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협 출신 의원들의 민주주의는 어떤 민주주의인가?
전대협 출신 의원들의 민주주의는 어떤 민주주의인가?
  • 정재욱 기자
  • 승인 2015.12.17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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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분석] 전대협 출신 국회의원들의 성향

전대협 출신 의원들이 주장하는 ‘진보적 민주주의’의 핵심은 反美 自主, 국가보안법 철폐, 민족지상주의, 경제민주화 

‘운동권 프레임에 갇혀 있다’, ‘자기 생각만 옳다는 주의’, ‘타협보다는 투쟁적이다’ 
과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이하 전대협) 출신 국회의원들에 대한 평가는 이처럼 박했다.  

여기에는 전대협 출신, 나아가 운동권 출신은 정치인으로서 성공하기 힘들다는 의미도 어느 정도 포함됐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부상한 후, 2008년 18대 총선에서 전대협 출신 정치인들이 무더기로 낙선할 때만 해도 정말 그렇게 보였다. 

그런데 이 생각은 결과적으로 틀렸다. 이들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민련)의 간판을 달고 화려하게 국회에 복귀했다. 현재 새민련 내 전대협 출신 국회의원이 9명(이인영·우상호·정청래·오영식·박홍근·최재성·김태년·김승남·임수경)이고, 최고위원만 해도 2명(정청래·오영식)이다. 

이들을 포함한 운동권 정치인의 이념적 정체성을 상징하는 ‘경제민주화’는 야권의 시대정신처럼 자리 잡아 국회에서 각종 법안으로 분화, 양산되고 있다. 또 한때 일부 과격 운동권 대학생·시민단체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진보’라는 타이틀은 지금 일반 국민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 전대협 출신 국회의원들은 반미(反美), 국가보안법 철폐, 경제민주화 등 과거 운동권의 이념적 가치를 추구하여 정치를 투쟁의 장(場)으로 만들고 있다. 좌로부터 우상호, 이인영, 정청래 의원.

전대협의 약진과 대중 운동의 성공 

그런 의미에서 전대협은 성공했다. 도대체 이들은 누구일까. 민주화의 투사인가, 아니면 과격한 운동가인가. 분명한 것은 야당인 새민련의 전대협 출신 국회의원들은 단 한 명도, 또는 단 한 번도 과거 전대협의 가치관을 부정하는, 이른바 전향 선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재야 원로 모임이나 전대협동우회 같은 과거 민주화 운동의 동지들을 의식해 “초심을 지키겠다”는 선언을 하곤 한다.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으로 전대협 출신 국회의원 가운데 선두에 서고 있는 이인영 새민련 의원의 말이다. 

“6월 항쟁의 정신, 가치를 이루기 위해 살고 싶거든요. 그것은 어느 순간 우리가 기필코 이뤄야 하는 사회적 주류, 정치적 주류, 이런 것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다시 말하면 6월 항쟁을 완성하면서 살고 싶어요.”(이인영, ‘월간 참여사회’, 1999년 5월) 

“자주·민주·통일의 깃발을 버리면 더 이상 전대협이 아니다. 전대협 세대가 열린우리당으로 우회하지만 민주노동당과 함께 우리 사회의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하겠다.”(이인영, ‘한겨레21’, 2004년 4월 21일) 

이들이 전대협 정신을 지키는 게 무엇이 잘못인가?, 민주화를 이룬 가치를 지키면 좋은 일 아닌가? 이렇게 물을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먼저 전대협 출신들이 국회에 진입한 과정부터 추적해 보자. 

“(6·10 항쟁 이후) 10여 년이 지난 1998년쯤부터 우리 80년대 세대들의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토론을 시작했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요약하면 이런 것입니다. … 우리 세대 중 일부를 이 네트워크의 일부로서 정치권에 진출시켜야 한다. … 이러한 잠정적 결론에 따라 우리들 중 일부가 정치권으로 이동하게 되었습니다.”(우상호, 전국공무원노조 경남지부교육자료 인용, 2003년 11월 21일) 

자주·민주·통일의 전대협 초심(初心) 지키기 

전대협 출신 가운데 맏형 격인 새민련 우상호(전대협 1기 부의장)에겐 등원 자체가 과거 운동의 연장선이었다. 개인이 개별적으로 국회의원이 됐다기보다는 전대협이라는 단체가 토론과 결의를 통해 주요 인물들을 국회에 진출시켰다는 의미다. 

이렇게 2004년 17대 국회의 주류로 부상했던 이들은 18대 국회에서 잠시 숨고르기를 하다 19대 총선 이후 지금은 정치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19대 총선으로 재입성할 때도 전대협 출신 의원들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돌아온 이들의 운동권적 이념 정체성은 더 강화됐다.

그렇다면 이들이 고수하는 전대협 출신으로서의 ‘초심’은 무엇일까. 과거 전대협의 목표는 ▲반미(反美) 자주 ▲민주 ▲통일이었다. 전대협은 이 세 가지 이슈와 결합하여 민주주의를 민족과 민중에 근거한 ‘진보적 민주주의’라고 밝히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문제의 ‘진보적 민주주의’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 선고를 받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의 강령에도 나와 있다는 점이다. 전대협에서 연대 사업국장을 지낸 이동호 본지 편집위원에 따르면 통진당 간부가 자신들의 내부 모임에서 “진보적 민주주의’는 수령님께서 제시하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대협의 이런 노선이 북한이 공식화한 대남(對南)혁명의 3대 투쟁과제인 반미 자주화 투쟁, 반독재 민주화 투쟁, 조국통일촉진 투쟁과 일치한다는 것도 공안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대협 출신 인사들 중 일부가 “북한이 대남전략 차원에서 전대협의 특정 주사파 지도부를 지휘·관리했다”고 증언한 사실도 있다. 

물론 현재의 전대협 출신 국회의원들을 포함한 전대협 소속 학생들이 모두 과거에 북한의 대남전략을 추종했고, 현재도 그런 사상을 지키고 있을 리는 만무하다. 문제는 이들 전대협 출신 국회의원들이 여전히 전대협을 계승하겠다는 선언을 하고, 전대협 운동의 연장선에서 의정활동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대협이라는 정체성이 통진당의 ‘진보적 민주주의’, 그리고 북한의 대남전략전술과 얼마나 다른지 알아볼 필요는 있다. 이를 위해 전대협 출신 의원들의 국회의원 당선 전후 발언들을 찾아봤다. 

“(이라크 전쟁은) 명분도 없는 미국의 침략전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상태입니다. 민간인 공격이나 전쟁포로 학대 등에서 보여주듯이 자유와 인권을 가장한 제국주의의 공개적인 테러행위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한반도와 인류의 평화에 긴장만 부추길 부시의 재선을 돕는 길입니다.(박홍근, KYC 홈페이지 ‘내일신문’ 인터뷰 초고, 2004년 6월 28일) 

“애초부터 이라크 파병에 반대했다. (미국의 이라크 전쟁은) 명분 없고 추악한 전쟁이다. … 우리도 한국전쟁의 피해자 아닌가.”(우상호, ‘월간참여사회’, 2004년 5월 31일) 

“국군의 전시 작전통제권은 세계에 당당히 어깨를 거는 주권국가로서의 자주권의 문제이고 자존심의 문제이다. … (부시는) 한술 더 떠 전시작통권에 대한 왈가왈부도 하지 말라고 했다. … (수구세력은) 숭미주의자로서 부시의 말에 수그리 하고 말문을 닫던가.”(정청래, ‘오마이뉴스’, 2006년 9월 18일) 

반미(反美) 자주(自主) 

우상호·정청래(전대협 반미구국결사대), 박홍근(전대협 6기 의장대행) 의원에게 있어 미국이란 침략 전쟁을 자행하는 제국주의 세력이고, 인류의 평화를 깨는 테러의 몸통 같은 존재다.  특히 우상호 의원이 말한 ‘우리도 한국전쟁의 피해자’라는 발언은 ‘미국이 6·25전쟁의 가해자’라는 운동권의 수정주의적 역사관까지 보여준다. 

이라크 전쟁도 미국의 제국주의적 침략 전쟁일 뿐이다. 최근 IS의 광범위한 세력 확장이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빼면서 심화됐다고 보는 시각과는 정반대의 주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의 전시 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일은 당연히 환영한다. 그로 인한 대(對)북한 안보 전력의 약화는 관심 밖이다. 

박홍근 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인 2003년 이적(利敵)단체인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학생들이 미군 부대 훈련장에 난입해 시위를 벌인 사건과 관련하여 ‘한총련 학생들의 반전(反戰) 평화를 위한 그들의 실천적 행동을 보며 … 우리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들은 그들의 선배로서 한총련 후배들에게 그들의 용기와 직접행동에 박수를 보내는 바’라는 성명서에 전대협 출신들이 주도해 만든 전국청년단체인 KYC(한국청년연합) 소속으로 이름 올리기도 했다. 

▲ 1987년 8월 19일 당시 서울지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의 주도로 충남대에서 전국 95ㅐ 대학 4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제1기 발족식. 전대협은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좌회전의 한 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다.

국가보안법 철폐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반민주 악법이자 반인권적 악법을 역사 속에서 청산하는 신성한 작업입니다.”(정청래, 블로그, 2004년 8월 8일) 
“이것(국가보안법 폐지)은 독재시대의 악법을 없애는 것이다.”(우상호, ‘월간 참여사회’, 2004년 5월 31일) 

“독재자들의 권력을 지켜주던 국가보안법은 지금도 노동운동과 학생운동을 탄압하고 있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조항은 형법으로 보강하면 될 것이다”(오영식, ‘서프라이즈’, 2004년 6월 1일) 

국가보안법 철폐는 재야에서 전대협 출신 의원들에게 제시한 막중한 과제였다. 2014년 4월 사망한 이종린 범민련 남측본부 명예의장은 전대협 출신의 17대 총선 당선자들과 만난 2004년 5월 재야원로모임에서 “조국의 자주민주통일에 걸림돌이 되는 국가보안법이 적어도 내년 4월까지는 해결될 수 있도록 각별히 노력해 달라”고 강조한 바 있다.(‘통일뉴스’, 2004년 5월25일) 

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절인 17대 국회에 처음 등원한 이인영·우상호 의원은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요 과제로 삼았다.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하 열우당) 의원이었던 이들은 2004년 8월 열우당 내에서 ‘국보법 폐지를 위한 입법추진위원회’에 참가했고, 같은 해 12월 국회 본청 내 2층 계단에서 ‘국보법 연내 폐지를 위한 시민사회단체대표·국회의원 공동기자회견’에 나섰다. 이런 노력에 힘을 얻어 국가보안법 폐지 법안이 열우당 소속 의원 151명이 전원 서명한 가운데 국회에 제출됐다. 

통일·대북(對北)정책·북한인권법 

전대협 출신 의원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과 지지의 강도는 거의 동일하다. 민족지상주의에 입각한 이들에게 주적(主敵) 개념은 공염불인 것 같다. 

“(남북 간 화해협력과 분단구조 극복) 이것 없이는 대한민국이 한 발도 나갈 수 없다. 남북협력이라는 조건 없이 국가 번영을 위한 전략 구상이 가능할까. 단적으로 지금의 분단 구조는 끊임없는 전쟁 위협을 유발하고 군비 확장을 강요한다.”(우상호, ‘뉴스토마토’, 2015년 6월 16일) 

같은 맥락에서 북한의 핵실험 같은 안보 위협 상황에도 재발 방지를 위한 응징이나 억지력 향상에 대한 고민 없이 거의 조건 없는 대북(對北)포용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 핵 위협의 원인이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 때문이고,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을 폭로하는 탈북자들, 북한인권단체들이 냉전 세력이라는 식의 논리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0년 11월 26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었던 이인영 의원이 확대간부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이 의원은 “대통령은 안보위기 초래한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벗어나기 위해 또다시 군사 무리수를 자초하지 말기 바란다”며 “확전 반대, 무력 중단으로 임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또 다른 전대협 출신 의원들의 대북정책이나 탈북자 관련 발언들이다. 새민련 김승남 의원은 전대협 제1기 부의장을 지냈고, 최재성 의원과 임수경 의원도 전대협 출신이다. 임수경 의원은 전대협 3기 대표로서 1989년 평양 세계청년학생축전에 참가했다. 

“북한의 핵실험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강경일변도 대북 정책 때문 … 금강산 개성공단 사업은 어떠한 경우에도 중단되어서는 곤란하다.”(정청래, 2006년 10월 15일, 북한 핵실험 후 금강산 방문) 

“민간 차원에서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대북지원을 넘어서 정부가 직접 쌀의 대북지원을 제의하고 이를 통해 남북관계개선을 모색해야 한다.”(김승남, ‘연합뉴스’, 2015년 7월 23일) 

“어디 근본도 없는 탈북자 새끼들이 굴러 와서 대한민국 국회의원한테 개겨? 너 그 하태경하고 북한인권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짓 하고 있다지? … 대한민국 왔으면 입 닥치고 조용히 살어. 이 변절자 새끼들아.”(임수경, 2012년 6월 1일, 탈북 대학생에게 폭언) 

“일부 탈북 귀족들이 현 정권의 냉전정책을 확대 재생산시키는 앞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 왜곡된 정보를 거래하고, 냉전 정책에 앞장서서 대한민국을 분열시키는 행위에 대해 지적하는 것이다.”(최재성, 국회 기자회견, 2012년 6월 8일) 

시장경제 vs 사회경제적 민주주의 

전대협 출신 국회의원들은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도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는 남북관계를 냉각시키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4년 9월 미국 의회가 북한인권법을 통과시키자 이인영·오영식·김태년·정청래·최재성 의원 등은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미국의 북한인권법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가 될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인영 의원의 경제에 대한 발언이 변화되는 양상을 보면 전대협 출신 의원들의 경제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17대 국회에서 전대협 출신 의원들의 성과와 관련하여) 적어도 복지를 확대해나가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기반을 마련해가고 있다. 완벽한 민중해방 차원의 평등을 실현하고 있느냐에 비춰보면 부족하겠지만, 적어도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평등은 시작되고 있다.”(이인영, ‘월간 말’, 2007년 5월 27일) 

“산업화 이후 새로운 양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현재 상태의 극단적인 시장경제, 물질 만능주의로 계속 가는 게 맞는 건지, 사회적인 시장경제나 사회통합형 시장경제로 가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이 필요하다.”(이인영, ‘오마이뉴스’, 2010년 8월 5일) 

이를 보면 이인영 의원은 완벽한 ‘민중해방’ 차원의 평등을 실현하는 데는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지닌 채, 양극화 해소를 위해 점차 사회적 시장경제, 사회통합형 시장경제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인영 의원이 최근 말하는 경제적 분배나 노동개혁 반대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정치적 민주주의가 정착되면 이제는 경제적 분배가 진행돼야 하는데, 그런 점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은 답답한 현실이다.”(우상호, ‘뉴스토마토’, 2015년 6월 16일) 

“쉬운 해고, 비정규직 양산, 이런 정책 방향에서 보이듯이 노동개혁이 아니라 노동개악이다.”(이인영, PBC, 2015년 7월 27일) 

우상호 의원과 박홍근 의원의 경제관도 역시 동시대에 투쟁을 함께한 동지들답게 비슷하다. 

“우리나라가 지나치게 대기업 위주, 재벌 문어발식 구조를 가지고 있는 거다. 기업의 고용을 늘이는 성장정책을 펴면 과실은 대기업이 따먹는다. 요즘 고용 없는 성장 이야기가 나오는데, 기업의 매출은 커지는데 더 이상의 고용은 없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은 인력도 시장도 잃고 고유분야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우상호, ‘월간 참여사회’, 2004년 5월 31일) 

운동권 의원들이 바라는 민주주의는? 

과거 민주노동당 등과의 야권연대도 전대협 출신 의원들이 일찌감치 주장해온 바다. 민주노동당은 헌법재판소에 의해 북한식 사회주의 폭력 혁명 정당으로 규정된 통진당의 전신이다.  

이인영 의원은 2010년 8월 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안에 진보 블록이 형성된다면 민주당을 넘어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NGO 관계자 등과도 민주진보대연합당을 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새민련의 전신인 민주당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통진당과 소위 야권연대를 결성해 지역구 공천을 함께 함으로써 통진당이 국회의원 13명(비례 6명·지역 7명)을 배출하는 데 공헌했다. 

그렇다면 전대협 출신, 넓게는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바라는 민주주의는 어떤 민주주의일까. 2004년 5월 당선 인사를 위해 재야원로모임에 참석한 김태년 의원은 “민족을 생각하고 민중을 바라보고 민주주의를 지키도록 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밝혔다.(‘통일뉴스’, 2004년 5월 25일) 

이인영 의원은 2010년 8월 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념적으로는 사민주의와 사회적 자유주의가 공존하는 쪽으로, 세력으로는 민주화 세력과 진보 세력의 동맹, 국가나 사회상으로는 통일되기 전까지 남한 사회가 더 많은 복지, 더 좋은 민주주의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어떤 민주주의일까. 이들이 주장하는 민주화의 최종 단계는 무엇일까. 물론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된 통진당이 꿈꾸던 모습은 아닐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통진당 해산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통진당 주도세력이 추구하는 통일국가의 모습은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아래 과도기적 ‘진보적 민주주의’를 거친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라고 밝힌 바 있다. 

적어도 이들이 원하는 바가 타협의 정치라기보다는 이념의 정치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인영 의원은 현재 노동개혁 5대 법안의 처리를 막고 있는 국회 환경노동위의 야당 간사다. 노동개혁 법안 관련 국회의 대치 국면에서도 전대협 출신 의원이 야당의 최전선에 서 있는 셈이다. 

더욱이 경제활성화 2개 법안(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기업활력제고를위한특별법)의 통과를 막는 야당의 국회 소관위인 기획재정위 간사도 전대협 출신 의원들의 운동권 선배인 윤호중 새민련 의원이다. 우상호 의원은 테러방지를 위한 통신비밀보호법 반대에도 적극적이다. 결국 전대협과 관련 운동권 출신 국회의원들이 정치를 이념 투쟁의 장으로 만들어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전대협이 상징하는 운동권 출신 의원 몇몇이 국회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야당이나 많은 국민들이 이들의 ‘초심’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제1야당인 새민련의 진보정치 강화에는 이들이 한가운데에 있었다.

우상호 의원은 올해 6월 16일 언론(뉴스토마토) 인터뷰에서 “우리 당은 지난 2012년 경제민주화나 보편적 복지 등 진보적 의제를 채택하면서 출범했는데, 그 당시 이런 의제를 적극 주장하고 당 출범에 기여한 게 (4)86”이라며 “우리가 자기 정책 선전을 안 해서 그렇지 우리 당의 색깔을 만드는 데 (4)86이 기여한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운동권 정신’은 이제 사회 곳곳을 장악해 주류 정신이 되고 있다. 다음은 이인영 의원이 전대협 출신 정치인에 대한 회의론이 한창이던 2007년 5월 27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의미심장하게 예고했던 말이다. 그의 예언은 점차 현실이 돼가고 있다. 

“(참여정부가) 실패한 정부처럼 낙인찍히고 대중적으로도 그런 평가가 확장되면서 386도 도매금으로 전락하는 측면이 있다. … 소수 정치권 386의 문제이다. 생활인 386이 가지고 있는 집단적이고 세대적인 정신은 붕괴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세대가 살고 있는 가정에서, 직장에서 그 정신은 확장되고 있다.”(‘월간말, 2007년 5월 27일) 

전대협 출신 의원들은 어떤 법안을 만들었나? 

전대협 출신 국회의원들은 법안 발의가 활발하다. 그런 만큼 각종 단체에서 수여하는 우수 의원상을 자주 받기도 한다. 하지만 법안 발의 숫자가 많다고 좋은 국회의원일 수는 없다. 전대협의 ‘초심’을 고수하는 이들이 발의한 주요 법안들의 면면을 보자. 여기에도 자주·민주·통일이라는 전대협의 정체성이 녹아 있을까.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우상호, 2012년 8월) 
남북한 당국의 합의 파기 또는 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등 관련 투자업체와 관련 지역의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 보상한다는 게 개정안의 취지이다. 남북경협에 투자한 기업들의 경영 외적 손실을 보전해준다는 것이다. 

남북한 의회기구 및 국회의원 교류협력에 관한 특례법안(박홍근, 2014년 8월) 
국회기구 및 국회의원의 대북접촉을 특례법으로 허용해 대북관계의 활로를 모색한다는 내용이다. 현재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회기구와 국회의원의 대 북한 접촉은 정부의 사전허가를 받아야 한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 개정안(정청래, 2014년 12월) 
경찰이 차벽 등 질서유지선을 설정하는 경우 일반인의 통행이 가능하도록 하고, 집회·시위에 대한 채증 활동의 대상이나 목적 등을 법률에 명시한다는 내용이다. 취지는 합법적인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정청래, 2013년 6월) 
국가정보원이 통신제한조치를 실시하거나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을 요청한 사항에 대하여는 주기적으로 국회 정보위원회에 관련 사항을 보고하도록 하는 법안. 국가정보원의 무분별한 통신제한조치 및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 요청을 방지하는 취지다.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인영, 2014년 7월) 
개정안의 골자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최저임금으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법안에 대해 “월급쟁이들의 실질소득을 올리고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구체화 하겠다”고 밝혔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우상호, 2015년 4월) 
개정안은 전기통신설비 망 구축에 드는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사업자가 책정한 기본료의 폐지를 주요 내용으로 한다. 망구축이 완료된 이상 기본료를 존치할 실익이 없어졌기 때문에 요금에 기본료를 포함할 수 없도록 하는 인가기준을 신설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 특별법(오영식, 2013년 4월) 
중소상인들이 자체적으로 경쟁하여 그 내부적인 혁신이 가능한 골목상권의 사업 분야를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의 진출을 억제하는 내용. 중소기업적합업종 운영 주체를 현재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청으로 전환해 강제력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FTA 특별법 개정안(김승남, 2015년 5월) 
FTA 이행에 따라 순이익이 발생한 산업의 종사자에 대하여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순이익의 범위에서 협정이행이익금을 부과·징수하여, 그 재원으로 농어업인 등에 대한 지원을 한다는 법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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