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승만 일기’ 발간되다
드디어 ‘이승만 일기’ 발간되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11.18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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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이승만 일기> 발간

류석춘 연세대 교수·전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원장

이승만 초대 대통령, 미국에서 독립운동하며 31년 간 쓴 영문 일기 번역 출간 

[편집자 주]  초대 대한민국 대통령 이승만이 독립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영문으로 쓴 일기가 발간됐다. 이번에 발간된 <이승만 일기>는 1904년 민영환의 밀사로 미국으로 떠난 1904년부터 1934년까지의 30년 간, 그리고 1944년 1년간 등 총 31년 간 영문으로 쓴 자필 일기로 영인본, 영문 활자본, 국문 번역본 등 3권이 세트로 출간됐다.

<이승만 일기>는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면서 한국의 독립을 위해 노력했던 활동상과,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관계, 당시 미국의 시대상 등을 생생하게 담고 있어 외교독립론을 연구하는 데 있어 중요한 사료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장이자 이 책의 공편자인 류석춘 교수가 <이승만 일기>의 간행 과정과 역사적 의의를 담은 글을 기고해 왔다. 

올해 2015년은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이 해방된 지 70년, 그리고 건국된 지 67년이 되는 해다. 이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우리는 건국에 이어 6·25 남침 전쟁을 겪었고, 산업화와 민주화를 순차적으로 이룩하며 세계가 주목하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그와 같은 발전의 초석을 놓은 건국 대통령의 업적을 충분히 알고 있지 못한다. 

31년간의 생생한 독립운동 기록 

그렇게 되기까진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 중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건국 대통령이 남긴 기록이 너무나 방대해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도 한 몫 했다.

건국 대통령에 관한 사료를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원이 부끄러워해야 할 대목이다. 그나마 연구원이 이번에 건국 대통령의 독립운동에 관해 가장 1차적 사료인 일기를 정리하여 출판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이번에 출판하는 일기는 두 기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1904년부터 1934년까지 30년 동안의 일기, 다른 하나는 1944년 1년 동안의 일기다. 두 일기 사이에 10년이란 세월이 비어 있지만, 그래도 합치면 총 31년 동안의 독립운동에 관한 생생한 기록이 담겨 있다. 

이들 일기는 서로 다른 크기의 수첩, 노트, 일기장, 그리고 타이핑한 B4 사이즈의 종이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묶은 편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원본은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원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다. 

▲ <사진 1> 이승만 일기 원본들

<사진 1>에 포함된 일기들 가운데 가장 왼쪽에 있는 하늘색 표지에 “Log Book of S.R.” 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묶여 있는 ‘편책’이 1904년 1월 4일부터 1934년 12월 28일까지 만 30년 동안의 일기를 타이핑한 것이다. 

이 타이핑은 해방이 되어 이승만이 귀국한 후 자신이 손으로 쓴 ‘수첩’ 일기를 누군가를 시켜 타이핑한 다음, 이를 전통적인 방식으로 묶은 것으로 보인다. 영부인이 된 프란체스카 여사가 타이핑했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하나, 텍스트에 유럽의 도시 지명에 대한 오타가 너무 많아 프란체스카가 아닌 제3의 인물이 타이핑했을 것이란 추론이 힘을 얻고 있다.

또 이 ‘편책’이 작성된 시점은 해방 이후부터 1947년 10월 12일 사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왜냐하면 이 편책에서 서정주의 명함과 메모(<사진 2>)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 <사진 2> 이승만 일기 편책에서 발견된 서정주의 명함과 메모

서정주의 명함에는 직책이 ‘임시정부 선전부’가 열흘에 한 번씩 발행하는(순간, 旬間) 잡지 <한국청년> 의 주간(主幹)으로, 주소는 해방 당시 귀국한 임시정부 요인들이 숙소로 사용하던 한성시 죽첨정(竹添町)으로 표시되어 있다. 죽첨정은 후에 경교장으로 이름이 바뀐 곳이다.

명함의 이면에는 “The Log Book” 그리고 “Logbook of S. R.” 이라고 책 제목을 두 가지 쓴 후 “이상의 두 책을 1947년 11월 15일까지 무위서고(無違書庫)에 돌리겠나이다. 1947년 10월 12일 시생(侍生) 서정주”라고 쓰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앞의 추론이 가능하다. 

<사진 1> 가운데 위아래 두 줄로 서 있는 검은 색과 푸른색 수첩은 이승만이 직접 손으로 쓴 ‘수첩 일기’다. 사진에서 위에 위치한 검은색 수첩은 이승만 대통령이 친필로 “Book 5” 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1932년 12월 20일부터 1933년 2월 12일까지의 필사본 일기다. 

수많은 사람의 도움으로 건국된 대한민국 

아래에 위치한 푸른색 수첩도 이승만 대통령의 친필로 “Book 7” 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1933년 6월 12일부터 1933년 8월 8일까지의 필사본 일기다. 이 두 수첩의 내용은 하늘색 표지의 편책에 타이핑된 내용과 동일하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 ‘1944’가 새겨진 검은색 수첩은 1944년 1월 5일부터 같은 해 12월 30일까지 이승만 대통령이 직접 손으로 쓴 일기다. 이 수첩의 내용은 하늘색 표지의 편책“Logbook of S.R.”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마지막으로, 가장 오른쪽 검은색 표지의 책자는 하늘색 “Log Book of S.R.” 말미에 별도의 종이에 타이핑되어 끼워져 있던 18통의 이승만을 추천하는 미국인 선교사들의 편지, 그리고 “Log Book of S.R.” 내용 가운데 1904년 11월 4일부터 1910년 12월 12일까지의 일기를 다시 누군가가 손으로 쓴 것이다. 

이 필체는 이승만 대통령의 필체가 아니다. 18통의 추천서들은 내용이 대동소이하고 다만 추천하는 사람, 수신하는 사람이 다르다. 국문판, 영문판, 영인본 책에 내용이 거의 동일한 추천서 18통을 모두 포함시킬 수 없어, 18통의 추천서 가운데 가장 앞에 위치한 게일 목사의 추천서 하나만을 ‘이승만 일기’ 출판에 넣기로 했다. 

이 일기가 출판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기여가 있었다. 가장 우선적인 감사의 대상은 공편자들인 이승만연구원의 오영섭 박사, 미국 위스콘신대 역사학 박사과정의 데이빗 필즈 (David Fields), 연세대 신학 박사과정의 한지은이다.

이들은 영문으로 타이핑한, 혹은 손으로 쓴 원사료를 영인하는 작업은 물론, 오늘날 읽을 수 있는 국문과 영문 텍스트로 바꾸고 번역하는 작업, 나아가 텍스트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이 가진 의미를 해제하는 작업까지 헌신적으로 수행했다. 

다음으로 감사의 대상이 되어야 할 분은 김왕식 대한민국 역사박물관 관장이다. 건국 대통령의 독립운동 일기가 갖는 의미를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해 공동 출판하도록 많은 도움을 베풀어줬다. 덕분에 <이승만 일기>가 국문판, 영문판, 그리고 영인본으로 각각 출판될 수 있었다. 

또 일기를 포함한 부친의 사료를 오랜 세월 동안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며 보관하다가 1997년 연세대에 기증한 이인수 박사 내외분의 기여가 없었다면 일기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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