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갈, 협박 ‘전연령 렌터카’ 이대로 둘 건가
공갈, 협박 ‘전연령 렌터카’ 이대로 둘 건가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6.02.02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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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생. 여성 상대로 경미한 사고에도 온갖 협박으로 폭리 갈취

- 사회 경험 부족한 청년들 ‘가슴에 멍’, 극심한 사회 불신 초래

고교를 졸업한 A씨(19.여)는 어렵사리 한 중견회사 비서실에 취직했다. A씨는 자축하는 차원에서 첫 월급을 받아 친구들과 함께 렌터카를 빌려 강원도로 여행을 떠났고 주차과정에서 범퍼를 살짝 긁혔다.

A씨는 차를 반납하는 과정에서 렌터카 사장이 ‘별문제 아니’라며 ‘사고 경위서나 한 장 쓰라’는 말을 믿었다가 낭패를 봐야 했다. 500만 원의 견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견적의 내용은 기준을 알 수 없는 수리비에 신차기준으로 산정한 대차비, 휴차비 그리고 멀쩡했던 차량 문의 교체 등이었다.

자차보험을 들지 않은 렌터카였다지만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에 A씨가 이의를 제기하자, 사장은 ‘수리 계약금을 내지 않으면 사기죄로 고소하고 월급 압류를 해야 하니 회사 대표에게 전화하겠다’고 협박을 했다. 겁에 질린 A씨가 ‘당장 돈이 없다’고 하자, 렌터카 사장은 ‘걱정 말라’며 급여를 담보로 고리의 사채를 알선해 줬다. A씨는 힘들게 사채를 갚은 후에야 자신이 렌터카 사기에 걸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惡의 거미줄, 전연령 렌터카의 횡포 

사회 경험이 부족한 대학생들과 사회 초년의 여성들을 상대로 공갈, 협박을 통해 사기나 폭리를 취하는 렌터카 업체들이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자라고 있다. 바로 ‘전연령 렌터카’회사들이다. 이 업체들은 21세 미만, 운전 경력 1년 미만의 운전면허 소지자들에게는 일반 렌터카 회사들이 차량 임대를 거절한다는 점을 이용해 대학생, 여성들처럼 사회 경험이 부족한 이들을 상대로 렌터카 영업을 한다.

문제는 계약 과정에서 차량보험을 들지 않거나, 보험을 들겠다는 손님의 의사를 거부하고는 경미한 사고를 핑계 삼아 터무니 없는 거액의 수리비를 뜯어낸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공갈과 협박은 물론, 돈이 없는 계약자를 대상으로 고리의 사채를 쓰게 하는 등 불법과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피해자 대부분인 대학생들의 경우 부모님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혼자 해결하려 해보지만, 그런 약점을 잡고 전연령 렌터카 회사들은 더욱 악질적으로 나오는 것이 보통이다. A씨와 같이 사회에 갓 진출한 여성들의 경우 직장에 알리겠다느니, 고소하겠다는 내용으로 협박을 하기도 한다. 대부분 피해자들은 주위로부터 도움을 받으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실수라 자책해서 냉가슴을 앓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전연령 렌터카 업체들의 이러한 횡포와 피해는 지난 해 KBS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인 <소비자 리포트>를 통해서도 방송됐다. 또한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전연령 렌터카 피해로 인한 고민과 상담의 글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전연령 렌터카 피해 전문 변호사마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KBS 소비자 리포트에서 방송된 사례를 보면 대학생인 구모 군의 경우, A씨처럼 경미한 추돌로 범퍼 수리비 20만 원을 생각했지만 차가 신형이라는 이유로 전연령 렌터카 업체로부터 1500만 원의 수리비 요구를 받았다. 심지어 렌터할 때에는 없던 흠집이 이용 중에 사고도 없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업자가 GPS추적 장치를 이용해 렌터카의 위치를 파악한 후, 흠집을 내고는 수리비를 요구하는 경우다. 전연령 렌터카 업체는 이러한 보상에 신차가격을 바탕으로 자의적으로 계산한 수리비와 휴차비, 대차비 등으로 가격을 부풀린다. 보험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 터무니 없는 사기나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다. 

이처럼 사기 전연령 렌터카 영업이 창궐하고 있지만 검경의 수사와 관계 당국의 규제는 미미하다. 피해자들 대부분이 사회 경험이 없는 대학생, 여성들이어서 속으로만 앓고 넘어가는데다, 대개 영세한 악질 전연령 렌터카 업체들이 조폭과 같은 태도로 피해자들을 겁박하기 때문에 제대로 신고가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흙수저’ 세태비관 서울대생 투신, 철저히 수사해야 

최근 세태 비관의 유서를 남기고 서울대에서 투신 자살한 S군(19.생명과학)의 경우도 이러한 사기성이 농후한 전연령 렌터카의 횡포에 시달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었다는 정황이 새롭게 제기됐다.

본지 <미래한국>이 취재한 유족의 증언에 의하면 S군의 경우 약간의 우울증 증세가 있었으나 대개 사춘기의 청년들이 겪는 정도였고 무엇보다 가정에서 모범적인 자녀로 대통령 장학금도 받고 학내 활동에도 적극적인 인재였다. 그에게는 삶을 비관할 만한 요인이 없었다.

하지만 S군이 유서를 남기고 투신하기 전, 친구들과 강원도에 놀러가기 위해 빌린 렌터카의 경미한 범퍼 손상에 전연령 렌터카 업체로부터 여러 차례 협박과 현금을 뜯겨왔다는 사실이 친구들의 증언으로 드러났다.

문제의 전연령 렌터카 업체가 S군의 부모에게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S군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다 전연령 렌터카 업체의 전형적인 사기 수법에 걸려든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현재 이 부분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미진한 상태다.

이처럼 전연령 렌터카의 악질적인 횡포가 젊은 층을 상대로 번져 나가는 세태는 심각하다. 당연히 사법 당국과 정치권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만, 정작 이러한 문제는 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채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약관과 과도한 배상의 요구는 규제 사항으로 되어 있지만, 렌터카에서 가장 중요한 자차보험과 같은 사항들이 전연령 렌터카의 경우 의무가 아닌 선택인데다, 보험비를 내겠다는 소비자 의사를 이들이 거부하는 점을 법으로 규제하고 있지 않는 문제점들은 하루 속히 시정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아직 사회 경험이 부족한 젊은이들을 상대로 조폭들이나 하는 수법으로 순진한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사회악은 뿌리를 뽑아내야 한다. 한창 인재로 자라나던 서울대 S군의 비극과 같은 사건이 또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 사법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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