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First Mover 전략’ 추구해야
‘제조업 First Mover 전략’ 추구해야
  • 미래한국
  • 승인 2015.12.3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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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대한민국 생존의 길

대한민국 제조기업들, 신기술로 무장하려면 국가 총 R&D 투자를 GDP 대비 5%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2016년은 박근혜 정부 4년차가 되는 해이며, 이제 대통령 임기 2년을 남겨 놓았으니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 박성현 한국과락기술한림원 원장·미래한국 편집위원

2013년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건 국정지표 중의 하나가 “과학기술을 국정 운영의 중심에 두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이 지표를 달성하기 위해 현 정부가 어느 정도 노력했는지, 얼마나 달성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아직 2년의 재임 기간이 남아 있으므로 시간은 있으며, 특히 2016년 과학기술 분야에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과제들에 대해 국가적인 관심을 집중하여 실천 의지를 보여주기 바란다.

이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하고, 확실하게 선진국으로 진입하여 후손들에게 아시아 중심국가 대한민국을 물려줘야 할 것이다. 

과학기술의 폭넓은 진흥정책을 펼쳐 과학문화를 확산해야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와 과학기술부를 합쳐 교육과학기술부를 만들면서 교육과 과학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이번 박근혜 정부에서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하는 창조경제를 국정철학으로 하고, 이를 전담하는 부서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를 만들었다. 

현재 객관적으로 평가할 때 ICT는 제 역할을 하고 있으나, 과학기술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 창조경제는 반드시 성공해야 일자리 창출도 되고, 경제도 살아날 것이다. 그러나 창조경제는 ICT 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과학기술의 폭 넓은 진흥정책을 통해 과학문화가 온 국민에게 확산되고, 이를 통해 창조경제 성공을 위한 수많은 과학적 아이디어들이 제안되어, 창업으로 그리고 산업화로 이어져야 창조경제는 그 싹을 키울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국가의 백년대계다. 새해에는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정부의 위정자들이 종합적인 과학기술 발전이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과학문화가 온 국민의 중심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획기적인 노력을 경주하여 주기 바란다. 

우리 국민에게 당혹감을 준 세월호 참사 같은 사건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했지만, 사건 이후 초등 대응과 수습과정에서의 과학적 시스템 부재는 우리에게 심각한 무력감을 안겨 줬다.

세월호 사건과 같은 위험한 재난 상황에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자율 로봇을 시급히 개발해야 하며, 스마트폰 등 휴대용 통신기기를 이용한 새로운 첨단 재난구조 시스템 역시 다양하게 개발되어야 한다. 

이러한 대응책들은 만일의 사고에 대비한 과학적인 표준지침(매뉴얼)을 만들어 우리 사회에 정착되도록 해야 하고, 이를 준수하는 과학문화가 확산될 때 제대로 뿌리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과학문화 확산은 그냥 오는 것은 아니며, 이는 과학기술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투자를 지속할 때 따라 오는 것이다. 미래부가 제 역할을 마음껏 수행할 수 있도록 정부도 미래부에 힘을 실어주고, 모든 과학기술인들이 합심하여 미래부를 중심으로 우리나라가 과학한국으로 나아가는 초석을 2016년에 만들기를 희망한다. 

과학기술인들의 사기진작에 나서야 

1997년 말에 닥친 IMF 외환위기 시절에 정부 출연연구소(이하 출연연) 연구원들의 정년을 61세로 낮춘 이후 20년이 거의 다 되는 시점인 지금도 65세로 정년이 환원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정년 연장 없이 임금 피크제를 강제로 도입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또 비정규직 연구원이 대폭 증가했다. 

이로 인해 출연연구소 연구원들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어 출연연으로부터 놀라운 과학기술 혁신기술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이는 국가적으로 보면 엄청난 손실이다. 출연연 연구원들의 정년 환원이 이뤄지고, 환원으로 연장된 기간에 대한 임금 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이 타당하다. 

과학기술인들의 사기진작과 관련하여 좋은 소식은 ‘과학기술유공자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2015년 11월 30일에 국회를 통과한 것이다. 이 법에는 대한민국 과학기술 발전에 뛰어난 공헌을 한 과학기술 유공자를 예우하고 지원함으로써 과학기술인의 명예와 긍지를 높이고, 과학기술인이 존중받는 사회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예우의 종류로는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 헌액, 과학기술 관련 행사 초청 및 의전상의 예우, 대통령령이 정하는 복지시설 등의 편의 제공, 출입국 심사 우대, 국가과학기술정책 수립에 관한 자문 등이 들어 있다. 또 정부가 5년마다 과학기술유공자 지원계획을 수립하도록 했으며, 기타 상세한 사항은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2016년에는 이 법에 기반 한 지원계획이 어떻게 짜질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새해에는 과학기술인들의 사기가 획기적으로 진작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과거의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보면, 2000년대 들어 ‘국민의 정부(김대중)’와 ‘참여정부(노무현)’에서는 연평균 증가율이 각각 10% 이상을 기록했다. MB 정부에서도 그 증가율이 9.6%에 달했다. 반면에 현 정부는 2014년에 3.4%, 2015년에 6.6%로 평균 5% 정도였으나, 내년도에는 0.2% 증가로 사실상 동결된다. 정부 연구개발투자가 동결되는 것은 1991년 이후 25년 만의 일이다. 

▲ 우리나라 과학기술계도 기후·환경·질병 등 인류 공동과제에 대한 국제협력에 적극 참여해 국격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한다. 사진은 지난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총회 장면.

정부는 연구개발 투자 확대해야 

우리나라의 성장 동력의 원천이 R&D에 있다고 볼 때, 정부 R&D 예산을 줄이는 것은 창조경제를 핵심가치로 하고 과학기술과 ICT 진흥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국정목표로 두고 있는 정부의 의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2016년 초에 계획하는 2017년 R&D 투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두 가지의 장기적인 전략을 구사하기를 희망한다. 

첫째, 정부 R&D 투자와 민간 R&D 투자를 합친 국가 총 R&D 투자를 GDP 대비 5%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난 20여 년 간 총 R&D 투자는 지속적인 증가로 국가 발전에 지대한 기여를 했으며, 드디어 2013년에 국내총생산(GDP)의 4.15%에 도달하여 세계 1위가 되었다. 이는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총 R&D 투자액은 미국의 9분의 1, 일본과 중국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아직은 미래를 위한 투자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되는 시점이다. 2017년까지 국가의 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위해 GDP 대비 총 R&D 투자를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공약은 지켜져야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R&D 투자도 늘리고, 기업의 R&D 세제(稅制) 지원도 당분간 지속하면서 5% 달성 전략을 밀고 나가야 하며, 우선 2017년 정부 R&D 투자 증가율을 정부 총 지출 예산 증가율보다 많게 책정해야 할 것이다. 

둘째, 정부 총지출 예산의 5%를 R&D에 투자해야 한다. 2016년 정부 R&D 예산인 18조 9363억 원은 총 지출 예산인 386.7조 원에 비하면 4.90%로, 2013년에 처음으로 5.00%를 달성하고, 2014년, 2015년은 각각 5.00%, 5.03%를 유지하다가 2016년에 다시 5%를 하회하는 예산이 됐다. 

이 5%는 매우 상징성이 큰 숫자로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R&D 투자가 중요한 성장 동력인만큼, 과학기술기본법에 정부 R&D 예산을 정부 총지출 예산의 5% 이상으로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시점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국가 총 R&D 투자 중 정부 R&D 투자 비중이 2013년에 24.0%로, 주요 선진국인 프랑스(37.3%), 미국(37.1%), 영국(34.7%), 독일(30.2%) 등과 비교할 때 상당히 낮은 편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정부가 선도적으로 R&D 투자를 견인할 필요가 있으며, 현재의 24% 수준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은 정부 총지출 예산의 5%를 R&D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으며, GDP 대비 국가 총 R&D 투자 5% 목표 달성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넛크래커 신세를 벗어나기 위한 정책 추구해야 

우리나라는 중국에는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일본에는 기술과 품질 경쟁에서 밀리는 소위 ‘넛 크래커(nut cracker)’ 신세가 되었다. 그 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 온 주력산업은 차례로 중국에 세계 시장 점유율을 추월당하고 있다.

철강과 정유는 2003년에, 석유화학은 2004년에, 그리고 자동차와 조선해양은 2009년에 이미 중국에 자리를 내줬다. 현재 앞서가는 디스플레이, 반도체, 스마트폰도 턱밑까지 추격당하고 있다. 

이러한 넛 크래커 신세를 탈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다음 두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우리 제조기업들이 신기술로 무장한 ‘제조업 First Mover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학은 신기술에 대한 기초연구를, 출연연은 응용연구를 통해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기업은 개발연구를 통해 생산기술을 확보하고 신기술을 상업화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술이 제품으로 승화하려면 산·학·연·관(産學硏官)이 함께 모여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야 한다. 또 새로운 성장 동력의 지속 공급을 위한 생태계 차원의 ‘아이디어에서 생산까지’의 가치흐름의 주기단축과 창업 및 투자활성화가 일어나야 한다. 

둘째, 서비스 산업의 고품질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시켜 중국과 일본을 앞질러야 한다. 성장률 둔화를 극복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에 눈을 돌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서비스 산업에서도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인천국제공항이 10년 연속 세계 ‘공항서비스’ 분야 1위를 받은 것은 대단한 업적이다. 

2016년에는 넛 크래커 신세를 탈출하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정부를 비롯한 모든 국민들이 힘을 합치기를 기원해 본다. 

과학기술의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해 나가야 

우리나라는 2012년에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을 상회하는 나라들의 통칭인 ‘20-50 클럽’에 세계 7번째로 가입한 바 있다. 우리보다 앞선 6개국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이다. 이제 한국도 당당히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국력을 갖게 된 것이다. 

2014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혁신역량은 OECD 30개국 중 7위에 속해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과학기술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 분야에서의 국제적 위상은 아직 선진국 대열에 끼기에는 거리가 멀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한 국가가 글로벌 협력 없이 스스로 발전하기는 어렵다. 인류 공동과제인 기후변화, 환경보존, 질병퇴치, 식량수급 등의 전 지구적 문제는 국가 간 공동 노력이 필수적이다. 올해는 ‘20-50 클럽’ 위상에 걸맞게 과학기술 분야의 국제협력에 적극 참여해 국격(國格)을 높여가야 하며, 이를 위해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과학기술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확대다. 한국은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했는데, 정부가 기여하는 ODA 자금은 2013년 총국민소득(GNI) 대비 0.13%(약 17.5억 달러)로, 비율의 순위로는 16번째이고, 유엔의 2015년 목표치인 0.70%에 많이 못 미친다. ODA도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주관하면서 과학기술 분야의 ODA 사용은 미미하다. ODA 아젠다에 과학기술 분야를 명기하고, 관련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둘째, 과학기술 관련 국제공동연구 및 국제협력을 주도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다. 각종 국제행사의 한국 유치 및 한국인의 국제기구 진출도 장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엔 산하 한림원 관련 조직으로는 국제과학평의회(ICSU)와 국제한림원패널(IAP) 등이 있다. ICSU에서 주도하는 ‘미래지구(Future Earth)’나 IAP에서 주도하는 ‘과학소통(Science Communication)’ 과제 등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국제공동연구나 국제협력을 강화하려면 미래창조과학부 주관으로 ‘과학기술 글로벌 협력위원회(가칭)’를 설치하여 가동할 필요가 있다. 시스템이 없으면 지속 가능한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개도국에 ‘적정과학기술센터’를 더 적극적으로 설립·지원해야 한다. 이 센터는 과학기술을 활용해 개도국 삶의 질을 개선하고, 지역개발과 연결된 과학기술을 연구 개발하는 조직이다.

2014년 2월 캄보디아 프놈펜에 있는 국립기술대학에 물과 관련된 ‘한·캄보디아 적정과학기술센터’가 설립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사례다. 이와 같은 센터가 더 많은 개도국에 설치되기를 희망한다. 이와 같은 활동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글로벌 리더십이 강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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