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자동차 大戰’ 시작됐다
‘미래 자동차 大戰’ 시작됐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10.2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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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폭스바겐 사태 이후의 자동차 시장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세계 2위의 폭스바겐 자리 차지하기 위한 글로벌 메이커들 대혈투

지난 9월 하순, 한 외신 보도가 국내를 강타했다. 이른바 ‘폭스바겐 디젤 조작 사건’의 시작이었다. 이후 한 달 가량 지난 지금까지 ‘폭스바겐 사태’의 파장은 수습되는 게 아니라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폭스바겐 사태’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시작에 불과하다. 

‘폭스바겐 사태’의 시작은 한 NGO가 “디젤은 환경친화적”이라는, 우호적인 의도를 갖고 시작한 연구에서 비롯됐다. 이 NGO는 유럽산 디젤차의 대표 격인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디젤 모델을 대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연비도 좋고 환경오염물질 배출도 적은 이 차들이 미국산 큰 배기량 차량에 비해 어떤 점이 좋은지 분석해 공개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연구를 하면 할수록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도로 주행 중 배출되는 배기가스에 이산화탄소 등 오염물질이 지나치게 많이 나왔던 것이다. 이 NGO는 결국 웨스트 버지니아대(大)와 캘리포니아 환경보호국 등의 도움을 얻어 더 정밀한 조사를 시작했고, 결국 미국 환경보호국(EPA)이 관련 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디젤 차량들의 ECU(차량 컴퓨터)에 ‘출시 전 환경검사’와 ‘실제 도로주행’ 때 배출가스를 다르게 내뿜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이 심어져 있는 게 드러난 것이다. 

▲ 폭스바겐의 디젤 차량 배기가스 조작 사건과 관련,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개입해 유럽의 자동차 업계를 견제하고 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음모론 등장 

관련 내용이 발표된 직후 폭스바겐 그룹은 “기술자 3명이 한 일이며 회사는 모르는 일”이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ECU를 조작한 차량이 무려 1000만 대 이상 생산됐고, 미국에서만 이미 50만 대 이상 팔려나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폭스바겐 그룹의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결국 9월 18일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이 사임했다. 

미국 정부는 폭스바겐 그룹에 미국에서 판매한 관련 차량 48만2000여 대의 리콜 조치를 명령했다. 언론들은 이번 일로 미국 정부가 폭스바겐 그룹에 180억 달러의 벌금을 물릴 수도 있으며, 미국에서 집단소송이 시작될 경우 폭스바겐 그룹이 파산할 수도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폭스바겐 그룹의 디젤차 조작 논란은 이후 유럽연합(EU)과 아시아 등으로 확산됐다. EU 회원국, 특히 폭스바겐 그룹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왔던 독일은 큰 충격에 빠졌고, 한국, 중국 등은 폭스바겐이 자국(自國)에서 판매된 디젤 차량에도 조작이 있었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고객들의 계약 취소와 집단 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다. 네티즌들은 폭스바겐의 SUV ‘티구안’ CF에 나온 “당신만 모르고 있었다”는 문구로 폭스바겐 그룹을 조롱하고 있다. 

10월 들어 폭스바겐 그룹은 계열 브랜드 가운데 포르쉐, 람보르기니, 아우디 등을 매각해 막대한 벌금과 손해배상금을 충당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그러나 이들 브랜드를 매각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과 매입할 능력이 있는 회사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폭스바겐 그룹의 미래는 점차 어두워지고 있다. 

EU 내에서는 폭스바겐 사태를 두고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9월에는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됐지만, 10월 들어서는 음모론을 주장하는 소리가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지난 10월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는 카를로스 곤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EU 회원국의 무역·통상장관들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카를로스 곤 회장은 이 편지에서 “폭스바겐 사태는 EU 자동차 업계가 선전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개입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카를로스 곤 회장은 “미국이 세계 디젤 차량 기술을 선도하는 EU 업체의 영향력을 견제하려 한다”면서 폭스바겐 사태가 미국에서 시작된 점, 미국 정부가 BMW, 벤츠, 아우디와 같은 고급 브랜드의 디젤 차량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점 등을 그 이유로 꼽았다.

카를로스 곤 회장은 “EU 자동차 업체들은 EU의 환경 기준에 맞는 디젤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면서 EU 회원국들이 자국 자동차 업체의 경쟁력을 깎아먹는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2009년 일본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 렉서스가 급발진 등으로 대규모 리콜 조치를 당한 것이 미국의 일본 자동차 업계 손보기였다는 주장을 펴면서, 이번 폭스바겐 사태도 이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EU 일각에서는 이런 음모론을 믿고 싶어 하는 눈치다. 심지어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을 찾아낸 미 NGO의 조사도 미국 정부의 요청”이었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세계 여론은 폭스바겐 그룹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간에 배기가스 조작은 부정행위라는 것이다. 때문에 EU 자동차들이 인기를 끄는 한국, 일본, 중국 등에서도 자국 내에서 판매된 폭스바겐 차량에 대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누가 승자가 될 것인가? 

폭스바겐 그룹이 추락하는 조짐을 보이자 세계 자동차 업체들은 그 공백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한국의 경우 금융계와 정부 등에서 폭스바겐의 빈 자리를 현대·기아차가 채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폭스바겐을 따라잡기 위해 무던히 애썼던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디젤 승용차 기술 개발에 열성적이었고, 실제 성과도 있었으므로 ‘클린 디젤’을 내세우면 미국 시장에서 선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2~3년 내에 출시될 것으로 알려진 ‘수소연료전지차’까지 곁들이면 폭스바겐의 공백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본은 도요타, 닛산, 혼다 등을 필두로 “클린 디젤은 거짓”이라며 “미래는 하이브리드의 시대”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에 대해 다른 국가들은 가솔린 엔진을 구동해 전지를 충전하는 가솔린 하이브리드 엔진의 원천 기술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도요타와 닛산, 혼다 등이 미국, 중국 등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의 디젤차가 차지했던 시장을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채우려는 속셈이라고 판단한다. 

특이하게도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배기량이 큰 차량을 많이 만드는 GM이나 크라이슬러는 폭스바겐 사태를 보면서도 자신들의 장점을 내세우지 않고 있다. 유럽 법인을 통해 터보 엔진을 만드는 포드 정도만이 자신들의 ‘다운사이징’ 기술을 강조할 뿐이다. 

미국의 마이너 차량 업체는 폭스바겐 사태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바로 전기차 업체 테슬라 모터스다. 테슬라 모터스는 최근 SUV 모델인 ‘X 타입’을 공개하며, “미래는 전기차의 시대”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전기차 업체가 폭스바겐의 공백을 채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디젤의 경우 세계 거의 모든 곳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전기차는 충전소 시설이 아직 미흡해 개인 차고가 없는 EU나 중남미, 아시아 지역에서는 많이 팔리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아무튼 폭스바겐 사태 이후 디젤 차량의 인기가 급락하면서, 도요타에 이어 세계 2위의 자동차 업체 폭스바겐 그룹의 공백을 누가 채울 것인가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 분석의 공통점은 ‘미래 자동차’다. 

‘미래 자동차’가 되기 위해 필요한 점은 범용성, 내구성, 편의성이다. 어디서나 연료를 충당할 수 있어야 하고, 수천 km를 주행해도 문제가 생기지 않아야 하며, 기존의 차량 기술자들이 정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을 따져보면, 아직은 전기차 보다는 하이브리드 차량이 더 시장성이 좋다. 하지만 가장 유리한 것은 휘발유 차량이다. 

21세기 이후 출시된 휘발유 차량들은 ‘다운사이징’이라는 트렌드에 따라 터보차저 등의 과급기를 장착한 차량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배기량과 환경오염물질 배출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들었다. 

현대·기아차의 선택은? 

포드는 슈퍼카로 분류되는 GT 모델에 3.5리터 트윈터보 엔진을 장착, 600마력 이상의 출력을 낼 수 있도록 만들고 있고, GM은 자사의 대표 모델 콜벳에 사용하는 LS 계열 6리터 8기통 엔진을 개선, 평소 주행 중에는 4기통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상태다. 미국 차량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환경오염물질 저감과 연비 향상에 상당한 공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라는 중국은 전기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세계 2위의 2차 전지 업체 BYD는 중국 자동차 업체들과 손잡고 실용성이 높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향후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이 될 것이라는 인도는 타타 자동차와 마힌드라 앤 마힌드라가 소형 SUV와 초저가형 승용차를 만들어 자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EU의 자동차 업체들은 폭스바겐 사태 후에도 디젤 차량을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BMW나 벤츠, 푸조-시트로엥, 르노 등은 저배기량에 과급기를 장착한 소형 디젤 차량들을 계속 내놓을 계획이다. 

이런 움직임으로 볼 때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생기는 ‘공백’을 어느 한 자동차 업체가 독식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그 보다는 자동차 업체들이 자기 지역의 특성에 맞는 차량들로 ‘지역 시장’을 석권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조심해야 할 업체는 자국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한국과 일본이다. 일본은 그나마 하이브리드 차량의 원천기술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어 다른 국가들과 손잡을 능력이 있다.

반면 한국은 지금까지 일본이나 EU, 미국 자동차 업체의 기술과 마케팅을 따라가는 경향이 강했다. 이런 점을 지금부터 개선하지 않는다면, 폭스바겐 사태의 다음 차례는 한국 자동차 업체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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