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한국의료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라
  • 미래한국
  • 승인 2015.12.1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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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제기] 점점 멀어져가는 중국 의료시장

성형강국에서 의료강국으로 탈바꿈하는 적극적인 의료정책 뒷받침 되어야

우리나라에서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중국 관광객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십 수 년 되었고, 그 시작은 중국의 경제성장과 우리나라 성형술의 발전에 기인한다. 그러나 그 규모가 본격적으로 커지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미래한국 편집위원

중국 정부는 그 동안 미용실에서 허용하던 성형시술과 피부시술을 엄격히 금지했다(중국의 미용실은 우리나라와 개념이 조금 다르다). 이렇게 되자 전국에 산재한 미용실은 의사들과 동업하거나, 의사를 고용하여 성형외과를 차리거나(중국은 가능하다), 고객에게 좋은 성형외과를 소개해주고 수수료를 챙기는 방법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중국의 성형수술 수준이 아직 우리나라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한류(韓流) 때문에 한국성형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자 중국의 미용실 원장들이 한국으로 고객을 보내고 수수료를 챙기는 방법을 선호하게 되었다. 

고객을 쥐고 있는 미용실과 브로커들과 우리나라 성형외과 병원과의 관계는 예외적인 경우가 간혹 있으나 대다수 균형이 기우는 갑과 을 관계다. 중국 고객을 받지 않으면 병원 유지 자체가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에 브로커들의 수수료는 적정 수준을 넘어 종종 50%를 상회하고, 심지어 90%에 이르는 경우도 허다한 것이 현실이다. 

수수료가 높은 이유에 대해 브로커들의 항변은 수수료가 브로커들만의 몫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모객을 하는 미용실의 몫, 환자 이송을 담당하는 이들의 몫, 한국에서 성형외과를 섭외하고 고객의 뒤치다꺼리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몫까지 나누다보니 수수료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를 해석하면 우리나라에서 성형수술을 받는 중국 고객이 지불하는 비용의 절반 이상이 중국인에게 다시 돌아간다는 뜻이 된다. 그렇다면 한국성형은 우리의 생각과 달리 본질적으로 중국 비즈니스다. 

중국의 국영TV인 CCTV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한국에서의 성형 부작용을 보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성형에 대한 중국인들의 선호도가 높다. 핵심기술을 복제하여 따라갈 수 있는 산업과 달리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요구되는 의료분야는 단기간에 따라가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의료분야에서도 눈부신 발전을 보이고 있다. 많은 인구를 통해 단기간에 풍부한 경험을 쌓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직 중국에서 한국성형사업은 여전히 매력적인 사업이다. 그래서 그들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우리나라의 성형외과 병의원들을 인수하기도 하고, 본토에서 한국성형 브랜드를 활용한 의료사업에 열광하고 있다.

당분간은 이런 추세가 유지되겠지만 그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이다. 중국 사람들은 성형을 위해 방문하는 한국을 그저 ‘성형을 잘하는 한국성(城)’정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고 중국의 의료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의료산업은 매년 20% 가까운 성장을 하고, 평균 20%가 넘는 수익률을 남기고 있다. 수 년 전 2020년 중국 의료시장은 1200조 원으로 예상되었지만 지금은 그 이상으로 추정된다.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다소 뒤늦게 발동이 걸린 의료산업은 중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의료수요의 폭발적인 증가, 정부의 의료산업 육성책과 신도시화 정책, 보험 혜택 확대 등의 조치를 등에 업고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 성장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지될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빠른 고령화까지 진행되고 있는 중국은 전 세계의 2%의 의료자원으로 전 세계 인구의 22%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의 고민이 깊을수록 14억 중국의 의료시장은 우리에게 큰 기회의 시장이 아닐 수 없다. 

놓칠 수 없는 중국 의료산업의 기회 

중국은 특히 의료 인력의 부족을 겪고 있다. 양질의 의료 인력이 크게 부족한 중국은 행정수도인 베이징(北京)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지역에서 별도의 시험을 치르지 않고서도 우리나라 의사들에게 단기행위면허를 부여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별도의 시험 없이 우리나라 의사면허증이 인정 받을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그러나 급팽창하는 중국의 의료시장에서 다국적 기업들이 과실을 따는 동안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진출이 늦었다. 현재 중국의 의료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은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짧게는 수십 년에서 길게는 약 100여 년 전부터 중국시장에 일찍이 진출해서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던 기업들이다. 

둘째, 중국에 진출하는 이들의 근시안적인 생각이 사업을 실패로 이끌고 있다.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이나 의료진 중 상당수가 “중국에서 번 돈을 어떻게 가져올까?”에 대한 고민을 사업 초기부터 한다면 그들은 중국인들에게 외면 받을 것이다. 

셋째, 정부의 지원이 없다. 성형강국 한국에서 의료강국 한국으로 빠르게 전환해야 하는데, 그것은 민간 차원에서 하기 힘든 일이며 정부 차원의 홍보가 필요한 일이다. 

올해 봄, 모 민간기업이 중국 사업가들과 함께 서울에서 한중(韓中)의료세미나를 여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추진 과정에서 행사비용의 일부를 정부기관이 지원한다는 명목 아래 주최자가 정부기관으로 바뀌었고 민간기업은 아예 배제되었다. 

결과는 참담했다. 정부기관이 참석자의 명단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탓에 중국에서 온 손님들을 응대하는 데 혼선이 발생했고 끝내 큰 불만을 초래한 것이다. 

100여 년 전 중국 본토에 일찍 진출하여 그 동안 중국 인민의 건강 향상에 많은 기여를 하며 신뢰를 쌓아온 다국적 기업들의 경쟁력을 우리가 단기간 동안 넘어서기는 어렵다. 그러나 급팽창하는 중국의 의료시장을 놓칠 수 없기에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의 의료가 빛을 발하기 원한다면 정부는 성형뿐 아니라 진료 분야의 우수성을 중국에 홍보하는 일에 최우선을 두고 앞장서야 한다. 성형뿐만 아니라 진료를 위해 내원하는 중국환자의 수를 늘려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중국 환자를 불러들이려면, 더 많은 의료진들이 중국에 진출해야 한다. 중국 현지에서 한국을 알리고, 현지의 의료진들과 기업가들이 겪는 애로 사항을 해소하는 역할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의료 서비스는 형태가 없는 무형의 상품으로서 신뢰가 가치를 만드는 상품이다. 제약과 의료기기 역시 디자인보다 효능, 성능이 중요한 신뢰의 상품이다. 따라서 의료 서비스 산업의 핵심은 브랜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한국의료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 기회는 늘 곁에 머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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