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테러 어찌하오리까?
무슬림 테러 어찌하오리까?
  • 이상민 기자
  • 승인 2016.01.05 0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파원 리포트] 테러 공포에 떠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샌 버나디노 테러로 인해 미국은 새로운 차원의 ‘테러와의 전쟁’에 직면

현재 미국인들이 가장 우려하는 이슈는 ‘테러’다.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지난 12월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테러가 1위에 올랐다.

그 전달인 11월 15일 여론조사에서 테러는 미국인들이 가장 우려하지 않았던 이슈였는데, 파리 테러 참사에 이어 12월 2일 샌프란시스코의 샌 버나디노에서 테러가 발생하면서 테러의 위험성이 급부상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신문들의 여론조사에서도 테러와 국가안보는 미국이 현재 직면한 가장 중요한 이슈로 나타나고 있어 2001년 9·11 참사 이후 지금까지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 공격이 일어나지 않아 마음을 놓았던 미국인들이 다시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12월 15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초중고 공립학교를 겨냥한 테러 위험이 있다며 로스앤젤레스 교육구에 속한 60여만 명의 초중고 학생들의 등교를 금지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지금 미국인들이 테러에 초비상하고 있는 대표적인 방증으로 풀이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2월 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한 대(對)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은 새로운 차원의 테러와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고 밝혔고, 연방의회는 미국과 비자면제협정을 맺은 38개국 사람들 중 지난 5년 동안 이란, 이라크, 시리아, 수단을 방문했던 사람들의 경우 비자를 받아야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민주·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각 당의 경선에서도 테러는 제1 주제로 부상했다. 지난 12월 15일 열린 마지막 공화당 경선 후보 TV토론회에서 각 후보들은 미국을 테러로부터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저마다 입장을 표명했다. 이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것은 공화당 경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주장한 외국 무슬림들의 일시적인 미국 입국 금지다. 

▲ 2015년 12월 15일 테러 위협으로 LA 교육국이 등교를 금지함으로써 문을 닫은 한 고등학교.

‘무슬림 입국 금지’ 외친 트럼프에 비난과 찬사 쏟아져 

트럼프는 지난 12월 7일 2차 세계대전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일본이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자 미국 내 일본계 미국인들을 강제로 수용소에 감금했다며, 그때처럼 국가안보를 위해 일시적으로 외국인 무슬림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은 민주당뿐만 아니라 공화당 지도부로부터도 맹비난을 받았다. 요지는 이렇다. 종교를 이유로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미국 헌법에 어긋난다. 미국 정부가 2차 세계대전 때 일본계 미국인들을 수용소에 가둔 행위도 이에 대해 후에 미국 의회가 공식 사과하고 보상금을 준 과오였다.

따라서 이를 정당한 근거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다. 또 이런 조치를 취하면 자칫 전 세계 16억 무슬림들의 반감을 사 미국의 안보가 더 위태롭게 될 것이라며 비난했다. 미국인의 60%도 트럼프의 이 주장을 반대했다. 

하지만 공화당원 중 60%는 트럼프의 이 주장을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12월 14일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에서 공화당원들 사이에서 지지율 38%로 경선 후보 중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의 지지율 38%는 역대 최고로, 2위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지지율(15%)과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공화당원 중 63%는 트럼프가 주장한 외국인 무슬림들의 미국 입국 금지를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를 열렬히 지지하는 공화당원들은 주로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연소득 5만 달러 미만의 백인 남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앞뒤 안 가리고 테러 위협이 있으니 외국인 무슬림들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겠다는 트럼프의 이른바 ‘선동’에 속이 후련하다며 환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외국인 무슬림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자는 트럼프의 주장이 일부 미국인들 사이에 호응을 얻으면서 미국 사회의 반(反)무슬림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샌 버나디노 테러가 무슬림 부부의 소행으로 알려진 후 자신을 테러리스트로 보지 않을까 우려하는 미국 내 무슬림들은 숨을 더 죽이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모스크 방화 등 반무슬림 사건들이 일부 발생하고 있고, 미국 내 무슬림들은 다른 미국인들로부터 감시와 차별을 받지나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들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로 ‘테러’가 부상하면서 공화당을 중심으로 시리아 난민 1만 명을 받아들인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난민들 가운데 IS 소속 테러리스트가 들어올 가능성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인도주의적 입장에서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여야 한다며 철저한 신분 검사를 통해 난민을 수용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1만 개의 초콜릿 중 10개가 썩어 있는데 어떤 게 썩은 건지 모른다면 누가 안심하고 초콜릿을 먹겠느냐는 비유를 들며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미국이 테러의 위협에 반(反) 무슬림을 기치로 세우고 국내외적으로 무슬림들을 거부하는 고립 카드를 꺼내면 무슬림들의 반발을 초래해 ‘무슬림 대 서구 기독교’라는, IS가 의도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른바 ‘문명의 충돌’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미국이 이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