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한국 정치, 이대로는 안 된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10.12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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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풍토에서 ‘합의의 정치’는 유토피아니즘

한국의 정치에 관한 다양한 논의들 가운데서 여야(與野) 간에 한 가지 합의점이 있다면 그것은 오늘날 이 나라 정치가 국가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여야 대표는 지난 9월 2일과 3일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각각 다음과 같이 말했다. 

▲ 남시욱 언론인·세종대 석좌교수·미래한국 고문

“대한민국의 현재 좌표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방면에서 ‘전진이냐, 퇴보냐’의 갈림길에 놓여 있습니다. 정치는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립과 반목을 증폭시키는 진원지가 되고 있습니다.”(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그간 우리 정치와 정당이 제대로 서지 못한 것은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저부터 반성합니다. 앞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 정치만이 우리 정치와 정당을 구할 수 있습니다.”(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여야를 막론하고 다음 총선과 대선 후보 선출을 앞두고 어느 정도의 당내(黨內) 각축과 이로 인한 잡음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이 과거 이명박 정권 때처럼 친이(親李)파와 친박(親朴)파로 나뉘어 권력투쟁을 벌인 끝에 정권의 분열을 초래하는 것 같은 일은 경계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 역시 최근 문재인 대표에 대한 재신임투표 여부를 둘러싸고 벌어진 지리멸렬상, 특히 친노(親盧)파와 비노(非盧)파의 갈등과 분당 조짐은 야권의 신뢰 추락은 물론 건전한 여야 관계와 원숙한 국회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또한 국회의원 후보를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한 선발 여부와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둘러싸고 파생된 의원 정수를 둘러싼 논란은 정치권이 계속 당리당략(黨利黨略)에 집착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19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 

이번 정기국회에서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여야 두 대표는 한국 정치의 이 같은 현주소를 솔직히 진단하는 데는 일치했지만, 처방은 서로 달랐다. 19대 국회를 역대 국회 중 최악의 것으로 만든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대해 두 사람은 정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내년 4월의 20대 총선에서 어느 당이 다수당이 될지 모르지만, 현행 국회선진화법 체제가 계속 유지된다면 국회는 나라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 되어 국민의 비난과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 법의 취지는 여야가 더욱 치열하게 타협하고 협상하라는 것이며, 더욱 상대 의견을 경청하고 이해하고 상생(相生)의 안을 만들어내라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국회선진화법 포기는 다수 횡포의 정치로 후퇴하는 것이라고 맞섰다.

따라서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헌법소원이 받아들여지거나, 새누리당이 20대 총선에서 3분의 2 이상의 절대다수를 차지하지 않는 한 국회선진화법의 개정은 불가능하다. 

국회선진화법은 다수결 원리를 부정함으로써 소수파에게 사실상 거부권을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한국의 의회정치는 사실상 ‘합의에 의한 정치’로 변했다. ‘합의에 의한 정치’는 얼른 보면 가장 이상적이고 선진적인 정치 같다. 다당제(多黨制) 하의 내각책임제를 채택하고 있는 유럽에서 많은 학자들이 강조하고 있고, 이를 본 딴 한국의 일부 정치학자들도 동조하고 있다. 

정계에서는 지난 5월의 국회법 개정 파동으로 물러난 유승민 전(前)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공식으로 ‘합의에 의한 정치’를 제창했다. 그러나 한국과 같은 양당제와 후진적인 정치풍토에서는 ‘합의에 의한 정치’란 유토피아적 발상에 불과하다.

지금처럼 삼권분립의 원리를 위협할 정도로 비대해진 국회는 소수의 횡포와 여야 간 밀실 야합에 의한 입법권 남용으로 삼권분립의 원리와 대통령책임제의 기본을 훼손하고 있다(입법권 남용의 사례는 본지 502호 pp. 7~9 참조). 

19대 국회는 의원들의 자질 문제가 헌정(憲政)사상 가장 심각하게 논의된 국회였다. 이 때문에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더욱 가중되었다. 2012년 4·11총선에서 당선된 19대 국회의원 300명 중 74%가 40~50대이며, 69%가 정치를 업으로 하는 직업 정치인이다. 그런데 전체 당선자의 20.3%(61명)가 전과자였다. 이 숫자는 18대 국회의 8%(25명)의 약 2.4배에 달한다. 

이들 전과자 61명 가운데 약 반수는 국가보안법 또는 반공법 위반자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1987년의 6·10 항쟁 이전 민주화 투쟁 때 좌익사범으로 억울하게 몰린 순수한 민주화 운동가들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기는 하나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대 국회의 특징 중 하나는 의원들의 도덕적 타락상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죄목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 수가 국무총리를 역임한 한명숙 의원을 비롯해 모두 13명이다.

통진당 해산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의원 5명을 합하면 모두 18명이 국회를 떠났다.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는 심학봉 의원이 곧 제명 또는 스스로 사퇴한다면 의원직 상실자는 19명으로 늘어난다. 

이들 이외에 현재 부패 혐의로 재판 또는 수사가 진행 중인 다른 의원도 17명이나 된다. 이로 인해 회기 말까지 최다 36명 정도가 의원직을 잃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숫자는 지금까지 형사 처벌로 인해 역대 최다의 의원직 상실자인 21명을 낸 18대 국회 때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다. 

비리 혐의 등으로 의원직 상실 예상자 36명으로 헌정사상 최다 

19대 국회는 그야말로 악명 높은 부패 국회가 되고 말았다. 자유경제원의 권혁철 자유기업센터 소장의 연구에 의하면 현재 국회의원 1인에게 지출되는 연간 비용은 세비 1억3796원을 포함해 합계 7억718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국회의원들은 정치활동을 위해 후원금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부패의 관행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왜 그럴까. 원래 물은 고여 있으면 썩기 마련인데, 세계에서 가장 바빠야 할 이 나라 국회가 정쟁(政爭)으로 파행되는 바람에 개인적 웰빙에 정신이 나간 일부 몰지각한 선량들이 썩은 물속에 빠져버린 것이다. 

19대 국회는 여야 대표들이 합창하듯 ‘일하는 국회’를 강조했지만 결과는 극히 생산성이 떨어진 ‘무능한 국회’였다. 지난 6월 22일 현재 의원발의 법안 건수는 헌정사상 가장 많았으나(1만3215건으로 정부제안법안 건수를 합한 전체법안건수의 88.55%) 가결된 건수는 6.3%에 불과했다.

서울신문과 법률소비자연맹의 공동조사로 밝혀진 바에 의하면 나머지 법안들은 미결상태거나 폐기 또는 철회되었다. 이것은 의원들이 마구잡이로 법안을 제출했거나, 특정인의 이득을 위해 선심법안 발의를 남발했음을 의미한다. 

이번 국회에서도 입법 활동을 포기한 의원들이 있었다. 자신이 대표 발의해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건수가 단 1건도 없는 ‘입법 제로’ 의원이 지난 6월 25일 현재 2명으로 집계되었다. 입법건수가 2건에 그친 의원은 모두 12명이다.

재보궐 선거를 통해 회기 중에 들어온 의원을 포함할 경우 입법 실적이 2건 이하인 사람은 46명이다. 한심한 일은 자신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 반대표나 기권표를 행사하거나, 아예 표결에서 빠진 의원이 20명이나 된다. 이들 의원들은 국회의원으로서 직무유기를 한 셈이다. 

막장 국회의 막말 퍼레이드 

19대 국회 일부 의원들의 한심한 자질을 드러낸 사례가 의원들의 막말 행태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13년 7월의 민주당 홍 모 의원의 ‘귀태’(鬼胎) 발언이다. 홍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그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佐藤信介)와 함께 만주국의 귀태, 즉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간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야당 의원 중에는 박 대통령을 지칭해 ‘그년’이라고 비하하는가 하면 “세월호 사건 때 박근혜 대통령은 어디서 무엇을 했느냐”고 말해 근거 없는 루머를 퍼뜨리기도 하고, 박 대통령을 향해 “당신은 국가의 원수(怨讐)”라고 했다.

또 어떤 국정감사장에서 경찰의 허술한 총기관리를 따지다가 갑자기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장난감 권총을 주면서 권총을 사격해 보라고 요구해 당내에서까지 비난을 받았다. 부하 직원 성희롱 의혹을 받고 있는 어느 민간단체 회장에게는 “일어서서 회장 물건을 좀 꺼내보세요”라고 요구해 참석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의원들의 막말은 국감장에서 거침없이 쏟아놓는 보복적 발언에서 더욱 저질성을 드러냈다. 노사정(勞使政) 대타협 성공에 못마땅한 야당 의원들은 김대환 노사정 위원장을 ‘집나간 며느리’에 비유했으며, 일부 야당 의원은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노조가 성명을 통해 자신의 국감 행태를 비판하자 당해 노조의 간부들을 증인으로 신청해 ‘보복 국감’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증인 신청을 해 놓고 철회를 미끼로 자신의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려 하다가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았다. 

19대 의원들의 막말 사례는 한 편의 논문으로 엮기에 충분할 정도로 많다. 그러나 기이한 사실은 19대 국회에서 윤리특별위원회에 징계안이 회부된 의원이 38명이나 되지만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는 심학봉 의원의 경우 이외는 1건의 징계안도 의결되지 않은 점이다. 

국회의원 후보 청문회 제도 도입 적극 검토를 

우리는 지금까지 19대 국회의 자질, 생산성, 그리고 도덕성이 더 이상 정치개혁을 지체할 수 없을 정도로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살펴보았다. 정치권은 이대로는 안 된다.

20대 국회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그리고 다음 정권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중요한 시기에 국정의 책임을 맡는다. 나라를 발전시킬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권부터 개혁해야 한다. 특히 국회는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여야는 오픈 프라이머리에 의견 접근을 보이고 있는데, 신선미 있는 20대 국회가 구성되도록 좋은 예비선거제도를 고안해 내야 할 것이다. 다만 이 제도는 자칫하면 정당제도가 미국처럼 원내 중심으로 변해 통일을 앞두고 자유민주주의 세력을 결집시키는 데 문제점이 생길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데는 정치권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들도 나서야 한다. 무엇보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의 적(敵)인 지연(地緣) 혈연(血緣) 학연(學緣)에서 유권자들이 해방되어야 한다.

또한 차제에 깨끗한 후보들을 선출하는 데 효과가 큰 선거구별 국회의원 후보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자는 바른사회시민회의 등 민간 전문가들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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