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선거의 화두는 운동권 심판론
차기 선거의 화두는 운동권 심판론
  •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5.10.07 06: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예측] 차기 총선·대선의 행방

386 운동권들의 핵심적 사고는 反대한민국-親북한, 기득권 타파, 反기업·反시장·親노동. 이들에 대한  심판을 통해 대한민국의 가치 회복해야

 ● 야당 내홍의 원인은 전대협 간부 중심의 운동권 주도권론 對 정통 야당 부활론의 격돌
 ● 호남은 친노(親盧) 운동권과 결별하고 독자세력화 할 가능성 높아
 ● 오픈 프라이머리는 박근혜 친위세력 전략 공천 막기 위한 김무성 대표의 방패
 ● 차기 대선의 향방, 김무성-반기문(與) : 문재인-박원순-안희정(野) 대결 구도 예상
 ● 여권 대선  후보는 ‘콘크리트 지지층’ 가진 박근혜 대통령과 한 배 타야 성공 가능성 높아

정치판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 그리고 2017년 12월 대선이라는 슈퍼 태풍의 영향 탓이다.

유권자들은 야권의 분열, 여당의 공천권을 둘러싼 치열한 샅바 싸움, 폭로전, 비방전이 막장 드라마처럼 전개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정치에 관한 한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경험한 우리 국민들이기에 정치판에서 상상 가능한 수 싸움 정도는 훤히 꿰고 있다. 어지간한 꼼수로는 유권자들을 현혹하거나 유혹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궁금해 하는 질문은 바로 “2017 총선과 2017 대선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총선과 대선의 화두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 야당의 거친 움직임으로 미뤄 짐작하면 내년 봄 총선은 비교적 손쉽게 예측된다. 신당 창당을 준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발언이 적절한 사례가 될 것 같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현역 의원치고 재당선이 가뿐하다고 보는 분은 거의 없다.  80석 얘기가 나오던데, 80석은 무슨 80석인가. 그것도 어렵다고 본다.”(중앙일보 9월 25일자)

分黨 위기 맞은 야당 

9월 30일 현재 의석 분포는 재적의원 298명 가운데 새누리당 159석(비례대표 27), 새민련 128석(비례대표 21), 정의당 5석(비례대표 4), 무소속 6석이다. 새민련의 지역구 의원은 비례대표를 제외하면 107석인데, 천 의원 예측대로 27석이 날아가면 이것은 거의 참패나 다름없다. 

천정배 의원을 비롯하여 전남지사를 세 차례 역임한 박준영 지사, 박주선 의원 등 야권 인사들이 새민련을 탈당하여 신당 창당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보아 조만간 야당 진영의 분당 사태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 있어 수도권 지역구의 경우 당락이 불과 2~3%의 근소한 차이로 결정되는 초박빙 접전 지역이 대부분이다. 현행 지역구를 기준으로 전체 지역구(246석) 가운데 서울(48석), 경기(52석), 인천(12석)을 합치면 112석이다. 19대 국회는 ▲서울의 경우 새누리가 17석, 새민련 31석 ▲경기는 새누리 22석, 새민련 27석, 정의당 1석, 무소속 2석 ▲인천은 새누리 6석, 새민련 6석을 차지하고 있다. 

새민련이 수도권에서 얻는 표의 50% 이상이 그 지역에 거주하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수도권의 호남 출신 유권자가 등을 돌리면 새민련은 결정타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이 와중에 야당의 적전(敵前) 분열은 총선 패배와 동의어임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은 왜 이처럼 분당을 불사하는 기이한 행보를 자처하는 것일까. 

정치 세계에서 통용되는 용어는 일반 용어와 많이 다르다. 최근 야당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전투구를 일반 용어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은 그림이 나타난다. 현재 야당 분열상의 본질은 무성한 수식어를 지우면 문재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親盧) 세력과, 호남을 기반으로 한 친(親)김대중 세력의 대결이다.

문재인 대표를 정점으로 한 ‘전대협 간부 출신을 중심으로 한 NL 주사파 운동권 세력(이하 386 운동권으로 표기)’이 당의 혁신 및 개혁이라는 외피를 두르고 당권 장악을 위해 초강수를 두자 친김대중 세력이 ‘탈당 및 신당 창당’ 배수진으로 맞서면서 빚어진 전선이다. 

▲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의 화두는 운동권 심판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 내홍의 원인은 운동권 주도론과 정통 야당 부활론의 격돌인데 호남은 친노 운동권과 결별하고 독자세력화 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10월 1일 서울 여의도에서 민주계 전 의원들과 회동하는 모습.

‘운동권 정치’ 부활의 신호탄 

386 운동권들이 주도하는 야당 개혁론에 대해 친김대중 세력은 호남을 기반으로 한 지역 정당을 창당하는 것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호남 정치인들의 ‘정통 야당 부활론’은 친노 386 운동권 세력과의 결별을 뜻하는데, 과연 호남과 386 운동권 세력의 결별이 총선과 대선 정치지형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지 흥미진진하다. 

새민련에서 호남 세력이 탈당하여 독자 살림을 차리면 새민련은 386 운동권이 주도하는 ‘운동권 정당’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새민련은 그 전신인 민주당 시절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과 함께 2012년 총선에서 ‘야권연대’ 간판을 내걸고 지역구 공천을 함께 했다.

그 결과 통진당은 총 13명(지역구 7, 비례대표 6)이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이석기도 민주당 덕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이석기를 포함한 3538명의 공안사범을 대통령 특사로 풀어줬고, 사면 복권시켜줬다. 문재인 새민련 대표는 이석기 사면(2003)과 복권(2005)을 담당했던 실무책임자였다. 

김필재 기자의 보도에 의하면 2015년 현재 새민련 의원 중에는 국가보안법·반공법 위반으로 실형 선고를 받은 사람이 21명이다. 이들 중 반(反)국가단체 사건 연루자가 4명이다. 현재 새민련 내에 1980년대의 대표적인 대학생 운동권 단체였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출신 정치인은 김태년, 이인영, 임수경, 오영식, 우상호, 정청래, 최재성, 박홍근 의원 등 총 8명이다. 

전대협은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철폐, 평화협정 체결, 연방제 통일 등 북한의 대남(對南)노선을 추종하다가 1992~1993년 핵심부서인 ‘정책위원회’ 등이 대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 판결을 받았다. 

김필재 기자는 전대협 출신 의원 8명 중 우상호 의원을 제외한 7명이 모두 국보법 위반 전력이 있으며, 이인영, 우상호, 김태년 의원은 전대협 1기 의장과 부의장, 상임 운영위원, 오영식 의원은 2기 전대협 의장을 지냈다고 밝혔다.

임수경 의원은 3기 전대협 대표 신분으로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해 국보법 위반으로 구속됐고, 박홍근 의원은 6기 전대협에서 의장대행을 맡았고, 정청래 의원은 ‘전대협 결사대’ 일원으로 1989년 미(美) 대사관저 점거농성에 참여했다. 

전대협 간부 출신을 비롯한 386 운동권 인사들이 당의 핵심을 장악하고 내년 총선에서 주사파 운동권 출신을 대거 공천할 경우 총선 및 대선의 화두는 자연스럽게 ‘운동권 심판론’으로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의 중견으로 부상한 386 운동권 출신들의 핵심 슬로건 및 사고는 일관되게 대한민국 폄하, 김정일-김정은과 북한에 대한 긍정적 사고, 갈등과 대립, 기존 가치 파괴, 기득권 타파,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에 대한 도전으로 상징된다. 

자신들이 주동이 되어 창출한 노무현 정권의 5년간의 행보를 보면 이들의 정치적 행보나 노선이 명쾌하게 드러난다. 노무현 시절 386 운동권들의 슬로건이었던 서울에서 지방으로, 강남에서 강북으로, 미국 중심 외교에서 탈(脫)미국 중심 외교로, 정부 부처 중심의 정책 결정에서 위원회 중심으로, 보수에서 진보로의 변화는 대한민국의 근본을 개조하기 위한 일종의 사회혁명이었다. 

전대협 386 운동권 정치의 본질 : 반(反)대한민국, 친(親)북한 

혁명을 위해서는 전위대가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 하에서 대거 국가 요직에 임명된 386 운동권들은 ‘참여’라는 이름하에 대중(거의 대부분이 좌파 시민단체와 자신들을 지지하는 좌파 세력들) 동원 방식의 국정 운영을 했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을 동원해 군과 경찰, 검찰과 정보기관 등을 민주화, 탈권력화 한다는 명목하에 활동을 제약하면서 법치(法治)가 심각한 위협을 받았다. 게다가 국가보안법을 비롯하여 사립학교법, 과거사진상규명법, 언론개혁을 위한 언론관계법 등 ‘4대 개혁입법’을 시도하고 한미동맹 재조정 문제까지 겹쳤다. 

그들은 기회주의적이고 부패한 기득권 세력(보수정치 세력, 재벌, 언론, 관료, 가진 자 등)이 역사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왔다면서 이를 타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득권 세력의 정책노선인 반공과 안보, 경제성장, 친미노선은 타파의 대상이었다. 

그들은 45조6000억 원(신행정수도연구단의 추산)이란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행복도시’라는 이름의 세종시를 건설했다. 겉으로는 국토의 균형발전 수도권 과밀해소, 국가경쟁력 제고(提高)로 위장했지만, 그들이 행복도시를 건설한 핵심 철학은 “수도 이전을 통해 한 시대와 지배 권력의 변화를 위해서”가 본심이었다. 

전대협을 중심으로 한 NL 주사파 운동권 세력들의 가장 심각한 해악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폄하 공격했다는 점이다. 망국의 역사에 대해서는 이완용과 을사오적 등 외부에 책임을 전가하고, 성취의 역사에 대해서는 그 주역을 부정하는 몰역사적 태도는 국가 정체성과 시민의식의 약화를 초래했다.

그들은 화해나 상생(相生)보다는 건국과 호국, 산업화 시대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고 비판과 비난에 집중하여 단절과 보복의 징벌적 어젠다를 찾는 데 몰두했다. 

반(反)기업·반(反)시장·친(親)노동을 표방하는 운동권 세력들은 틈만 나면 “재벌 해체”,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들자”고 주장해 왔다. 국민들이 좋아하는 정책만을 골라서 시행하고, 국민들에게 땀과 눈물과 고통을 요구하는 정책과 개혁 어젠다는 회피했다. 그 결과 국가와 사회의 효율성이나 생산성, 경쟁력은 현저히 퇴보했다. 

반면, 그들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통해 무시로 한국에 대한 도발을 일삼는 북한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유화적으로 대했다. 2003년 1월 10일 북한이 NPT 탈퇴를 선언하는 등 제2차 북핵 위기의 와중에 대통령에 취임한 노무현은 2005년 2월 북한의 핵 보유 선언에도 불구하고 개성공단 사업 확대, 대북 비료지원, 북한 핵문제 유엔 안보리 회부 반대를 선언했다. 

실종된 ‘정권 심판론’ 

10월 9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자 “북한 핵무기 개발로 한반도의 군사 균형이 깨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엔 안보리가 핵실험에 대한 제재로 북한에 모든 군사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결의 1718호를 채택하자 “북한 핵은 방어용”이라며 북한을 두둔하고 나섰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남북협력기금으로 9조3000억 원을 조성하여 그 중 8조2000억 원을 집행했다. 이밖에도 금강산관광, 개성공단사업, 민간 차원의 대북 지원, 김대중 정부의 5억 달러 비밀 송금 등을 다 합치면 엄청난 금액이 북한으로 흘러갔다. 이 자금이 김정일 정권에게 제공되어 남한과 국제사회를 위협하는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사용됨으로써 한국의 국가안보가 결정적인 위협을 받는 상황이 됐다. 

이런 특성을 보유한 운동권들이 호남 정치세력을 ‘부패한 정치인’들로 몰아 학살하고 당의 주도권을 쥐겠다고 나선 것이 최근 야당 사태의 본질이다. 

역대 선거의 경우 현직 대통령의 임기 중에 선거가 실시되면 야권은 ‘정권 심판론’을 선명하게 들고 나와 손쉽게 바람 몰이가 가능했다. 그런데 새민련의 386 운동권 정치세력은 이번 총선 및 대선에서 ‘정권 심판론’을 꺼낼 수가 없는 상황이 됐다. 왜냐하면 실정(失政)의 주인공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니라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새민련은 ‘국회 선진화법’을 무기로 줄기차게 박근혜 정부를 뒤흔들었다. 공무원 연금 개악(改惡), 국회법 개정안 등이 그 전형에 속한다. 작금의 국가 난맥상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이라기보다는 임기 초반부터 “정권 퇴진”을 외치고 재벌 탓을 하며 일 좀 해보고자 나선 대통령과 행정부의 발목을 사사건건 잡은 운동권 야당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가 다수다. 이런 사회 분위기에서 ‘정권 심판론’을 꺼내들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자신들의 목을 날릴 수도 있다. 

호남 유권자들도 이제 386 운동권들의 식상한 개혁론에 신물이 날 정도다. 호남의 최근 정서는 박근혜 정부가 잘한 것은 아니지만, 대안도 없이 ‘여성 대통령’을 집단 린치하듯 물고 뜯는 모습을 보며 운동권 정치에 등을 돌리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존재로 인해 호남은 미우나 고우나 386 운동권 정치인들에게 무비판적인 지지와 성원 격려를 보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은 가고 386 운동권들은 호남 정치세력을 ‘개혁’한답시고 칼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 지금까지 그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지 성원해 왔던 호남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배은망덕이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호남은 정통 야당 부활론 깃발을 들고 NL 주사파 386 운동권에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호남이라는 지역 정서가 결정적인 무기인 데다가, 바람만 잘 불어주면 수도권에서도 선전(善戰)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서면 신당 창당의 봉화가 올라갈 개연성이 높다.

호남은 정통 야당의 부활을 통해 정부를 도울 때는 돕고, 비판할 때는 따끔하게 회초리를 들어가며 대한민국이라는 틀 안에서 호남 발전과 국가 발전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길로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새누리의 고민 : ‘오픈 프라이머리’와 ‘전략공천’의 대결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도 소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집안이 친박(親朴), 비박(非朴)으로 갈라져 한 지붕 두 가족 상태이기 때문이다. 고민의 핵심은 2016년 총선 이후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22개월이나 남아 있게 된다는 점이다. 

2016년 총선이 막을 내리면 권력의 무게중심은 차기 대선 후보로 급격하게 쏠리는 것은 정치판의 상식이다. 어물어물하다 타이밍을 놓치면 박 대통령은 식물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는 방법은 적극적인 총선 개입이다. 2년 여 잔여 임기 동안 국정을 원활하게 운영하여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려면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 때 자신의 충성파들을 대거 공천하여 당선시킴으로써 막강한 친위세력을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략공천이 필수적이다. 

문제는 당권을 쥐고 있는 김무성 대표다. 당 대표 도전 당시 ‘오픈 프라이머리’를 들고 나온 김무성 대표는 추석 연휴 기간 중 부산에서 문재인 새민련 대표와 회동하여 오픈 프라이머리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오픈 프라이머리와 전략 공천을 둘러싼 정치적 용어도 일반 화법으로 번역할 필요가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는 지명도가 높고 활동 내역이 많이 알려진 현역 의원이 월등히 유리한 제도다.

따라서 오픈 프라이머리를 강행하겠다는 뜻은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인정함과 동시에 박 대통령의 의중인 전략 공천을 원천 봉쇄하여 박근혜 친위세력의 등장을 막는 묘책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대통령과 당 지도부가 장악하고 있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명분도 그럴 듯하다. 

이것이 “전략 공천을 하지 않겠다”면서 청와대와 화끈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김무성 대표의 속내다. 그는 내심 오픈 프라이머리를 기대하는 현역 의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총선을 넘어 대선 후보로의 자리매김이라는 청사진까지 그려놓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늘 예정된 공식대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김무성 대표는 그간 총선 공천권과 당 운영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몇 차례 펀치를 주고받았다. 제1라운드는 지난 6월 25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벌어졌다. 

그 무렵 새누리당은 비박계 인사인 김무성, 유승민이 친박계를 꺾고 당 대표와 원내 대표를 차지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비박계 새누리 인사들이 새민련과 손잡고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내각제니 이원집정부제니 하며 개헌 봉화를 올렸다.

또 인사청문회를 통해 대통령의 인사권에 강력한 제동을 걸면서 박 대통령은 장관 한 사람 자기 뜻대로 임명할 수 없는 ‘식물 대통령’ 상태가 되었다. 바야흐로 국회 독재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냉혹한 승부사였다. 유승민 원내대표를 찍어서 “배신의 정치를 국민들이 심판해 달라”고 선언했고, 여론의 힘을 등에 업고 유승민을 손쉽게 쓰러뜨렸다. 그리고 국회로 쏠려 있던 정치적 리더십을 간단히 회수하는 과정에서 김무성 대표의 존재감은 무참히 짓밟혔다. 

제2라운드는 9월 7일 박 대통령의 대구·경주 방문 때 벌어졌다. 이날 대구 지역구 의원들은 대통령 행사에 단 한 사람도 초대받지 못한 반면, 박 대통령은 보란 듯이 대구 경북지역 출마가 예상되는 청와대 참모진을 대동하고 나타났다. 며칠 후 박 대통령이 인천을 방문했을 때 그 지역 국회의원들이 초청된 모습을 보며 대구의 새누리 의원들은 경악했다. 

대구·경북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다. 이 지역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몹쓸 국회의원들에게 휘둘려 제대로 일도 못하는 불쌍한 대통령’으로 각인된다. 연약한 여성 대통령이 공무원 연금개혁, 노동개혁 등을 해결해 보겠다고 발버둥 치고 있는데, 일도 안 하며 세비나 축내는 국회의원들이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여론이 강력하게 형성되고 있다. 

이 지역에서 일고 있는 심상치 않은 ‘박 대통령 동정’ 여론이 부산·경남을 찍고 수도권으로 북상할 경우, 박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었던 유승민 의원이나 김무성 대표는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일을 하고 싶다. 도와 달라. 일 하지 않고 발목만 잡는 배신자들을 심판해 달라”는 칼자루는 박근혜 대통령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2017년 대선의 향방 

2016년 총선의 향배는 2017년 대선 향방과 직결되어 있다. 야권의 경우 새민련이 선전하여 현재와 비슷한 의석을 확보하면 문재인 대표로 대선 후보가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분당의 소용돌이로 현재 의석보다 현저하게 줄어든 성적표를 받을 경우 문재인 대표는 용도 폐기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치평론가들의 예측을 종합하면 이 경우 대안은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가 경쟁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NL 주사파 운동권 출신들이 주류를 이루는 당내 상황으로 볼 때는 안희정 지사가 유리한 반면, 여론상으로는 박 시장이 유리한 국면이다. 

박 시장은 시민단체와 일반인들의 비교적 높은 지지가 강점인 반면, 당내 기반은 취약하다.  운동권 계보 상 박 시장은 아웃사이더로 바깥에서 돌았기 때문에 주류 세력과의 연대에 걸림돌이 많다. 그가 전대협의 핵심이었던 임종석을 서울시 정무부시장으로 임명한 것은 운동권 주류 세력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로 보인다. 

안희정 지사는 과거 NL 주사파 운동권 주류로서의 화려한 운동 경력, 충남지사가 된 후 중도와 우파를 향한 변신 노력을 통해 운동권 이미지를 어느 정도 탈색하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안 지사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의 장점과, 사회주의의 장점을 취합하여 ‘제3의 길’이란 깃발을 들고 나올 수 있는 후보로서의 이미지 메이킹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그러나 ‘제3의 길’은 좌우합작을 뜻하는데, 우리 현대사를 비롯한 전후(戰後) 세계사의 흐름으로 볼 때 좌우합작은 필연적으로 공산화로 귀결됐다는 역사의 교훈을 유권자들은 기억하는 것이 좋겠다. 

새누리의 경우 대선 후보로서 당내에서 독주하다시피 해 온 김무성 대표의 존재가 고민이다. 당내에서는 확고한 후보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그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서는 낙관하지 못하는 희한한 분위기다. 

6공화국 출범 이래 역대 대통령들의 당선 사례를 분석해 보면 ‘군정종식, 문민정부’의 열망으로 김영삼이 당선됐고,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로 김대중이 대권을 잡았다. ‘서민 대통령’으로 노무현이, ‘좌파 10년 세월 동안 망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이명박이 당선됐고, ‘좌파는 안 된다’는 열망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됐다. 당대의 시대적 열망을 충족하는 이미지를 가진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대선이 벌어질 2017년 말에 시대의 요구가 시민사회의 역할 증대, 복지에 방점이 찍히면 박원순이 유리한 상황이 될 것이다. 적절한 분배와 서민, 진보 코드에 몰입되면 ‘제3의 길’ 안희정이 설 땅이 생긴다. 반면에 경제회생, 운동권 심판, 북한 급변과 통일로 분위기가 정리되면 여권 후보가 우위에 설 수 있다. 

여권에서 경제회생의 이미지를 업을 수 있는 후보군으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운동권 심판론이 거세지면 황교안 국무총리, 북한 급변과 통일 이미지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김무성 대표의 설 땅은 어디인가. 김 대표는 자신의 상징 이미지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여당을 지지하는 일각에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나 황교안 국무총리에 대한 대망론도 제기되는데, 정치판에서 기적은 없다. 대선 후보는, 특히 여당 후보의 경우 대선을 2년 정도 앞둔 현재 상황에서 의미 있는 지지율을 확보하지 못한 후보가 혜성처럼 등장하여 대선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무망하다고 보는 것이 과학적이다. 만약 두 사람이 대선에 뜻이 있다면 지금 당장 자가발전을 해서라도 의미 있는 지지율을 확보하여 가능성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야권 지지세력 일각에서 안철수의 가능성을 점치는 의견들도 존재하는데, 한국적 상황에서 안철수, 고건 같이 지지 기반이 명확하지 않은 제3세력 기반 후보(혹은 무당파 후보)는 성공 가능성이 지극히 희박하다는 것이 이미 역대 대선을 통해 증명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중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SBS가 추석 연휴를 앞둔 9월 23일과 24일 TNS에 의뢰해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21.1%를 기록,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4.1%)와 문재인 새민련 대표(11.2%), 박원순 서울시장(10.1%),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6.3%) 등을 큰 차이로 따돌렸다. 새누리 입장에서 볼 때 김무성 대표의 대체제로 거론될 수 있는 지지율을 보인 것이다. 

또 한 가지 의미 있게 봐야 할 팩트(fact)가 있다. 무슨 상황이 닥쳐도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24~28%의 ‘콘크리트 지지층’의 존재다. 이것은 박정희-육영수 지지의 변이로 보이는데, 이 지지층은 박 대통령의 임기 말이나 퇴임 후에도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여당 대선 후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박근혜 대통령과 한 배를 타야만 이 지지층의 음덕을 입을 수 있다. 

지금까지 김무성 대표는 치고 빠지기 식으로 처신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큰 마찰 없이 순항해 왔다. 이제 김 대표가 확실한 대선 후보로 자리매김하려면 박 대통령과 우군화, 중립화, 적대화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게 날마다 헷갈린다. 

만약 김 대표가 박 대통령과 한 배를 타기로 했다면(우군화) 총대를 메고 국회를 진두지휘하여 노동개혁 관련법을 화끈하게 통과시키고, 박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업적을 쌓을 수 있도록 협조 체제를 확고히 하겠다는 점을 직접화법을 통해 보여줘야 한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그는 추석 연휴를 이용하여 야당 대표와 회동하는 형식으로 ‘안심전화 국민공천’ 방식의 오픈 프라이머리 카드를 다시 빼 들었다. 그런데 시점이 좋지 않았다. 하필 박 대통령이 유엔 연설을 위해 해외 순방 중 뒤통수 갈기듯 합의를 해버린 것이다. 

이제 ‘냉혹한 승부사’ 박 대통령의 대응이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여론조사 1위로 떠오른 반기문 총장 카드는 박 대통령 입장에선 꽃놀이패나 다름없다. 박 대통령이 김 대표의 오픈 프라이머리 공세에 대해 “이건 아니다” 싶으면 김 대표를 겨냥한 강력한 공격이 전개될 수도 있다.

김 대표도 가만 앉아서 죽을 날을 기다리지만은 않을 것이다. 총선 공천권, 임기 후반의 국정 주도권을 놓고 벌어지는 제3라운드는 서로 상대방의 급소를 겨눈 치명적인 공격이 될 것이다. 

김 대표는 소위 ‘히로뽕 사위’ 사건 때 보기보다 맷집이 허약하다는 점이 적나라하게 노출된 바 있다. 그가 ‘비박(非朴) 의원들’이라는 기득권 세력의 보호막을 잘 활용하여 공격을 버텨내면서 역전에 성공하면 대망의 기회가 올 것이고, 나가떨어지면 끝이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