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생존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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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5.12.02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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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표류하는 구조개혁과 규제혁파 추진 방향

작심하고 혁명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하고, 규제 없애면 희망은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성장하면 성장률은 낮아진다. 문제는 성장률이 낮아지는 속도다. 우리나라는 경제민주화 이후 ‘성장 절벽’을 맞고 있다. 2015년 예상 성장률은 3.0%를 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무디스의 2016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2.5%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김영삼 정부(1993~1997)의 평균 경제성장률 7.82%는 이명박 정부(2008~2012) 들어 3.20%로 낮아졌다. 불과 15년 만의 일이다. ‘경제민주화’ 담론이 정치권을 강타한 2011~2013년으로 기간을 좁혀보면 성장률은 3.0%로 급전직하했다. 

저성장은 저효율을 반영한다. 저성장을 기록하는 동안 여전히 노동 투입은 증가했고 자본도 축적됐기 때문이다. 저효율은 그동안 산업의 신진대사가 원활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구조개편이 여의치 못해 경제성장률이 낮아진 것이다. 관건은 ‘경제 하려는 의지’와 ‘경제를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다. 

‘집중된 손실’ 대 ‘광범위한 이익’ 

대중과 정치인은 ‘광범위한 이익’ 대신 ‘집중된 손실’에 이끌린다. 아주 공평한 사람들조차 공급 증가와 새로운 발견으로 인해 광범위하게 퍼진 이익보다 집중된 손실을 더 잘 본다. 집중된 손실은 이해관계자의 ‘조직화’를 가져와 각종 ‘구제 법안’으로 구체화된다. 

<표-1>은 월마트 출점 효과를 분석한 것이다. 월마트 출점은 저소득층에게 가장 큰 혜택을 가져다줬다. 2004년 기준으로 하위 20% 소득계층의 소비 절약액은 553달러로 세전소득(9,168달러)의 6%에 해당한다.

최상위 20% 소득계층의 절약액은 2,595달러로 세전소득(132,158달러) 대비 2.0%다. 모든 소비자를 감안하면 절약액은 1,345달러로 세전소득(54,453달러) 대비 2.5%이다. 당연히 월마트 같은 양판점은 저소득 계층에게 상대적으로 큰 혜택을 가져다준다. 

이 같은 효과는 우리나라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대형마트의 출점으로 소비자는 좀 더 싼 가격에 좋은 품질의 소비재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대형마트는 소비자 후생증진에 기여한다. 한국적 현실에서 <표-1>과 같은 분석을 할 수 있을까. 그랬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기술 발전이 없듯이 대중 기호나 공중 도덕의 변화 역시 그것이 좋은 의미의 변화라 하더라도 반드시 어떤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초래한다. 누구에게는 ‘순풍’이 다른 누구에겐 ‘역풍’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세상 이치다. 

모든 산업이 동시에 확장될 수는 없다. 새로운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오래된 사업들이 축소되거나 소멸되는 것을 허용해야 한다. 타이피스트와 워드프로세서의 관계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최근 고속도로의 하이패스 차선은 검표원을 해고 시킨다. 그럼 검표원의 일자리 보존을 위해 하이패스 차선을 긋지 말아야 하는가? 

규제의 끈질긴 생명력 

규제는 끈질긴 생명력을 갖는다. 규제는 ‘국가개입주의의 인습적 사고’에서 출발한다. 국가개입주의 기저에는 일반 대중의 “개인의 자유보다 전체나 국가의 의지를 더 중시하는 이념”에의 매료가 자리잡고 있다. 헤겔에 따르면 국가는 ‘자의식을 가진 도덕적 실체’다. 따라서 국가를 ‘야경꾼’위치로 떨어뜨리는 것은 불경한 짓이다. 

규제는 공익을 목적으로 합법적 수단을 통해 민간의 행위를 제한할 수 있다는 ‘중립적 권력실체’의 신념을 반영하고 있다. 그 기저에는 정부가 민간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특히 행정 목적을 위해서는 규제가 ‘사적(私的) 자치’보다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규제는 ‘발전국가모델’의 유산일 수 있다. 규제는 부지불식간에 ‘당연 선(善)’으로 여겨진다. 그 결과 규제가 범람하고, 시장은 질식하게 된다. 

국가간섭주의자들은 규제를 정당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시장의 불완전성을 과장한다. 시장은 ‘교환의 장(場)’으로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시장의 탐욕’은 어불성설이다. 시장에서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분개한다. 시장에서 마약은 물론 장기가 매매된다. 

이것은 시장의 잘못이 아니다. 시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장은 윤리적 또는 비윤리적 존재가 아니다. ‘시장의 실패’도 마찬가지다. 시장은 시장 실패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시장에서 실패가 ‘목도’되는 것이다. 시장 실패는 오히려 시장이 작동하고 있다는 징표로 봐야 한다. 

시장 실패는 대부분 ‘정책의 실패’에서 비롯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발(發) 금융위기’가 전형이다. 자가(自家) 소유사회(ownership society)라는 정치적 인기영합, 금융자원의 이동을 막은 지역 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 저금리, 파생상품 건전성 감독부재가 가져온 정책 실패인 것이다. 

‘시장의 권력’은 의인화의 절정을 이룬다. 시장권력이 정치권력을 좌지우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권력은 소비자와 투자자가 부여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사고 투자자가 자금을 대는 것은 그 기업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 권력은 ‘경쟁력’의 다른 이름에 지나지 않는다. 

시장권력에는 임기가 없다. 경합관계에 있는 경쟁자를 이기지 못하면 언제라도 권좌에서 내려와야 한다. 노키아와 소니의 몰락은 기업의 경쟁력이 ‘상수(常數)’가 아님을 보여준 사례다. 시장의 의인화는 그 자체가 ‘반(反)시장’ 정서를 불러 일으킨다.

‘비인격적(impersonal)’이기에 피도 눈물도 없는 시장이 ‘재량적’인 국가권력보다 더 효율적이고 정의로울 수 있는 것이다. 시장과 싸우는 것이 정책일 수는 없다. 존재하지 않는 적(敵)을 공격하는 것만큼 허구는 없다. 시장규율을 대체할 수 있는 규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기영합적 경제민주화법안 

규제연구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티글러는 자신의 논문을 ‘A Theory’가 아닌 ‘The Theory’로 표기했다. 규제에 대해 더 논의할 것이 없는 ‘완전한 논문’으로 ‘The’의 의미를 해석할 수 있지만, 당시 ‘규제의 공익설’에 젖어 있는 사람들에게 ‘불편한 진실’ 일 수 밖에 없는 ‘규제의 사익설’을 제기한 자신의 연구의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The Theory’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知的) 풍토에서 국가의 자원배분에 관한 조정권(규제권)을 정치시장에서 사고판다는 ‘규제의 사익설’은 드러내놓고 논의하기엔 민망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돌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스티글러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규제 사익설의 본질은 ‘포획’이다. 규제당국이 이익집단의 로비에 포획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근년의 각종 경제민주화 법안, 예컨대 골목상권을 위한 대형유통업체 영업규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그들이 자신의 이익보호를 위해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골목상권을 구성하는 상인들은 영세성으로 자신들을 조직하는 것조차 여의치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좁은 의미의 ‘규제의 사익설’을 경제민주화법안에 적용하기는 어렵다. 정치인이 ‘자신의 득표 극대화’를 위해 먼저 움직인 것이다. 즉 이익집단에 의해 포획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적 이익에 ‘스스로’ 포획된 것이다. 

대형마트 규제는 경제민주화법의 상징이다. 풍선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푼다. 대형유통마트를 누르면 소비자가 재래시장을 선택할 것으로 상정한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정부가 의도한 대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 

대형유통업체가 골목상권을 죽인 것이 아니다. 골목상권 문제의 본질은 ‘밀집’이다. 골목상권은 오히려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골목상권을 보호해주겠다는 것은 “300명 정원의 배에 500명을 태우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도급법 공정화에 관한 법률, 즉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역시 인기영합적 법안이다. 정치권은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부당한 단가인하, 부당한 발주취소, 부당 반품’ 등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의도적이고 악의적인 가해행위로 그 자체를 숨기거나 은폐할 개연성”이 높을 때만 정당화된다. 하지만 하도급 거래는 그 자체가 은폐되지 않는다. 따라서 원론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원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납품단가 인상이 정당하다면, 재화가격 하락에 따른 납품단가 인하도 정당하다. 상업세계에서는 늘 위험이 수반된다. 이를 규제를 통해 타인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 

‘부당한’ 납품가격 인하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무리하게 적용하면 하도급 거래 자체가 축소된다. 대기업이 필요 부품을 직접 자체생산하거나, 상대적으로 분쟁 가능성이 적은 해외 조달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자율의 형식을 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규제로 기능하는 ‘적합업종제도’ 역시 대표적인 인기영합법안이다. 적합업종제도는 대기업 대 중소기업의 ‘2분법적 구도’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적합업종제도는 ‘중소기업 전체’의 ‘공동체적 이익’을 우선 고려한다. 하지만 경쟁은 어떤 경우에도 ‘개체’ 간의 경쟁이지 ‘집단’ 간의 경쟁일 수 없다. 

적합업종지정은 “개체 간의 경쟁을 종(種) 간의 경쟁”으로 왜곡시켰다. 그렇게 되면 개체는 ‘종의 이익’을 위해 ‘이타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예컨대 개별 중소기업은 소비자에게 자신의 물건을 팔아서는 안 된다. 이는 동종의 여타 중소기업의 시장기회를 뺏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의 기본단위는 ‘개별기업’이다. 중소기업 전체의 공동체적 이익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적합업종제도는 태생적으로 논리적 결함을 갖고 있다. 

적합업종제도는 ‘지식의 문제’를 자초하고 있다. 어떤 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인지 여부를 ‘경쟁을 통하지 않고는’ 사전에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특정 업종이 진정으로 중소기업에 적합하다면, 대기업은 자연히 도태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굳이 시장에 개입해 “누구는 나가고 누구는 시장에 남으라”고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없다. 

대기업의 진입규제는 콩나물, 두부에만 적용된 것이 아니다. 소프트웨어(SW) 및 IT산업에도 적용되고 있다. SW산업진흥법은 2004년 이후 사업규모에 따라 대기업의 진입을 순차적으로 제한했다.

그러다 2013년에는 아예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대기업의 ‘공공정보화시장’ 진입 자체를 제한했다. 공공정보화 시장 참여가 불가능해진 대기업들이 관련 조직을 축소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기술력과 전문인력 등 인프라가 크게 손상됐다.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법’ 등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규제로 넘쳐나고 있다. 적합업종제도는 특정산업에의 대기업의 진입을 제한하는 ‘별도의 조치’인 셈이다. 

대기업은 맹수이고, 중소기업은 초식동물로 여기고 있다. 그렇다면 초식동물로만 생태계의 ‘강건성’을 담보할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제기된다. 경쟁은 자신의 경쟁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끔 하는 ‘처소’를 찾는 ‘발견 과정’이다. 

대법원의 시대착오적 대형마트규제 적법 판결 

지난 11월 18일 대형마트 규제는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형마트 규제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적 조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1월 18일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이 적법하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등 영업규제 처분으로 달성될 수 있는 공익은 중대하고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지자체의 처분으로 대형마트의 영업 자유나 소비자 선택권 등 본질적 내용이 침해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형마트들은 지금처럼 월 2회 일요휴무를 해야 하고 오전 0~10시 영업도 할 수 없다. 이로써 4년 가까이 끌어온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위법성 논란은 일단락됐다. 

대법원 판결은 좌파적 국가개입주의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시장경제는 ‘제한된 이성’과 ‘제한된 국가 권력’을 전제로 한다. 대법원은 시장이 결정할 자원배분까지 개입하고 통제하는 것을 국가의 역할로 본 것이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의 생계의 터전인 시장은 정부 권력의 지배를 받는 부차적인 존재가 된다. ‘공익만 내걸면’ 영업의 자유와 소비자의 선택권은 얼마든지 제한해도 된다는 것이다. 편의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대형마트 규제가 골목상권의 해법일 수는 없다. 골목상권 문제의 본질은 ‘과다 진입’이다. 즉 영세 자영업자들 간의 거리가 너무 좁다는 것이다. 골목상권의 상인을 바깥으로 빼내야 한다. 그러려면 골목상권 이외의 또 다른 생계 대안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규제 혁파를 통한 골목상권 바깥의 경제 활성화가 답인 것이다. 

표류하는 구조개혁 

“서산에 해는 지는데 아낙네의 갈 길은 멀다. 머리에는 온몸을 내리누르는 천근만근 보따리가 올려져 있지만, 어린 자식은 걷기 싫다며 업어달라고 보챈다.” 

한국경제의 위기 상황을 은유한 것이다. 그 동안의 먹거리는 점차 소진되고 있는데 새로운 먹거리는 오리무중이다. 가계부채는 경기회복을 짓누르고, 임계점에 도달한 청년실업은 세대 갈등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자체 생존능력을 상실한 채 정부와 금융권의 지원에 좀비기업이 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경기 둔화로 요약되는 이른바 ‘G2 리스크’가 동시에 현실화되면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는 설상가상의 국면에 봉착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2014년 기업경영분석’을 보면 작년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1.6%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61년 이후 처음으로 뒷걸음질했다. 한은 분류에 따르면 좀비기업 수는 2009년 2698개에서 지난해 말 3295개로 증가했다. 

구조개혁이 표류했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지 못한 기업이 늘어난 것이다. 좀비기업들이 자원을 방출하지 않으면 경제의 신진대사는 원활할 수가 없다. 경쟁력을 잃은 기업의 퇴로를 열어주는 것이 관건이다.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면 이들 기업을 흡수할 수 있다. 그럼에도 경제민주화 주장에 가로막혀 경제활성화법은 국회에 발이 묶인 채 언제 통과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관광호텔은 유해시설, 케이블카는 환경파괴시설, 의료관광은 의료민영화로 몰아가는 것이 지금의 형국이다. 

노동시장의 경직성: 해고는 살인 

2014년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중 25위다. 해고가 자유로워야 고용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고용을 보호하는 정도가 높은 스페인과 그리스의 실업률은 높다. 

우리나라 대형 노조는 ‘해고는 살인’이라는 표현을 마다하지 않는다. 일자리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해고되면 투쟁하기보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만약 노동시장이 완전 경쟁적이면 노동자는 ‘기회임금’(opportunity wage)을 받는다. 즉 다른 데서 받을 수 있는 임금을 현재 직장에서 받으며, 현 직장에서 받았던 임금을 다른 직장에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해고가 살인이라는 것은 “현재 받는 임금을 다른 직장에서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노조의 독점력에 기대어 ‘생산성 이상’의 임금을 받아왔다는 뜻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생산성 이상의 임금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규제혁파는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가져온 각종 규제를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방향으로 조율되어야 한다. 

이번 ‘9·15 노사정(勞使政) 합의’는 엄밀한 의미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에 동의한다(agree to disagree)”로 집약된다. 굳이 의미를 부여한다면, 노사가 서로 등을 보이지 않고 합의라는 형태로 ‘노동개혁의 출발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해의 실타래’를 이해당사자에게 풀라고 해서는 안 된다. 노동시장 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의 공통점은 “이해관계자들로 하여금 손을 떼게” 한 것이다. 독일의 ‘하르츠 위원회’는 이해관계자들을 배제하고 15명의 전문가로만 구성했다. 2002년 2월 22일 위원회가 구성되고 불과 10개월 만에 입법화가 이뤄져 2003년 1월 1일 첫 번째 하르츠 개혁이 시행되었다. 

2015년 7월 출범한 영국의 2기 캐머런 보수당 정권도 노동개혁을 노사정 타협에 의존하지 않고 ‘경제, 혁신, 노동’을 통합해 경제장관(business secretary)이 책임지고 주도하도록 했다. 

우리나라 임금체계는 ‘성과급’이 아닌 ‘연공급’이기 때문에, 정년을 연장하려면 임금체계를 동시에 바꿔야 한다. 정년연장은 임금피크제와 같은 테이블에 동시에 올려졌어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정년 연장이 미치는 파급효과를 깊이 천착하지 못하고 인기영합적으로 모든 기업의 ‘법정 정년’을 60세로 연장해 줬다. 

미리 정년 연장 혜택을 받은 노(勞)측이 순순히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일 리 없다. 임금피크제는 임금을 깎는 것이기 때문에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이 된다. 정년 연장을 할 때, 임금피크제를 일종의 정책조합(패키지)으로 입법화 했다면,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은 노사정 아젠더가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 연장과 ‘등가교환’이기 때문에,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을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으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용직과 임시직에 따라 급여와 보호의 강도가 너무 다르다. ‘조직할 수 있는 10%의 노동자’가 ‘조직할 수 없는 90% 노동자’의 이익을 침탈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득불균형 심화를 말하고 있지만 그 같은 불균형은 노동시장의 2중성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선제적 구조조정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은 중국 등 신흥국의 급속한 추격에 따른 국내 주력산업의 수출 부진과 기업들의 실적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기업의 자발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요구된다는 취지에서 발의됐다. ‘공급과잉 업종’에 한해 기업 분할이나 합병, 지주회사 전환 등 사업재편 절차를 간소화해주고 세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권은 “대기업들의 경쟁력만 강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면서 이 법안을 비판하고 있다. 원샷법의 수혜 대상은 대기업만이 아니다.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합병 분할 영업양수도 등 기업들의 사업재편건수는 중소·중견기업이 1156건(82.6%)으로 243건(17.4%)인 대기업을 크게 웃돌았다. 

원샷법은 일본이 1999년 제정한 ‘산업활력재생법’이 모태다. 이 법은 침몰 직전이었던 일본 경제를 부활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부터 2013년까지 사업재편 승인 기업 488곳 중 성과보고서를 낸 212곳을 분석한 결과 유형자산의 효율적인 이용 정도를 나타내는 유형자산 대비 매출액 비율인 ‘유형자산회전율’이 88.4%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본 기업들의 비효율성이 크게 줄어들어 산업 구조가 개선됐다는 의미다. 

공급과잉업종으로 국한시키지 말고 모든 기업들에게 원샷법을 개방할 필요가 있다. 국회는 구조조정 촉진법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 자발적인 기업 구조조정을 통한 산업 재편의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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