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국가들의 군사력 과시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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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5.09.18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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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동북아 군비경쟁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중국 열병식, 북한은 중국보다 3배 규모의 열병식,

일본 관함식, 한국은 ADEX+관함식… 

지난 9월 3일 중국은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인민해방군 사상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가졌다. 열병식이 끝난 뒤 중국 안팎에서는 “3조8700억 원이 날아갔다”며 “과연 그 정도 돈을 뿌릴 만한 가치가 있는 행사였느냐”는 반문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엄청난 규모의 열병식을 연 것은 현재 중국 공산당 체제가 안정된 상태이며, 중국의 경제력뿐만 아니라 군사력도 이제는 동북아 지역에서 대적할 상대가 없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많다. 

특히 중국 인민해방군이 열병식에 미(美) 항모전단 공격용 탄도탄(DF-21D와 DF-26), 사정거리 1만1200㎞의 대륙간 탄도탄(ICBM, DF-31A) 등을 공개한 것은 미국을 향해 “우리가 아시아의 맹주”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는 풀이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중국의 이번 전승 열병식은 동북아 지역에서의 첫 번째 군사력 과시일 뿐이다. 오는 10월에는 한국, 일본, 그리고 북한의 군사력 과시 행사가 연이어 열린다. 

중국에 이어 북한 김정은 정권은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 중국의 전승 열병식에 불참한 김정은은 부하들에게 “중국이 하는 열병식보다 3배는 더 크고, 거창하게, 화려하게 열병식을 열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소식도 나온다. 

▲ 중국이 지난 9월 3일 전승 열병식을 개최한 것을 시작으로 10월에는 한국, 일본, 북한 등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군사력 과시 행사가 잇따라 열린다. 사진은 10월 10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일본 해상자위대 관함식에 참가하는 헬기 항모인 이즈모급 상륙수송함.

北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 日 해상자위대 국제관함식 

실제로 김정은 정권은 3만여 명의 병력과 수백여 대의 지상군 장비, 이동형 차량발사대(TEL)와 각종 탄도미사일, 비교적 정상적인 가동이 가능한 전투기(MIG 29, MIG 23, Su 27) 등 공군 주력 전투기를 평양 인근에 모아 놓고 열병식을 준비 중이다. 

김정은 정권은 이것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10월 10일 열병식에 맞춰 대륙간 탄도탄 시험발사를 할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미 존스홉킨스대의 북한 전문매체 ‘38 노스’가 상업용 위성이 촬영한 서해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은 이곳에서 높이 60m에 달하는 대형 미사일 발사대를 정비 중이라고 한다.

조만간 KN-08(북한이 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군사 퍼레이드에서 최초로 공개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나 그보다 더 발전된 대륙간 탄도탄 발사 시험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오는 10월 10일부터 18일까지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앞바다 사가미 만(灣)에서 해상자위대 관함식을 열 예정이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3년마다 관함식을 열고 있다. 하지만 이번 관함식은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라는 예상들이 나온다. 중국과 북한 김정은 정권의 ‘열병식’에 맞서기 위해서라고 한다. 

일본 언론들은 10월 10일부터는 다양한 부대 행사가 열리고, 18일 여는 해상자위대의 ‘해상 열병식(관함식)’에 50여 척의 각종 전투함, 해상자위대 소속의 항공기들, 8000여 명의 병력들이 참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한다. 

여기에는 동북아 국가들이 예의 주시하는 ‘헬기 항모’인 이즈모급 상륙수송함과 이지스 구축함, 신형 잠수함, P-3C 대잠초계기와 일본이 자체 개발한 대잠초계기(P-1) 등이 참가할 예정이다.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호주, 싱가포르 등 우방국 해군의 전투함도 관함식에 참가한다. 이 소식은 지난 8월 26일 국내에 알려졌다. 지난 5월 한일 국방장관 회담 때 일본 방위성 장관이 한국 해군의 관함식 참가를 요청하자 한국 국방부 장관이 이를 수락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관함식에 참가, 해상 열병식을 벌일 한국 전투함이 어떤 배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최소한 구축함급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 자위대는 2002년 자위대 창설 50주년 기념 관함식 이후 10년 동안은 외국 군함을 초대하지 않았다. 그러다 2012년 미국, 싱가포르, 호주 등 우방국 해군 전투함을 초청했고, 올해는 본격적인 ‘국제 관함식’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어서 그 규모가 매우 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2012년 10월 13일 열린 일본 해상자위대 관함식에는 광개토대왕함 등 한국 해군의 구축함 3척이 참가했다. 당시 한국 해군 구축함은 관함식의 최선두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와 우방국 해군 함정을 이끄는 등 ‘최고의 예우’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일본 해상자위대 관함식에서도 같은 예우를 받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13년 들어선 아베 신조 정권은 한일 간의 군사적 우호관계를 무시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한국, ADEX와 해군 관함식 개최 

일본의 해상자위대 관함식이 끝나면, 한국 차례다. 국방부 등은 오는 10월 20일부터 25일까지 성남의 서울비행장에서 ‘2015 서울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를 연다. 

한국 정부와 방산업체들은 올해 ADEX를 사상 최대 규모로 열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한 노력의 결과인지 올해는 미 공군이 자랑하는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 F-22A가 서울비행장으로 올 예정이라고 한다. 미 공군의 F-22A가 서울비행장에서 에어쇼를 벌이게 되면, 이는 중국과 북한은 물론 일본에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셈이 된다. 

또 2015 ADEX에는 미국의 군사력을 상징하는 C-17 글로브마스터(전략수송기) 등도 등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C-141 스타리프터를 대체할 목적으로 만든 C-17 글로브마스터는 테러와의 전쟁,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의 막강한 군수지원 능력을 뒷받침해준 기종으로 유명하다. 최대 70톤의 화물을 적재하고 최대 8000㎞를 운행할 수 있다. 

한국이 몇 년 내로 도입하기로 한 미국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 호크’도 모형이 아닌 실물 기체가 올 수 있다고 한다. ‘글로벌 호크’ 제작사인 노스롭그루먼은 ‘글로벌 호크’의 ADEX 전시를 놓고 고민 중이라는 이야기가 지난 2월 한국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ADEX에 공군 F-15K, KF-16 전투기 등 항공무기뿐만 아니라 K-2 전차, K-21 보병전투차 등 각종 지상 무기도 전시할 예정이다. 

▲ 한국은 오는 10월 18일부터 25일까지 성남의 서울비행장에서 ‘국제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를 개최한다. 사진은 이 행사에 참가 예정인 미 공군의 스텔스 전투기 F-22A

여기서 끝이 아니다. 서울비행장에서 ADEX가 끝난 뒤에는 해군이 ‘국제 관함식’을 열 계획이다. 해군은 올해로 창설 70주년을 맞는다. 해군은 이를 기념하기 위한 ‘국제 관함식’을 오는 10월 23일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해군무기 전시회’ 및 ‘함정 공개행사’와 함께 열 예정이다. 

아직은 참가국이나 참가 전투함, 장비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9월부터 ‘조지 워싱턴호’를 대신해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배치된 미 7함대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와 항모 전단이 올 가능성이 있다. 이와 함께 일본 해상자위대 관함식에 참석했던 호주, 싱가포르 등 우방국 전투함들도 참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상의 행사들이 끝나면, 5월 러시아를 시작으로 중국, 북한, 일본, 한국 순서로 군사력 과시 퍼레이드는 막을 내린다. 공교롭게도 이들 나라는 한반도와 그 주변국이기도 하다. 반면 미 국방부는 “중국 전승 열병식과 같은 행사를 왜 치르지 않느냐”는 외국 기자의 질문에 “동북아 국가들과 같은 ‘군사력 과시용 열병식’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미국 군사력이 세계 최강이라는 것은 이미 세계가 알고 있다. 그런 걸 뭐하려 굳이 대외적으로 과시까지 해야 하느냐.” 

동북아의 패권 경쟁? 

이러한 미국의 태도는 러시아를 비롯한 한반도와 그 주변국의 ‘군사력 과시 경쟁’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무엇인지 짐작하게 한다. 바로 ‘주변국의 무력에 대한 두려움’이다. 

중국이 30억 달러가 넘는 비용을 들여 성대한 열병식 행사를 치르고, 핵탄두 장착 탄도탄까지 공개하는 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한미일 동맹을 두려워한다는 뜻이고, 북한이 중국보다 3배나 큰 행사를 지시한 것은 한국과 미국은 물론 중국도 두려워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본이 관함식에 외국 전투함까지 초청하는 것은 자국민에게 일본의 위상을 알리기 위함도 있지만, 동북아에서 미국의 최고 동맹은 일본이라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국 해군의 전투함 참가를 요청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이 올해 ADEX에다 관함식까지 여는 것은 60년 넘게 지속된 북한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해석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군 내부는 중국과 일본 군국주의 세력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연간 국방예산이 1000억 달러를 넘어선 중국 인민해방군, “돈 없고 사람 없다”고 징징거림에도 연간 국방예산이 6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일본 자위대가 주변에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북아 국가들의 군사력 과시 행사가 지역 내 안보에 악영향을 끼친다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한반도와 주변 국가의 군사력 과시는 지역 평화와 안정에 오히려 도움이 된다. 

동북아 국가들은 상대방의 군사력을 살펴본 뒤 기존의 군사전략을 수정하느라 바쁠 것이다.  또 각국 군부 내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두려움과 경계심이 더 커지게 된다. 즉 공세적 자세에서 방어적 자세로 변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는 서로 선제 도발을 하지 않도록 분위기를 이끌어 지역 안정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군사적 긴장이 더 팽팽해질 수 있다. 상대방의 군사력에 대한 새로운 대응 전략을 세운 뒤 자국 내의 정치적 또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면전이 아닌 국지도발을 시도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국가 내부의 위험관리’를 할 능력이 없는 국가는 갈등 해소를 명목으로 주변국과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동북아에서 이런 갈등이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열병식’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는 미국이다. 미군이 한국, 일본과의 동맹을 공고히 하면서, 중국의 무력 도발, 북한의 대남 도발, 한일 간의 갈등에 ‘무언의 압박’을 계속 한다면, 동북아는 평화와 안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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