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선점하는 사람이 미래 이끈다
문화 선점하는 사람이 미래 이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5.12.18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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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말특집] 나는 대한민국의 아스팔트 우파다 / 독립신문

피켓과 구호만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방식을 뛰어넘는 것. 그것만이 아스팔트 우파가 살아남는 길이고 애국운동이 성공하는 길.

세미나실이 아닌 거리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보수 활동가들을 우리는 흔히 아스팔트 우파라고 부른다. 이는 듣기에 따라 과격한 집단으로 보이는데, 아스팔트 우파라는 용어도 세련된 표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 인터넷문화협회 사무총장·뉴스파인더 대표

한 보수 활동가는 “우리는 아스팔트 우파가 아니다 ‘애국 백정’이다. 우리에게는 제도권 진입의 기회가 없다. 과거 조선시대의 최하위 계층인 백정과 같다. 힘들지만 꼭 필요한 일을 해도 신분 상승의 기회는 절대 주어지지 않는 계층, 백정보다 못한 계층이 바로 아스팔트우파 세력이다”라며 비통해했다. 

실제로 필자와 함께 보수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인 사람들 가운데 필자를 포함해 제도권에 진입한 사람을 보지 못했으니, 아스팔트 우파의 생명은 아스팔트에서 시작해서 아스팔트로 끝나는 것이 숙명인지도 모른다. 

그런 아스팔트 우파의 길로 접어든 것은 김대중 정권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이 2000년 6월 13일 평양에서 소위 남북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출판사 편집장으로 근무했던 필자는 소위 정상회담 뉴스를 접한 후 PC통신에 ‘소득은 없고 이용만 당한 비정상 회담’이란 글을 올렸다가 네티즌의 악성 메일 수백 통을 받았다. 또 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았는지 사무실까지 항의 전화가 걸려와 결국 직장을 그만 두게 됐다. 나는 이렇게 뜻하지 않게 아스팔트 우파가 되었다. 

당시 보수 운동이라는 말은 생소한 단어로 보수 진영에서 피켓을 들고 정권과 싸운다는 것은 상상도 하기 힘든 시절이었다. 게다가 ‘김대중 선생님’이 정권을 잡았으니 보수 진영은 움츠리기 바쁜 그런 때였다. 몇몇 원로들은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은 했지만, 과거 고위 관직에 있던 분들이 피켓을 잡고 거리로 나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구속·압수 수색·검찰 조사…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 정권은 조선일보 등 보수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했고, 필자는 민주참여네티즌연대를 결성, 피켓을 들고 김대중 정권의 언론 탄압을 반대하는 시위를 계획했다. 그러나 동참하기로 약속한 회원들은 멀리서 나를 바라만 볼 뿐 시위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결국 필자만의 1인 시위로 마무리 되었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전국을 다니며 시위를 벌였고, 많은 사람들이 이 투쟁에 가담했다. 이후 2002년 보수 최초의 인터넷 신문인 ‘인터넷 독립신문’을 창간했다. 조선일보는 나의 이런 활동을 ‘청년 우파의 핵심’으로 보도했다. 

당시 조선일보의 기사를 보면 “건물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순간, 젊은 남자가 노란 스쿠터를 타고 지나갔다. 언젠가 독립신문 신혜식 대표가 ‘기동취재’를 위해 스쿠터 2대를 구입했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 젊은이를 따라 들어간 곳은 방 1개, 거실 1개, 화장실 1개의 20평짜리 가정집. 방은 편집국이고, 거실은 대표 집무실 겸 인터뷰실이었다. 신혜식 대표와 4명의 기자, 편집자, 웹디자이너가 생활하는 이 곳은 마치 운동권 학생들의 동아리방 같았다”고 적었다. 초라하고 볼품은 없었지만 열정이 넘치는 시절이었다. 

▲ 2009년 4월 반핵반감국민협의회가 노무현 정부 당시 대북지원을 비판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노무현 정권 당시 ‘반핵반김 국민협의회’ 대변인을 맡아 시청 앞 대규모 집회를 벌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돼 옥고를 치르는 경험도 했다. 힘든 일들은 반복적으로 벌어졌고, 사무실 압수수색이나 검찰, 경찰의 조사는 일상이 되었다. 이와 동시에 애국 보수 세력은 점점 그 세를 넓혀갔다. 

그러나 보수 운동을 하는 젊은이들은 많지 않았다. 한 번은 대규모 김정일 규탄 집회를 계획하는 자리에서 한 원로가 “보수 운동에 젊은 사람들이 없다. 또 애국 운동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드는데 돈을 내는 사람들이 없다. 이러다 전쟁 나면 다 죽는다”고 걱정했다. 

이 말에 나는 “우선 여기 계신 분들의 자녀부터 집회에 나와야 합니다. 또 전쟁 나면 재산이 다 사라지는데 집이라도 팔아서 애국해야 합니다. 지금 회의장을 나가면 원로들의 운전 기사들이 대기하고 있는데 그런 것부터 절약하면 됩니다”라고 말해 회의 분위기가 썰렁해진 기억도 난다. 

국회의원, 장관 출신, 군대에서 별을 단 화려한 원로들이 즐비했지만 그 중 일부는 존경받지 못할 행동을 하는 분들도 있었던 게 사실이었고, 보수 정권이 들어서자 정권으로부터 좋은 자리를 받고 애국 활동 일선에서 사라진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상당수의 원로들은 애국자들이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얼마 전 국민행동본부의 서정갑 회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몇 년 전부터 보수 단체가 우남 애국상을 주는데, 필자의 이력을 보내라는 것이었다. 물론 결과는 없었다. 서정갑 회장은 “젊은 사람들을 키워야 하는데 아쉽다”고 위로했다.

물론 상을 바라고 애국 활동을 벌이는 것은 아니지만 젊은 인재를 키워야 함에도 친목 모임처럼 운영되는 보수 활동은 아쉽기만 하다. 이런 점은 자유청년연합의 장기정 대표, 미디어워치의 변희재 대표 등도 나와 같은 생각이다. 

2007년 좌익 운동가들이 보수로 전향, 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보수 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대중 동원 능력이 미약했기 때문에 아스팔트 우파의 도움을 받았는데, 정통 보수들은 이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뉴라이트 출신들은 정부의 요직에, 또는 국회 등으로 제도권 진입에 성공했다. 

문화운동으로 변신해야 

이런 기회에도 아스팔트 청년 우파를 제도권에 진입시키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오히려 일부 원로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찾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애국보수 운동을 자신의 입신에 활용하려는 일부 기회주적 보수들이 있는 한 아스팔트 우파는 영원히 아스팔트에 남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스팔트가 기회의 땅으로 변하고 있다. 투쟁 방식이 문화와 미디어로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연평해전’은 젊은이들의 의식을 크게 바꿔 놓았다. 미디어워치의 변희재 대표는 올해부터 언론 감시 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이미 일부 보수 운동가들은 문화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런 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신의한수’에 출연 중인 신혜식 대표와 변희재 씨.

아스팔트 우파들의 활동에는 한계가 있으므로 자생적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아스팔트에 피켓을 들고 싸우는 방식과 함께 애국 문화를 선보여야 한다. 우파의 노래와 춤을 만들어야 한다. 이런 문화적 접근을 통해 애국세력의 기반을 넓히는 것만이 아스팔트 우파와 애국세력이 더 큰일을 도모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하는 이유가 있다. 과거 좌파들은 문화 운동에 열중했고, 이들은 지금 문화를 장악, 부와 명예를 동시에 누리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장악한 문화 권력은 이제 흔들리고 있다. 말로는 기득권을 비난하고 가난한 자를 배려한다고 하지만 이들은 이미 기득권이 되었다. 그 예로 연극계의 무명인들의 출연료는 회당 만 원이다. 반면 유명인은 수백만 원이 넘는다. 

전국 대학에서 매년 배출되는 수천 명의 문화계 자원들은 그나마 만 원짜리 일자리가 없어서 절망하는 현실이다 보니 이제 많은 젊은이들이 문화계 좌파들을 혐오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유명인은 세월호와 좌파들의 시위를 따라다니며 기득권을 비난하지만, 이 유명인의 강연료는 상상을 초월한다. 한 문화계 인사는 “재벌보다 수백 배 나쁜 놈들이 문화계 좌파야. 지들은 수억 원씩 벌면서도 만 원 출연료를 받는 후배들 걱정은 눈곱만큼도 안 하는 인간들이지”라고 말을 할 정도다. 

이런 불만 세력을 애국세력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애국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애국 운동의 마당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 아스팔트를 애국보수의 문화마당으로 만드는 일을 이미 시작한 이들도 있다. 또 성공의 결실을 본 이들도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애국세력이 싸워온 아스팔트는 새로운 기회를 줄 것이 분명하다. 거리는 대중과 함께 하는 장소다. 피켓과 구호만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방식을 뛰어넘는 것 그것만이 아스팔트 우파가 살아남는 길이고, 애국운동이 성공하는 길이다. 

다시 강조하지만 아스팔트 우파가 살아남는 길은 새로운 투쟁의 방식을 만들어야 하고, 그것은 문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숨어 있는 우파 문화계 인사들과 접촉해야 한다. 또 이미 이 일을 시작한 이들에게 힘을 보태야 한다. 결전의 날은 다가오고 있다. 문화를 선점하는 사람이 미래를 선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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