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경제가 회복되기 어려운 이유
중국경제가 회복되기 어려운 이유
  • 한정석 편집위원
  • 승인 2016.02.15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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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뉴스] 심상치 않은 중국 경제

상부구조는 국가 독점의 사회주의 시스템, 하부는 민간 주도의 

자유시장경제 방식. 국영기업들의 부패와 비효율로 한계에 직면 

“누구도 정확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모르지만 일단 자체적으로 3.5% 안팎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 미 CNBC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투자자문사 게리실링앤드코의 게리 실링 회장은 금융계를 놀라게 하는 발언을 했다. 지난해 성장률이 6.9%라는 중국 정부의 발표가 엉터리여서가 아니었다. 웬만한 이코노미스트라면 짐작하고 있었다. 

정작 세계 금융계가 놀란 것은 그런 발표를 한 게리 실링 회장 때문이었다. 메릴린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게리 실링 회장은 말을 아끼는 애널리스트지만, 그가 입을 열면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는 상부구조에 해당하는 국기업의 심각한 부실로 인해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은 또 다른 부실을 야기하여 글로벌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들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통계 못 믿는 중국 

실링은 1990년대 말 전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이 다가오고 있음을 경고한 대표적인 경제 전문가 중 하나다. 당시 미 경기 침체를 정확히 예견해 주목을 끌었다면, 2002년의 경기 침체와 2006년 주택 버블 붕괴의 예측이 정확이 들어맞아 족집게라는 명성을 얻었다. 이후 실링 회장의 예측은 틀린 적이 없어 늘 월스트리트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지난 해 3월 미국의 거의 모든 애널리스트들이 국제 유가를 40달러 대로 예측했을 때, 실링 회장은 10달러 대라는 파격적인 예측을 내놓아 파란을 일으켰다. 실제로 국제 유가는 그의 예측 이후, 마지노선이라던 40달러 대를 깨고 20달러 대를 터치하기도 했다. 그런 실링 회장의 입에서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사실상 3.5% 수준이라는 것은 이만 저만한 충격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게리 실링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세계 언론은 중국 정부의 경제통계가 믿을 수 없다는 항간의 이야기를 기정사실로 보도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 내막을 살펴보면 코미디 같은 면이 있다. 중국 지방정부들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통계 발표를 보면 전국 평균이 중앙정부 통계를 크게 웃돈다.

중국 영자지 ‘글로벌타임스(環球時報)’는 31개 성(省)·시(市)·자치구 정부의 2015년 GDP 성장률을 합산한 결과 평균 7.97%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중앙정부의 GDP 성장률 6.9%와 무려 1.07% 포인트나 차이가 나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톈윈(田耘) 중국거시경제학회 연구센터장은 지방정부의 집계 방식이 발전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중복 오류가 있기도 하겠지만, 지방정부의 실적 부풀리기가 전혀 없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중국 정부가 전체 GDP 성장률만 발표할 뿐, 정부 지출이나 개인소비, 기업 투자 같은 각종 부문별 성장률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중국이 ‘투기꾼’이라며 경멸하는 조지 소로스 퀀텀펀드 회장은 불에 기름을 붓는 발언을 했다. “중국은 이미 경착륙했다”고 직격탄을 날린 것이다. 

이래저래 중국 당국은 해외에서 쏟아지는 국가통계 불일치 내지는 조작 의혹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1월 27일에는 중국의 경제통계 작성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통계국장이 비리 혐의로 체포됐다.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당서기를 겸하는 왕바오안(王保安) 국가통계국장이 엄중한 기율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왕 국장의 혐의는 통상 부패·비리로 인한 낙마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국가통계국장에게 부패와 비리 혐의가 있다면 무엇일까. 서방 관측통들은 왕바오안 국장이 지방정부들의 실적 부풀리기 통계를 눈감아줘 왔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중국이 자신의 이념으로 제시하는 ‘사회주의형 시장경제’가 가진 모순에서 비롯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일찍이 이 문제는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경제학파의 거두 루드비히 폰 미제스가 사회주의자들과 수차례에 걸쳐 벌여 최종 승리를 거뒀던 ‘사회주의 계산 논쟁’과 맞닿아 있다. 중국의 경제 구조는 상부가 에너지, 철강, 자원과 같은 국가 독점의 사회주의 시스템을 유지하고, 하부는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민간이 주도하고 있는 이중구조 방식이다. 

그림자 금융

중국의 민간 기업들은 국영기업들이 독점하고 있는 리소스를 공급받아 제품을 만들어 해외에 수출을 해왔다. 이런 구조 하에서 국가 독점의 국영기업들에게는 인민은행이 초저리의 융자를 지원하고, 민간은 이러한 국영기업들로부터 연 20~30%대의 이자를 지불하며 자금을 빌렸다. 이른바 ‘그림자 금융’이라는 것이 그 실체다. 

국영기업들은 땅 짚고 헤엄치기 장사를 하는 반면, 중국의 민간기업들은 고비용 구조에서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 노동시장의 신규 일자리의 90%는 민간기업들이 창출해 온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상부의 국가 독점 국영기업들이 자신들의 원가를 계산할 수 없다는 점에 있다. 왜냐하면 이들 국영기업들에게는 민간기업에 공급하는 자산을 구매하는 시장이 없기 때문이다. 시장이 없다면 가격도 없는 것이어서 중국의 국영기업들은 민간기업들에게 자산을 얼마에 얼마만큼 공급하면 효율적인지 계산을 할 수 없게 된다. 

여기에 중국의 관습인 ‘시’로 인해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는 기업에 더 많은 자산을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 저러한 연줄과 정실 관계에 의한 공급이 이뤄짐에 따라 중국 국가자본의 운영자인 국영기업들 내부에 부패와 비효율이 만연해 왔다.

그런 문제들은 중국의 민간기업들이 해외시장에서 호조를 보이는 동안에는 가려질 수 있었으나, 미국과 유럽 경기가 침체에 접어들면서 그 모순이 현실로 등장한 것이다. 이런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중국의 국영기업들의 경쟁력은 급속히 쇠락해 갔다. 

지난 달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의 수익률은 최근 5년간 50% 이상 급감하고 부채는 급격히 늘어나는 등,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국영기업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중국 은행 대출의 80%를 차지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문제는 중국 GDP 산정에 민간과 정부의 지출을 구별하지 않아서 정확한 민간 소비지수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2014년의 경우, 중국 GDP의 51.4%가 소비인 것으로 나타났지만, 정부지출을 제외하면 실제로 가계소비는 37.9%뿐이었다. 한국의 경우 정부소비 부문이 가계소비의 약 50% 수준인 점을 고려해 보면 중국은 지나치게 정부가 소비를 이끌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몇 년 전까지 중국 최대 국영 가전회사인 하이얼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매년 가전부문의 생산량을 목표 경제성장률에 따라 결정한다. 재고가 발생하면 국가가 구매해서 군이나 학교 등에 공급한다고 한다. 민간의 경우, 수요를 예측해 생산량을 결정하는 데 반해 중국 사회주의 시장경제에서 국영기업들은 생산을 결정한 후, 수요를 만드는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는 유휴 설비들과 부동산들이 넘쳐난다. 2014년 중국 철강산업의 경우 중국 내 조강생산능력은 공식 집계인 10억 톤을 넘어 실제는 12억 톤에 달하지만 중국내 조강생산량은 약 8억 톤에 불과해 엄청난 철강시설들이 유휴상태에 있음을 알 수 있다. 

▲ 중국 부동산 시장은 연초부터 급락을 거듭하고 있어 경착륙 위기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국가통제 경제의 허상 

지난해 LG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의 생산 인프라는 이미 ‘투자 과잉’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기 화학 등의 분야에서 생산시설 이용률은 70%대, 철강의 생산 기반 이용률은 60%대를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중국 정부 산하 연구기관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 정부의 부양 정책과 건설 과잉으로 2009년 이후 아무 성과 없이 투자된 금액이 6조8000억 달러(약 7530조 원)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대규모 공장과 시설들을 지어 놓고 놀리는 것이다.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자본이 생산적 투자로 그 이윤을 회수하지 못하면, 생산적 자본은 감소해서 생산성 역시 감소한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한 부족은 타인 자본, 즉 부채로 메워진다. 그 결과 생산성은 이자를 커버하기 위한 이윤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더 높아져야 한다. 

중국은 막대한 자본을 국가가 운영하는 국가자본주의 시스템을 통해 많은 생산적 자본들을 멸실시켜왔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를 보충하기 위해 빚을 늘리게 되지만, 시장 지향적이지 않은 국영기업들의 계획투자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중국의 부실한 국영기업들을 조속히 구조조정하고 민영화하는 작업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중국은 국가자본주의와 사회주의적 시장경제의 완수라는 목적을 잃게 된다. 중국 공산당의 딜레마는 이 점에 놓여 있다.

특히 중국 공산당 엘리트들의 안식처이자 이해관계처인 국영기업이 민영화된다는 것은 공산당의 존립 기반마저 흔드는 것이어서 그 전망은 쉽지 않다. 

지난 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미국 방문에 앞서 국영기업에 대한 증시 상장과 민간합작을 통한 민영화 정책을 발표했지만, 그 내용은 명분에 불과해서 서방세계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의 개혁안이 민간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고는 있으나 공산당의 통제권을 여전히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롯해 개혁안의 일부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성공의 필수요건으로 꼽는 사항이 빠져 있는데, 바로 실적이 부진한 국영기업들을 파산하게 둘 것인지 여부”라며 중국 공산당의 아픈 점을 찔렀다. 이처럼 허울뿐인 국영기업 개혁안으로는 중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국도 이 점을 모를 리 없다. 다만 중국식 해법은 언제나 존재하기 마련이다. 시 주석은 이러한 모순을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라는 전략으로 돌파하는 구상을 꺼내들었다. 

이 정책은 중국의 차이나 머니와 인프라를 가지고 중동과 유라시아를 잇는 거대한 산업·교역 벨트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즉 고속철도와 도로, 항만 등을 건설하고 해외 생산단지들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의 가능성과 한계 

이 전략은 거품이 터지기 전에 더 큰 거품을 만들겠다는 관점에서 보면 그야말로 무모한 전략이다. 유휴자본이 공격적으로 투자할 만한 자산을 공급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성장의 동력이 제공되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은 시 주석이 꿈꾸는 ‘일대일로, 21세기 신(新)실크로드’에 자금을 투입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최근 중국 국영 해운업체인 코스코(COSCO) 그룹은 그리스 최대 항구인 피레우스항 인수에 착수했다. 이 항구는 시 주석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일대일로 구상’의 중대 거점이다. 그리스 최대 항구이자 아시아·동유럽·북아프리카로 향하는 관문인 피레우스항 인수를 계기로 중국의 유럽 진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동북쪽으로는 북한의 나진·선봉지구를 동북3성과 연계해 개발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이미 포화상태인 생산 인프라와 대련항을 대체할 수 있는 항구가 필요한 상황이고, 북한으로서는 한계에 다다른 경제난을 돌파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중화경제권을 구상한다는 원대한 꿈을 갖고 있지만, 그 꿈이 실현되려면 차이나 머니에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중국경제가 얼마나 튼튼한가의 문제가 된다. 쉽게 말하면 건강한 사람이 더 많은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원리다. 체력이 약한 사람은 자기 체력을 넘어서는 일을 감당하기 어렵고, 무리하다보면 병석에 눕게 된다. 

중국의 야심찬 유라시아 인프라 개발 전략은 위안화의 구매력이 강할 때 가능하다. 이는 중국의 경제 체질이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을 담보로 외국의 상품과 교역조건에 경쟁력이 있어야 가능해진다. 화폐 그 자체에는 어떤 가치도 없을 뿐, 진정한 화폐의 가치는 교역되는 상품의 가치다. 

중국은 해외든, 역내(域內)든 교역하는 자국의 상품에 있어 충분한 교환가치 경쟁력을 가져야 중국의 화폐도 구매력이 향상된다. 만일 중국이 수출하는 상품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거나 교역조건이 나빠지면 중국은 역외 개발 투자에 막대한 코스트 리스크를 안게 된다. 이를 회피하려면 역시 중국이 당면하고 있는 구조적 경제의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 된다. 

해외 투자 개발을 하더라도 민간이 해야 하며, 정부가 투자해서 할 것이라면 굳이 유라시아가 아니라, 중국 내 개발로도 충분하다. 아울러 중국의 투자 대상국들이 저소득의 경제국들이라면 투자한 자본의 회수기간은 엄청나게 길어지게 된다. 이를 견뎌내려면 중국의 경제 체력과 체질이 강해야만 가능하다. 

중국은 버텨낼 수 있을까? 

이런 점들을 종합하면, 중국은 여전히 경제를 사회주의식 투입-산출비례 모형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인프라 개발이라도 거기에는 수요가 있어야 한다.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상당히 잘 만든, 그리고 길고 긴 고속도로에 달리는 차는 나 홀로인 경험을 자주하게 된다. 

가도 가도 다른 차를 보기 어려운 고속도로는 먼 미래를 보고 설계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미래가 지나치게 멀 경우 잘 닦인 고속도로의 유지 보수가 어렵게 된다. 사람이 없는 거대한 인프라 제국은 중국 하나로 충분하다. 중국이 유라시아에 거품만 수출하는 것은 아닌지, 그로 인해 글로벌 거품이 터지는 날 모두가 헤어날 수 없는 아수라장에 빠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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