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언론, 勞營야합의 철밥통 깨부숴라
공영언론, 勞營야합의 철밥통 깨부숴라
  • 미래한국
  • 승인 2016.01.05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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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대한민국 생존의 길

좌파 노조가 기득권을 틀어쥔 공영언론, 노영(勞營) 야합의 철밥통 깨부숴야 국민 눈높이에 맞는 방송으로 환골탈태 가능

우리는 주인 없는 공영언론사의 경우 실질적인 주인, 사장이 바로 그곳에서 30여 년을 일하는 직원들, 즉 노동조합이라는 사실을 과거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 박한명 미디어워치 온라인 편집장

지난 이명박 정권 시절 MBC 출신 구본홍 씨가 YTN 사장에 선임됐다가 노조 반발에 1년여 간 버티다 못해 결국 도망가다시피 그만둔 점, 김재철 사장이 2012년 MBC 파업을 거치면서 노조와 맞서 극한 대립 끝에 결국 해임 당했던 사실을 돌이켜보면 이해가 쉽다. 

사장은 3년 임기가 끝나면 떠나지만 노조는 그 언론사가 존재하는 한 영원하다. 당연히 사장 눈 밖에 나는 것보다 30년간 함께 할 동료와 선후배들 눈 밖에 나는 것을 훨씬 두려워한다. 이렇게 해서 ‘모두가 한통속’으로 갈 수밖에 없는 관계의 메커니즘은 좌우 이념의 문제를 넘어 공영언론 방향성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 된다. 

이런 조직문화를 가진 노조가 버티는 공영언론은 필연적으로 기득권화 돼 반(反)개혁적이고, 좌파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공영언론에 뿌리박고 있는 강력한 노조들의 상급단체가 계급론을 따르는 민주노총 산별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임을 볼 때 이들이 경쟁논리와 구조조정 등 개혁성을 강조하는 우파 정권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현상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2015년에는 공영언론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고대영 KBS 사장, 조준희 YTN 사장(대주주들이 공기업인 만큼 사실상 공영언론이다),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 우종범 EBS 사장 등 새로운 사장들이 줄줄이 선임됐고, 이사회도 새롭게 구성됐다. 특히 공영언론 이사회에 개혁적인 인사들이 속속 진입해 그 어느 때보다 좌파 노조가 기득권을 틀어쥔 공영언론 개혁에 대한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공영언론을 개혁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조그만 개혁 작업 하나에도 내부의 강력한 저항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또 좌우 노조 역시 이념을 떠나 모두가 한 식구인 터라 자신들의 이익 관철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방만한 경영이나 왜곡된 조직문화를 뜯어고치려는 시도는 기득권 노조세력의 저항에 번번이 좌절돼 왔다. 

여기에 개혁을 위해 앞장서야 할 공영언론 사장이 대부분 자사(自社) 출신이라는 점도 공영언론 개혁을 막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영언론의 방만한 경영, 미디어계 변화에 따른 경쟁력 하락, 정치예속화와 같은 적폐는 더 이상 방관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공감대 속에서 2015년 각 공영언론 이사회에 문제의식을 가진 개혁적 이사들이 여러 명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공영언론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개혁 작업에 나서야 한다. 2016년을 공영언론 개혁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2014년 문창극 왜곡보도에 이어 2015년에도 KBS 발 보도·방송 사고만 해도 굵직한 건이 여러 개 있었다. 2월 방영된 KBS 광복 70주년 특집 다큐멘터리 ‘뿌리 깊은 미래’는 방송이 나간 후,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부정적으로, 반미적 시각으로 그렸다는 여론의 매서운 비판을 받았다. 편향된 제작진이 제멋대로 만들고, 방송이 나가기까지 게이트 키핑(gate keeping)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이다. 

KBS의 경우 

6월에 ‘뉴스9’을 통해 보도된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 요청설’도 좋은 사례다. 일본 지방의 작은 도시에서 발견됐다는 문서를 근거로 이승만 정부가 6·25 전쟁 발발 사흘째인 6월 27일에 일본에 6만 명 규모로 망명 의사를 타진했다는 내용으로, 문서에도 없는 날짜까지 넣은 조작된 보도였다. 

이런 심각한 보도 사고 사례들은 KBS가 제작자에 과도한 권한을 준 편성규약에 근거하고 있다. 편향된 기자, PD들이 ‘뿌리 깊은 미래’와 같은 방송을 자신들 입맛대로 재단해 방송해도 국장, 본부장 등 윗선 책임자들이 제대로 사전 게이트키핑이나 데스킹 같은 기능을 할 수 없도록 무력화시키고, 허위 보도를 해도 기자에 책임조차 제대로 묻지 못하게 장치해놓은 것이 지금의 KBS 편성규약이다. 

다행히 새로 취임한 고대영 사장은 “새로운 (편성)규약의 핵심은 제작의 권한과 책임을 분명히 하는 데 있다. 제작의 지휘계통을 따라 책임의 규모에 맞게 권한을 설정할 것이다.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취임사에서 편성규약 개정 의지를 분명히 보여줬다. 

KBS 내부의 기득권 노조들이 툭하면 게이트키핑이나 데스킹을 무시하고, 또 보도 사고가 터져도 책임지지 않는 행태를 자주 보이는 것도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정연주 사장 시절 만들어진 편성규약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니만큼, 고 사장은 새해 이것만큼은 열일을 제쳐놓고라도 상식적인 수준으로 고쳐놔야 한다. 

또 하나, 정연주 사장 시절 도입된 팀장제 등 조직문화를 재점검해서 개선할 부분은 개선해야 한다. 잘 알다시피 정 전 사장은 노무현 정부가 KBS를 확 바꾸기 위해 과감히 꽂아 넣은 인사였다.

결과는 어땠나. 대성공이었다. 보수적 조직문화에 젖어 있던 내부가 노무현 정부에 걸림돌이 되리라 봤던 정 사장은, 그걸 바꾸기 위해 팀장제를 도입했고, 이 제도는 굳건히 뿌리 내려 지금까지 오고 있다. 

당시는 내부의 엄청난 반발과 혼란이 있었지만, 지금 어떤가. 정 사장은 그렇게 KBS 내부 조직을 파고들어 확 바꿨고, 결과적으로 KBS를 언론노조의 굳건한 진지처럼 뒤바꿔 놨다. 정 사장 당시 노조 권력을 잡았던 젊은 기자와 PD들이 지금의 노영(勞營)방송화 주역들이라는 점을 보면 한 명의 사장 인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준다. 

우파는 정 전 사장을 비판하지만 역설적으로 정연주 사장의 케이스는 개혁의 롤 모델이기도 하다. 과거 이병순 사장부터, 김인규, 길환영, 조대현, 지금의 고대영 사장까지 우파 정부가 앉힌 KBS 사장은 노무현 정부가 했던 그 과감성과 개혁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늘 어중간한 타협만 하다 사장들이 오고가고, 어수선하게 시간만 흘려보내는 동안 내부 노조 조직은 더 탄탄히 단결돼 갔다. 

고 사장이 어떤 개혁적 모습을 보여줄지 아직 모르지만, 본인이 사장이 될 수 있었던 점 인식하고 정연주 사장의 모델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투명한 예산편성, 감시로 경영합리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해야만 한다. 

▲ 사장은 임기가 끝나면 떠나지만 노조는 언론사가 존재하는 한 영원하다. 동료·선후배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한 ‘관계의 메커니즘’이 공영언론의 방향성에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MBC의 경우 

2012년 170일 간의 MBC 파업이 실패로 돌아간 후 극렬하게 투쟁했던 노조의 기세가 크게 꺾인 이후 일각에선 “MBC는 이제 됐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이제 됐다’는 의미는 2008년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보도와 같이 나라 전체를 패닉으로 몰아넣었던 왜곡, 허위 보도는 더 이상 나올 수 없을 것이라는 안도감이었다. 

사생결단식으로 회사 경영진과 극단적인 대립과 갈등을 겪었지만 장기파업으로 인해 금전적, 정신적 타격을 입었으니 다시 파업을 일으키고 정치선동 목적의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회를 혼란하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2016년 신년 초 현재 그 예상은 대체로 맞다. 하지만 그것이면 다 된 것인가. MBC가 할 일을 다 한 것인가. 이명박 정부 5년에, 박근혜 정부 근 3년까지 8년 동안 MBC가 무슨 일을 했는지 필자의 기억에 남는 게 없다. 

MBC가 파업 이후 김재철 사장 해임 소동을 겪은 후 한 일들 중 기억에 남는 것은 경력기자들을 대거 채용하고, 교양제작국을 폐지하는 등의 조직 개편, 직원들 징계, 소송과 같은 일들뿐이었다. 물론 지나치게 정치성을 띠는 MBC 언론노조를 견제하려는 회사의 고육지책 차원의 노력이나 강력한 노조에 흔들렸던 경영권을 강화하려는 내부의 시도를 깎아내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MBC의 그런 노력들은 결과적으로 내부 경영진의 입지를 다지는 데 기여했을 뿐, MBC가 전 정부는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등의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흔한 비교이지만 가장 선명한 사례를 들어보자. MBC는 노무현 정부 때 어떤 역할을 했나. 노 정부 기조에 맞춘 ‘MBC 스페셜’ 연속기획 10부작 ‘미국’, 재독간첩 송두율을 미화한 ‘시사매거진 2580’,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김현희 가짜 만들기의 PD수첩 등 MBC의 사시보도 프로그램들은 정권의 철학과 이념, 정책에 맞춘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당시로서는 MBC가 정부의 국정 운영을 위한 탄탄한 지원자가 됐던 셈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전쟁에 돌입하고 노동개혁 등 드라이브를 걸었는데도 MBC가 작심하고 만든 프로그램이 하나 없다. 노무현 정부에선 정부 정책과 관련해 온갖 주제의 프로그램이 만들어졌는데, 왜 우파 정부에선 시사교양보도가 만들어지기는커녕 축소돼야 하나. 이건 노조 탓으로만 돌릴 수 없는 경영진 의지의 문제다. 

KBS도 마찬가지지만 공영방송을 정말로 개혁하려면 각종 이해와 인간관계로 둘러싸인 내부 인사보다는 외부 인사가 들어가 과감하게 칼을 대는 것이 맞다. MBC 역시 그런 점에서 KBS와 마찬가지로 실패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MBC 출신의 안광한 사장은 그저 무난한 방송, 사고만 치지 않는 공영언론 수준에 만족하고 있다.

우파 정권 8년차인 2016년 MBC는 이제 달라져야 한다. 노무현 정부의 절반에도 못 따라가더라도 MBC가 공영방송답게 굵직한 시사프로그램 제작에 나서야 한다. 

또 하나 달라져야 할 것은 인사 문제다. 현재 MBC 내부에서는 원칙 없는 인사로 직원들의 불만이 높다. 특히 이윤재 공정방송 노조위원장을 갑자기 경인지사로 발령을 냈다가 노조 탄압 아니냐고 비판 여론이 생기니 인사 취소는 하지 않으면서도 상암 본사에 출장소가 있다는 이유로 다시 불러들였다. 원칙과 기준에 따른 인사였다면 이런 구차해 보이는 꼼수까지 쓸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회사에 쓴 소리를 한다는 이유 말고는 경인지사 발령의 이유를 하나도 찾을 수 없는 이 위원장 인사부터 2016년에 바로잡아야 한다. MBC가 원칙 없는 호불호 인사를 바로 잡아야 강성 언론노조에 대해서도 원칙을 바로 세울 수 있다. 

YTN의 경우 

보도전문 1등 채널의 이미지를 갖고 있던 YTN은 올해 말까지 4개월 연속으로 연합뉴스TV에 선두를 내추며 추락했다. 개국 4년차 밖에 안 되는 신생 보도채널에 1위 자리를 내준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가장 큰 문제는 뭐니 뭐니 해도 조준희 사장의 문제다.

은행장 출신, 언론 비전문가인 조 사장은 YTN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기조실장 등 요직에 노조 측 핵심 인사들을 앉혔고, 노조와 조 사장은 적당히 밀당을 주고받으면서 큰 소란 없이 YTN을 이끌고 있다. 

문제는 이런 와중에서도 메르스 바이러스 확산 때 ‘메르스 35번 의사 환자 사망’이라는 치명적 오보를 냈고, KBS의 이승만 일본 망명 타진설 오보를 받아 다시 오보를 하는 등 오보 사건도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YTN 내부에서 게이트 키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시스템이 고장 나 있다는 증거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근본 원인을 따진다면 결국 사장 선임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코스닥 상장기업이면서도 한전KDN 과 같은 공기업들이 대주주인 관계로 YTN은 공영언론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 주인 없는 회사가 대개 그렇듯 강성노조로 인한 고질적 병폐가 YTN에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임기 동안 적당히 편안히 지내다 가려는 사장, 개혁을 거부하며 회사의 주인이 되려는 노조 사이의 야합이 쉽게 이뤄지게 되고, 이로 인한 내부의 조직기강 해이는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뒤처지다 낙오되면, 구성원들은 더욱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노조는 더욱 더 강성으로 치닫게 되며, 제도 개혁이나 개선은 그만큼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들은 망하는 회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통된 현상들이다. 현재 YTN의 시청률 하락, 이에 따른 경영난, 시국선언에 참여한 강성노조의 정치예속화 등 주인 없는 회사의 전형적인 부정적 현상들이 지금 YTN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침체시키고 있다. 

YTN과 같은 공영 언론을 개혁하는 것은 결국 사장이 어떤 인물이 되느냐, 어떤 리더십을 보여주느냐에 달렸다. YTN에는 개혁 마인드를 갖춘 언론 전문가 출신의 사장이 선임돼 인사부터 시작해 내부 조직문화까지 빠르고 신속하게 바꿔야 한다.

YTN은 2016년에도 사장이 바뀌지 않는 한, 아니면 전혀 다른 리더십으로 변화를 주지 않는 한 보도 침체, 경영난, 강성 노조의 정치예속화 현상이 아마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YTN 개혁을 위해 필요한 것은, 크게 한 가지다. YTN에 개혁의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사장 선임, 대표이사 리더십의 변화다. 그것이 시작돼야 YTN 내부의 세부적인 개혁 작업도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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