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은 통일 선봉대
탈북민은 통일 선봉대
  •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장·미래한국 편집위원
  • 승인 2016.02.23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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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탈북민과 북한 해방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깨닫고 배우는 모든 것은 향후 통일시대에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해야 할 가치들

이애란 자유통일문화원장·미래한국 편집위원 

통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경제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 발언으로 한쪽에서는 통일이 되면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과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돈더미에 올라앉을 것으로 꿈에 부풀어 있다. 

반대로 세금 증가와 통일비용 충당 문제로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남북 간 선(先) 경제협력을 골자로 하는 점진적 통일과 연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남북한 체제를 인정하면서 경제협력만 하면 북한의 경제성장은 가능한가?  

지난 십 수 년 간 남북은 경제협력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한 해에 수 억 달러씩 쏟아 붓는 관광사업도 해보았고, 한 주일에 북한을 두세 번씩 드나들며 북한의 관료들과 머리 맞대고 경제협력과 교류를 추진하면서 한국인들보다 북한의 관료들과 더 가깝게 호형호제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님”을 칭송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 많은 남북경협 추진자들이 개인적으로 얼마나 큰 이익을 달성했는지는 측정할 수 없으나 북한과 경제협력을 해서 이익을 본 기업이나 국가는 없다. 그런데도 한국의 통일 전문가들은 계속해서 통일경제론을 떠들고 북한의 지하자원과 값싼 노동력을 부르짖으며 국민들에게 통일대박을 설교하고 있다. 

▲ 지난해 5월 탈북민 단체들이 북한인권 문제를 외면하는 ‘위민크로스DMZ’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탈북민은 향후 통일이 됐을 때 북한 주민들이 시장경제에 적응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자원들이다.

대북 지원하면 북한 경제 살아날까? 

북한은 1995년 식량난을 선포했고, 벌써 20년 전에 300만 명이 굶어죽은 세계 최악의 빈곤국가다. 북한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가 맞다. 한국의 통일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한국보다 지하자원도 풍부하고 노동력도 싸서 세계 어느 나라든 황금의 투자처로 각광받아 마땅한 나라가 북한이다.

그런데 왜 북한은 최빈곤국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이 그렇게 많은 식량과 자금을 지원했는데도 영양실조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가.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 어려움이고 가장 극복하기 힘든 어려움도 경제 문제다. 국가로부터 기초생활 수급자로서 생활보조금과 의료지원비, 대학 장학금을 받는 사람들일수록 “어렵다 도와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탈북민의 재사회화가 성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건강한 탈북민 시민사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현재와 같이 국가 의존적 태도를 가지고 정부 보조에 의존해서 살아가면 탈북민의 경제적인 자립과 안정은 해결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대북지원만으로 북한의 경제 상황을 바꿀 수 없고, 현재의 북한 정치 구조 하에서 북한의 경제 회생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점진적 통일론이나 연방제 통일론은 통일 불가론이나 마찬가지 주장이다. 

통일은 북한의 정치체제와 사회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이런 개혁 과정은 경제 번영을 가져오는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 주체는 북한 주민이며, 그러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국과 국제사회가 도와주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까지의 통일운동은 북한 주민을 통한, 북한 주민들을 위한 개혁이 아니라 현재의 집권자들을 통한, 집권자들을 위한 대북지원과 교류협력과 대화였다. 때문에 현재의 방법으로는 절대 통일을 이룰 수 없고, 북한의 경제 발전도 이뤄 낼 수 없다. 

탈북민들은 북한에 비해 절대적으로 경제적 풍요는 느끼지만 상대적 빈곤감이나 심리적 박탈감을 느낄 때가 많다. 그들은 노동·학교·생활현장에서 한국인들이 쏟아내는 차별감과 모멸감을 주는 언어폭력에 직면하기도 한다. 심지어 국회의원마저 탈북민을 변절자니 쓰레기라고 비하하는 현실에서 탈북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사회적인 갈등을 야기하고, 심한 경우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 등 돌리고 해외로 떠나거나 북한으로 재입북하여 한국사회를 비난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통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북한 사회를 어떻게 운영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그랜드 디자인이다. 

독일의 경우 통일 이전에도 신문과 방송 등을 통해 동독인들이 서독인들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문화적으로 공유하는 가치가 있었다. 

반면에 한국은 한민족이라는 단어가 부끄러울 정도로 차단되고 폐쇄되어 북한 주민 대부분은 아직도 대한민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문화적으로도 이질화 되어 있다. 

현재 한국사회에서는 탈북민에 의한 탈북민을 위한 탈북민의 기업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탈북민이 제조업 기업에 취업할 경우 외국인 근로자와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 이렇게 되면 열심히 일해 돈 어면 북한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 

탈북민이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을 나쁘게 평가할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 성공하여 돌아가는 탈북민이 많이 나올수록 우리가 원하는 통일이 더 가까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의 재입북자들은 한국사회 정착에 실패하여 불만을 품은 채 북한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나쁜 영향을 줘 북한의 수령왕조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된 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선택하게 하는 데 지장을 주게 될 우려가 있다. 

통일을 위한 탈북민의 과제 

정주영 회장만이 아니라 탈북하여 열심히 일해 성공한 기업인 된 탈북민들이 북한으로 많이 돌아갈수록 북한 주민들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로의 통일 열망은 더욱 강렬해질 것이다. 

통일 이후에도 북한 사람들은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투자자는 한국의 기업인일지라도 운영은 북한인에 의해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탈북민 기업인들을 적극 양성하여 탈북민 경제공동체가 활발히 운영되는 탈북민 시민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통일 이후 남북한 간의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시험 작업이 될 것이다.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수십 년 동안 배급체제에 의존해 살았고, 배급제도가 무너진 후에는 불법 지하경제에서 생존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해야 하는 불법행위에 노출되어 살아오면서, 자신도 모르게 불법 탈법에 익숙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정부 정책이 아무리 훌륭해도 탈북민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정착에 성공하기 힘들다.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 적응하려면 국가 의존적 생활 태도와 분배에 익숙한 습관을 버리고 스스로 삶을 개척하기 위한 자율적이고 책임적인 삶의 방식을 습관화해야 한다.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깨닫고 배우는 모든 것은 향후 통일시대에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해줘야 할 중요한 가치들이다. 때문에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통일을 향한 목적 지향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북한에 남겨진 가족과 북한 주민들에게 빚진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국가인 대한민국은 자신의 노력과 역할, 기여도에 따라 평가받고, 노력하면 결과가 나오는 곳이기 때문에 통일의 실험대에 올라 혹독한 시험을 치른다는 각오로 살아야 한다. 

특히 탈북하여 대한민국에 입국한 지 오래된 사람일수록,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의 혜택을 더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건강한 탈북민 시민사회를 형성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최근에 온 탈북민들의 롤 모델이 되고, 맏형과, 맏언니가 되어 탈북민들의 정착을 도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생활보호자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하고, 자신의 생계를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한국사회가 저성장, 고실업률로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 자립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수백만 명이 굶어죽고,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도 장사를 해서 생계를 유지하고 탈북하여 대한민국까지 온 그 의지와 열정으로 또 다시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분발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의 정착은 탈북보다 훨씬 힘들고, 불법이 만연하여 일확천금이 왔다 갔다 하지만 순간순간 생명을 다투는 북한에서의 장사활동보다 훨씬 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정당한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따르는 곳이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법을 지키고, 정직하게 하다 보면 반드시 성공의 길이 열린다. 이것은 필자가 한국에서 19년간의 삶을 통해 얻은 진리다. 

먼저 입국한 탈북민들이 후배 탈북민들을 위해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탈북민 초창기에는 주로 북한 민주화나 북한인권 개선 운동, 북한에 삐라보내기 등 정치적 영역으로 탈북민 단체가 편중되어 있었다. 이제는 탈북민 기업과 탈북민 정착 지원을 위한 영역으로 확장되어 먼저 정착한 탈북민의 역할을 늘려 나가야 한다. 

탈북민은 통일의 선봉대 

탈북민들이 한국 땅에 잘 정착해서 북한에 있는 가족을 돕고, 이웃을 돕고, 북한 주민들을 직접 돕는 것이 진정한 통일운동이다. 북한에 한류 열풍을 일으키고,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돈을 보내 생계를 유지하도록 도운 것도 탈북민들이다.

전화 통화를 통해 한국사회의 진실을 알리고, 탈북민 3만 명이 대한민국에 입국하도록 역할을 한 것도 탈북민들이다. 탈북민들이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전도사로서 북한에 끼친 영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탈북민 3만 명 시대는 그동안 한국사회가 치른 통일 실험이었고, 그 성적표는 기대 이하라고 평가된다. 통일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탈북민 사회가 북쪽으로 확장되는 것이 통일이며, 탈북민들이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일원으로서, 시민으로서,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북한의 지하자원에만 관심을 가지고, 수령의 노예가 되어 살아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싸구려 노동력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하면서 통일을 외친다면 그것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모욕이자 반통일적인 생각이다. 

통일은 남과 북의 주민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서로 협력하고, 서로 배려하며, 자율적이면서도 서로 협동하는 경제공동체로 세워지는 과정이다. 때문에 통일대박은 북한의 지하자원이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고, 북한의 싸구려 노동력을 착취해서 얻어내는 비인간적인 것도 아니다. 

이제 우리는 탈북민 3만 명 시대의 정착시스템을 점검하고 탈북민 시민사회를 구축하여 탈북민들이 이 사회의 건강한 시민의식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선도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한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과 차별의 시각을 개선해야 한다. 

탈북민 시민사회는 한국인 출신의 지도자 일색이 아닌 탈북민 출신들이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구성체로서, 탈북민을 위한, 탈북민에 의한, 탈북민들의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탈북민 사회와 연합하고 협력하며, 협동하는 것이 곧 통일이며, 이 과정에 획득된 경험과 교훈들이 향후 통일한국의 중요한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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