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경제위기 가능성 높아져
중국發 경제위기 가능성 높아져
  • 미래한국
  • 승인 2016.02.16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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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뉴스] 경제위기 다가오는 중국

中, 글로벌 경기침체로 휘청이면서 약점 노출되자 국제 투기자본들의 공격 시작돼. 중국은 선방할 수 있을까?

전경웅 미래한국 객원기자 

중국 최대의 명절이 우리의 구정에 해당하는 춘절이다. 중국인들에게 춘절은 오랜만에 대가족이 모이는 가장 큰 명절이다. 2016년 중국의 춘절 연휴는 2월 7일부터다. 공휴일은 1주일이지만, 중국인들의 대이동 기간은 1월 24일부터 3월 3일까지다. 중국은 이 기간 동안  많은 중국인들이 고향을 찾아 가족들과 만나고 이후 직장이 있는 곳으로 돌아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이 춘절이 어쩌면 중국 경제의 몰락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온다. 중국인들의 경제활동과 관련한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 중국 정부의 강력한 개입에도 불구하고 상하이 종합지수는 폭락을 거듭하고 있다. 중국 투자자의 90%가 개미들이고, 이들이 증시 투자에서 차지하는 금액 비중도 85%나 되어 중산층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춘절과 중국 경제의 상관관계 

중국 사회에서 춘절 연휴는 1주일이지만, 일반적으로는 보름 가까운 기간 동안을 고향에서 가족들과 보낸다. 정초부터 정월 보름까지가 춘절 시즌이 되는 것이다. 이 시기 대도시에 나가 직장을 다니거나 돈을 버는 사람들은 형제, 친척들과 함께 다양한 정보를 주고받고, 서로 필요한 일이 있는지는 묻는다고 한다. 

한국의 설 연휴가 그동안 떨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것은 중국과 같지만, 양국의 문화에서 약간 차이나는 부분이 있다. 한국 가정의 경제활동은 가정 단위로 이뤄지지만, 중국 사회의 경제 활동 단위는 가족 단위로 이뤄진다. 이 ‘가족’이 한국으로 따지면 6촌 형제까지 포함하는 수준이라는 점이 큰 차이다. 

최근 중국 증시 상황을 살펴보자. 중국은 2016년 초부터 폭락하는 상하이 증시를 떠받치기 위해 1월 6일 230억 달러를 투입하는 등 지난 한 달 사이 1000억 달러가 넘는 돈을 풀어 시장에 개입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2015년 말 3500선을 유지하던 상하이 종합지수는 2016년 1월 4일 새해 첫 개장과 함께 폭락을 거듭, 한 달 사이에 2500대까지 추락했다. 중국이 증시 강제 폐장에다 국제투기자본을 비난하고, 증시와 해외발행 채권시장 등에 거액을 들이부어도 추락을 막지는 못했다. 

뜬금없이 중국 증시 폭락을 언급한 이유는 얼마 되지도 않는 중국 샤오캉(小康, 중산층을 의미)의 다수가 증시에 많은 돈을 투자한 상태여서다. 

중국 개미들의 주식 투자 열풍 

2015년 상반기부터 중국 증시 투자자의 90%가 개인으로 바뀌었다. 이들이 증시 투자에서 차지하는 금액 비중도 85%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증시에 투자하는 중국 개인투자자들은 데이터 기반 투자나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한 위험분산 전략 등이 없이 ‘유행’에 따라 투자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언론 보도나 소문 등에 휘둘릴 우려가 있고, 게다가 빚을 내 증시에 투자하는 비중이 높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2015년 4월 한겨레신문은 중국 현지의 증시 투자 열풍을 소개한 바 있다. 베이징(北京)에 사는 20대 회사원이 1만 위안(한화 약 176만 원)을 중국 건축회사에 투자했다는 이야기, 광둥성(廣東省) 중산(中山)시의 50대 전직 공무원이 2014년 300만 위안(한화 약 5000만 원)을 투자해 1년 만에 2000만 위안(한화 약 3억 원)으로 불렸다는 이야기가 들어 있다. 이 가운데 베이징의 20대 회사원은 증시에 투자한 돈 가운데 절반을 지인에게 빌렸다고 한다. 

한겨레신문뿐만 아니라 다른 한국 언론도 ‘후강퉁(港通·외국인이 홍콩 증시를 통해 상하이 증시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든 법)’이 시행되기 전후로 중국 증시 열풍을 상세히 소개했다.

2015년 6월 초 상하이 종합지수가 5000선을 돌파하면서, 중국에서의 증시 열풍은 더욱 과열됐다. 하지만 9월부터 폭락하더니 6개월 만에 반 토막이 났다. 이후 중국에서는 주식투자에 실패한 개인들의 자살이 크게 증가하는 등 사회 문제가 빈발했다. 

지금 중국인 사이에 새로 주식투자를 해야 한다는 여론은 많지 않지만, 1년 만에 가족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식투자는 중요한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화 특성상 타인의 이야기는 듣지 않아도 가족의 이야기는 꼭 듣는 중국인들이 만약 주식에 투자한 자금을 모두 빼내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과거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는 집권 당시 대규모 토목공사와 건설, 중간재 조립공장, 중화학 공업 투자를 통해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어 경제 성장을 도모했다. 그 중심에는 산서성(山西省), 허베이성(河北省), 동북3성 등이 있었다. ‘점-선-면 발전 전략’에 따라 모든 지역에서 골고루 성장하는 게 아니라 특정 거점 지역을 중심으로 경제를 발전시킨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시진핑(習近平)이 집권한 뒤 중국의 경제발전전략은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점-선-면 발전 전략’으로는 중국 사회의 빈부격차, 부정부패 문제를 수십 년 이내에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샤오캉 증대’를 목표로, 기존의 ‘점’과 이를 잇는 ‘선’ 사이 지역에서의 광범위한 개발을 통해 경제발전을 이루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해외에서 잘 알려진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 사업이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사업은 일종의 마중물 역할을 하며, 이에 필요한 해외 자본을 흡수해 국내에서 한 번 돌린 뒤 다시 해외로 투자하기 위한 허브 역할을 맡길 계획이었다. 

시진핑과 중국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첫 프로젝트로 향후 760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해 베이징과 텐진(天津), 허베이(河北)성 전체를 도시로 개발하는 ‘징진지(京津冀)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 또한 장쩌민과 후진타오가 과거 추진했던 대규모 토목 및 건축 사업과 별 차이가 없다는 비판론이 대두되면서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 중국의 중산층들이 대거 주식투자에 나섰으나 주가가 곤두박질하면서 자살자가 속출하는 등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중국의 가게.

중국 경착륙론 

다른 문제도 불거졌다. 2015년 상하이 증시 폭락 이후 세계 각국에서 중국 경착륙론이 다시 불거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금융기관은 “중국의 2015년 경제성장률이 공산당의 발표와는 달리 4%대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중국은 “경제 성장률은 6.9%였다”면서 “중국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새로운 상태 ‘뉴 노멀’에 돌입한 것”이라고 강변했지만 세계는 이를 믿지 않는다. 중국 증시 폭락은 뒤늦게 현실 경제를 반영한 결과라고 해석한다. 

실제 중국 경제는 제조업 지수가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생산자 물가지수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제조업과 중화학 공업의 중복 투자로 과잉생산이 심각한 수준에 이른다는 통계가 줄줄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원자재와 유가 하락 등으로 중국과 친밀한 관계에 있던 국가들의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중국 제조업체, 중공업 업체, 원자재 업체들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2015년 상반기에만 500여 곳의 석탄 광산이 문을 닫았으며, 중국 조선업체들도 존폐위기를 겪고 있다. 특히 중국 조선업체들의 경우 공산당의 지시에 따라 2010년부터 2014년까지 3000여 곳 가운데 2700여 개를 통폐합을 통해 폐업시켰음에도 여전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중국 기업들의 어려움 때문에 국내 경기가 침체되자 외국계 기업들도 속속 중국을 떠나고 있다. 이 때문에 외국계 기업들의 하청을 받던 중국 기업들 가운데 파산하거나 폐업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이 직장인인 중국 샤오캉 계층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2015년 중국 내 자동차 판매량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부동산 공실률이 급증하는 것, 수출 물량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점 등이 그 증거다. 

증시 폭락 때문만이 아니라 현실 경제가 급속히 침체됨에 따라 중국 사회에서는 주식에 투자한 돈을 회수하고, 부동산 매입을 늦추는 것이 대세가 됐다. 즉 시진핑과 중국이 외치던 ‘샤오캉 시대’는 저 멀리 날아간 것이다. 

중국 경제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석유, 원자재 가격 하락의 영향이지만, 이것이 중국의 계획경제 정책과 맞물리면서, 그 영향이 더욱 커진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 틈에서 중국 국민들이 가장 큰 희생을 치르고 있다. 

중국은 국제 사회의 비판과 평가를 외면한 채 자신들이 보유한 마지막 무기로 난관을 타개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3조 3300억 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고다. 하지만 이 또한 영원히 쓸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미 경제전문 통신 ‘블룸버그’는 지난 1월 7일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2015년 한 해에만 5126억 달러 이상 줄었다”고 보도했다. 2015년 12월에만 1079억 달러가 유출됐다고 한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와 달리 실제로는 1조 달러 이상의 외환 유출이 있었을 것”이라는 전문가의 추측도 전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지난 1월 20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조지 소로스 퀀텀 펀드 회장은 “최근 세계 경제는 2008년 금융위기 직전을 연상케 한다”면서 “중국 경제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빌럼 뷰이터 시티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세계경제포럼에서 “중국이 공식 발표한 데이터는 실제 성장률보다 과장돼 있어 믿을 수 없다”면서 “2016년 중국 경제 성장률은 1%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제 투기자본의 공격 시작되다 

초대형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저유가로 위기에 몰린 중동 국가들이 유럽 시장에서 오일 머니를 회수하기 시작할 경우 유럽 증시 폭락과 함께 세계 금융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유가와 중국의 원자재 수요 급감 상황이 맞물려 악순환이 일어나면서 중국 경기 침체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지난 1월 27일 오전 서울 한국은행 본관에서 있었던 경제동향 간담회에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과거 미국이 세계 경제성장을 견인했고, 미국의 경기 침체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연결됐다면, 이제는 중국 경제의 움직임이 세계 경제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단계”라면서 중국발(發) 경기 침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주열 총재는 “미국 ‘타임’지도 글로벌 경기침체가 온다면 중국 발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고, 지난주 열렸던 다보스 포럼에서도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불안 심리가 매우 컸다”고 지적했다. 

국제 금융기관 관계자들과 한국 통화정책 수장(首長)이 비슷한 말을 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각국 중앙은행이 더 이상 중국의 경제성장을 믿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국제 금융기관들이 중국이 자랑하던 외환보유고를 빼먹기 위해 공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홍콩 증시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국제 금융기관들이 홍콩 증시를 통해 중국 위안화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나선 것이다. 중국은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가 주도했다고 주장했지만, 이에 참가한 국제 금융기관은 한둘이 아니었다는 분석이 많다. 

이 공격으로 홍콩 증시에서는 평소 2~4%였던 위안화 은행 간 1일짜리 대출금리가 9%까지 치솟았고, 며칠 뒤에는 66.8%까지 급증했다. 누군가 홍콩 금융기관들에서 위안화를 싹쓸이 한 것이다. 홍콩 통화감독청이 중국의 지원을 받아 급한 불은 껐지만, 상황은 끝난 게 아니었다. 국제 금융기관들은 ‘후강퉁’의 약점을 비집고 들어가 상하이 증시에도 쳐들어갔다. 

중국은 중앙은행(인민은행)을 통해 공격을 막아냈지만, 막대한 위안화를 이미 입수한 국제 금융기관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의 힘이 빠지는 분위기가 보이면, 사들인 위안화를 시장에 내다팔면서, 선물 상품(숏 포지션, 매도할 권리를 파는 상품)으로 엄청난 거액을 벌어들일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1980년 초 조지 소로스가 영국 영란은행을 공격할 때와 비슷한 방식이다. 

중국은 3조 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환 보유고로 이를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국제금융기관들은, ‘대국민 선전선동’에 집착하는 중국은 인간의 욕구와 국제경제 문제를 활용해 경제정책을 수립할 능력이 없고, 중국의 정책 선전을 역으로 이용하면 거액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부주석이 “중국 증시 안정을 위해 적극 개입할 수 있다”고 말한 날에만 상하이 종합지수가 3%나 폭락한 점이 단적인 증거다. 

중국은 국제금융기관을 비난하면서 자국민들을 안심시키려 노력 중이지만, 이미 국제사회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국민들은 중국의 선전과 외신을 통해 입수하는 정보 사이에서 큰 혼란을 겪고 있다.

하지만 거액 투자일수록 가족들의 뜻을 따르는 중국인들의 전통적 문화를 떠올려보면, 많은 중국 국민들이 상하이나 홍콩 증시에 투자한 자금을 아직은 회수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앞서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이후가 중요하다는 것도 이런 중국인들의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공산당의 선전을 믿고 따르던 중국 국민들이 더 이상 당을 따르지 않기 시작할 때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아닌 ‘추락’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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