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공통점은?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공통점은?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5.09.23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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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미국 유력 대선 후보 이야기

두 유력 후보 모두 ‘정직’ ‘신뢰도’에서 하자 발생.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

뜨거워지고 있는 미국 대선(大選) 정국에서 최근 떠오르는 질문은 과연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되겠는가의 여부다.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두 사람의 시작점은 다르다. 힐러리의 경우 당연히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래가지고 정말 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고, 도널드의 경우 당연히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저러다 정말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것 아닌가 라는 시각이다. 

힐러리 클린턴의 지지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고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은 갈수록 올라가면서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분석하는 정치, 선거 전문가들의 목소리로 언론들은 시끄럽다. 

주된 분석은 이렇다. 기성 정치권에 미국 유권자들이 질려 있다는 것이다. 2016년 대선이 이미 미국 대통령을 역임했던 클린턴 가문과 부시 가문의 대결로 펼쳐지고 있고, 그 가운데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한 19명의 후보 중 16명이 전현직 주지사, 상원의원이라는 점에서 새로울 것이 없다는 유권자들의 실망 때문이라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이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9월 6일 발표된 NBC 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아이오와와 함께 민주·공화당 대선 경선 표결이 처음 시작된 뉴햄프셔에서 무명의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가 힐러리 클린턴을 제치고 지지율 1위에 올랐다. 

뉴햄프셔 민주당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버니 샌더스는 41%의 지지율을 얻었고 힐러리 클린턴은 32%, 대선 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조 바이든 부통령은 16%를 얻었다. 7월까지만 해도 지지율은 힐러리 클린턴이 높아 당시 클린턴 42%, 샌더스 32%, 바이든 12%의 지지율을 보였다. 

힐러리 클린턴의 민주당 내 지지율은 출마 이후 줄곧 70%대를 유지하며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했었다. 

공화당의 경우 아이오와에서 공화당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도널드 트럼프 29%, 벤 칼슨(존스홉킨스 병원 소아과 의사) 22%, 젭 부시(전 플로리다 주지사) 6%, 스콧 워커(위스콘신 주지사) 5%의 지지율을 받았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지난 6월 출마를 선언할 당시 3%에 불과했지만, 이번 여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당초 공화당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젭 부시, 스콧 워커,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주 상원의원) 등은 지지율이 갈수록 떨어진 반면 트럼프는 지난 8월 전국적으로 28%의 지지율을 얻었고 아이오와와 뉴햄프셔에도 각각 23%와 18%로 지지율 1위에 올랐다. 

▲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左)과 공화당의 유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右)가 미 대선 구도를 혼돈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메일 스캔들로 추락하는 힐러리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정직과 신용도가 실추되고 있는 것이 지지율 하락의 이유로 분석되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두고 ‘정직하고(honest)하고 믿을 만한다(Trustworthy)’고 답한 사람은 30% 중반으로, 미국인 10명 중 6명은 그녀가 정직하지 않고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된 결정적인 사건은 ‘이메일 스캔들’이다. 이메일 스캔들은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공무와 관련된 이메일을 보안이 잘 갖춰진 정부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지 않고 개인 이메일 계정을 통해 주고 받은 것이 알려지며 터진 스캔들이다. 

발단은 2014년 여름이다. 당시 국무부 변호사들은 2012년 여름 리비아 벵가지에서 자행된 미 영사관 테러로 미국 대사가 사망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던 의회에 답변 자료를 준비하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일부 기록에 접근할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국무부는 2014년 10월 전임 국무장관 4명에게 개인이 보유한 이메일을 보내달라고 했고, 클린턴 전 장관은 그해 12월 5만 5000페이지 달하는 이메일을 보냈고 개인적인 것들은 다 삭제했다고 밝혔다. 

올 2월 뉴욕타임스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개인 이메일 시스템을 사용해서 국무장관 업무를 봤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되자 국가안보와 관련된 고급 비밀들이 개인 이메일 시스템을 통해 주고 받다가 자칫 외부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데 어떻게 국무장관이 정부 이메일 시스템을 쓰지 않고 개인 이메일을 사용했는가 하는 비판이 거셌다. 

클린턴은 국가안보에 대한 비밀 정보들은 개인 이메일로 보내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가운데 40개 샘플을 검사한 정보기관 검사관은 그 중 2개가 최고 보안을 요구하는 내용이라고 발표하면서 클린턴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민주당은 문제의 이메일은 힐러리 클린턴이 보낸 것이 아니라고 답했지만 공화당의 공격은 계속 되었다. 클린턴은 이를 두고 공화당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상황은 심각해졌다. 지난 8월 14일 3만여 개의 이메일이 연방수사국(FBI)에 넘겨졌는데, FBI는 그 중 100여 개의 이메일이 국가안보 비밀 사항과 관련된 것으로 잠정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국무장관으로서 공무 이메일을 개인 이메일 시스템으로 주고받은 것도 문제지만, 클린턴이 이에 대해 말을 바꾸고 사태를 대수롭지 여기지 않는 태도가 더 큰 문제라며 그로 인해 정직성과 신뢰도가 의심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까닭에 힐러리가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해 민주당 후보가 되더라도 본선에서 패할 가능성이 높다며 더 늦기 전에 다른 사람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기영합주의자 트럼프 

트럼프의 경우 거침없이 기성 정치권을 공격하고, 일부 공화당원들이 듣고 싶어 하는 인기영합주의적 발언을 직설적으로 하는 것이 지지율 상승의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트럼프가 최근 발표한 이민정책 공약이다.

그는 미국 내 1100만 명 불법이민자 강제 추방과 미국에서 태어난 불법이민자 자녀들이 미국 시민권을 자동으로 받지 못하도록 이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14조를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멕시코에서 넘어온 불법이민자들 가운데 마약 밀수, 강간 등 미국에서 범죄를 일으키는 자들이 많고, 이들로 인해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며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 장벽을 쌓고 여기에 소용되는 비용은 멕시코 정부가 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에 대해 경제적, 도덕적, 법적으로 실현성이 없다는 비판이 압도적이지만, 일부 공화당원들은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내 핫이슈 중 하나인 불법이민자 문제를 조지 W 부시 행정부나 오바마 행정부 누구도 풀지 못하고 있다. 두 행정부 모두 불법이민자들이 추후에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포괄적 이민정책을 발표했으나, 이는 불법을 용인하는 사면이라고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로 인해 무산되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얼마 전 행정명령으로 불법이민자 자녀들의 추방을 정지시킨 것에 대해 공화당은 대통령의 월권이라며 반발해 왔다. 

여론조사 기관인 갤럽에 따르면 공화당원 중 50%는 불법이민자들이 미국 시민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31%는 모든 불법이민자들을 강제로 추방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18%는 제한적 기간 동안 일할 수 있도록 하자고 밝히고 있다. 

트럼프 공화당 대선 부상 가능성 낮고, 힐러리는 글쎄 

불법이민자 강제추방을 주장하는 공화당원 30%는 대통령이 되면 그렇게 하겠다는 트럼프의 말에 환호하고 있다. 이 30%의 공화당원들은 공화당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 투표에서 적극 참여하는 열성 당원들이라는 점에서 트럼프는 이들이 듣고 싶은 말을 했다는 평가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는 최종적으로 민주,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될 것인가? 

우선, 트럼프는 가능성이 낮다는 전망이 중론이다. 공화당 경선에서는 일부 공화당원들이 듣기 원하는 그의 거침없는 말들이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대선 본선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이민 정책의 경우, 대선 본선에서 만날 미국인 대다수는 불법이민자 강제추방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

갤럽에 따르면 미국인 65%는 불법이민자들이 일정 과정을 거쳐 미국 시민이 되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더욱이 2012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몰표를 던져 그의 승리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히스패닉과 아시안 유권자들은 불법이민자 강제 추방에 더 많이 반대하고 있다. 

한때는 자신을 민주당원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해 충성심을 의심받고 있고 총기규제, 낙태, 동성결혼 등에 있어 말을 바꿔 ‘정직’ ‘신뢰도’에서 지지율이 낮은 트럼프가 지금은 인기를 얻지만 공화당의 2016년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엄중한 순간에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게 유력한 분석이다. 

클린턴은 조 바이든 부통령의 출마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만일 그가 출마한다면 이메일 스캔들로 ‘못 믿을 사람’으로 이미지가 실추된 클린턴의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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