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으로 다가오는 젊은 대륙
‘기회의 땅’으로 다가오는 젊은 대륙
  • 미래한국
  • 승인 2015.10.2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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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아프리카다] 뜨겁게 이는 아프리카 열풍

세계 경제의 마지막 개척지 아프리카는 약속의 땅인 동시에 숙제의 대륙 

▲ 김일수 아프리카 미래전략센터 대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케냐를 방문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아버지가 케냐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미국 대통령이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를 2박 3일 동안이나 방문해서 국제 범죄 재판소에 기소된 적이 있는 그 나라 대통령을 만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케냐에 이어 방문한 에티오피아도 얼마 전 총선에서 여당이 100% 의석을 장악한 데서 나타나듯이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는 데 있어 이상적인 나라는 못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나라가 갖는 공통점은 연 10%에 가까운 경제 성장을 보이고 있고, 소말리아를 근거로 하는 알 샤밥 등 테러 집단과의 전쟁 수행에 있어 긴요한 파트너라는 점이다. 특히 에티오피아는 중국의 적극적인 경제 진출 대상 국가이기도 하다. 

중국은 아프리카 전체와의 무역고가 연간 약 2000억 달러에 달하여 전통적인 아프리카의 파트너인 유럽을 제치고 아프리카의 제일 무역 상대국으로 등장했고, 아프리카 각국과 각종 대형 인프라 사업 추진, 자원 개발 등의 분야에 적극 진출하면서 투자액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밖에 일본이나 인도, 터키 등도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과 경제 활동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이러한 움직임을 ‘제2의 아프리카 쟁탈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원래 아프리카 쟁탈전(scramble for Africa)은 19세기 유럽 열강들이 앞을 다퉈 아프리카 경략에 나섰던 역사적 사실을 일컫는 말이다. 쟁탈전의 결과, 역사가들의 조사에 의하면 당시 아프리카에 있던 약 1만여 개의 토착 정치 단위가 약 40개의 식민지 구역으로 정리되었다고 한다. 

유럽 국가들이 담합에 의해 종족, 부족 간 유대나 종교적, 문화적 차이를 무시하고 마치 자를 대고 줄을 치듯이 임의로 그어 놓은 경계선은 결국 국경으로 고착화되었고, 독립 후 아프리카 국가들 간에 수많은 분쟁과 내전의 불씨가 되었다. 

‘아프리카 쟁탈전’은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지 못하고 열강의 경략 대상으로 전락했던 암울한 역사를 상기시키는 용어다. 때문에 21세기 들어 아프리카의 경제적 잠재력에 새로운 관심이 일면서 나타난 국제 사회의 진출 경쟁은 아프리카 쟁탈전보다는 ‘아프리카 열풍’이라고 부르는 것이 이젠 엄연한 독립국가가 된 아프리카 제국들의 입장을 생각할 때 더 타당할 것 같다. 

고민 많은 아프리카 

우리가 주변국들과 관계가 어려워질 때마다 19세기 말 정세를 상기하며 경계하는 마음을 다지듯이, 아프리카 국가들도 이번에는 종속 변수가 아닌 독립 변수로서 새로 찾아 온 기회를 이용하여 자기들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보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최근 아프리카 열풍이 전 세계로 번진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2000년대 들어 중국의 급격한 경제적 부상과 여기에 수반되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그 근저에 있다.

2000년대 원유 가격 급등으로 나이지리아, 알제리, 앙골라 등 아프리카 대륙의 3대 원유 및 가스 생산국의 자원 판매 대금이 1990년대 3000억 달러 정도에서 2000년대에는 1조 달러를 상회한다는 통계가 있다. 2008년 발생한 곡물 가격 급등 이후 아프리카를 식량 기지로 개발하려는 국제적 투자가 힘을 받은 적도 있었다.  

또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연결 혁명’은 아프리카에도 찾아와 케냐의 휴대전화 결제 수단인 M-pesa 같은 솔루션 등 통상적인 경제 발전 단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기업 형태가 가능하게 된 데서 오는 긍정적 효과도 아프리카의 장래에 대한 희망을 더했다. 

그 결과 2000년대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경제 성장은 매년 5%에 달해 아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10억이 넘는 아프리카 대륙 인구의 약 10%가 연간 5000달러가 넘는 소득을 올려 중산층 대열에 합류함으로써 소비 시장으로서의 중요성도 그만큼 커졌다. 

지난 6월 남아공에서 열린 아프리카연합(AU)의 25차 특별정상회의에서 여성 역량 강화 문제가 화두였다. 아프리카는 여성에 대한 문화적, 법적, 사회적 차별이 심각한 편이다. 각종 성차별을 철폐하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여성의 사회 참여가 가능하게 될 경우 아프리카는 9% 더 성장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도 가뭄으로 농민들이 곤란을 겪고 있지만 아프리카는 농업용수는 고사하고 상당수 주민들의 식수 문제가 당면 과제일 정도로 심각한 물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물 문제가 해결될 경우 경제 성장 효과는 연 4% 정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아프리카는 콩고강, 나일강 등 막대한 친환경적 수력 발전의 잠재력이 있고, 세계 원유의 10% 이상이 매장된 대륙이면서도 아프리카 전체 인구의 과반수 이상이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식량 기지 확보의 대상이 될 만큼 광대한 경작 가능 토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지난 40년 간 전 세계적인 식량 생산은 150% 증가한 반면 아프리카의 식량 생산은 오히려 10% 줄어서 아프리카는 만성적인 식량 수입 대륙이 되었다.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인구 증가를 보이는 ‘젊은 대륙’이다. 약 20년 후에는 세계 노동 시장에 가장 큰 노동력 공급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아프리카의 잠재력에 기대를 걸지만, 인구 증가는 양날의 칼이다.

잘 훈련되고 교육 받은 풍부한 젊은 노동력이 고용되어 생산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축복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대규모 실업 사태로 인한 정치, 사회 불안이 야기될 수도 있다. 

현재 중동 불안정의 원인인 IS가 표면적으로는 보수적 이슬람 가치 체계의 회복을 내세우지만, 그 기저에는 부족 간, 종파 간 정치 사회적 차별과, 이로 인한 비민주주의적 통치 형태, 그보다도 근본적으로는 경제 정책의 실패로 인한 실업과 빈곤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빚어진 불만이 유례없는 칼리프 국가의 재건을 꿈꾸는 비인도적이고 시대착오적인 IS로 이어진 사례는 아프리카의 장래를 가늠해 보는 데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 2014년 1월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다 장면.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도 매력적인 요소다.

‘독재의 시대’ 끝나고 민주주의 훈풍 도래 

다행스러운 것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독립 이래 50~60년 동안 각종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새로 찾아 온 기회를 이제는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데 컨센서스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2년 아프리카 통일기구(OAU·Organization of African Unity)의 뒤를 이어 출범한 아프리카연합(African Union)은 정부가 좋은 정치로써 국민의 복지와 안녕을 보장해 주는 역할을 다하고, 지역 통합을 통해 세계화 추세 속에 아프리카의 경제적, 정치적 자리 매김을 해야 한다는 각성에서 출범했다. 

이러한 각성은 지배층의 자발적 인식 변화의 결과는 아니다. 1990년대 초 냉전종식으로 독재자들에 대한 강대국들의 무조건적 지원이 중단되고, 비민주적 체제가 부패 등 문제를 야기하여 경제 개발에 장애가 된다는 인식이 일반화되었다.

그러나 민주화를 원하는 아프리카 보통 사람들의 피플 파워가 힘을 받음으로써 소위 ‘빅 맨(big man, 독재자)’ 시대가 지나가고 민주주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냉전이 끝난 직후인 1991년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빅 맨’이었던 잠비아의 카운다 대통령과 말라위의 반다 대통령이 선거를 통해 실각했다. 남아공 백인 소수 정권은 1994년 4월 흑인 유권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여 이뤄진 선거를 통해 넬슨 만델라에게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함으로써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 유색 인종에게 불리한 인종 분리와 정치 및 경제에서의 차별 정책)에 종지부를 찍었다. 

프리덤 하우스의 평가에 의하면 1990년대 초 사하라 이남 국가 중 자유로운 국가는 단 4개였는데, 2015년에는 그 수가 19개에 달하고 있다. 아직 프리덤 하우스 자유 지수로 세계 10대 최악의 나라 중 5개가 아프리카에 있을 정도로 민주주의를 향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노정이 끝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올해 3월 아프리카 제1의 경제 대국 나이지리아에서 최초의 평화적인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등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대세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열풍이라고 할 만큼 아프리카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풍부한 부존자원, 젊은 인구, 방대한 개발 잠재력 때문에 아프리카를 세계 경제에 마지막 남은 개척지, 혹은 성장의 엔진이라고 하는 등 아프리카를 미래를 약속하는 대륙이라고 부르지만 아프리카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을 보면 아프리카는 약속의 땅인 동시에 숙제의 대륙이기도 하다.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존재감 미미

아쉽게도 뜨거운 ‘아프리카 열풍’ 속에서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우리의 아프리카 대륙 54개국과의 교역량은 우리 전체 무역고의 2%도 채 되지 않고,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 비율은 그 보다 더 낮다. 

아직 아프리카의 시장 규모가 작고 투자에 따르는 위험이 높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이 무역, 투자 대상으로 우선순위를 두지 않는 것이 주요 이유지만,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과 경험, 지식이 적은 탓에 아프리카의 잠재력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큰 이유다.

기회의 땅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많은 부분에서 미지의 땅이기 때문에 그 접근과 진출에는 긴 호흡의 준비가 필요하다. 

아프리카는 개발이 가장 뒤진 대륙으로서 인류의 숙제로 남아 있다는 측면에서 단순한 시장 개척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상생 협력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말하자면 아프리카는 우리 경제 지평을 확대할 수 있는 블루 오션인 동시에, 우리가 개발 협력 등 분야에서 책임 있는 중견국가로서 역할을 부각시킬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다행히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국에 거는 기대는 크다. 한국의 경제 발전 경험과 ICT 등 신세대 기술, 현지인과 같이 호흡하고 공감하는 특유의 스킨십 능력 등은 중국, 일본은 물론 아프리카와 오랜 관계를 맺어 온 유럽도 갖지 못한 한국만의 맞춤형 개발 협력 패키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아프리카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와 활발한 교류로써 서로를 보다 잘 알게 될 때 아프리카는 우리에게 진정한 윈윈(win-win) 협력의 파트너로서 더 가깝게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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