逆(역)애치슨 라인 꿈틀대고 있다
逆(역)애치슨 라인 꿈틀대고 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11.1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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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뷰] 박근혜 대통령의 訪美

65년 전 한국을 전쟁으로 내몰았던 애치슨 라인, 이번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동중국해, 대만해협을 지나 한반도 전체를 포함하는 미국에 대한 방어막 즉 역(逆)애치슨 라인을 구상하고 있다. 중국과 급격히 밀접하고 있는 한국은 미국 방어망에서 벗어나 중국 방어선으로 들어가려 하는가? 

남아시아로부터 동북아(東北亞)에 이르는 동아시아 전체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기로(岐路)에 서 있고, 한국은 그 교차점 한 가운데 끼어 있다. 솔직히 워싱턴의 분석가들이나 청와대 정책 결정자들에게 미국이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동아시아 국가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이 어려움이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남중국해다. 미국은 남중국해 전역과 특히, 난사군도(南沙群島) 내 시설물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중국을 향해 그렇지 않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중국이 난사군도에 활주로와 다른 시설물을 건설하며 영유권 주장을 공고히 하려 하지만 미국은 난사군도에서 20㎞ 이내 해역으로 미 구축함 라센함을 밀어 넣으면서 이 해역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반발하고 있다. 

지금 동북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것은 극적인 제스처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진정한 의미를 담고 있을까? 중국은 미 구축함에 포격을 하지 않았고 비난의 말만 쏟아 부었다. 이에 미 국방부 관리들, 제독, 장군들은 남중국해 어디든 원하는 곳으로 항해할 수 있다고 선언했다. 분명한 것은 누구도 전쟁으로 치닫기를 원치 않는다는 점이다. 

내 생각에 미국과 중국 간에 모종의 비밀 합의를 한 것 같다. 합의 내용은 이런 것일 것이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너무 힘들게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중국은 북한을 억지한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다국적 선박들이 통과하는 것을 막지 않을 것이고, 대신 미국은 중국이 영유하고 있는 난사군도에 인접한 해역으로 구축함을 들여보내는 것과 같은 제스처 그 이상을 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도 남중국해나 중국이 자신의 영토라고 주장하지만, 현재 일본이 점유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 중국 주변 해역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 이 지역의 강대국 모두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만 북한의 예측 불가능하고 검증되지 않은 김정은이 또 다른 핵실험을 하거나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하는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러면 지금 이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중국과 미국은 딘 애치슨 국무장관이 1950년 1월 12일 워싱턴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의 악명 높은 연설에서 밝힌 ‘라인(line)’을 연상시키는 또 다른 라인을 암묵적으로 합의한 것일까? 

애치슨 연설은 나중에 국무장관이 된 당시 미 육군 장교 딘 러스크가 일본 항복 후 소련과 미국의 점령 지역을 구분하는 경계로 2차 세계대전 말미에 그은 위도 38선 아래의 한국을 방어한다는 말을 담지 않음으로써 이 지역의 역사를 바꿨다. 

이 연설에서 한국을 방어하겠다는 말을 빼먹은 것은 엄청난 실수로, 지금까지도 당시 미국의 한국 방어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일본이 미국의 최우선 관심국가였고 그것은 지금도 그렇다.

김일성이 소련 독재자 요시프 스탈린의 후원 아래 38선을 넘어 서울과 남쪽으로 진격하라는 명령을 북한군에 내리기 5개월 전에 애치슨 장관이 이 언급을 했다는 점에서 이 연설은 오늘날에도 충격적인 것이다. 

애치슨 국무장관은 “일본에 대한 방어를 버리거나 약화시킬 의도가 전혀 없고, 체결되는 협정이 영구적인 것이든 그렇지 않든 일본에 대한 방어는 계속되어야 하며, 그렇게 될 것이라는 점을 나는 보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 방어선은 알류샨 열도를 따라 일본, 그리고 류큐(오키나와)에 이른다. 우리는 류큐 섬에 중요한 방어 거점을 확보하고 있고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역(逆)애치슨 라인 구상

류큐는 1945년 봄 미군이 태평양 전쟁 중 사상자를 가장 많이 내며 탈환한 섬으로, 오키나와가 있는 곳이다. 그는 “류큐는 태평양 방어선의 핵심으로 반드시 방어해야 되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방어선은 류큐에서 필리핀 열도까지 이르는데 미국과 필리핀은 쓰라린 경험을 통해 상호방위협정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 미래한국 고재영

여기까지는 좋다. 그러나 다음 말이 충격이었다. 애치슨은 “이 외의 다른 태평양 지역에 대한 군사 안보와 관련해서 누구도 이 지역들을 군사 공격에서 방어할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그런 군사 보장은 실용적 관계의 범위 내에서 합리적이지도 필요하지도 않다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소련이 북한을 점령한 후 몇 주 뒤인 9월 전까지 미군을 한국에 들여보내지 않았고, 그 때까지 38선을 따라 한반도를 분단하는 것을 소련이 문제 삼지 않는 사실에 안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애치슨 장관이 연설할 즈음 이승만은 일본 항복 3주년이 되는 날인 1948년 8월 15일부터 한국의 대통령이었고, 김일성은 그 다음 달에 수립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통치를 강화하고 있었다. 현상 유지는 미국인들에게 안정적인 것으로 보여 대다수 미군은 철수했고 500여 명의 군사고문단만 남아 있었다. 

마찬가지로 북한, 중국, 소련 동맹의 경우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을 침략자로 규정하고 유엔의 이름으로 대응하도록 요청하면서 북한의 1950년 6월 침략에 맞선 것 역시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미국은 새로운 아시아 방어선을 마련했는데, 여기에는 애치슨의 내셔널프레스클럽 연설에서 빠진 한국과 대만이 포함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만해협을 건너 대만 섬으로 퇴각한 장제스(蔣介石) 국민당과 그 군대에 무기와 원조를 쏟아 부었다. 

한국전쟁이 정전협정 체결로 38선 위아래로 들쭉날쭉하게 선을 따라 총성이 멈춘 후 60여 년이 지난 지금, 또 다른 방어선이 부상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이 남중국해로부터 시작해 동중국해, 대만해협을 지나 한반도 전체를 포함하며 그리고 있는 선으로, 이 반대의 선이 새로운 ‘애치슨 라인’일까? 

韓美 양국에 이견은 없다지만… 

한국 정부의 행동은 박근혜 대통령과 고위 보좌관들이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고, 동중국해에서 일본이 점유하고 있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일본 정부가 중국과 벌이고 있는 분쟁에서 거리를 두면서 이 중국 라인을 인정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북한을 제지할 수 있는 중국에 의지하고 있다. 김정은은 북한이 사실상 석유 전체와 식량의 절반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뼈아프게 알고 있어 적어도 네 번째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을 하는 것을 주저해야만 한다.

중국과 북한이 사이가 좋지 않을 때가 있지만 중국군은 과거 첫 번째 한국전쟁 때처럼 또 다른 한국전쟁이 발발하면 북한을 구출하기 위해 급히 달려올 것이 분명하다. 

박 대통령과 장관들은 남중국해와 센카쿠 열도에서 조심스러운 ‘중립’ 정책을 추구하며 정교한 발걸음을 하고 있다. 그들은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한국은 한반도에서 또 다른 전쟁이 터지면 미국이 동맹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이달 초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과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단호한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기자 회견에서 남중국해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그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균형 된 입장의 답을 했다. 

한 장관은 “이곳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항로”라며 “선박과 비행기의 자유로운 통행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고 갈등은 국제법에 따라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 역시 박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자제’를 요청했다. 

카터 국방장관은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심각한 불일치가 있다는 것이 공개적으로 비쳐지지 않도록 조심하며 미국은 영토분쟁에서 누구의 편도 들지 않았고 평화적으로 이 분쟁이 해결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해왔다고 밝혔다. 

카터는 중요한 원칙으로 추가적인 준설작업이나 군사적 이득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중국이 난사군도에 있는 기지 확대를 멈춰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미국 뿐 아니라 이 지역의 많은 나라들이 남중국해를 우려하며 안전보장을 위한 파트너십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과 카터 장관은 둘 다 매우 조심스러운 표현을 사용해 언론들은 그들의 발언을 주목하지 않았다. 한국과 미국 간에 시각의 차이가 있다는 암시는 없었다. 하지만 두 장관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지 않았다. 

한국을 떠난 후 카터는 난사군도 이해관계국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로 날아가 히삼무딘 후세인 국방장관을 남중국해에 있는 항공모함 시오도어 루스벨트호로 초대했다. 카터는 중국의 행동에 많이 우려하고 있다며 루스벨트호는 매우 중요한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이 말과 상징을 넘어 실제로 무언가를 할 만한 준비가 되었는가?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는 한국이 이 분쟁 해역에서 미국의 행동을 반대하면 미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명쾌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중국 주변의 방어선이 이동하고 있고 한국과 미국이 65년 전 애치슨이 밝힌 라인의 반대편에 각각 서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 틀의 ‘핵심’으로 계속 남아 있을지가 미국과 한국의 정책결정자들이 직면해야 하는 문제다. 

번역 이상민 미래한국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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