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선거로 악마가 집권
민주 선거로 악마가 집권
  • 김용삼 미래한국 편집장
  • 승인 2016.01.30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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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의 오늘] 히틀러, 독일 수상에 오르다(1933년 1월 30일)

대중선동으로 적과 아군을 구분 짓고 흑백 논리로 이성을 마비시키고 적개심으로 흥분시켜 권력 쟁취에 성공 

1933년 1월 30일은 희대의 미치광이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 수상에 올라 인류 파멸의 길로 진격한 날이다. 괴테와 칸트와 헤겔, 베토벤으로 상징되는 나라 독일에서 어떻게 히틀러 같은 비이성적 인물이 집권하여 2차 세계대전이라는 집단 광기의 극한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이것은 거대한 미스터리 중 하나다. 

화가를 꿈꿨던 평범한 소년 히틀러는 미술 아카데미 시험에 두 번이나 낙방한 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1914년 군에 자원입대하여 군인이 된다. 바이에른 보병 16예비연대 소속으로 플랑드르에서 영국군과 용감하게 싸운다. 그는 혁혁한 공을 세워, 철십자훈장을 두 번이나 받았다. 

1919년 9월 어느 날 뮌헨의 육군 정훈국 요원 아돌프 히틀러는 독일노동당(1920년 4월 국가사회주의 독일노동자당, 즉 나치당)이라는 한 작은 정당의 회합을 사찰하고 오라는 지시를 받는다. 이 회합에서 우연히 자신의 정견을 피력할 기회를 얻었던 히틀러는 며칠 후 독일노동당으로부터 가입 허가를 받았다. 이것이 비극의 첫 단추였다. 

히틀러는 대중 연설에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인물이었다. 사람들을 선동하고 대중을 휘어잡는 마술적 카리스마가 있었기에 1921년 여름 열쇠 수리공 출신으로 당을 창건한 안톤 드렉슬러 등을 밀어내고 당의 지도권을 장악했다. 히틀러의 연설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렬한 힘이 있었다.

그의 선동은 마법이었고, 그의 위험천만한 이념과 주장은 1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인한 좌절감에 빠져 있던 독일 민족에게 복음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선전선동의 천재 괴벨스를 나치의 국민계몽선전상으로 임명하여 독일 국민들을 광란의 극단으로 몰아갔다. 

▲ 히틀러는 집단최면적인 선전선동이 국가권력과 결탁할 경우 인간을 얼마나 사악하게 몰아 가는지를 보여주는 실증 사례다.

“강과 호수도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히틀러의 나치당은 무수한 민족 극우정당의 하나에서 점차 세를 늘려 정치권의 태풍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1923년 11월 8일 나치당 돌격대를 동원, 바이에른 주 정부의 수뇌부가 모인 뮌헨의 한 맥주홀을 습격하고 우익혁명 정부 수립을 위한 쿠데타를 일으켰으나 실패하여 히틀러는 반역죄로 투옥되었다. 

히틀러에 대한 대중적 인기가 폭발한 것은 맥주홀 폭동 재판 때문이었다. 히틀러는 재판정에서 자신이 폭동을 일으킨 이유는 당의 영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독일 민족을 위한 것임을 결연히 주장했다. 그의 넘치는 카리스마에 대중들은 넋을 잃었다. 5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서 복역하는 동안 그는 <나의 투쟁>을 집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전쟁과 무력이야말로 강자가 행사할 수 있는 적절한 수단이라고 서술했다. 

1924년 12월 가석방으로 출소한 히틀러는 합법 노선으로 전환해 민심을 사로잡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는 군중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가 뛰어난 선동 연설로 정부의 무능을 공격하고 대중을 홀렸다. 어떤 마을에 가서 히틀러는 “이 마을에서 보트를 즐길 수 있도록 선착장을 만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마을 주민들이

“우리 마을에는 강과 호수가 없어 보트를 탈 수 없다”고 항의하자 히틀러가 말했다. 

“그렇다면 여러분, 강과 호수도 파서 선물해 드리겠습니다.” 

1926년 1월 히틀러는 친위대를 설립했고, 같은 해 11월에는 돌격대의 재건을 완료했다. 이 무렵 도시와 농촌에서 중산계급의 지지를 확보한 나치당은 의회를 통한 합법적인 활동에 의해 대중정당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선거 때마다 대중선동과 선명한 정치 구호로 일정한 득표를 하는 데 성공했다. 

히틀러는 민주주의 투표 방식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을 최상의 가치라고 떠받들지도 않았다. 그는 민주주의보다는 권력에 더 탐닉했고, 독재에 더 열광했다. 다만 그 권력을 민주주의 선거 방식으로 창출했을 뿐이다. 

적개심 고취 

히틀러가 불과 10여 년 만에 독일 사회에서 권력의 주역으로 등장하는 정치력을 발휘한 데에는 효과적 대중 연설의 힘이 컸다. 당시 독일은 히틀러 식의 선전선동이 탄환처럼 날아가 박힐 만한 여건이 성숙되어 있었다. 때마침 세계를 강타한 월스트리트 발(發) 경제 대공황은 독일 국민을 절망의 나락으로 빠뜨렸다. 믿을 것은 ‘게르만 민족’이라는 원초적 자부심뿐이었다. 

히틀러는 적나라하게 독일 국민의 절망의 심연을 파고들었다. 패전(敗戰)과 독일제국의 붕괴로 인한 상실감, 살인적인 인플레, 독일 곳곳을 파고들어 갈퀴로 돈을 긁어가듯 하는 유태인들, 파업과 선동을 일삼는 공산주의자들, 독일의 숨통을 쥐고 죽음의 나락으로 몰고 가는 330억 달러에 달하는 열강들의 천문학적인 전쟁 배상금 압박…. 

히틀러는 청중들이 마음 속으로는 굴뚝같이 하고 싶던 말들, 그러나 차마 남 앞에서 하지 못했던 말들을 이성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시켰다. 유대인 비하는 물론 독일 아리안족의 생물학적 우수성 등을 직설적 언어로 반복해서 폭포수처럼 퍼부으며 강렬한 퍼포먼스와 조합시킬 때 독일 국민들은 광란에 빠졌다. 

히틀러는 “A가 아니라 B”라는 표현을 사용, A와 대비시키면서 B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적과 아군을 구분 지었다. 그리고 흑백 논리로 사람들의 이상을 마비시키고 적개심으로 흥분시켰다.

나치당은 바이마르 공화국에 대한 공격과 대중선동으로 1930년 9월 14일의 총선에서 600만 표 이상을 득표하면서 독일의 제2당으로 부상했다. 1932년 대통령 선거에서 히틀러는 1차 세계대전의 영웅이자 현직 대통령이던 파울 폰 힌덴부르크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나치당은 1932년 7월 총선에서 원내 제1당이 됨으로써 강력한 정치세력으로 부상했다. 

1933년 1월 30일, 히틀러의 집권을 막기 위해 애쓰던 힌덴부르크 대통령은 마지못해 히틀러를 수상으로 임명함으로써 그에게 권력을 향해 질주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줬다. 히틀러의 첫 내각은 나치당과 여러 보수정당들의 연립내각으로, 12명의 각료 가운데 나치 당원은 3명밖에 되지 않아 보수 정치인들이 히틀러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히틀러는 신속하게 권력을 장악해 나갔다. 

1933년 2월 27일 국회의사당 방화사건을 계기로 공산주의자들이 의회에서 축출됐고, 3월 5일 총선에서 나치당은 43.9%의 지지를 얻어 원내 제1당이 되었다. 

프리드리히 대왕의 유해가 잠들어 있는 포츠담경비사령부 부속교회에서 열린 새 의회 개원식에 힌덴부르크 대통령과 함께 참석한 히틀러는 “구시대의 위대함과 새시대의 힘이 결합됐다”고 선언했다. 

1933년 7월 무렵 히틀러는 보수파와 군부를 장악하여 나치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을 해산시킴으로써 일당독재 체제를 구축했고, 1934년 8월 2일 힌덴부르크 대통령이 사망하자 대통령직과 수상직을 겸한 총통에 올랐다. 이어 히틀러는 전권 위임법을 통과시켜 독재 권력을 손에 넣었다. 

침묵은 죄

이때부터 히틀러의 진면모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을 감옥으로 보내고, 관직에 있던 모든 유대인들을 강제로 쫓아냈으며, 군사조직을 자신의 친위대 형식으로 재편하면서 방해가 되거나 반항의 기미를 보이는 무리들을 즉결처분했다. 

히틀러의 집권이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는 민주주의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어찌되었든 히틀러는 공평하고 자유로운 선거에서 민주적으로 승리하여 집권했기 때문이다. 히틀러 정권을 탄생시킨 것은 민족주의가 아니라 배고픔이었다.

또 증오심과 악마성을 부추기는 집단최면적인 선전선동이 국가권력과 결탁할 경우 인간 본성이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적나라한 실증 체험 사례다. 독일의 신학자 마르틴 니묄러시는 이렇게 말한다. 

“나치는 공산당을 숙청했다. 나는 공산당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유대인을 숙청했다. 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노동조합원을 숙청했다. 나는 노동조합원이 아니었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카톨릭교도를 숙청했다. 나는 개신교였으므로 침묵했다. 그 다음엔 나에게 왔다. 그 순간에 이르자, 나서줄 사람이 아무도 남지 않았다.” 

미치광이 선전선동가에게 넘어가 나라를 거덜 내지 않으려면 나부터 나서서 나를 지키고, 이웃을 지키고 체제를 지키고, 국가를 지켜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체제를 지키는 첫 걸음은 투표다. 4월 총선이 목전에 다가왔다. 나라를 망치는 정치인이 누구인지 두 눈을 부릅뜨고 투표부터 제대로 해야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구성된 이 나라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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