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오리무중 미국 대선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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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5.11.23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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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미국 대선이 궁금하다

이러다가 미국의 가치 지키려는 이민자 후보와 좌파 백인 후보의 대결 구도 만들어질 수도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지난 6월 16일(현지시간),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넉 달 가까운 기간 동안 트럼프는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의 대선 주자들 가운데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 10월 28일(현지시간) 열린 세 번째 공화당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뒤집혔다. 

10월 28일 CNBC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등장한 강자는 신경외과 의사 출신의 벤 카슨, 쿠바 이민자인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州)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 텍사스주 상원의원이었다. 

이 토론회 전까지 도널드 트럼프는 인종차별적 발언,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비난, 멕시코 이민자에 대한 경멸 등으로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논란의 발언 가운데는 미국 시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는 부분들도 있어 여론조사에서 항상 1위를 차지했다. 

▲ 미 공화당 대선주자로 부상하고 있는 마르코 루비오, 벤 카슨, 테드 크루즈(左로부터)

불량 학생이었던 벤 카슨 

하지만 CNBC 토론회 이후에는 판도가 서서히 바뀌고 있는 느낌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CNBC 토론회 이후 벤 카슨과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눈여겨본다. 토론회 이후 야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사람은 마르코 루비오였다. 트럼프를 제쳤다고 눈길을 끈 벤 카슨 박사는 미국 시민들에게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 사람으로 평가받는다. 

디트초이트의 흑인 빈민가에서 태어나 8세 때 부모가 이혼하여 편모 슬하에서 자란 벤 카슨은 15세 때까지는 동네 친구들을 괴롭히는 불량 학생이었다. 어린 시절 학업 성적이 늘 꼴찌여서 별명이 ‘돌대가리’였다. 

벤 카슨의 모친은 매일 ‘독후감 숙제’를 내주고, 지극정성으로 뒷바라지를 한다. 벤 카슨은 이후 극적으로 변한다. 벤 카슨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예일대 심리학과, 미시건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된다. 출중한 실력 덕에 33세에 존스홉킨스 의대 신경외과 과장이 된다. 유색 인종 가운데 처음이었다. 

벤 카슨은 존스홉킨스 의대 과장 시절 세계 최초로 샴 쌍둥이 분리 수술에 성공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게 된다. 이후 그는 세계 최고의 신경외과 의사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아가게 된다. 그의 인생 역정을 그린 자서전 <천혜의 손>이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벤 카슨은 ‘공화당의 전통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와 같은 억지나 논리적 비약이 심한 주장은 하지 않지만, 미국 시민들이 느끼는 문제점은 매우 과격한 표현으로 지적한다. 덕분에 그는 최근 트럼프와 백중지세의 지지율을 얻고 있다. 

쿠바 이민자 출신 후보의 급부상 

벤 카슨의 뒤를 이어 급부상하고 있는 마르코 루비오 의원과 테드 크루즈 의원은 쿠바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1971년생으로 나이도 같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공산 쿠바 체제에 반대해 미국으로 건너온, 그리고 노력을 통해 미국 주류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전통적인 이민자의 신념을 굳세게 지키고 있다는 점이다. 

마르코 루비오 의원은 2000년 서른 살 때 플로리다주 하원의원에 선출되어 정계에 입문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주 하원의장을 맡았다. 2011년 상원의원에 당선된다. 

루비오 의원은 자신이 쿠바 이민자 출신임에도 멕시코와 쿠바 등 카리브해 연안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 강력한 법적 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국에 오고 싶다면 합법적으로 오라”는 것이다. 그는 또 감세(減稅) 및 규제 철폐, 강력한 법치정책 등을 적극 지지한다. 

테드 크루즈 의원은 루비오보다 더 ‘강성’으로 분류된다. 크루즈 의원은 캐나다 국적도 갖고 있는 이중국적자다. 처음에는 카스트로의 쿠바 공산혁명에 동조했던 부모가 나중에 이를 피해 피란간 곳이 캐나다였기 때문이다. 

크루즈 의원의 부모는 미국으로 건너와 텍사스 휴스턴에 정착한다. 크루즈 의원은 휴스턴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프린스턴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12년 상원의원에 당선되어 정계에 입문했다. 

크루즈 의원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13년 연방정부 셧다운(부분업무정지) 당시 ‘필리버스터(의사진행 방해행위)’를 23시간 동안 주도하고, 오바마 정부의 보건의료, 해외 정책 등에 강력히 반대하면서부터다. 

텍사스 휴스턴에서 자란 크루즈 의원은 미 상원 우주과학기술경쟁 소위원장을 맡아 NASA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 미국 시민들이 TV를 통해 가장 많이 접한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벤 카슨, 마르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 등 세 사람의 미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참신함, 진심어린 주장, 젊음과 노련함 등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며 미국 시민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사회주의자 버니 샌더스의 돌풍 

2016년 대선의 강자로 주목받던 힐러리 클린턴 전(前) 국무 장관은 본선이 다가올수록 자신의 경쟁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무 장관 시절의 이메일 사건, 공익재단 공금유용 등 스캔들이 연이어 터진 데다가 민주당 외부에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쟁자는 올해 73세의 버니 샌더스 버몬트주(州) 상원의원이다. 

이 70대 정치인은 소속 정당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4년 동안 상원의원을 지내고 있다. 놀라운 점은 그가 사회주의자라는 점이다. 버니 샌더스는 2015년 4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그것도 민주당에 입당해서 말이다. 처음에는 그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미국 시민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가 본격적으로 사회주의 색채를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샌더스는 “많은 미국인이 민주당이나 공화당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혁명적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더스의 공약을 보면 월스트리트의 대형투자은행 해체, 조세제도 개혁을 통한 부(富)의 재분배, 민간의료보험 축소 및 단일 건강보험 체제 구축, 낙태 및 동성결혼 허용, 최저임금 15달러 인상, 대학 무상교육, 인종차별 철폐, 선거 공영제 등이다. 

샌더스의 공약은 한국의 좌파 성향 정당들이 늘 주장하는 것과 별 차이가 없다. 그는 대학생 시절 마틴 루터 킹의 ‘민권 행진’에 참가하고 베트남전 반대운동을 벌이는 등 평생 ‘골수좌파 생활’을 해 왔다.

미국 사회에서 샌더스의 인기가 높아가고 있는 데 대해, 일부 매체들은 미국 사회에서 좌파의 성장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최근 여론조사회사 갤럽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본인을 ‘진보적’이라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31%에 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샌더스의 인기 급등은 스스로를 ‘진보적’이라고 칭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 장관 때문이라고 풀이한다. 2014년만 해도 2016년 미국 대선의 최종 승자는 힐러리 클린턴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대세였다. 하지만 2015년 힐러리의 앞을 가로 막는 악재들이 쏟아져 나왔다.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 장관 재직 시절 개인 이메일로 국가 기밀을 주고받은 사건, 남편인 빌 클린턴 전(前) 대통령의 섹스 스캔들을 폭로한 책 출간, 2011년 9월 11일 리비아 벵가지의 미 영사관 습격 사건에 관한 폭로, 빌-힐러리 클린턴 재단의 공금 유용 스캔들 등이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힐러리가 언론은 물론 유권자들과 대화를 거부하고, 공개 인터뷰에도 출연하지 않으면서 미국 좌익 진영에서는 힐러리를 ‘소통이 불가능한 지도자’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 민주당 대선 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2016년 2월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 직전에 리비아 벵가지 폭동을 다룬 영화 ‘13시간: 벵가지의 비밀전사들’이 개봉되는 것도 힐러리에게는 부담이다. 이 영화가 힐러리가 이끌던 미 국무부의 무능력과 비겁함을 폭로하는 내용이 큰 줄거리라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 미 공화당 대선주자들이 CNBC 토론회를 하고 있다.

미국 사회 다양성의 반영 

이런 사례로 볼 때 2016년 미국 대선은 “미국의 전통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나선 이민자 후보 대 미국의 가치를 버리고 좌익의 가치를 내건 백인 후보 간의 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공화당과 워싱턴 정가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는 마르코 루비오 의원과 테드 크루즈 의원은 이민자 출신이지만, 그들의 정신과 주장은 18세기 독립전쟁이나 19세기 남북전쟁 시절의 공화당 지도자들을 보는 듯하다. 미 공화당은 갈수록 늘어나는 다양한 문화의 이민자들을 미국적 가치 속에서 통합하는 데 이민자 출신 지도자가 적합하다고 보는 듯하다. 

현재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화당 지지자들이 진짜 후보로 그를 선택할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공화당 지지자들이 보는 후보는 흑인 신경외과 의사 벤 카슨과 쿠바 이민자 가정 출신의 엘리트 정치인 마르코 루비오와 테드 크루즈로 압축된다. 결론적으로 미 공화당의 대선 레이스 예선은 비정치인(아웃사이더) 출신인 벤 카슨과 정통 정치인 마르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 간의 경쟁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이들과 경쟁하게 될 민주당은 버니 샌더스와 힐러리 클린턴의 각축전이 예상된다. 2015년 6월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몇 달 동안 공화당이 흔들린 것과 같은 양상이 2016년 2월 아이오와주 코커스 이후 민주당에서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민주당은 ‘좌익적 가치의 선명성 경쟁’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2016년 하반기 본격적인 대선 경쟁은 ‘유색 인종 정치 엘리트’와 ‘백인 좌익 정치인’ 간의 치열한 경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확률이 낮긴 하지만 ‘백만장자 백인 부동산 업자’와 ‘백인 좌익 정치인’ 간의 대권 경쟁도 가능성이 있는데, 이렇게 되면 미국 사회의 정치적 무관심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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