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진정한 미국의 동맹국인가?
한국은 진정한 미국의 동맹국인가?
  • 미래한국
  • 승인 2015.11.05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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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전략이야기] 박근혜 대통령 방미 이후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안미경중(安美經中)의 행복한 시기는 끝났다. 이제 한미 동맹 강화에 국운 걸어야

박근혜 대통령이 10월 13일부터 나흘간 일정으로 미국을 다녀왔다. 14일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 헌화(獻花)로 시작된 이번 방미(訪美) 일정은 16일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 회담으로 끝났다.

청와대는 이번 방문의 키워드를 ‘한미동맹’과 ‘북핵(北核),’ ‘뉴프런티어’ 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2011년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두 번째로 펜타곤(미국 국방부)을 찾았고, 펜타곤은 최상의 예우로 박 대통령을 맞았다. 

미 국방부는 이명박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미군 수뇌부가 모두 나와 한반도 상황을 브리핑 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에게도 펜타곤은 한반도 주변의 심상치 않은 상황에 대해 브리핑 했을 것이 분명하다. 조 바이든 부통령과도 조찬을 했다.

또 미국의 영향력 있는 국제관계 연구소인 CSIS(국제전략 연구센터)에서 미국 여론 주도층에게 한국의 외교 및 안보 정책에 대해 연설했다. 국방 장관도 대통령을 수행하여 이번 방미가 한미동맹을 다시 강조하는 것이 되도록 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방미를 통해 미국 조야에 퍼져 있는 ‘한국의 대(對)중국 경사론’이 불식되었다고 발표했다. 외교안보수석은 방미 직후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성공적이었고, 지난 여름 메르스 사태로 인해 일정을 늦춘 것이 오히려 더 잘 되었을 정도”라고 자화자찬했다. 그렇게 말한 외교안보수석은 대통령 방미 직후 문책성 교체를 당했다. 

대통령은 나흘간의 짧은 일정을 강행군으로 소화했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힘들게 노력했다. 필자는 한반도 주변 국제 정세를 전문적으로 관찰하고 있는 학자 입장에서, 한국의 외교 안보를 담당하는 정책 결정자들이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그동안 제기되었던 현안들을 말끔히 해소해 줄 것을 기대했다. 

물론 외교부 장관 등 현직 외교안보 담당 고위 정책 결정자들은 재야의 우려(憂慮)에 동의한 적은 없다. 외교부 장관은 미중(美中)이 모두 우리를 ‘러브 콜’ 하고 있는 최상의 상황이며, 특히 한미동맹은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정도의 상황’ 이라고 반복했다. 재야에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를 ‘고뇌 하지 않는 사람들의 견해’라고 비하한 적도 있었다. 

한미동맹은 굳건해졌나? 

위에 기술한 고위급 외교안보 정책 결정자의 대미관(對美觀)과 현 국제 정세에 대한 분석이 타당한 것이었다면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아무런 현안도 없는 방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다수의 언론이 외교안보수석 뿐 아니라 외교안보 담당 고위관리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며 현재의 한미관계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에도 불구하고 해소되지 않은 문제는 무엇인가? 

청와대가 대통령 방미 직전 발표한 브리핑 자료는 이번 방미의 제일 목적 중 하나가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다시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는 미국 조야, 미국 시민들에게 한국이 확실한 미국의 동맹국임을 인식시켰다고 볼 수 있을 것인가? 

우리 정부 관리들이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했었지만 많은 한국인, 미국인 식자들은 한미 동맹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들을 많이 했다. 오히려 “한국은 중국을 미국보다 더 중요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은 결국은 중국 편이 될 것”이라는 말들이 나올 정도였다.

정부 당국자들은 절대 아니라고 말했지만,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 최근 한국 정부의 행동들 중 여러 가지가 미국을 서운하게 한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미국이 주도하는 태평양 파트너십(TPP)에 가입을 주저한 한국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IIB)에는 적극적으로 가입했고, 미국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배치하기 원하는 고고도방위미사일(사드. THAAD)은 중국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어정쩡한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한국 대통령은 9월 3일, 실제로는 미국을 향한 중국의 군사력 과시 무대였던 중국의 전승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미국 동맹국 중에서는 물론 서구적 민주주의 국가의 대통령으로서 유일하게 참석했다. 몇 달 전 한국 정부는 미국제가 아니라, 유럽 에어버스 사의 공중급유기를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상의 행동들은 모두 나름대로 타당한 근거와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사람들은 대단히 서운했을 것이다. 고위급 관리들의 외교 용어만 듣고 미국이 모두 이해한 것들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외교관들은 직설적인 화법을 쓰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도 한중관계, 한미관계가 양립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중국이 규범을 어기는 데 대해 한국도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내용의 결정적인 언급을 했다. 

군사 충돌이 야기될 가능성이 높은 남지나해에서 중국의 공격적 행동을 점잖게 비난하면서 한국은 어느 편에 설 것이냐를 다그친 말이다. 외교부 장관은 오바마가 남중국해와 관련,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언론의 몰매를 맞았던 바로 그 이야기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군사 충돌 직전의 심각한 상태에 놓여 있다. 

▲ 남지나해에서 미중 간의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우리는 미중 갈등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미국에 알려야 한다. 사진은 지난 10월 17일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 장면.

한국의 중국 경사론은 불식되었나? 

최근 미국은 한국과의 군사훈련 예산을 대폭 감축했고, 한국이 유럽제 공중급유기를 구입하기로 결정한 후, 알래스카에서 정기적으로 열리는 한미 양국 공군 연합훈련 당시 한국 공군에게 “알래스카까지 어떻게 올 것인가?”라고 물었다. 우리 전투기들은 훈련 때마다 항상 미국 공중급유기의 공중급유를 받으며 알래스카로 날아갔었다. 

미국은 박 대통령을 수행한 한민구 국방 장관이 직접 요구한 전투기 기술 이전을 단호한 말투로 거부했다. 미국은 또 미국의 핵심기술을 사용, 한국이 건조한 T-50 훈련기의 우즈베키스탄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이 모든 것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미국이 한국을 진정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동맹으로 믿어도 그렇게 했을까? 그리고 우리나라가 미국을 진정 최상의 동맹으로 인식한다면 유럽제 무기를 사오고, 미국과 적대 진영인 나라에 무기를 팔겠다고 나서는 행동을 할 수 있는가? 한미 양국 모두 할 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변명을 해야 하는 관계는 ‘진정한 동맹’ 이기는커녕 양호한 국제관계라고 말하기 어렵다. 

한국의 중국 경사론이 ‘불식’되었다고 최종적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관리들도, 기자들도, 국민들도 아니다. 미국의 정책 결정자들, 미국 군인들과 언론, 미국 시민들이 이에 대해 답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과연 미국인들이 지금 ‘한국은 진정 미국 편이구나!’ 라고 말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자. 

박근혜 대통령 방미를 전후하여 미국은 최신예 항공모함 레이건호를 아시아 해역에 파견했다. 일본에서 열린 관함식(Fleet Review)에서 아베 총리는 레이건호에 승선하여 미일동맹의 친밀성과 그 이상의 것을 과시했다.

레이건호의 아시아 파견 목적이 날로 심각해지는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공세적 태도를 제압하려는 것이었다. 아베의 레이건호 승선은 미국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동참할 것임을 몸으로 보여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레이건호는 한국도 방문했지만 기자들과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탓인지 그렇게 크게 보도되지도 않았다. 중국은 자신이 만든 인공 섬들에 12해리 영해를 선포했고, 미국은 영해를 인정할 수 없다며 중국이 만든 인공 섬 12해리 이내에 미국 군함을 항진시키고 비행기들을 날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의 해양전략학자 우시춘 씨는 미국의 비행기들이 중국 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현행 국제법에 의하면 인공 섬의 경우 영해(領海, Territorial Water)와 영공(領空)을 갖지 못한다. 자연적인 섬의 경우에만 영해와 영공이 적용된다. 

美中 간 전운 감도는 남지나해 

미국과 중국 입장이 정면충돌하고 있으며 미국은 조만간 남지나해역에서 자유항행 (Freedom of Navigation) 작전을 전개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박 대통령에게 언급한 ‘중국이 국제규범을 어길 때’라는 언급은 바로 남지나해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말한 것이다.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충돌하는 와중에 한국의 입장이 무엇인가를 물은 것이다. 한미 양국은 법적으로, 실질적으로 엄연한 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이 이를 물었다는 사실의 의미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지금보다 더 심각한 갈등 관계에 빠져 들어갈 경우, 우리의 입장은 무엇인가에 대해 미국 사람들에게 정확하게 말해 줘야 한다. 더 이상 모호한 입장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하나를 택해야 할 상황이 점차 닥쳐오고 있는 것이다. 

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 질문은 대답하기 대단히 어려운 질문이라며 탄식한다. 그렇지 않다. 돈과 건강 중 하나를 택하는 일이 어려운 일이 아니듯 우리의 선택은 안보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안보를 위한 선택은 당연히 미국이다. 중국이 중요하다는 사람들도 다 알고 있는 상식적인 진리다. 미중(美中) 갈등이 더 이상 진전된 상황에서 한국이 주저한다면 한미동맹은 사실상 종료되고 말 것이다. 

미국이 한국은 진정으로 미국을 지원하는 동맹국이 아닐 것 같다고 인식하면 그날로 한미동맹을 종료시킬 수도 있다. 한미상호방위조약 6조는 ‘본 조약은 무기한으로 유효하다.

어느 당사국이든지 타 당사국에 통고한 후 1년 후에 본 조약을 종지(終止)시킬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동맹이 영속적이면 좋겠지만 언제라도 끝날 수 있다. 미국은 물론, 한국도 한미동맹을 끝내기가 별로 어렵지 않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지금 미국이 한국을 중시(重視)하는 것은 미중 대결에서 한국이 미국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전략적 가치 때문이다. 1950년 한국전쟁 발발 당시 미국이 한국을 도우러 왔던 것도 북한 그 자체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당시 미국이 상대하려던 국가는 소련과 중공 등 국제공산주의 세력이었지, 미국에 대한 전략적 위협(Strategic Threat)이 될 수 없는 허약한 나라 북한이 아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의 대가인 미어셰이머(John J. Mearsheimer) 교수는, 필자가 번역한 자신의 책 한국판 서문에서 “만약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이 중지되고 중국이 미국에 대한 도전자가 아닌 것으로 인식될 경우 아시아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본토로 철수할 것”이라 말했다. 아시아 주둔 미군의 현재 목표는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는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우리가 당면한 전략 상황이 말 그대로 꼬여 있음을 보여준다. 미어셰이머 교수의 논리를 다른 말로 풀어본다면 ①중국이 지속적으로 막강해져서 미국에 맞설 경우 미국은 한국을 포기할 수 없다. ②중국이 미국에 도전할 정도로 막강해지지 않을 경우 미국은 아시아를 떠나도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모두 한국에게는 대단히 골치 아픈 상황이라는 것이다. 

미국이 떠나는 날 

미어셰이머 교수는 중국이 부상에 실패해서 미군이 아시아를 떠나도 되는 상황은(상황 ②) 한국에게는 스스로의 안보를 위해 대 결단을 해야 할 엄중한 상황일 것이라고 충고한다. 미국이 보기에는 ‘약한 중국’이라도 한국에게는 얼마나 막강하고 두려운 나라일까? 더구나 미국의 지원이 없는 한국을 중국이 어떻게 대할지를 상상해 보자. 

아마 대등한 나라로 취급해 주지 않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그다지 잘 인식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지만 중국의 부상이 한계에 처했고, 혹시 붕괴될 수도 있다는 ②의 상황은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서구 전문가들이 심각하게 그 가능성을 따져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상황 ①은 어떤가? 미국과 중국이 과거 미국과 소련처럼 다투는 상황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실 선택의 여지와 번민할 자유는 없다. 한미동맹은 한국이 미국 편이라는 사실을 이미 상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 상황에서 번민할 자유, 혹은 중립을 취할 자유를 얻으려면 한미동맹을 한국이 먼저 파기해야 한다. 

이제껏 미중 관계는 위의 두 가지 상황 중 어떤 것도 아니었다. 미국은 중국의 경제 발전을 지원했고, 중국은 미국이 만든 룰(rule) 속에서 고도성장을 구가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기자들이 만든 허접한 개념이기는 하지만 안미경중(安美經中), 즉 미국으로부터는 안보, 중국으로부터는 경제이익을 취하는 상황을 즐겼다. 이제 그런 시간이 급속히 끝나가고 있다. 

대통령이 방미 중 만난 조 바이든 부통령은 몇 년 전 “미국의 편에 베팅을 하라”고 발언하여 작은 소란을 빚었던 사람이다. 냉혹한 현실주의자들은 이기는 편에 베팅한다. 그렇다면 누가 이길까? 필자는 당연히 미국이 이기리라 본다. 

미국은 성격상 평화적으로 2위 자리로 물러날 나라가 아니다. 미국이 멍청하게 있다가 중국에 밀려 패권적 지위를 양보할 나라라고 본다면 그것은 미국을 잘 모르는 발상이다. 미국은 자신들의 국력이 중국보다 막강할 때 중국의 도전을 꺾으려 할 것이다. 경제적으로 그럴 것이고, 여의치 않을 경우 군사력도 사용할 것이다. 그런 일이 점점 노골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중이며 한국의 고뇌도 깊어간다. 

내가 좋아하는 선배 정치학자의 글로 결론을 맺겠다. 

“한국의 미래는 나 홀로 야망에 들뜬 중국이 아니라 유럽 및 일본과 동맹을 맺어 ‘3’을 이루는 미국과의 동맹이라는 토대 위에서 한국의 모든 대외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외교 전략이 군사적 동맹의 국가 방위 전략과 크게 엇나간다면 단순한 외교적 실수가 아니라 자멸(自滅)의 길을 택하는 셈이 될 것이다.” (강성학 고려대 명예교수. 조선일보 2014년 12월 3일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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