 70주년 특집 프로그램 ‘뿌리 깊은 미래’ 논란, 이승만을 매도하는 최근의 조작보도 사건 등 KBS가 줄기차게 사고를 치는 데도 조 사장은 제대로 된 조치를 한 적이 없다. 

▲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능을 못함으로써 ‘국민에게 지탄 받는 방송’으로 전락한 KBS. 과감한 개혁만이 살길이다.

제대로 된 사장이 선임돼야

이승만 조작보도 사건의 경우에나 우파진영 전체가 들고 일어나 사실 왜곡을 지적하고 KBS로 찾아가 항의시위를 하니 겨우 반론보도를 내고 담당자들을 인사 조치했다. 

만일 조 사장이 이전 KBS 왜곡, 편파보도에 대해서도 똑같이 원칙적으로 조치했다면 모르겠지만, 이전까지 조 사장은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다. 그러다 임기 만료가 11월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승만 왜곡 보도 사건이 터지자 부랴부랴 그런 조치를 취한 것이다. 연임 문제가 아니었다면 조 사장이 과연 그런 시도나 했을까. 

게다가 최근 KBS 언론노조 집행부 인사들에게 승진 가점이 있는 포상을 한 것도 어이가 없다. 자사(自社)의 왜곡 보도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반론 보도를 비난하는 기가 막힌 적반하장의 반(反)언론인들을 조 사장이 그렇게 알뜰히 챙기는 것만 봐도 지금까지 KBS가 왜 게이트 키핑이 제대로 안 됐고, 매번 보도 사건이 터지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KBS가 제대로 서려면 제대로 된 사장이 있어야 한다. 조 사장은 지금까지 제 할 일을 하지 않았고, 자신을 전폭적으로 밀어준 야당 이사들과 언론노조에 진 빚만 열심히 갚아왔을 뿐이다. 이사회가 아무리 의욕적으로 개혁에 나서도 KBS 수장이 반개혁적 인물이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과거 독과점 특혜 속에 커오면서 몸집만 비대해지고 효율성, 경쟁력은 극도로 떨어지는 KBS를 개혁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개혁적 사장이 선임된다 해도 정치로 물든 KBS 조직을 국민 다수의 염원대로 뜯어고치긴 무척 어려울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시절을 거치면서 당시 KBS에 수혈된 좌익 성향의 직원들이 다수를 이루고, 그 구성원들이 내부 투쟁을 하면서 기득권을 지키려는 이기주의와 엉켜 KBS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정치화됐다.  

KBS를 개혁하려는 우파정권을 거부하고 기득권 노조에 우호적인 좌파정권을 선호하는 경향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그런 경향은 KBS가 반대한민국적이고 반미 성향의 파괴적 프로그램을 자꾸만 만들어내고 있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신임 이사회와 차기 사장은 이런 정치화되고 기울어진 조직 속에서 KBS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게이트 키핑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 개편에 나서야 한다. 

정연주 씨가 KBS에 낙하산 사장으로 오면서 도입한 팀장제는 오랫동안 KBS 내부 조직을 분열시키는 원흉으로 지목돼 왔다. KBS의 많은 구성원들은 팀장제를 게이트 키핑 기능이 약화된 원인으로 꼽는다. 정 전 사장이 이 제도를 첫 도입한 후 KBS의 조직 갈등과 분열 현상이 극심해졌다고 호소한다. 

공영방송의 파괴적 분열은 국민 분열로 이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정 전 사장은 취임 후 ‘개혁추진단’이니 뭐니 해서 KBS를 점령군 식으로 내부 조직을 바꿨다. 그 결과 정 전 사장 시절 KBS는 숱한 좌편향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며 국민 갈등을 부추겼다. KBS 조직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정치적이었던 시절로 꼽힌다. 

팀제로 인해 가장 중요하고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게이트 키핑 기능이 약화됐다는 지적도 많았다. 정연주 전 사장이 점령군처럼 KBS를 지배한 후 KBS는 아직 그 이전의, 게이트 키핑이 상대적으로 잘 이뤄지던 시절로 돌아가지 못하고 계속해서 정치화를 걸어왔다고 봐야 한다. 

KBS가 어떤 방향으로 개혁해 나가야 할지는 정연주 KBS 시절을 돌아보면 답이 나온다. 그가 어떻게 해서 KBS를 바꿨고 망쳤는지 사례를 보고, 그 폐해를 진단해 고치면 되는 것이다. 팀제와 같은 긍정효과보다 부정효과가 더 큰 제도는 뜯어고치고 KBS 조직을 정치적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내서 조직 개편에 착수해야 한다. 

가혹한 구조조정 필요하다

그리고 구조조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KBS 구성원들이 이념과 정치싸움에 골몰하는 것은 배가 부르기 때문이다. 방만한 경영은 노조 이기주의와 기득권 싸움을 부르고 KBS 조직의 정치화를 더 부추긴다. 세계의 공영방송사들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우리 국민이 언제까지 혈세를 투입해 KBS 귀족노조의 정치놀음을 보장해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인력과잉, 임금과다 방만한 KBS의 구조조정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때문에 의지를 가지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KBS 개혁에 있어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방송편성규약 개정이다. 현행 방송편성규약이 개정된 것은 2003년 11월 노무현 정권 시절이었다. 각종 편파 왜곡 시사 프로그램을 만들어놓고도 기자와 PD들이 오히려 큰 소리를 치는 원인이 바로 이 편성규약에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취재 제작 실무자의 자율성은 최대로 보장하고 취재 제작 책임자의 게이트 키핑 권한은 최소로 줄여놓았다. KBS 방송편성규약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들어 있다.  

“제5조(취재 및 제작 책임자의 권한과 의무) 
①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취재 및 제작활동을 총괄하되 공사의 방송목표, 방송기준, 제반 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②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여 창의적인 취재 및 제작 환경을 조성하고, 구체적인 취재 및 제작과정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③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방송의 적합성 판단 및 수정과 관련하여 실무자와 성실하게 협의하고 설명해야 한다. 
④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실무자의 취재 및 제작 내용이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수정하거나 실무자에게 불이익을 주어서는 안 된다.”
제6조(취재 및 제작 실무자의 자율성 보장)의 내용은 이렇다. 
“① 취재 및 제작 실무자의 자율성은 방송법이 정한 제반 기준 내에서 최대한 보장받는다. 
②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편성, 보도, 제작상의 의사결정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그 결정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권리를 갖는다. 
③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자신의 양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자신의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프로그램의 취재 및 제작을 강요받거나, 은폐 삭제를 강요당할 경우 이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④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취재, 제작된 프로그램이 사전 협의 없이 수정되거나 취소될 경우 그 경위를 청문하고 해명을 요구할 수 있다. 
⑤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제작의 자율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 관련 결정에 대해서 알 권리와 시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⑥ 취재 및 제작 실무자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받거나 자율성을 저해하는 제반 문제가 발생할 경우, ‘편성위원회’에 조정과 해결을 요청할 수 있다.” 

KBS가 게이트 키핑을 하려고 해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게 바로 이 방송편성규약 때문이다. 언론노조는 불리할 때마다 이 조항을 들이밀면서 제작 자율성 침해를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KBS 차기 이사진과 사장이 할 일은 노무현 정권 때 만들어진 이 방송편성규약을 공영언론의 공적 책임에 걸맞게 개정해야 한다. 방송편성의 책임이 실무자가 아닌 책임자에 있다는 분명한 내용을 추가해 논란의 소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한다. 그래야 좌편향 왜곡보도 사건을 사전에 막을 게이트 키핑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이상에서 지적한 내용들은 가장 절실히 필요하지만 실제 막강한 노조 기득권 반발에 개혁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한 개선작업이 없으면 KBS는 언제까지나 비대한 몸뚱어리로 국민의 혈세만 축내는 심각한 골칫덩이로 남게 된다. 차기 이사회는 뚝심 있는 애국적 사장을 우선 선임하여 이러한 개혁 작업에 나서서 KBS를 진정한 국민의 품으로 돌려줘야 한다. 

게이트 키핑(gatekeeping)이란?

게이트 키핑이란 일반적인 용례로는 어떤 메시지가 선택 또는 거부되는 현상을 말하지만, 매스컴 연구에서 게이트 키핑(gatekeeping)은 뉴스 미디어 조직 내에서 기자나 편집자와 같은 뉴스 결정권자에 의해 뉴스가 취사 선택되는 과정을 뜻한다.

어떤 메시지라도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많은 문(gate)을 통과해야 한다. 모든 메시지가 이 문을 통과할 수 없다면 필연적으로 어떤 메시지는 선택되고 어떤 메시지는 거부되는 과정이 따른다. 이처럼 메시지의 취사, 선택이 이루어지는 것을 게이트 키핑이라 하고 게이트 키핑을 하는 사람을 게이트 키퍼(gatekeeper)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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