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대변혁과 한반도
역사적 대변혁과 한반도
  • 미래한국
  • 승인 2016.01.0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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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강연]

우리 스스로의 외교적 역량으로 반도국가의 이점 최대한 살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양쪽과 우호협력관계 유지하면서 국가 발전 도모해야 

[편집자 주] 이 원고는 지난 2015년 12월 14일 사단법인 김상철기념사업회의 ‘제2회 자유·정의·평화상’을 수상한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본지 고문)의 기념 강연 내용이다. 

남시욱 세종대 석좌교수·미래한국 고문 

오늘 본인에게 수여된 자유·정의·평화상은 우리 한국의 민주화와 반(反)주사파, 반김(反金), 반핵(反核), 그리고 북한인권 운동에 앞장섰던 고(故) 김상철 선생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뜻 깊은 상입니다. 제2회 수상자로 부족한 본인을 선정해 주신 심사위원 여러분에게 우선 깊은 감사를 드리고자 합니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20년간은 대한민국이 6·10항쟁이라는 시민혁명을 통해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함으로써 근대적 의미의 민주적 국민국가를 완성한 질풍과 노도의 시대였습니다. 판사생활을 하던 그는 1980년 초 신군부의 등장을 계기로 법복을 벗어던지고 인권변호사로 나섬으로써 그 질풍과 노도의 한가운데에 섰습니다. 

김 변호사는 1987년 6·10항쟁 당시에는 민주헌법쟁취국민운동본부(국본) 상임집행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직접 거리에 나섰습니다. 당시 그의 활약상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때 동아일보 편집국장이던 본인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직선제 개헌 관철, 그리고 6·10항쟁을 신문에 대서특필하면서 언론인의 입장에서 나름대로 민주운동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요즘 현대사 교과서 문제로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습니다만, 김상철 선생은 이미 1990년대 초에 “그간 적잖은 무리와 비리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의 기초가 올바로 놓여졌음을 피차 재확인해야 한다.

그 기초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곧 인격의 존귀성이며, 토대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이다. 이데올로기나 시회제도가 인간의 행복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며, 자기가 믿는 정의라 해서 억압적 제도와 통제적 계획을 통한다면 결국 자발성과 창의를 쇠퇴시키므로 사회를 황폐화 시킬 뿐인 것이다”라고 역설했습니다. 

한반도의 문명사적 전환 

오늘은 김상철 선생이 세상을 뜬 지 만 3년이 되는 날입니다. 그분은 2012년 12월 13일 타계하셨기 때문에 정확히는 3년 하루가 되는 날입니다. 불행하게도 김 선생이 생전에 염원했던 각 분야의 개혁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은 2006년에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진입한 뒤 9년째 중진국에서 선진국 진입을 못하고 있습니다. 2014년의 1인당 소득이 2만8000달러여서 2015년에는 우리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올해에는 전세계적인 경기침체 때문에 수출조차 크게 부진해서 2011년부터 4년 연속 이어온 무역 1조 달러의 달성이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와 우리 경제에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새해의 경제가 더욱 어렵다는 예측입니다. 경제 뿐 아니라 정치의 후진성도, 공무원의 기강도, 이념의 혼란도, 교육의 문제도, 그리고 양극화 문제도 개선된 것이 별로 없습니다. 

오늘 본인은 이 영광스러운 자리를 빌려 현재 국제사회가 당면한 역사적 대변혁과, 이로 인해 동북아와 한반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명사적 전환에 관해 몇 가지 소회를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최근에 일어난 프랑스 파리에서의 이슬람 과격세력 IS가 저지른 참혹한 테러는 단순한 종교적 인종적 갈등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도 조직적이고 규모가 큰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본인은 이 사건이 2001년 미국의 9·11대참사와 함께 새뮤얼 헌팅턴이 주장한 아주 논쟁적인 이론인 ‘문명의 충돌’론을 뒷받침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1996년에 발표된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은 일종의 ‘황화론’(黃禍論)이 아니냐는 비판도 받았지만 그는 9·11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만약 오사마 빈 라덴을 아랍사회가 옹호한다면 그것은 바로 문명의 충돌이 된다고 대답했지요. 그런데 그를 숨겨준 아프가니스탄이 그의 인도를 거부했다가 부시 대통령의 명령으로 미국의 침공을 받고 탈레반 정권이 붕괴했으니 헌팅턴의 문명충돌론은 근거가 있는 이론이 된 셈이지요. 

그러면 오스발트 슈펭글러가 1918년에 쓴 <서양의 몰락>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서양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의 국가부도 상황을 보면 그의 이론이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타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들이 강대한 페르시아제국과 싸워서 이긴 찬란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들 도시국가들은 내전으로 그 맹주였던 아테네가 멸망했습니다. 그리스는 15세기부터 약 4세기 동안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통치를 받아 근대국가로의 발전을 제대로 못했지요. 

▲ 중국이 향후 미국의 패권을 능가하 수 있다는 평가에는 이견이 많지만, 동사이아에서는 이미 초강대국으로 등장했다는 것이 현실이다. 사진은 중국의 한계를 주장한 조지프 나이 교수와 그의 저서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

서양의 쇠퇴, 아시아의 시대 

본인은 지난 10월 영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엘리자베스 여왕과 함께 왕실의 황금마차를 타고 버킹엄 궁으로 가서 그곳을 숙소로 쓰는 등 최고의 환대를 받는 광경을 보고 ‘서양의 몰락’까지는 아니더라도, ‘영국의 쇠퇴’를 목격하는 듯한 감을 가졌습니다.

시진핑은 영국에 우리 돈으로 44조 원짜리 원자력발전소 프로젝트를 비롯한 대규모 경제 원조를 제공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 대신 영국 측은 중국의 인권 문제에 침묵했습니다. 

시진핑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은 세계 경제성장을 견인하는 강력한 동력으로 계속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역설했습니다. 미국의 견제를 무릅쓰고 중국이 AII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가 2016년에 본격적으로 업무를 개시하면 아마도 서구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 대한 경제 협력이 본격화 할 것입니다.

우리는 1840년 영국이 청나라와 아편전쟁을 일으켜 홍콩을 획득한 다음 다른 유럽 강대국들과 함께 중국을 ‘반(半)식민지’로 만든 주역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갖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미국의 가장 친밀한 동맹국인 영국이 중국의 돈을 얻기 위해 중국의 외교적 공세 앞에 이처럼 저자세가 된 것은 세계의 힘의 중심이 이미 서양에서 아시아로 이동했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 시점은 언제일까요. 2007년 1월 열린 다보스 포럼의 주제가 ‘힘의 이동 방정식’이었으니까 21세기가 시작되면서부터라고 해야겠지요. 본인은 국제사회, 특히 우리 한국이 그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기 시작한 시점을 중국의 GDP가 일본을 추월한 2010년으로 잡고 싶습니다. 

아시아는 워낙 땅도 넓지만 중국과 함께 또 다른 신흥대국인 인도도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세계 최다 인구의 민주국가라 불리는 인도는 성장 속도가 중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입니다. 21세기 중반이 되면 중국과 인도 두 나라가 세계 1, 2위의 경제대국이 되어 21세기가 명실공히 ‘아시아 시대’가 될 것이라고 IMF에서 예상했습니다. 

이제 눈을 동북아로 돌리면 한반도가 속해 있는 이 지역은 아직 한중일 3국간에 상호불신이 가시지 않은 이른바 ‘아시안 패러독스’ 지대, 즉 역내(域內) 국가들끼리 경제적으로 긴밀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소원한 지역입니다.

역사분쟁과 영토분쟁으로 한일(韓日), 중일(中日) 관계가 점점 더 꼬이고 있습니다. 일본 아베 정권의 역사수정주의 노선과 팽창정책과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정책, 그리고 중국의 패권 도전, 북한의 핵개발 등으로 서로 갈등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발상과 새로운 행동양식 필요 

최근 미국의 외교평론가인 스티븐 코스텔로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동북아의 5갈래 추세를 ①한국의 독립성과 지역적 주체성(regional agency)의 증가 ②일본, 한국, 오스트레일리아의 중강국(middle power) 실체와 정체성의 증대 ③미국의 동북아에서의 외교력과 군사력의 상대적 쇠퇴 ④중국의 공격적인, 그러나 지속적인 취약성을 가진 민족주의 ⑤인프라 건설자금 조달의 증대와 그 결과로서의 정치적 흥정을 들었습니다. 동북아의 새로운 지역적 특징을 상당히 예리하게 분석했다고 봅니다. 

이제 우리는 이 역사적 전환기를 맞아 과거 냉전시대의 사고에 얽매이지 않는 새로운 발상과 새로운 행동 양식, 즉 고차원의 외교로써 대처해야 합니다. 

서양외교사를 보면 과거 영국의 전통적인 외교정책목표 중 하나가 유럽대륙에 패권국가가 등장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독일이든 프랑스든 러시아든 특정 국가가 유럽대륙의 패권국가가 되면 섬나라인 영국의 국가이익에 반한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아시아 정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시아에 어떤 한 나라가 패권국가로 등장하는 것은 미국의 안보이익에 불리합니다. 이 때문에 일본과 인도로 하여금 중국을 견제하게 하는 것이 미국의 기본 정책입니다. 

이 점에서는 우리 한국의 입장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일본과 인도가 중국을 견제해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경제적으로도 중국에 대한 우리의 과도한 무역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ASEAN(동남아국가연합)과 일본, 인도와의 무역, 그리고 나아가서 미국, 유럽연합(EU) 등 다른 대륙 국가들과의 무역을 늘려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을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비판의 소리가 많았습니다. 비판이 나온 이유는 중국의 6·25 전쟁 개입 사실과 서방의 국가원수나 정부 수반의 전원 불참 사실, 한미동맹에 미칠 부정적 영향 등입니다.

이밖에 중국이 최근 남태평양의 인공 섬 건설 등  힘을 앞세운 공격적인 행태를 저지할 책임이 한국에도 있다는 이유를 든 경우도 있습니다. 스테판 해거드 교수(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와 대니얼 밥 박사(미국 사사카와 평화재단 소장), 그리고 짐 프리스터프 교수(미국 국방대학교)가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박 대통령은 2015년 9월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하기 전에 그 다음 달로 예정된 그의 방미(訪美) 일정을 이례적으로 미리 발표하는 등 미국 정부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오바마 대통령은 한 달 후 미국을 방문한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낸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중국과 아주 좋은 관계를 갖는 것을 미국은 원한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미국은 한국의 중국 경사론을 유포하는 일본의 일부 세력과는 달랐습니다. 다만 오바마는 중국이 국제규범과 법을 준수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에는 한국도 미국처럼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선임보좌관과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한·중 관계와 한·미관계는 제로섬(zero-sum)이 아니다”라고 못 박고 “한국이 미·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시각은 근본적인 오류”라고 밝혀 많은 한국 전문가들의 고정관념을 무색케 했습니다. 

친북, 반미, 反대한민국의 총본산은 북한 

이 같은 오바마의 요청에 부응해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린 연례 한미안보협의회의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민구 국방장관은 “남중국해 지역은 우리 수출 물동량의 30%, 수입 에너지의 90%가 통과하는 중요한 해상 교통로로 우리의 이해관계가 큰 지역”이라고 전제한 다음 “남중국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자제할 것을 국제회의 등 여러 계기를 통해 촉구해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3차 아세안 확대국방장관회의(ADMM-Plus)에서도 “남중국해에서 항해와 상공 비행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폐막 공동선언문에 넣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에 찬성하는 발언을 미중(美中) 양국 국방장관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서 행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한 장관의 발언을 통해 남중국해에서의 항행 자유라는 우리 자신의 국가이익과 미국의 동맹국으로서의 우리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그 만큼 한국의 외교 지평을 넓히는 데 성공한 것입니다. 앞으로 이 같은 한국 정부의 입장은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알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인민들이 억압과 기근 속에서 신음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우리 동포들의 더 이상의 참상을 막고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해서도 통일은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본인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웅비하려면 남북통일을 이뤄 ‘슈퍼 코리아’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이 뿌리를 캐어보면 남북 분단에서 비롯된 문제들입니다. 김상철 선생도 당시 김정일 정권을 그대로 두고는 대한민국에 안정도 없고, 발전도 어렵다고 봤습니다.

한국 사회에 번지고 있는 친북, 반미, 반대한민국, 반기업, 반세계화 풍조를 시정하는 방법은 하나 뿐으로, 해국(害國)의 총본산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 때문에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북한의 독재정권이 하루 빨리 종식되고 북한이 자유민주국가로 통일되기를 소원하게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미국과 중국을 올바르게 보는 안목 

통일은 우리의 중요한 국가 목표이기 때문에 이를 달성하기 위한 통일외교와 안보문제가 상충되는 외교적 딜레마에 빠질 수 있습니다.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중국과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중국이 반대하는 통일은 당분간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북한에 가장 영향력을 가진 중국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한반도는 임진왜란 때부터 오늘까지 대륙과 해양세력의 각축장이 되어왔습니다. 우리는 당시 약소민족으로서 19세기 말 청일전쟁 때까지는 대륙세력인 중국의 영향권으로 있다가 그 후에는 해양세력인 일본의 식민지가 된 다음 해방 후에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다시 대륙세력인 러시아와 해양세력인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갔습니다. 

지정학적으로 우리는 과거나 지금이나 반도 국가이기는 마찬가지지만 이제 더 이상 남의 지배를 받아야 하는 약소국이 아닌, 중강국(中强國)으로 성장했습니다. 국제사회 역시 크게 변해서 무력만이 능사인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지금은 외교의 시대입니다. 이제부터는 우리 스스로의 외교적 역량으로 반도국가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양쪽과 우호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국가의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조지프 나이 교수도 “한국은 반도국가로 역사적으로 양쪽에 강대국을 두어왔다. 어느 한쪽에만 의존하면 균형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현재 한미중 3국이 합의한 북한 핵무기 개발중단 문제가 과연 실현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지만 좌우간 어떻게든 결론이 날 터이니 우리는 지켜 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는 물론이고 한반도의 통일 이후, 즉 북핵이 폐기된 이후에도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 유지를 위해서는 미국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 본인의 소견입니다. 미국은 오바마의 말처럼 태평양국가이며 태평양으로 아시아와 격리된 것이 아니라 태평양을 매개로 아시아대륙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국이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과 EAS(동아시아정상회의) 가맹국이 되고, 최근에는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라는 일종의 경제동맹을 만든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차제에 우리는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미국과 중국을 올바로 볼 줄 아는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는 2008년 11월 발표한 보고서 ‘세계의 추세 2025년(Global Trend 2025: A Transformed World)’에서 2025년쯤 미국의 패권 체제를 비롯한 전제 국제체제가 무너지는 혁명적 사태가 벌어질 것이며,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이 새로운 위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로 인해 세계가 불안정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러나 1987년 <강대국의 흥망>이라는 책을 내 충격을 줬던 미국 예일대학 폴 케네디 교수는 2008년 10월 12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발표한 기고문에서 군사적 과잉 팽창과 과도한 재정적자로 미국의 국력이 쇠락하였지만 ‘미국의 세기’가 당장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종래의 주장을 약간 바꿨습니다. 그에 의하면 오스만제국, 합스부르크 왕가, 대영제국 같은 제국들이 무너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입니다.

복잡한 중국 국내 사정 

앞에서 잠깐 언급한 나이 교수가 2015년 1월 발간한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라는 저서가 한국에서도 번역 출판되어 지금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는 이 책에서 중국은 앞으로 국가의 힘의 근원인 경제, 군사, 소프트 파워의 세 가지 측면에서 미국을 넘어서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나이 교수는 “미국이 1970년대 소련, 1980년대 일본의 힘을 얼마나 과대평가했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앞으로 한 세대가 지날 때까지는 미국의 세기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면서 섣부른 미국 쇠퇴론이 미·중 간 불필요한 갈등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나이 교수에 의하면 미국이 쇠퇴한다는 잘못된 믿음은 러시아가 모험을 택하도록 자극하고 중국이 이웃 나라들에 더 고압적으로 나오도록 부추긴다는 것입니다. 미국은 두려움 때문에 과잉행동에 나서거나 문을 닫아걸게 될 수 있고, 미국이 쇠퇴하리라는 걱정이, 지나친 애국주의의 분출과 보호주의 정책으로 이어져 스스로를 해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본인은 나이 교수의 주장이 어느 정도 정확한지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만, 현재의 복잡한 중국의 국내 사정만을 보아도 그의 주장이 타당한 것으로 짐작됩니다. 중국은 설사 GDP(국내총생산)에서 머지않아 미국을 따라 잡는다 하더라도 1인당 국민소득에 있어서는 미국 대비 5분의 1이 되기 때문에 상당기간 동안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중국이 정치적으로 공산당 일당 독재를 계속하는 한 선진국이 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중국이 국내적으로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고, 대외적으로도 현재 남중국해에서 보이고 있는 고압적 자세 때문에 국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아시아에서는 막강한 정치적 군사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초강대국으로 등장한 사실, 그리고 우리의 이웃 국가라는 사실만은 잊어서는 안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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