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들은 답하라 너희들은 진정으로 변했는가?
운동권들은 답하라 너희들은 진정으로 변했는가?
  • 미래한국
  • 승인 2015.10.30 13: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동호의 시대추적] 전향한 운동권 핵심인사의 참회록④

전대협은 북한 주체사상과 그 이론을 추종하고, 한민전의 투쟁방침을 철저히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1980년대 운동을 민주화 운동이라고 강변

▲ 이동호 캠페인전략연구소장·미래한국 편집위원

이 글은 한때 잘못된 사상과 인식 위에서 자랑스러운 우리 현대사를 흠집 내고자 했고, 잘못된 길로 가자고 주장했던 저에 대한 고백입니다. 과거의 학생운동 경력이 더 이상 자랑스러운 훈장으로 인식되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우리 사회에 대한 부끄러운 기록이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저의 이러한 생각이 그 당시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순수한 마음으로 운동에 동참했던 분들에 대한 흠집 내기는 더더욱 아닙니다. 오히려 순수한 마음을 이용하고자 했던 좌익운동권에 대한 저의 반성적 접근으로 헤아려 주십사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2) 전대협 강령 분석 

전대협은 전문과 강령을 발표했는데 그 내용을 인용해보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는 백만 청년학도의 창조적 지혜와 힘을 하나로 모아 7천만 겨레의 염원인 자주민주통일 된 새 조국 건설과 미래의 주인인 청년학생의 정의로운 삶을 위해 구국의 선봉대로서 다음과 같이 투쟁할 것을 조국과 민중 앞에 엄숙히 맹세한다. 

1. 미국을 반대하고 모든 외세의 부당한 정치 군사 문화적 간섭과 침략을 막아내고 목숨보다 소중한 민족의 자주권을 회복하여 조국의 자주화를 이룩한다. 
 1. 친미 군사정권의 식민지 파쇼통치를 철폐하고 민중의 창조적 자주적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완전한 사회민주화를 실현한다. 
 1. 조국의 영구분단을 막아내고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의 원칙 아래 조국의 통일을 이룩한다….” 

이 전문과 강령에 대한 전대협 자체의 해설을 보기로 하자. 

“전문에서 보다시피 전대협은 자주 민주 통일된 새 조국 건설과 청년학생의 정의로운 삶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시대의 보편적 이념은 자주 민주 통일로 요약될 수 있다. … 자주 민주 통일, 즉 예속을 거부하고 자주를 닦고, 독재를 반대하여 민주를 세우며, 분단을 깨뜨려 통일로 나아가는 것은 우리의 총체적 좌표이다.

전대협의 강령은 이러한 자주 민주 통일이라는 시대의 보편적 이념에 기초하여 이를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전대협, 서울:돌베개, 1991에서 인용) 

전대협 강령의 전문에 대한 자체 해설에서 자주 민주 통일이 이 시대의 보편적 이념이라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주 민주 통일 이념이란 북한의 주체사상이 밝히고 있는 3대 투쟁임무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에서 전대협은 그 활동 목표로 남한의 반미(反美) 자주화, 반(反)독재 민주화, 더 나아가 북한과의 연방제 통일이 전대협의 최종 목표임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이하의 강령에서도 주체사상의 3대 투쟁과제의 서술방식에 입각하여 쓰고 있다. 첫 번째 강령에 대한 해설 중 미국에 대한 설명을 보자. 

“현재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직간접적으로 침해하고 있는 것은 미국을 위시한 제국주의 세력이다. 특히 미국은 한반도 분단과 그 고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원조라는 이름의 잉여농산물 살포와 차관, 그리고 다국적 기업에 의한 자본침투 등으로 한국을 자신의 경제적 지배 아래 놓이게끔 만들었다. 정치적으로는 대내적 기반이 취약한 예속정권을 사주하면서 공작정치와 지배간섭 정책을 벌임으로써 신성한 정치적 자주권을 유린하고 있다. 

자주화 된 사회란 외세의 지배력이 작용하지 않는 사회이고, 민족의 자주권이 제한 받지 않는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미국, 일본 등의 외세가 민족 내부 문제에 대하여 지배, 간섭하는 것을 배격하고 예속독재 정권을 종식시켜 조국의 통일을 이루어 내야만 한다.“(위의 책에서 재인용) 

여기서도 북한의 한국사회 이론인 식민지 반자본주의론에 입각한 미국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입장이 그대로 나타난다. 미국은 한국의 정치적, 경제적 지배자라는 것이다. 

▲ 전대협은 북한의 주체사상과 이론을 추종했으며, 북한 한민전의 투쟁방침을 철저히 따랐다. 사진은 전대협 출신 전현(前現) 국회의원들.

3) 전대협 회칙 분석 

1987년 8월 전대협 발족 당시의 회칙을 살펴보자. 

“전국 대학생 대표자 협의회 회칙 초안
1. 명칭: 본회의 명칭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라고 한다.
2. 목적: 전대협은 전국 백만 학도의 단결과 통일을 기하며, 민주적 학생자치활동의 적극 옹호 및 보장과 분단된 조국의 자주·민주·통일의 실현에 기여한다. 
 1) 외세의 배격과 독재의 종식을 위하여 완전한 민주주의 자주독립국가의 건설을 위해 헌신한다. 
 2) 민족과 민중에 근거한 진보적 민주주의의 구현에 기여한다.” 

전대협은 대중조직이다. 따라서 배후조직이나 비밀조직에서와 같이 노골적인 표현은 없다. 그러나 그 단초들은 곳곳에 존재한다. 회칙에서 전대협은 ‘자주·민주·통일’의 실현에 기여한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정식화한 대남혁명의 3대 투쟁과제인 반미 자주화 투쟁, 반독재 민주화 투쟁, 조국통일촉진 투쟁을 말하는 것이다. 

더 있다. 2조 3항의 민족과 민중에 근거한 진보적 민주주의 구현에 기여한다는 표현이다. 어디선 본 적이 있지 않은가. 바로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 선고를 받은 통합진보당의 강령에 있는 내용이 ‘진보적 민주주의’이다. 통진당 간부는 자신들의 내부 모임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는 수령님께서 제시하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진보적 민주주의에 대한 헌재(憲裁)의 판결을 인용해 보자.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우리나라를 미국과 외세에 예속된 천민적 자본주의 또는 식민지 반자본주의 사회로 인식하고 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자본가 계급의 정권으로서 자본가 내지 특권적 지배계급이 국가권력을 장악하여 민중을 착취 수탈하고 민중의 주권을 실질적으로 강탈한 구조적 불평등사회로 인식하고 있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이러한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민중이 주권을 가지는 민중민주주의 사회로 전환해야 하는데 민족해방문제가 선결과제이므로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사회주의로 안정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기 정부로서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설정했다.

한편,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연방제 통일을 추구하고 있는데, 낮은 단계 연방제 통일 이후 추진할 통일국가의 모습은 과도기 진보적 민주주의 체제를 거친 사회주의 체제이다. …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폭력에 의하여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이를 기초로 통일을 통하여 최종적으로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피청구인 주도세력은 북한을 추종하고 있고 그들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 

헌재의 판결은 분명하다.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 같다는 것이다.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으로부터 수입된 것이라는 뜻이다. 

전대협은 회칙에 자신들의 목적이 ‘진보적 민주주의’라고 쓰고 있다. 대한민국이 미국에 예속된 사회이며 자본가들의 착취가 일상화된 사회라는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구체적 표현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전대협이 북한의 주체사상과 그의 이론을 추종했으며, 매 시기 한민전의 투쟁방침을 철저히 따랐다는 사실은 의심할 나위 없는 사실이다. 그 동안 전대협을 이끌어 왔던 NL 주사파는 한결 같이 자신들의 1980년대 운동에 대해 민주화 운동이라고 강변해 왔다. 그러나 이후 전향한 운동권의 자기 고백이 이어지면서 이들의 대응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처음에 이들은 그런 사실 자체를 부정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증거와 정황이 제시되자, 일부에서는 인정은 하나 자신들도 변해왔다고 말하고 있다. 전 열린우리당의 이철우는 ‘데일리안’과 인터뷰에서 자신도 권위주의와 저항하는 한 방법으로 마르크스주의와 주체사상을 한 때 수용한 적 있으나, 그 후 변해왔다고 시인했다. 

유시민은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자신은 한민전을 받아쓰기 한 사실이 없으며, 우리가 말릴 때는 말을 안 듣더니 어디 있다가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그런 사실을 고백하느냐고 반문함으로써 과거 운동권에 만연했던 한민전 노선의 추종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고 있다. 

글을 마치며 

오늘날 반미 의식의 확대와 성장의 배후에는 1980년대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핵심지도부의 미국에 대한 인식―미국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으며, 분단의 원흉이고 침략세력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한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필요 이상의 관대한 태도를 보이고 있고, 북한 주민에 대해 가해지는 정치적 탄압에 대한 의도적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과거 파쇼악법이라고 불렀던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는 적대적 감정을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필자가 느끼는 근심은 현재 이들의 이러한 태도와 과거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론의 논리와 주장과의 유사성 때문이다. 이러한 나의 판단이 너무 예민해진 때문인가? 

과거 386 핵심 지도그룹과 숱한 좌파 지식인들은 이제 답해야 한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미제(美帝)의 수탈에 의해 이미 망하거나 역사 속에서 사라졌어야 했다. 그런데 그들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우리 사회는 발전했고, 대한민국의 성장을 이 지구상에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있는 이 현실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그토록 추종했던 사회주의 나라의 본류인 소련은 이미 망했다. 그것도 그 나라 국민의 손에 의해서 말이다. 지상낙원이라고 보았던 북한은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가장 실패한 나라라는 이 모순된 현실에 솔직해야 한다. 더 이상 변명으로 사실을 은폐해서는 안 된다. 

나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들이 아직도 과거의 생각에 머물러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최소한 그렇게 믿고 싶다. 그렇다면 이제 솔직해져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의 주류로 성장한 386 핵심지도부는 과거 그들의 주장에 대해 현재 그들은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만일 바뀌었다면 어떻게 바뀌었는지 등에 대해 밝혀야 한다. 그것이 과거 그들의 말과 행동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도리다. 또 우리 사회를 이끌고 있는 사람으로서 의무이기도 하다.(끝)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