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카메룬 밀림 속에서 다이아몬드를 캔다
아프리카 카메룬 밀림 속에서 다이아몬드를 캔다
  • 정재욱 기자
  • 승인 2015.10.20 14:38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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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프리카다] 카메룬 밀림 속의 한국 기업 C&K마이닝 방문기

아프리카에선 아프리카法을 따라야 성공 가능성 높아

카메룬 = 전 세계 육지 면적의 20%를 차지하는 광활한 대륙과 막대한 천연 자원의 보고(寶庫). 아니면 기아나 질병, 내전(內戰) 같은 좋지 않은 이미지로 인식됐던 아프리카가 최근 세계 경제의 새로운 엔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난 15년 동안 꾸준히 5~6%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시장 규모도 최근 10년 간 연간 약 11%의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한 덕분이다.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떠오르는 신(新)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일찍부터 아프리카 진출을 서둘러 왔다. 우리나라도 대기업뿐 아니라, 많은 중소규모 기업들이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인종이나 문화, 자연환경, 식음료 등이 우리와는 판이하게 다른 아프리카에 한국인이 살고, 그곳에서 사업을 영위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과연 1970년대 중동 붐에 이어 아프리카에서 제2의 한국인 성공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 한국기업 C&K마이닝이 아마존과 함께 세계 2대 밀림으로 평가받는 카메룬 모빌롱의 밀림 한가운데에서 다이아몬드 광산을 개발하고 있다.

이런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아프리카 현지에서 10년 째 광산업을 하는 한국인 사업체를 찾아 나섰다.

이번 아프리카 여행의 목적지는 사하라 사막 이남 서쪽에 위치한 카메룬이다. 아프리카와 한국은 물리적으로 너무 멀었다. 인천공항에서 방콕까지 5시간, 방콕에서 케냐의 나이로비까지 9시간, 나이로비에서 카메룬의 야운데 공항까지 4시간, 두 번을 환승해서 도합 18시간을 비행기에 있어야 했다.

물론 비행기 안에서 그냥 앉아만 있으면 되니, 비행시간이 길다는 것이 사업의 어려움 축에 들리는 없겠지만, 이로 인한 경제적 기회비용이나 물류비용은 상당해 보였다.

비포장도로, 부족한 전력

카메룬은 서쪽으로는 대서양, 북쪽에 나이지리아와 차드, 동쪽과 남쪽으로 중앙아프리카공화국과 콩고와 접해 있는 나라다. 면적이 47만여㎢(대한민국 면적 9만9720㎢)로 한국보다 약 5배 넓다. 인구는 2300만 명, 1인당 GDP 1247달러의 나라다. 우리나라에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8강에 진출한 아프리카의 축구 강호로 잘 알려져 있다.

카메룬의 중앙부에 위치한 수도 야운데의 10월 날씨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게 서울의 초가을과 비슷했다. 언어는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1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영토의 90%)와 영국(영토의 10%)의 분할 위임통치를 받은 영향 때문인데, 영어는 인구의 10% 정도가 주로 서쪽 항구 두알라 등에서 사용하고 있다.

수도 야운데는 생각보다 기후가 쾌적했지만, 이런 호사는 잠시뿐이었다. 최종 목적지는 이곳에서 동쪽으로 800km 가량 떨어진 모빌롱 지역 광산이다. 모빌롱은 아프리카에서도 오지로 알려진 거대한 밀림 지역으로, 이곳에는 C&K마이닝(대표 정승희)이라는 카메룬 정부와 한국 중소기업 간의 합작 회사가 개발하는 다이아몬드 광산이 있다.

야운데에서 하루 묶은 후 모빌롱으로 출발했다. 여정의 중간에 위치한 카메룬의 동부 도시 베르투아에서 하루 숙박하고 다음날 새벽에 다시 출발하는 일정이었다. 800km 정도면 우리나라 도로 사정이라면 10시간 내외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도로 사정이나 기반시설은 예상했던 것보다 좋지 않았다.

야운데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왕복 2차선 포장도로는 350km 정도 떨어진 베르투아에서 끝났다. 그 이후부터는 소형차 두 대가 간신히 엇갈려 지날 수 있는 비포장도로의 연속이었다.

도로 곳곳이 움푹움푹 패인 탓에 어지간한 승용차는 운행이 불가능하다. 움푹움푹 패인 구덩이를 이리저리 피해가며 주행 도중 목재 운반용 대형 트레일러가 맞은편에서 오면 한쪽으로 비켜 있어야 했다. 결국 이틀간을 덜컥거린 끝에 겨우 목적지에 도착했다.

카메룬은 도로뿐만 아니라 전기, 상수도 등 거의 모든 기반시설이 부족하다. 전기는 수도 야운데에서도 종종 정전 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턱없이 부족하다. 때문에 자금 여력이 좀 있는 식당이나 기업, 주택들은 자체 발전기를 돌려 전기 공급을 자체 해결하고 있었다.

기자가 체류하던 1주일 동안 수도 야운데에서 정전이 세 차례나 있었다. 야운데를 벗어나면 전기 공급이 안 되는 지역이 많다. 또 우물과 시냇가에서 물을 길어 가는 행렬이 자주 눈에 띄는데, 상수도 기반시설이 없어 거의 대부분의 주민들이 우물이나 개천의 물로 식수와 생활용수를 해결하고 있었다.

지난 몇 년 동안 해외 각국이 아프리카에 자원개발을 대가로 도로·상수도·전력 등의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했지만 아직도 태부족이다.

목적지 모빌롱까지 가면서 당혹스러웠던 것은 도로에서 만난 무수히 많은 검문소였다. 군인·경찰 등 치안 담당 부서뿐만 아니라 세관, 교통부, 환경부 등 여러 부서의 공무원들이 나와서 길을 막고 지나가는 차와 통행인을 검문한다. 모빌롱이 가까워지자 경찰인지 현지 주민인지 구분도 안 되는 사람들이 길가 양 옆의 나무에 줄을 매달아 길을 가로막았다.

아프리카에선 아프리카法을 따라라

이때 여권이나 운전면허증, 카메룬 입국에 필요한 황열(yellow fever) 예방접종 증명서 등 필요한 서류를 챙겨오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여기선 검문검색을 이유로 한두 시간 사람을 잡아두는 것은 일상사에 속한다. 여행자가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관련 서류가 없을 경우, 또 여행자의 과실이 밝혀지면 상당한 벌금을 내야 한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카메룬이 아프리카 내에서도 치안이 안정된 나라로 꼽히기 때문에 반군이나 폭도에 의한 공격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현 폴비야 대통령이 1982년부터 무려 33년 동안 통치하면서 어느 정도 치안이 안정된 덕분이다.

검문에 대처하는 아프리카 식 노하우도 있다. 자동차에 맥주 몇 병을 준비했다가 시간을 끌면 선물로 주는 것이다. 뇌물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상할 수도 있지만, 정부로부터 제대로 월급을 받지 못하는 그들 나름의 문화라고 이해하면 기분도 좋고 검문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좀 짓궂은 현지 경찰을 만날 경우 여권을 뺏어들고는 말대꾸도 없이 마냥 시간을 끌기도 한다.

현지 안내를 맡은 한국인은 “기념품이나 축구공 같은 작은 선물이 아프리카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첫 번째 사업 노하우”라고 전했다.

▲ 울창한 밀림을 뚫고 만든 인력 및 장비 운송을 위한 도로.

여정의 막바지에 밀림을 뚫고 만든 길을 만났다. 울창한 밀림 사이로 50여km 이어진 이 도로는 광산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 수송을 위해 C&K마이닝 측에서 밀림의 나무들을 베어내고 뚫은 것이다. 밀림 사이로 뚫린 길을 50여km 달린 끝에 한국인이 개발하는 광산이 나타났다.

모빌롱의 광활한 밀림 한가운데 자리 잡은 이 광산은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곳이다. 첫인상은 오지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이 잘 정돈돼 있고, 일하는 사람들도 활기가 넘쳤다. 한국인과 현지인 30여 명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마침 현장에선 다이아몬드가 포함된 역암층(conglomerate layer)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드릴링 시추 탐사를 하고 있었다.

밀림을 뚫고 만든 다이아몬드 광산

C&K마이닝은 지난 2010년 12월 한국 광산업체가 카메룬에서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따냈다고 보도되어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다. 그 후 회사의 대주주가 주가 조작 혐의를 받으며 논란의 한복판에 섰다가 올해 1월 법원에서 1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 카메룬 현지인들이 광산에서 역암층의 위치와 깊이를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 사업가의 투자를 받아 잠시 광산 운영이 중국 측에 맡겨지기도 했으나, 지금은 이 회사가 경영권을 회수해 다시 운영하고 있다.

현지인들은 중국인 사업가들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인 인상은 아니었다. 중국인들이 광산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경영진과 현지인 직원들 간에 마찰이 심했다고 한다. 이유는 아프리카 현지인들에 대한 차별대우 때문이었다. 카메룬 정부와의 소통도 원활치 않았다. 반면에 한국인 직원들과 현지인들과의 관계는 무난하다고 한다.

아프리카 현지에서 피부로 느낀 중국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케냐에서 카메룬을 오가는 비행기에서 중국어 안내방송과 동영상이 나오는 것은 물론, 공항 여기저기에서 중국 국영방송인 CCTV를 시청할 수 있다. 중국은 2009년부터 상수도 기반시설 투자 등 지금까지 3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카메룬에 원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인들이 중국에 대해 갖는 인식은 부정적이다. 자원과 시장 확보에만 열중했던 과거 유럽의 식민지화 정책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교훈이다.

다이아몬드를 위해 아프리카 오지의 밀림까지 진출한 이 회사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을 겪은 탓인지 개발권 획득 5년이 지났으나 아직 확실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C&K마이닝의 변상윤 차장은 “그 동안 정상적인 광산 활동이 어려워 일정이 많이 지연됐다”면서 “카메룬 정부와 생산 일정을 조율하며 조기에 상업 생산을 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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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카 2015-10-25 00:15:59
공정보도 감사합니다 작은중소기업이 고단한여정을 끝내고 성공신화를 쓸수있게 진실한보도 부탁드립니다

로얄 2015-10-23 00:56:52
감사합니다.
아프리카 오지를 탐방하여, 진실과 정의를 게재하여 주셔서.

씨앤케이인터 파이팅 2015-10-21 20:41:16
아프리카 오지까지 몸소방문하시어 한국의 중소기업 지금은
비록 상폐되었지만 씨앤케이인터의 다이아 사업이 사기가 아니었음을
다시한번 재확인 시켜주심을 우리 1만주주는 너무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한마음 2015-10-21 16:11:23
정재욱기자님!
진실을 쓰셨네요
고맙습니다..

깡통펀드애미 2015-10-21 12:16:54
기지님....?
이 기사내용이 사실이지요...?
그렇다면 감사드립니다.
오지에서 고생하시며 기사를 작성하셔서.
씨앤케이 회사와 주주들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씨앤케이 방문기를 시리즈로 게재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