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 과연 필요한가?
노사정위원회, 과연 필요한가?
  • 미래한국
  • 승인 2015.09.18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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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노동개혁과 노사정위윈회

정부 단독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라. 그것이 정부와 정치가 해야 할 일

“선거를 통해 구성된 정부와 정부 수반이 개혁을 할 수 있는 정당성이 있다. 개혁은 밑에서 위로 갈 수 없다. 개혁은 위에서 아래로 가야 한다.”(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계속 강조해온 데 이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내년도 사회안전망 예산 확충’에 맞춰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노사정(勞使政) 대타협을 9월 10일까지 마무리해달라고 호소했다.

경제 5단체 역시 앞으로 ‘기업 이익’을 따지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실정에서 ‘노사정위원회, 과연 필요한가?’를 다룬다. 다룰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노사정위원회 도입은 김대중 대통령의 실패작 
2. 한국 노조(勞組)는 아일랜드를 벤치마킹할 수 없을까? 
3. 노사정위원회에 의존하지 않고 노동개혁에 성공한 영국과 독일 
4. 박근혜 정부는 정부 단독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노사정위원회 도입은 김대중 대통령의 실패작 

한국경제가 1997년 12월 3일 IMF 관리체제에 들어가자마자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구조개혁 추진에 들어갔다. 여기서는 ‘4대 개혁’ 가운데 하나인 ‘노동개혁’을 다룬다. 

노동개혁의 핵심 내용은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사회적 합의체 도출 ▲사회안전망 구축 세 가지였다. 이 가운데 ‘사회적 합의체 도출’이 곧 노사정위원회 발족이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1998년 1월 10일 ‘노사정위원회’를 발족시켰다. 당시 전문가들은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시장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되리라 보고 거의 모두 입을 모아 반대했지만 김 당선자는 끝내 밀어붙였다.

노사정위원회란 노·사·정 및 공익단체가 참여하여 경제·사회 문제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려는 기구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는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한 후 1998년 2월 6일 60개항의 사회적 합의사항을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정리해고법과 28개 업종에 한정된 근로자파견법을 도입했다.

그런데 현행 근로기준법 제23∼26조 및 관련 시행령에 따르면, 정리해고법 도입으로 노동시장은 유연화 아닌 경직화만 강화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OECD가 1998년에 평가한 회원국들의 고용보호 수준을 보면, 한국은 정규직 해고가 어렵기로 포르투갈에 이어 2위였다. 근로자파견법 도입은 노동시장 유연화에 기여했지만 28개 업종에 한정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노사정위원회는 그 성격이 조합주의(corporatism), 또는 사회적 합의주의라는 것이 문제다. 조합주의란 다양한 이익집단들을 정책 결정에 참여시켜 이들 이익집단들의 합의를 통해 사회·경제정책을 결정하려는 기구다. 이 같은 성격을 지닌 한국의 노사정위원회는 김대중 정부에서만 작동했을 뿐 사실상 아무 것도 한 일 없이 지금까지 정치 싸움만 일삼아 왔다. 

한 예로, 민노총은 1998년에만 노사정위원회에 참석했을 뿐이다. 복수노조 허용 덕분에 한국노총이 2014년 이후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했지만 타협 직전 지난 4월 8일 협상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노조의 불참으로 박근혜 대통령·최경환 경제부총리·경제 5단체 등의 ‘노사정 대타협’ 호소는 헛바퀴만 돌고 있다. 그래서 이익 추구가 다른 구성원들을 한 데 모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려한 김대중 대통령의 노사정위원회 도입은 실패작이다. 

▲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김대환 위원장이 9월 15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노사정위 대회의실에서 제89차 본위원회를 열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을 만장일치로 의결하고 있다.

한국 노조는 아일랜드 ‘사회연대협약’을 벤치마킹할 수 없을까? 

노사정위원회는 네덜란드 모델, 아일랜드 모델 등 몇 가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아일랜드의 ‘사회연대협약(social partnership agreement)’은 우리의 벤치마킹 대상이라고 평가되어 언급한다. 

아일랜드는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극심한 노사분규, 지나친 임금 상승, 각종 규제 등으로 ‘유럽의 병자(病者)’로 불렸을 정도로 경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이런 여건에서 1987년에 정권을 잡자마자 찰스 호이 총리는 마거릿 대처처럼 구조개혁을 과감하게 추진하기 시작했다. 개혁은 정부 밖에서도 이뤄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을 지켜보던 제1야당인 아일랜드 민족당의 앨런 덕스 당수와 아일랜드 최대 노조인 전국노조연합이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개혁에 동참할 의사가 있다고 제안했다. 정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 국가 재건을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사회연대협약’이 1987년 10월에 체결되었다. 사회연대협약은 아일랜드 식 노사정위원회로, 정부·주요 사용자 그룹·노조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구성된 모임이다. 

사회연대협약은 1987년부터 3년 단위로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현재까지 모두 7차에 이른다(7차 협약은 10년 단위로, 2015년에 끝남). 1~3차 협약은 경제안정과 위기극복, 4~7차 협약은 사회통합과 분배개선이 주요 내용이다. 사회연대협약은 정부와 박자를 맞춰가면서 경제 발전을 도왔다. 그 결과 아일랜드 경제는 놀랍게 바뀌었다. 

노동시장의 변화를 보자. 임금상승률은 3~5% 수준에서 안정되었고, 노사분규 발생건수는 1988년 이후 연평균 50건 미만으로 크게 감소했다. 기업의 80%가 노조가 조직되어 있지 않고, 고용보호가 약하기로 OECD 국가 가운데 미국, 영국, 뉴질랜드, 캐나다 다음이고,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기로 150여 개국 가운데 20위권에 든다. 

아일랜드가 사회연대협약으로 노동시장이 유연하고, 법인세율이 12.5%로 낮고 보니 외국 기업들은 앞 다퉈 아일랜드에 투자했다. 2013년까지 아일랜드에 유입된 해외직접투자 액수는 3777억 달러나 된다(한국은 겨우 1674억 달러). 아일랜드에는 IBM,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화이자 등 세계적 기업들이 진출하여 아일랜드를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삼고 있다. 

아일랜드는 규제가 약하고 노동시장이 유연해 해외직접투자(FDI)가 엄청나게 유입된 결과 연평균 성장률이 선진국으로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7.5%에 이른다. 뿐만이 아니다.

고성장에 힘입어 1인당 국민소득은 1990년에 1만 달러, 1998년에 2만 달러, 2003년에 3만 달러, 2005년에 4만 달러, 2007년에 5만 달러로 증가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역사상 처음으로 17년 만에 1만 달러 대에서 5만 달러 대로 증가한 것이다.

‘유럽의 병자’ 아일랜드는 사회연대협약에 힘입어 지금은 ‘켈틱 타이거(Celtic Tiger)’로 바뀌어 있다. 한국 노조는 이 같은 아일랜드 사회연대협약을 벤치마킹할 수 없을까? 

노사정위원회에 의존하지 않고 노동개혁에 성공한 영국과 독일

(1) 영국의 노동개혁 
1970년대의 영국은 노조가 정권을 멋대로 바꿨을 정도로 노조 천국이었다. 1968년부터 1979년 마거릿 대처가 정권을 잡기까지 10여 년 동안 노조에 의해 5명의 총리가 바뀌었다. 

대처는 1979년 초 ‘사회주의 정책 추방’과 ‘노조 파워 무력화’를 전략으로 내세워 정권을 잡았다. 대처는 노동개혁부터 착수했다. 대처는 소득정책이 노조 파워를 강화시켰다고 보고 소득정책 관련 기구부터 없애버렸다. 이 기구가 영국식 노사정위원회에 해당하는데, 대처는 김대중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걸은 것이다. 

이어 대처는 집권 11년 반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고용법과 노동관계법 제정 및 개정을 통해 노조 파워를 완전히 무력화시켰다. 이 과정에서 대처는 철저하게 ‘법과 원칙’을 적용했다. 노동개혁의 결과 영국은 고용 보호가 약하기로 미국에 이어 2위, 노동시장 규제가 약하기로 거의 해마다 미국, 뉴질랜드, 캐나다, 스위스, 일본, 아일랜드 다음이다. 

(2) 독일의 노동개혁 
독일은 2005년경까지 선진국 가운데서 노동시장이 사실상 가장 경직되어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자 사민당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는 2003년 3월 “독일이 망하지 않게 하기 위해 분배 중심의 사회주의 정책을 버리고 성장 중심의 시장경제 정책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하고, 사회·경제 개혁 프로그램인 ‘어젠다 2010’을 발표했다. ‘어젠다 2010’은 ‘노동시장, 사회복지제도, 경제 활성화, 재정, 교육 및 훈련’에 관한 개혁을 골자로 한 것인데 여기서는 노동개혁을 언급한다. 

슈뢰더는 2015년 5월 21일 전경련에서 가진 ‘독일 어젠다 2010의 경험과 한국에 주는 조언’이라는 강연에서, “노동시장 개혁을 할 때 노동자와 사용자 등 이해 당사자들에게 결정권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개혁안을 만들기 위해 정부와 노조, 사(使)측이 한 테이블에 모여 의논을 했지만, 노사가 모두 적대적인 위치에서 정부에 요구만 했기 때문에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정부가 합법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고, 개혁의 당위성이 충분했기 때문에 ‘하르츠 위원회’라는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노동개혁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 단독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하여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슈뢰더는 2004년 11월 앙겔라 메르켈에게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메르켈은 슈뢰더의 노동개혁안을 그대로 실시했다. 노동시장이 바뀌고 경제가 살아났다. 독일 실업률은 2005년 11.3%로 OECD 국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았으나 2014년에는 4.8%로, 9년 동안 6.5%포인트나 감소했다.

독일 고용률은 2005년 65.5%였는데 2013년에는 73.3%로, 8년 동안에 7.8%포인트나 증가했다. 이는 노동개혁의 결과다. 이를 놓고, OECD는 ‘독일의 일자리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박근혜 정부는 정부 단독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노동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을 들라면 영국, 아일랜드, 뉴질랜드, 독일 등이 될 것이다. 이 가운데 아일랜드는 노사정위원회의 자발적인 참여로, 영국과 독일은 노사정위원회에 의존하지 않고 노동개혁에 성공한 나라다. 그러면 이들 사례가 박근혜 정부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첫째, 한국 노조는 아일랜드 사회연대협약을 벤치마킹하여 ‘한 발 물러선 다음’ 노사정위원회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년들은 ‘고용 절벽’에 부딪혀 있고, 경제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 노조는 아일랜드 노조처럼 ‘경제가 살아야 노조도 산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둘째, 정부와 재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노사정 대타협 협상 테이블로 끝내 돌아오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부는 슈뢰더의 조언―“선거를 통해 구성된 정부와 정부 수반이 개혁을 할 수 있는 정당성이 있습니다.

…개혁이라는 것은 밑에서 위로 갈 수 없습니다. 개혁은 위에서 아래로 가야 합니다. 그것이 정치가 해야 하는 일입니다”라는 조언을 받아들여 정부 단독으로 노동개혁을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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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2016-05-26 18:23:48
노사정위원회가 생긴 이유가 기업가와 노동자를 동등한 관계에서 정부의 자문을 해주는 기관 아닌가요. 슈뢰더를 인용한 것도 뭔가 잘못된게, 그 분은 급진사회당입니다. 근데 박근혜 정부 단독적으로 진행하라는 말대로 하면 기업가에 우호적인 새누리당이 뽑아줬으니, 기업들이 지지하는쪽으로 쭉 밀고나가라는 말인데 말이 모순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