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고용 이루며 거침없이 성장
완전고용 이루며 거침없이 성장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5.12.0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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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회복되는 미국 경제

강력한 양적 완화 정책, 저유가와 임금 인상으로 인한 소비 증가가 결정적 요인

미국 내 대표적인 생필품 할인 마트인 코스트코(Costco)는 양질의 물건을 저렴한 가격으로 많이 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미국인들 사이에 인기가 많다. 회원제로 운영되지만, 다수의 미국인들은 연회비를 내며 이곳에 와 물건을 사간다. 

지난 11월 21일 토요일 오후 몇 가지 물건을 사기 위해 찾은 코스트코는 주차장에서부터 붐볐다. 차를 주차할 곳이 없어 30분을 뱅뱅 돌다 겨우 한 자리가 나 차를 세우고 매장에 들어섰다. 보통 때는 큰 매장에 물건이 가득하고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날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미국 최대의 명절인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을 앞두고 물품을 사기 위해 많이 왔겠다 생각했지만 매장 입구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카운트하는 직원은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손님이 오셨다”면서 좋아했다.

물건 값을 계산하기 위해 늘어선 긴 줄에 서서 20여 분을 기다리면서 카트에 넘치도록 물건을 사가는 미국인들을 보며 미국 경제가 경제 침체에서 진짜로 벗어났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미 상무부는 11월 24일,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3분기에 미국 경제가 2.1%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1.5% 가량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치보다 0.6%가 높은 결과가 나타난 것이다. 미국 경제 성장률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2.8%까지 곤두박질 쳤으나 지난해에는 2.4%까지 올라갔다. 

▲ 대형마트를 찾은 미국인들이 카트가 넘치도록 물건을 사가는 모습을 보면 미국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났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실업률, 완전 고용 수준인 5%로 대폭 낮아져

미 노동부는 지난 10월 미국에서 27만 1000개의 신규 일자리가 창출되어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인 5%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경제전문가들은 예상보다 9만 개의 일자리가 더 창출된 것이라며 조만간 미국의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인 5%보다 더 낮은 4.9%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날 코스트코 매장에도 직원을 고용한다는 팻말이 문 앞에 세워져 있었다. 코스트코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들 가운데는 노인들이 많았는데 특히, 시식 코너에서 음식을 팔고 있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노인들이었다. 젊은 사람들을 구할 수 없어 이 자리를 지원하는 노인들을 채용하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말이다. 

요새 미국 기업들이 일할 직원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경제가 성장하고, 특히 실업률이 감소해 완전고용 수준까지 이르자 연방준비은행이 오는 12월 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지속해왔던 0%에 가까운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고를 한 바 있고, 금리인상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자넷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지난 11월 4일 의회 청문회에서 “이 시점에서 미국 경제는 매우 좋다고 본다”면서 “12월 4일에 발표될 11월 실업률을 보고 금리 인상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11월에는 20만 개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실업률도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완전고용으로 생각하는 5% 벽을 부수고 4.9%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에서 금리를 인상하겠다는 것은 그만큼 미국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고 성장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되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경제가 2009년에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이렇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다양하게 분석되고 있다. 

첫째는 오바마 행정부가 금융위기 이후 3조 6000억 달러에 이르는 유동성을 투입한 강력한 양적완화 정책이다. 쉽게 말하면 달러를 마구 찍어 시장에 풀었다는 뜻이다. 이 조치로 인해 0%에 가까운 저금리가 유지되면서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졌고, 주가가 오르고 주택가격이 상승하면서 자산효과로 소비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둘째는 미국 경제성장의 주엔진인 소비의 증가다. 미국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다. 지난해 미국의 성장률 2.4% 가운데 개인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8%로 경제성장의 75%가 소비에서 나왔다. 미국인들의 소비가 살아나면서 미국 경제도 덩달아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소비가 늘어난 데는 저유가와 임금 인상이 주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금 미국에서 승용차에 사용하는 휘발유(가솔린) 가격은 10년 전 수준과 동일하게 1갤런 당 1.90달러로, 2달러도 되지 않는다.

경제위기 당시 4달러 가까이 치솟았던 기름 값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미국 내에서 무진장으로 생산되는 셰일 가스와 셰일 석유 호황으로 인한 저유가는 미국인들의 가계 부담을 줄이면서 소비 여력을 개선시켰다는 것이 주되 분석이다. 

이런 저유가와 함께 미국인들 사이에는 전기차보다 가솔린으로 박력 있게 나가는 일반 차에 대한 소비가 급증하면서 자동차 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이 완전고용 수준에 이르면서 직원들의 임금도 올라 지난해의 경우 시간당 임금이 평균 2.5% 가량 인상되었다. 소득 증가는 미국인들의 소비로 이어지고, 또 고용이 증가하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이 미국 경제에서 지금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택 가격도 상승세

그동안 미국에서는 집을 사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연방준비은행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금리가 아직 낮을 때 집을 사겠다는 목적에서다. 스탠더드 푸어의 주택가격 지표에 따르면 지난 9월에 미국 전역에서 주택 가격이 0.6% 인상했고, 미국 주요 20개 도시 중 19개에서 주택 가격이 상승했다. 

이렇게 경제가 살아나다보니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공화, 민주 양당의 경선에서 경제가 큰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오바마 행정부의 양적완화 정책을 비판해왔던 공화당은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통해 경제를 살려내자 지금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조용하다. 

경제 회생이 선거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지 기대와 걱정이 교차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의 금리인상은 필연적으로 세계 경제에 적지 않은 충격을 줬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의 금리 인상의 후폭풍으로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았고, 2008년에도 큰 위기 상황에 닥쳤으나 미국과 통화 스왑으로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 바 있다. 

나의 행복이 다른 나라의 불행이 될 수 있고, 나의 불행이 다른 나라의 행복이 될 수도 있는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이 생존하는 길은 무엇인지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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