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민주적’인 대한성공회
너무나 ‘민주적’인 대한성공회
  • 정재욱 기자
  • 승인 2015.11.23 01:4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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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대한성공회 연구

성공회는 주교를 교구회에서 성직자와 평신도 대표들의 투표로 선출 

‘천주교에 정의구현사제단이 있다면 성공회엔 정의평화사제단이 있다.’ 

한 대한성공회 신도가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들의 ‘진보성’을 자랑삼아 한 말이다. 실제로 성공회의 정의평화사제단은 정치적 사안마다 시국 성명이나 단식기도, 1인 시위를 통해 정치색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진정한 의도가 ‘유신독재를 미화시켜 현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의 명예를 회복시키고자 하는 것이며, 친일파들의 후손으로서 기득권을 쥐고 있는 사람들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밝힌 지난 10월 26일 정의평화사제단의 시국성명이 대표적인 예다. 

뿐만 아니라 정의평화사제단은 ‘대선 특검을 요구하는 시국선언과 1인 시위’(2014. 1), ‘세월호 참사 추모 전국 도보 순례’(2014. 10), ‘부정선거 규탄 및 민주주의 회복 시국미사’(2013. 12),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국선언’(2008. 6),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성명서 발표 및 단식 농성‘(2004. 12) 등 정치나 이념적 현안이 터질 때마다 좌파 진영의 논리를 대변해 왔다. 

문제는 정의구현사제단이 천주교 내의 소수라면,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은 그들만의 돌출 행동이 아니라는 점이다. 역사교과서 시국성명도 정의평화사제단이 개별적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라, 앞서 열린 대한성공회 성직자원 총회에서 밝힌 입장이다. 

성공회는 영국왕 헨리 8세가 로마 교황청이 이혼을 허락해주지 않자 1534년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독립해 창립한 종교다. 우리나라엔 1890년 9월 29일 영국 성공회의 찰스 존 코프(한국명 고요한. 성공회 한국 초대 주교) 신부가 인천항에 도착해 선교를 시작했다. 

세계 성공회 공동체(Anglican Com-munion)에 소속된 대한성공회는 영국의 후원과 지도를 받지 않는 독립된 자치관구(province)다. 국내에선 개신교에 속하며, 서울·대전·부산 등 3개 교구 산하 120여개 교회, 5만여 명의 신자가 있다. 

▲ 10월 29일 오후 시민들에게 개방한 서울 중구의 성고회서울주교좌 성당. 국가보안법 폐지 등 좌(左) 편향적 정치 참여 활동을 해온 정의평화사제단이 성공회의 중요 인맥으로 자리잡고 있다.

1982년 운동권 출신이 주도한 ‘성공회 교회 개혁운동’이 변곡점 

성공회는 세계적으로는 존 스토트 신부나 알리스터 맥그래스 신부 등 대표적인 복음주의적 신학자들을 배출했지만, 대한성공회는 진보적 성향을 풍기고 있다. 1987년 6월 10일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가 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에서 ‘호헌철폐 국민대회’를 개최하며 6·10 민주화운동의 상징으로 평가받을 정도다. 

대한성공회의 진보적 성향은 1982년 6명의 젊은 신학도가 벌인 ‘성공회 교회 개혁운동’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당시 현실에 무심한 대한성공회 기성 교회 조직에 반기를 들어 전두환 정권에 항거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성공회가 현실에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들의 개혁운동은 신학생뿐만 아니라 사제들까지 참여해 대한성공회 전국 조직으로 확산됐다. 주동자들은 정학이나 퇴학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때의 주역들은 복교 등의 과정을 거쳐 대한성공회 내 진보 단체인 ‘정의실천사제단’에서 다른 운동권 출신 사제들과 세력을 규합, 대한성공회의 진보적 정치색을 강화해 나갔다.

당시 기독교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진보 성향의 기독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과 교류했던 것도 큰 힘이 됐다. 성공회대 총장을 지낸 이재정 신부가 성공회 사제로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통해 민주화 운동을 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비로 이 정의실천사제단이 천주교의 정의구현사제단과 비견된다는 대한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의 전신(1998년 변경)이고, 현재 대한성공회의 중요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다. 

성공회 목소리 주도하는 정의평화사제단 

대학 시절 민주화 운동 경력이 있다는 김근상 서울교구장(대한성공회 관구장)과 유낙준 대전교구장이 이 단체 출신이고, 이정구 현(現) 성공회대 총장(서울교구 신부)도 정의평화사제단 출신이다. 이재정 전 성공회대 총장도 지난 2009년 정의평화사제단 재건을 위한 총회에 참여했을 정도로 깊게 교류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성공회는 교구회에서 주교를 성직자와 평신도 대표들의 투표로 선출한다는 점이다. 김근상 서울교구장도 임시교구회에서 성직자와 평신도 대의원 260명이 입후보자가 없는 상태에서 사제의 이름을 적어 내는 방식의 선거를 통해 선출됐다.

특정 조직이 여론을 주도해 주교를 옹립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평사제나 평신도의 입김이 다른 종교에 비해 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거에서 피선된 성공회 주교는 관구법규(교회법)에 따라 65세까지 교구장으로 사목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다른 개신교의 원로들은 대한성공회가 일부 민주화 운동권 출신 사제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의 개신교회에서 담임 목사를 맡고 있는 중진 신학자는 “성공회 사제들 가운데 일부는 종교와 교회와 울타리 안에서 신앙보다 좌파적 정치 이념 운동에 더 열중하고 있다”며 “문제는 성공회 규모가 작기 때문에 이런 소수의 목소리가 전체를 선동하고 있고, 더욱이 종교계를 대변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성공회 원로 “좌파 사관학교 지칭” 개탄 

대한성공회 원로들 사이에도 이런 상황에 대해 걱정하는 시각이 있다. 1965년 최초의 한국인 주교로 서품된 전(前) 대한성공회 서울교구장 이천환 주교는 지난 2008년 김근상 서울교구장(대한성공회 관구장)의 서품식에서 “한국성공회의 지난 수년간 상황은 잘못된 이념에 휩쓸려 이미지가 심히 손상됐다”며 “무지한 세속의 평자들로부터 좌파 사관학교로 지칭되는 수치를 두 번 다시 당하는 일이 없도록 대오각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요한 점은 대한성공회에선 정의평화사제단이 비주류가 아니라 주류의 목소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적어도 정치적 현안에 대해선 정의평화사제단의 시국 선언이나 사제단의 성명, 교회의 최고 권위자인 주교의 설교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대의원과 평신도 대표들의 투표로 선출된 김근상 주교의 2014년 1월 3일 신년 인사말의 첫 대목은 “교회와 사회는 안녕들 하십니까?”였다.

김 주교가 “이런 인사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좌편향 논란에 휩싸였던 우리 사회는 정말 안녕치 못한 한해를 보냈다”라고 신년 메시지를 전한 이날, 대한성공회의 정의평화사제단은 국정원 선거 개입 관련 특검을 요구하는 릴레이 1인 기도회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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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성 2017-02-15 23:37:35
빨갱이들을 도륙내지 않는한 이나라는 계속 수렁속에서 허우적 거리다가 결국 적화 될것
이나라의 개돼지 궁민들이 대략 1/2 국가 민도는 아프리카보다 못함

현희진 2015-11-23 10:49:22
https://www.youtube.com/watch?v=ACiQQWUmdio
100분토론,국정교과서,검정교과서,박성현,이신철,역사교과서,토론

검인정 교과서 집필자 이신철 교수왈
역사라는 건 계급의 관점에서 써야 하는 것이고 계급의 관점에서 역사해석을 선택하는 것이 일상적 투쟁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일이다-- `한국의 교과서 운동과 향후전망이라는 논문중에서`

자신의 계급에 유리한 교과서를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