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넛크래커(Nutcracker) 상황에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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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5.12.03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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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수출 관련 리스크 전망과 대응 방향

중국의 기술 경쟁력 급상승, 엔저 영향으로 부활한 일본 기업 덕에 한국 기업들 사면초가 신세 

수출부진이 예사롭지 않다. 2012년 -1.3%, 2013년 2.1%, 2014년 2.3%로 3년 연속 저조했던 수출증가율이 올 1~10월중에는 -7.6%까지 급락했다. 앞으로 우리 수출은 재기할 수 있을까?

▲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2000~2007년) 세계경제성장률은 4.5%였다. 위기 이후인 2008~2015년에는 3.3%로 낮아졌다. 세계경제는 반등할 수 있을까?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경제가 2016년 이후 완만한 반등을 예상하고 있지만 낙관적 희망에 불과하다. 세계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구조적 요인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재정건전성 문제다. 글로벌 위기 극복과정에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모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었고, 이로 인해 재정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됐다. <표 1>에서 보듯이 국가부채비율은 경기부진 탓도 있지만 긴축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 오히려 상승했다. IMF는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이 높아 재정 여력이 낮은 국가들은 인위적으로 국가부채를 줄여야 한다고 권고한다.(IMF, 2015년 6월 “When Should Public Debt Be Reduced?”)

경기가 조금 살아나더라도 국가부채를 줄이는 과정에서 경기회복세가 다시 약화되고 이런 순환과정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회복 조짐을 보이자 재정건전성을 위해 교육, 사회간접자본, 연구개발 등 미래 성장동력 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미국이 대표적인 예다. 

또 하나는 유동성 회수 문제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이미 기준금리 인상 등 정상화 수순에 진입했으며, 2008년 이후 세 차례 양적완화(QE)를 통해 풀린 약 4조 달러도 회수해야 한다.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도 경기회복을 위해 아직은 양적완화 정책을 구사하고 있지만 버블 형성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조만간 금리인상, 유동성 회수 등 긴축적 전환이 불가피하다. 

긴축은 성장에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주요국들의 국가부채비율 개선, 유동성 회수가 전제되지 않는 한 세계경제 회복은 일시적이거나 매우 미약한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다. 

세계경제 성장률에 미치지 못하는 글로벌 교역증가 추세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세계 교역증가율 추세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림 2>에서 보듯이 2000년 이후 세계 교역증가율은 경제성장률보다 훨씬 높은 모습이었다. 2000~2007년 중 평균 교역증가율(7.3%)은 경제성장률(4.5%)보다 높다. 하지만 2012년 이후부터는 그 격차가 축소되거나 역전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향후에도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공급구조 변화 등 구조적 요인을 감안할 때, 세계 교역증가율은 경제 성장률을 밑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들도 중국이 부품 및 소재의 자국 생산 비중을 높이고, 미국이 제조업을 중시하는 추세가 지속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변화하고, 이로 인한 교역둔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경제가 성장하더라도 과거만큼 교역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로서는 특히 불리한 대목이다. 

중국 성장전략 변화에 따른 리스크 

중국은 2009년 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성장방식 전환’ 선언 이후 ‘수출 및 투자 확대를 통한 양적(量的) 성장’에서 ‘내수 확대를 통한 질적(質的) 성장’으로의 전환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수출은 양적·질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첫째, 중국 성장 둔화와 관련된다. 중국은 10월 29일 막을 내린 공산당 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18기 5중전회)에서 바오치(保七·경제성장률 7% 유지) 원칙을 사실상 포기하고 매년 평균 6.5% 성장을 목표로 내걸었다. 대(對)중국 수출 비중이 25%를 상회하는 한국은 그 자체로 리스크다. 

문제는 중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다. 중국은 올 상반기 7.0%, 3분기 6.9% 성장률을 기록했다. 목표치에 근접했다는 측면에서 경착륙 우려는 아직은 기우일지 모른다. 하지만 가까스로 달성한 약 7% 성장률이 기준금리 및 지준율 인하 등 적극적인 경기 부양 정책을 동원해 달성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중국 정부의 약발이 신통치 않았음을 보여준다. 경제규모 및 시장경제 영역 확대와 중국 정부 통제력의 역관계 조짐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금까지 중국의 성장에 대한 낙관적 전망들은 주로 중국 공산당의 통제력에 근거하고 있다. 하지만 통제력 약화가 사실이라면 소득 불평등 심화, 부동산 버블, 그림자 금융, 지방정부 부채 등 잠재적 위험요인과 연결되면서 경착륙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IMF도 중국이 경제개혁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2018년에는 성장률이 지금의 절반 수준인 4%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중국의 경기둔화는 철강, 화학, 조선 등 막대한 과잉생산 능력을 보유한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노력을 약화시켜 생산과잉과 덤핑수출을 확대시킨다는 측면에서 우리 수출을 더 어렵게 할 수 있다. 

둘째, 소위 ‘차이나 인사이드’ 정책이다. 중간재 수입을 축소해 자국(自國) 생산물의 부가가치 기여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중국의 가공무역에 맞춰 대중국 중간재 수출 비중을 확대해 온 한국의 기존 수출전략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도 한국으로부터의 수입보다는 현지에서 부품 조달을 늘리는 추세다. 가공무역에 크게 의존하던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국의 성장세에 관계없이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임박했다. 이는 2008년 12월 이후 약 7년 간 지속된 통화완화 정책이 종결되고 긴축 기조로의 대전환을 의미한다. 달러강세,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의 글로벌 자금 이동 등 중장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미국 금리인상이 세계경제, 특히 신흥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과거 사례가 말해준다. 

1979년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부실기업 정리를 위해 기준금리를 20% 가까이 인상했다. 막대한 외채 및 고금리에 따른 이자 부담이 급증하면서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은 외채위기에 내몰렸다.

1994년 미국 금리인상은 인위적으로 강세를 유지하던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가치에 절하압력을 가했다. 결국 1997년 통화불안으로 급격한 자본유출을 겪으며 아시아 국가들은 외환위기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번 미국 금리인상도 경기침체, 경상수지 적자 심화 등 펀더멘털이 취약한 일부 신흥국의 자금유출, 자산가격 급락, 달러부채 상환부담 가중 등을 초래하며 신흥국 경제 불안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안정적인 단기차입금 흐름,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 증가,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등 기초체력 면에서 양호한 평가를 받는 한국경제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 유출 위험성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신흥국에 대한 수출 비중을 꾸준히 높여 왔다는 점에서 대(對) 신흥국 수출 감소를 통한 부정적 영향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IMF도 이 점을 고려하여 한국을 미 금리인상에 따른 타격이 큰 나라로 보고 있다. 

올 6월 899원까지 하락했던 원/엔 환율이 10월에는 956원으로 상승했다. 엔저가 소폭 약화된 셈이다. 그렇다면 2012년 이후 본격화된 엔저의 부정적 영향은 어느 정도 완화된 것으로 봐야 할까? 그렇지 않다. 2012년 이후 일본의 산업별 수출단가 흐름을 살펴볼 때, 후폭풍의 조짐이 감지되기 때문이다. 

엔저의 부정적 영향 본격화 

지금까지 일본 기업들은 엔저에 따른 수출단가 인하를 산업경쟁력에 따라 차별화적으로 구사하고 있음이 관찰된다. 경쟁력 열위에 있거나 가격경쟁력 확보가 필요한 전기전자산업, 금속산업 등은 수출단가 인하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취해 왔다. 반면 경쟁력 우위의 일반기계, 운송장비 등은 수출단가를 인하하지 않은 채 경상이익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그림 3>에서 보듯이 소형 자동차, 문구류, 항공기 엔진 등의 업종은 수출단가를 거의 낮추지 않았다. 수출단가를 유지한 채 향후 가격 인하 여력을 비축했음을 시사한다. 수출단가를 인하하는 추세가 강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일본 기업들의 공격적인 가격 인하는 한국 기업의 시장점유율 잠식으로 이어질 것이다. 추가적인 엔저가 없더라도 당분간 한국 수출 기업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더구나 그간 수출단가를 인하하지 않은 산업은 이윤 누적을 통해 축적된 사내 유보금을 바탕으로 R&D 투자, 설비투자 및 M&A 확대를 추진할 수 있다. 한국과의 기술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성장둔화, 중간재 자급률 확대 정책에 이어 올 8월에 있었던 위안화 절하 조치는 새로운 중국 리스크로 등장했다. 현재 중국의 불안한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위안화 절하는 경기부양 효과보다는 궁여지책으로 인식될 수 있다. 문제는 향후에도 위안화의 추가 절하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첫째, 그 동안 위안화 절상 추세가 주요 경쟁국 통화에 비해 압도적이었다는 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0년 대비 2015년 9월 기준 중국 위안화의 실질실효환율은 약 32% 절상된 반면 유로화와 엔화는 각각 7%, 27% 절하됐다. 위안화 절하 명분은 충분하다. 

둘째, 경기 급락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 성장률 하락세를 놓고 경착륙 논란이 분분하다. 자칫 자본유출 가속화로 이어져 위안화 가치가 통제권 밖으로 추락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원하는 시나리오가 아니다. 

셋째, 자본유출 방어를 위한 시장개입의 한계성 때문이다. 8·11 절하조치 전후 중국 정부는 시장개입을 통해 위안화 방어를 한 것으로 관측된다. 외환거래량이 급증하고 외환보유고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경제 자율성 확보에 필요한 적정 외환보유고 정책을 감안할 때 위안화 방어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제한적이다. 결국 지금과 같은 환율관리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 추가 절하 조치를 단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2014년 기준으로 볼 때, 한국과 중국 50대 수출품목 중 중복되는 것은 20개로 한국 수출의 44.8%에 해당한다. 한·중 수출구조는 보완관계보다는 경쟁관계에 가깝다. 이런 교역 구조에서 위안화 절하는 미국, 유로 지역, 일본 등의 수출시장에서 우리의 교역조건을 불리하게 만든다.

더구나 가공무역 축소 정책으로 위안화 절하에 따른 대중(對中)수출 증가 혜택도 과거에 비해 축소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를 계기로 다른 국가의 중앙은행도 자국통화 절하에 나서는 소위 글로벌 환율전쟁이 재발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경제로서는 환율전쟁은 그 자체로 큰 리스크다. 

한국 수출제품의 경쟁력 우위 약화 

한국의 경쟁력 우위가 점차 약화되고 있는 점이 가장 문제다. 무엇보다 중국의 기술경쟁력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의 국제제조업 경쟁력지수에 따르면 2000년 한국과 중국의 경쟁력 순위는 각각 12위, 23위로 11계단 차이를 보였지만 2010년에는 각각 4위, 7위로 불과 3계단 차이로 좁혀졌다. 

세계 수출 시장점유율 1위 품목 수도 중국은 2007년 1210개에서 2013년 1538개로 급증했으나 한국은 동기간 73개에서 65개로 축소됐다. 중국 특유의 정부 주도 드라이브 추진으로 중국 기업의 기술 경쟁력이 급상승한 때문이다. 여기에 엔저 덕에 부활한 일본 기업이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에 따라잡히고 일본에 치이는 소위 ‘신 넛크래커(Nutcracker)’ 신세에 빠진 것이다. 

한국의 10대 수출 품목이 10년 전과 큰 차이가 없는 것도 문제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2004~2014년 중 우리나라 10대 수출 품목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1%p가 증가한 반면 동 품목에 대한 세계수입 비중은 0.7%p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그림 4>에서 보듯이 세계수요가 축소된 자동차부품, 기계류, 철강, 선박, 디스플레이의 수출 비중은 증가했고, 세계수요가 늘어난 휴대폰 수출 비중은 감소했다. 한국의 교역구조가 글로벌 추세 변화에 적응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 주력산업의 경쟁력 우위가 약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지 못해 한국의 수출 입지가 좁아지는 형국이다. 

이상에서 살펴 본 수출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술개발(R&D), 인수합병(M&A), 사업구조 재편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둘째, 수출경쟁력 유지를 위해 원/달러 뿐 아닌 원/엔, 원/위안 환율 간 적정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환율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중국의 내수성장 전략 변화에 맞춰 잠재력이 높은 중국 소비재시장에 대한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수출이 회복되어야 한국경제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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