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에 부는 탈북 미녀 바람
종편에 부는 탈북 미녀 바람
  • 정재욱 기자
  • 승인 2015.10.07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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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야기]

요즘 종합편성 채널에서 가장 뜨거운 스타는 다름 아닌 탈북 미녀다. 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이제는 만나러 갑니다’는 2011년 12월 채널A의 개국 때 시작해 최근에도 3%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간판 예능으로 자리를 굳혔다.

▲ 탈북자 관련 프로그램의 원조 격인 채널A의 ‘이제는 만나러 갑니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 덕분에 ‘남남북녀’ ‘모란봉 클럽’(TV조선), ‘잘살아보세’(채널A), ‘남심북심’(MBN) 등 탈북 미녀들을 주인공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생겨나 방송 중이다. 최근에는 김아라, 신은하, 한송이 등의 탈북 미녀 스타들도 배출됐다. 

사실 탈북자, 특히 탈북 여성들이 이처럼 언론 매체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은 언론 기사에 사진을 사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실명을 공개하기도 꺼렸다.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의 피해를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집단 토크쇼에 나와 경쟁적으로 본인 사연을 말하거나, TV 가상 연애 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나서는 현상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점은 우리 국민들이 TV를 통해 탈북자들의 생생한 증언을 보면서 북한의 인권 유린이나 북한 김정은의 독재 상황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지금은 당연한 일 같지만, 한때는 북한인권 문제는 남한에서 꾸며낸 모략이라는 여론이 우세했던 시절도 있었다. 천안함 폭침이 우리나라나 미국의 자작극이라는 유언비어가 우리 사회를 휩쓸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최근에는 북한의 DMZ 목함지뢰 사건 같은 북한의 도발도 이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다뤄진 바 있다. ‘이제는 만나러 갑니다’는 최근 방송(9월 13일)에서 북한 고위직과 북한군 출신 탈북 출연자들이 나와 북한이 지뢰 도발을 감행한 정황에 대해 설명하는 내용을 보여줌으로써 국민들의 이해를 도왔다. 앞서 이 프로그램은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혹한 현실, 김정은에 대한 북한 주민들의 반감 등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과도한 시청률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집단 토크쇼 형식 자체가 출연자들이 매회 좀 더 재미있고 새로운 이야기를 소개해야 방송에서 돋보이는 까닭에 아무래도 자신의 정치범 수용소 수감 사연 등을 과장하는 탈북자들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많은 탈북자들은 “혹시 누가 사고라도 칠까” 하고 이 같은 프로그램들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탈북자들을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으로 본다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우리나라 나이트 클럽의 즉석 만남, 즉 ‘부킹’ 문화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다룬 TV조선의 ‘모란봉클럽’의 첫 회 방송(9월 12일)이 그런 예다. 물론 TV 예능이 공익적일 필요는 없지만, 탈북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프로그램들이 과도하게 남한 시청자의 흥미 위주로 만들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한 탈북자는 최근의 방송 현실에 대해 “남한 사람들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탈북자에 대한 거리감을 더는 것도 좋지만, 탈북자들이 진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우리가 남한에 적응할 방법을 고민하는 프로그램도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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